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al & Romantic
2015년 F/W 시즌 메인 트렌드로 떠오른 보헤미안 룩과 고딕 룩. 낯설지만 익숙하고, 독특하지만 멋스러운 2가지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
Alexander Wang

Givenchy by Riccardo Tisci

Alexander McQueen

Haider Ackermann
Avant-garde Gothic
맵시 있게 차려입은 디스코 룩이 열풍을 일으킨 1970년대, 한편에서는 이에 대항하는 음산한 분위기의 고딕 룩이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당시 음악 장르가 패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유행을 이끈 것과 마찬가지로 고딕 스타일 역시 고스 록, 메탈 음악과 함께 발전해 기성세대에 반항하는 하위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다. 죽음, 어둠, 공포 등의 단어로 대변되는 고딕 룩은 이내 새롭고 기이한 것에 관심을 갖는 디자이너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이엔드 터치를 가미한 오트 고스(haute goth)의 선발주자인 알렉산더 맥퀸과 릭 오웬스 등은 현실적이지 않은 치명적 아름다움을 런웨이 위에 재현한다. 한편 이번 시즌 고딕 룩은 전혀 다른 주제 속에 고딕 요소를 녹여낸 것이 특징. 지방시는 강인한 라틴계 여성을 주제로 한 컬렉션에 브랜드의 장기인 어두운 감성을 적절히 버무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고딕 스타일을 완성했고 알렉산더 왕은 보머 재킷, 퀼팅 코트 등 스트리트 감성 물씬 풍기는 옷에 블랙 컬러, 코르셋 같은 중세적 무드를 가미했다. 마치 고딕 룩에 심취한 힙스터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고딕 스타일이 극도로 모던하고 트렌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킨 컬렉션이다.
Style Keywords
Marc Jacobs

Ann Demeulemeester
Gloves
글러브는 고딕 스타일을 더욱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화룡점정의 액세서리. 앤 드뮐미스터는 슬리브리스 톱에 팔 중간까지 오는 긴 글러브를 매치해 시크한 매력을 살렸고, 톰 브라운·마크 제이콥스·하이더 아커만은 손등을 덮는 짧은 길이의 글러브로 손목 부분을 살짝 노출해 여성스러운 동시에 신비로운 느낌을 더했다.
Thom Browne

Alexander Wang

Alexander McQueen
Black
가장 클래식한 동시에 전위적인 컬러 블랙은 고딕 룩에서 빠져선 안 될 요소. 하지만 지나치게 어둡기만 한 이미지가 부담스럽다면 레드 컬러 같은 원색으로 포인트를 가미하거나 반짝이는 비즈, 시어한 레이스, 광택이 흐르는 벨벳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스타일의 변주를 즐길 것.
토즈의 와이드 레더 벨트
Leather
록과 메탈 문화의 영향 탓인지 고딕 스타일을 대변하는 소재는 단연 가죽이다. 알렉산더 맥퀸, 앤 드뮐미스터 등의 쇼에서 가죽 의상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 런웨이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레더로 장식한 모델이 줄지어 등장했지만 리얼웨이라면 시폰, 니트 등 이질적 소재를 믹스 매치해 가죽 고유의 강인한 느낌을 중화할 것. 혹은 살결을 드러내 답답한 느낌이 없도록 연출하는 것이 좋다. 가죽 의상이 부담스러운 이라면 블랙 의상에 와이드 벨트, 사이하이 부츠 등의 레더 액세서리를 활용해보자.



Bohemian Rhapsody
보헤미안은 19세기 후반, 사회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긴 예술가, 지식인, 문학가 집단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들이 즐겨 입은 집시풍 의상이 바로 보헤미안 스타일로 해지고 닳은 듯한 디자인과 잔잔한 전원풍의 플로럴, 페이즐리 패턴 등이 이를 규정한다. 1990년대 말에는 ‘보헤미안 시크’의 줄임말인 ‘보호 시크(boho chic)’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새로운 트렌드의 도래를 알린다. 이내 스텔라 매카트니를 비롯한 다수 디자이너의 런웨이를 물들인 것은 물론 케이트 모스, 시에나 밀러 등의 톱 셀레브러티가 이를 즐긴 덕분에 ‘보헤미안 스타일이 가장 세련되고 멋스러운 유행’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매 시즌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한 보헤미안 룩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이번 F/W 시즌에는 끌로에, 버버리 프로섬, 랑방, 로베르토 까발리, 에트로 등이 이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다양성과 다문화를 인정하는 자세는 최근 패션계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며, 하이패션이 추구하는 낭만적 아름다움까지 겸비했으니 보헤미안 스타일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은 당연하다.
Style Keywords
Lanvin

Just Cavalli

Lanvin
Neutral
오래된 옷처럼 빛바랜 느낌의 뉴트럴 컬러는 보헤미안 룩의 필수 조건. 카키, 토프, 베이지, 그레이시 블루 등의 부드러운 자연색은 이 계절과도 근사하게 어울린다. 랑방처럼 유사한 컬러를 톤온톤으로 연출하거나 저스트 까발리와 같이 강렬한 원색을 한두 가지 섞어 스타일링하면 훌륭한 데일리 룩이 완성된다.
버버리의 프린지 토트백
Fringe & Feather
움직임에 따라 찰랑이는 프린지 장식과 하늘하늘한 깃털 장식은 보헤미안의 노매드 감성을 증폭시키는 디테일이다. 2015년 F/W 시즌에는 코트와 케이프 끝자락, 가슴 중앙 부분 등에 이러한 장식을 과장되게 더한 재미있는 의상이 눈에 띈다. 특히 버버리의 경우 프린지를 층층이 쌓아 올린 케이프를 선보이는가 하면, 슈즈나 가방 전면에도 프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Tory Burch

Chloe
Scarf
무심하게 늘어뜨린 스카프는 여유로운 방랑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끌로에와 토리 버치는 가는 실크 스카프를 한 번 매듭지어 타이처럼 연출했고, 버버리 프로섬은 아우터 위로 스카프를 둘둘 감아 길게 늘어뜨렸다. 보헤미안 룩을 좀 더 쉽게 완성하고 싶다면 에스닉한 패턴이나 태슬 장식을 더한 스카프를 잊지 말 것.
에디터 이혜미 (hmlee@noblesse.com)
사진 ImaxTree(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