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Fashion Houses and Their Dearest Friends

ARTNOW

매 시즌 거대한 환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런웨이, 갤러리의 작품을 보는 듯한 창의적 디자인의 쇼윈도, 미래 도시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최첨단 플래그십 스토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패션 하우스와 손발이 척척 맞아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그들을 소개한다.

몽환적 분위기가 돋보이는 2012년 F/W 시즌 룩북 영상

2012년 S/S 시즌 < Prada Real Fantasies >의 한 장면

멕시코 벽화작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꾸민 2014년 S/S 시즌 런웨이 쇼

퍼즐 같은 독특한 미학의 영상으로 풀어낸 2013년 F/W 시즌 < Prada Real Fantasies >

프라다 × OMA
2009년 3월 서울 경희궁에 등장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회전 가능한 사면체의 건축물,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기억하는지. ‘건축물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고 문화 행사의 내용에 따라 유기적 움직임을 보여준 이 전시는 당시 건축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렘 쿨하스(Rem Koolhass), 올레 셰렌(Ole Scheeren), 엘런 판 론(Ellen van Loon) 등 유명 건축가 10인이 함께 이끄는 세계 최고의 건축사무소 OMA(Office for Metropolitan Architecture)와 그들의 기획 연구소 AMO(Architecture for Metropolitan Office). OMA가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역할을 한다면 AMO는 건축적 사고를 위한 컨셉, 운용 전략 등을 구상하는 ‘싱크 탱크’다. 1975년 창립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본사를 둔 OMA는 프랑스의 라빌레트 공원, 로테르담의 퀸스트할 미술관과 미술관 공원, 뉴욕 휘트니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한국의 리움 등 전 세계 곳곳의 주요 건축물을 설계 및 건축했다. OMA(& AMO)와 프라다는 지난 13년간 80여 건의 협업을 진행했을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작업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뉴욕 프라다 에피센터(2001년)와 로스앤젤레스 프라다 에피센터(2004년) 같은 대규모 부티크 건축이 첫 번째고, 2004년 F/W 시즌 남성 컬렉션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디렉팅한 프라다 런웨이 쇼 세트 디자인이 두 번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2007년부터 진행한 라는 룩북을 만드는 작업이다. 매 시즌 프라다 컬렉션의 무드를 전혀 다른 코드와 섞어 몽환적인 분위기로 선보이는 이 룩북은 움직이는 영상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의 형태로 제작한다. 2012년 S/S 컬렉션에선 콜라주 기법을 사용, 사진·그래픽·텍스트를 수작업으로 조합한 배경 위에서 모델을 재촬영해 하이퍼 리얼리티 효과를 극대화한 작품을 선보였고, 2013년 F/W 컬렉션에선 미스터리한 가정집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퍼즐 같은 독특한 미학의 영상으로 풀어내 주목받았다. 이들은 단순히 컬렉션의 룩북을 넘어, 브랜드의 또 다른 세상을 건설하고 있다.

스테판 베크먼 스튜디오가 연출한 마크 제이콥스의 2014년 F/W, 2015년 S/S 컬렉션 런웨이 세트

스테판 베크먼 스튜디오가 연출한 마크 제이콥스의 2014년 F/W, 2015년 S/S 컬렉션 런웨이 세트

지방시의 2008년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 초청장

지방시 × MM Paris
디자이너 미셸 앙잘라그(Michael Amzalag)와 마티아스 오귀스티니아크(Mathias Augustyniak)가 1992년 파리에 설립한 아트 그룹 MM Paris는 비오르크·마돈나·카니예 웨스트 같은 세계 정상급 뮤지션, 요지 야마모토와 스텔라 맥카트니 등의 패션 디자이너뿐 아니라 수많은 매거진과 컨템퍼러리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며 실력을 입증해왔다. 이들과 인연이 깊은 디자이너가 한 명 더 있는데, 바로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Riccardo Tisci)다. 지방시를 맡기 전인 2003년 봄 리카르도 티시는 평소 좋아하던 MM Paris의 사무실에 들러 몇 점의 ‘알파벳’ 포스터를 샀는데, 이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다. 이후 2005년 지방시에 합류한 리카르도 티시는 이 유능한 디자이너 듀오에게 자신의 컬렉션 초청장 디자인을 의뢰했고, 초청장은 그들의 영감을 표출하는 실험적 요소로 발전한다. 지방시의 아카이브에 저장된 이미지에 레이어링, 프린팅, 컬러링 등의 기술을 적용해 또 다른 이미지를 합성하고, MM Paris 고유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더하는 등의 작업 과정을 거쳐 탄생한 초청장은 지방시의 또 다른 시각언어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에는 2007년부터 진행한 초청장 디자인과 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모은 아트 북 를 출판했고, 2015년 S/S 시즌까지 이들의 협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 × 스테판 베크먼
패션 하우스를 이끄는 디자이너에게 매 시즌 새로운 의상을 선보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컬렉션의 무드를 완벽하게 녹여낼 런웨이 세트 디자인이다. 마크 제이콥스에겐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하는 듯 컬렉션을 완벽하게 해석하고, 이를 돋보이게 하는 환상적 세계를 선물하는 좋은 친구가 있다. 바로 스테판 베크먼(Stefan Beckman). 광고 캠페인, 화보, 패션쇼, 전시회 등 패션과 아트를 넘나들며 다양한 세트를 디자인하고 구성하는 스테판 베크먼 스튜디오는 샤넬,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프라다, 오스카 드 라 렌타 등 세계 유수의 패션 하우스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특히 마크 제이콥스와는 2006년 F/W 시즌부터 지금까지 열세 번의 쇼를 함께 진행하며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한다. 머리 위로 500개의 구름 모양 회색 베개가 둥둥 떠 있던 2014년 F/W 시즌 런웨이 세트는 의상의 컬러, 패브릭, 무드 등 전반적 요소를 섬세하게 고려한 뉴트럴 톤으로 꾸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2015년 S/S 시즌 런웨이에는 카키, 네이비, 브라운 등의 어두운 컬러가 지배적인 밀리터리 무드 룩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세트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바로 핫 핑크 컬러(마크 제이콥스의 표현을 빌리면 소화제 ‘Pepeto-Bismol’ 컬러)의 거대한 바비 하우스를 맨해튼 갤러리 한가운데로 옮겨놓은 것. 이토록 극명한 대비를 이룬 캣워크, 이번 시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쇼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2007년 파리 에스파스 루이 비통에 전시한 러셀 크로티(Russell Crotty)의 < Globe Drawings >

홍콩 퍼시픽 플레이스 루이 비통 글로벌 매장 4층 애니메이션 스페이스에 등장한 라방튀르 팝업 스토어

도쿄 에스파스 루이 비통에서 2015년 1월 4일까지 진행하는 ‘IN SITU-1’프로그램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글로벌 스토어 오픈을 기념한 열기구 모티브 쇼윈도

루이 비통 × 비주얼 이미지 스튜디오 / 아트 & 컬처 부서
루이 비통은 예술과 관련한 브랜드의 활동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특별한 부서가 본사에 있다. 그중 하나가 비주얼 이미지 스튜디오. 매장 디스플레이 전담 부서로 루이 비통 고유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알리는 일을 한다. 특히 쇼윈도 디자인이 이들의 대표적 활동이다. 1854년 브랜드 탄생 이래 매장 건축과 윈도 디스플레이는 루이 비통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왔다. 특히 쇼윈도는 단순히 제품을 보여주기보다 대중과 소통하고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은 전시 공간의 기능을 하고 있다. 브랜드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독창적인 컨셉의 윈도 디스플레이를 선보이는 것이 이 부서의 역할. 그뿐 아니라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합류하면서 시작한 ‘Series 1’ 같은 루이 비통 관련 전시회 공간을 디자인하고, 팝업 스토어의 컨셉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을 구상하고 현실화하는 것도 이들의 업무다. 지난 4월, 타일러 브룰레(Tyler Brule)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홍콩 퍼시픽 플레이스의 루이 비통 글로벌 매장 4층 애니메이션 스페이스에 등장한 라방튀르(L’Aventure, 모험) 팝업 스토어를 기획한 것이 그 예다. 한편 아트 & 컬처 부서는 루이 비통이 운영하는 순수 전시 공간이자 복합 문화 공간인 에스파스 루이 비통을 위해 새롭게 조직한 팀이다. 이들은 파리, 도쿄, 뮌헨 등 세계 각지의 에스파스 루이 비통에서 매년 3~4회의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2006년 파리 샹젤리제 메종에 처음 에스파스 루이 비통이 탄생한 이래 지금까지 ‘여행’이라는 주제를 건축가, 디자이너, 사진작가, 극작가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손길로 변주한 작품이 등장했다. 2005년 파리 에스파스 루이 비통에서 열린 첫 전시의 주인공인 퍼포먼스 아티스트 바네사 비크로프트를 비롯해 2006년 <아이콘(Icones)>전에서는 자하 하디드·시게루 반·우고 론디노네·제임스 터렐을 비롯한 9명의 건축가와 설치미술가가, 2008년 <메터모퍼시스-한국의 트러젝터리스(Metamorphosis: Korean Trajectories)>전 에서는 서도호·전준호·김범 등 수많은 아티스트가 이곳을 거쳐갔고, 그간 파리에서만 총 22회의 전시를 개최했다. 이처럼 브랜드 고유의 차별화된 공간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마주한 다양한 경험을 나누고 이를 창작의 영역으로 이끌어 ‘여행’이라는 테마에 색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에스파스 루이 비통. 다시 말해 이곳은 여행가방 브랜드로 시작한 루이 비통의 근원을 지키는 요새이자, 나아가 루이 비통의 미래를 보여주는 뜻깊은 공간이다. 그리고 여기서 일어나는 일련의 활동을 계획, 관리하는 아트 & 컬처 부서는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예술의 조우, 그들의 발전 방향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블루 & 조이의 알루미늄 소재 종이비행기 모형물

펜디 × 블루 & 조이
전 세계 27개의 펜디 부티크 쇼윈도를 점령한 종이비행기 모양의 조형물은 어디에서 날아온 것일까? 4000개가 넘는 색색의 알루미늄 조각으로 만들어 홍콩, 밀라노, 파리, 뉴욕, 서울 등 세계 주요 도시에 내려앉은 물체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듀오 파비오 라 파우치(Fabio la Fauci)와 다니엘레 시갈로트(Daniele Sigalot)의 작품. 이들은 2005년 ‘블루 & 조이’라는 그룹을 결성한 이래 디자인 스튜디오 ‘라 피체리아(La Pizzeria)’를 운영하며 유화부터 모자이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알루미늄을 종이처럼 활용하는 기술은 이들의 특기이자 장기로 나폴리의 레알레 궁전 미술관, 밀라노의 트리엔날레 미술관 벽과 바닥을 강타한 종이비행기 역시 블루 & 조이의 작품. 이들은 올 9월부터 펜디가 엄선한 스토어의 쇼윈도 디스플레이를 맡은 것은 물론, 지난 8월에는 홍콩의 새로운 펜디 부티크 오프닝을 기념해 구리색, 은색, 금색조의 종이비행기 조형물을 활용한 설치 작품을 장식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이들의 알루미늄 종이비행기는 전통, 실험정신, 창조정신을 하우스의 유산으로 삼는 펜디의 역동성을 대변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잭슨 홍의 톡톡 튀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에르메스 쇼윈도

에르메스 × 잭슨 홍
지난여름,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쇼윈도를 점령한 공룡 ‘에르메사우르스(Hermesaurs)’는 고즈넉한 도산공원 앞 거리를 생기발랄함으로 가득 채웠다. 열대우림, 도시, 대서양 등 세계 곳곳을 활보하는 거대한 공룡이 여름을 닮은 강렬한 원색의 옷을 차려입고 메종 앞을 지나는 이들의 동화적 상상력을 자극한 것. 올해 이곳의 윈도 디스플레이를 담당한 주인공은 바로 현대미술 작가 잭슨 홍(Jackson Hong)이다.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삼성자동차의 디자이너로 근무한 그는 순수 아티스트로 전향, Cranbrook Academy of Art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한 이후 수차례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치렀다. 사실 그와 에르메스의 인연은 이번 프로젝트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에르메스 재단의 후원으로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박미나 작가와 함께 전을 개최했고, 2012년에는 구동희, 이미경 작가와 함께 제13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듯 에르메스가 꾸준히 주목해온 국내 작가 중 한 명으로, 그는 올해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얼굴 단장’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은 것이다. 올해 윈도 디스플레이의 테마는 ‘변신(metamorphosis)’. 잭슨 홍은 한정된 주제와 공간 안에서 창의성을 최대한 발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을 독창적으로 이끌며 봄에는 ‘숲’, 여름에는 ‘공룡’, 가을에는 달콤한 ‘디저트’를 모티브로 작은 에르메스 세상을 구현해냈다. 작품에 대한 폭발적 반응에 힘입어 올겨울에는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뿐 아니라 새롭게 오픈하는 롯데 에비뉴엘 월드타워의 에르메스 매장 윈도 디스플레이 역시 이목을 모으고 있다. 2개의 거대한 외부 윈도와 3개의 내부 윈도를 장식하는 이번 디스플레이의 주제는 승마 종목의 하나인 ‘장애물 뛰어넘기(show jumping)’로 에르메스의 신상품이 장애물과 펜스로 변신해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한다. 위트 있는 연출로 웃음을 자아내는 그의 윈도 디스플레이는 에르메스의 유쾌한 예술 사랑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에디터 이혜미 (hm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