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avor of Winter
추위를 뚫고 싹을 틔운 채소와 길가에 핀 꽃잎, 차가운 바닷속을 유영하는 살이 꽉 차오른 생선과 산이며 들을 뛰노는 야생동물…. 자연과 함께 일상의 모든 순간을 음미하며 살아가는 북유럽의 미식 세계에서 영감을 얻어 겨울 식자재로 완성한 순수하고 건강한 맛. 춥지만 그림처럼 아름다운 북구의 서정을 표현했다.
Fantasy Aurora
적막한 겨울밤에 피는 꽃, 찬란한 빛깔이 너울너울 하늘을 물들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북극의 붉은 아침’ 오로라를 새하얀 플레이트 위로 옮겼다. 오솔레 굴 주변을 비트와 석류를 농축해 만든 강렬한 붉은빛 주스와 초록빛 허브 오일로 그러데이션하니 밤하늘에 흐르는 신비로운 오로라처럼 형형색색 빛깔이 황홀하게 나풀거린다. 바다의 진미인 굴 중에서도 서해 갯벌에서 자란 손바닥 반만 하고 살이 도톰한 오솔레 굴은 즙이 살아나도록 스팀에 살짝 찌고 레몬 오일에 매리네이트한 다음 캐비아와 딜로 장식했다.
에디터 문지영(jymoon_@noblesse.com)
사진 심윤석 요리 김성운(테이블포포)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Delicious Garden
세계적 레스토랑 ‘노마’를 탄생시킨 레네 레제피 셰프는 코펜하겐의 한 농장을 방문해 땅에서 갓 뽑은 채소를 씹어 먹으며 노르딕 퀴진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이 허락한 재료만 이용해 요리를 만든다. 덴마크의 부엌이라 불리는 건강하고 풍요로운 밭을 떠올리며 빵가루와 오징어 먹물, 허브를 곱게 갈아 흙을 연상시키는 크럼블을 만들고, 허브 마요네즈 소스 위에 어린 뿌리채소를 심어 텃밭 같은 요리를 완성했다. 겨울에는 땅속 깊이 뿌리내리고 그 땅의 기운을 고스란히 머금은 뿌리채소가 제맛. 살짝 데친 래디시, 자색 당근, 릭은 허브 마요네즈 소스와 함께 먹으면 건강하고 담백한 맛이 살아난다.
서로 다른 크기의 비정형 화이트 플레이트 세트는 Yido 제품
에디터 문지영(jymoon_@noblesse.com)
사진 심윤석 요리 김성운(테이블포포)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Quiet Birch Forest
눈 쌓인 노르웨이의 자작나무 숲. 귀인의 살결 같은 새하얀 수피를 입고 푸른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모습. 만물이 헐벗은 겨울 숲에서 새하얀 살결은 처연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다. 백야처럼 뽀얀 속살을 드러낸 자작나무 위에 노르웨이의 랍스터라 불리는 작은 바닷가재 랑구스틴을 올렸다.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로 매리네이트한 랑구스틴을 숯불 위에 얹고 토치로 가볍게 익히면 은은한 훈연 향이 배어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집게발을 푹 끓여 졸인 비스큐 소스를 곁들이면 단맛이 일품인 랑구스틴과 궁합이 잘 맞는다.
자작나무를 올린 플레이트는 Haam, 와인글라스는 Innometsa 제품.
에디터 문지영(jymoon_@noblesse.com)
사진 심윤석 요리 김성운(테이블포포)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Happenings in the Wild
“한밤중에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깨면 나는 야생 오리들이 물 위에서 아름답게 쉬고 큰 왜가리가 거니는 곳으로 가서 누워본다.” 류시화의 시 ‘야생 속의 평화’의 한 구절처럼 아늑하고 평화로운 호숫가에서 볼 수 있는 야생 오리. 덴마크나 스웨덴의 호수에서도 물 위를 부유하는 야생 오리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젖은 짚 더미 위에 얹은 야생 오리 구이는 노르딕 퀴진의 상징적 메뉴. 때마침 국내에서도 10월에서 1월 사이에 야생 오리를 잡을 수 있다. 태안에서 수렵한 야생 오리를 6일 이상 숙성시켜 부드러운 질감을 살린 후 팬에 살짝 굽고, 겨울이 제철인 총알송이버섯과 달착지근한 비트 콩피를 가니시로 곁들여 오리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오리고기를 올린 크림색 플레이트와 뒤쪽의 볼 2개는 Innometsa 제품.
에디터 문지영(jymoon_@noblesse.com)
사진 심윤석 요리 김성운(테이블포포)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Secret of the Viking
9세기, 북유럽에 뿌리내린 바이킹족은 콜럼버스보다 먼저 지금의 아메리카인 뉴잉글랜드에 당도했다. 그들이 스칸디나비아를 떠나 대서양을 건너는 긴 항해에 성공한 건 말린 대구 덕분이라고 알려졌다. 지금도 노르웨이 트롬쇠의 주식인 대구. 바다로 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북극해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시 감상에 젖으면 월척이 낚싯바늘을 문다. 그 대구를 팬프라이하지 않고 올리브 오일과 버터, 우유를 넣어 저온 조리하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 연한 살을 음미할 수 있다. 중국 식물인 카이란과 브로콜리를 접목한 브로콜리니와 감자 퓌레, 래디시, 밤 크럼블을 더해 화사하면서 건강한 내음 물씬 풍기는 플레이트를 완성했다.
플레이트는 8colors.
에디터 문지영(jymoon_@noblesse.com)
사진 심윤석 요리 김성운(테이블포포)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
A Breath of Blue Lagoon
블루라군은 기괴한 곳이다. 이끼밖에 없는 돌투성이 황야 한가운데에 갑자기 온천이 나타나고, 물은 온통 은연한 하늘빛이다. 수증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구름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몽환적인 풍경에서 영감을 얻은 디저트는 뿌옇게 퍼지는 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봄 딸기보다 당도가 높고 신맛이 덜한 겨울 딸기는 복분자 주스를 가미한 머랭을 입혀 자갈처럼 표현했고, 그 사이로 감귤 아이스 캐비아를 뿌렸다. 액화질소를 살짝 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빙하 속 온천을 묘사했다.
대리석 마블 트레이는 8colors, 와인글라스는 Innometsa 제품.
에디터 문지영(jymoon_@noblesse.com)
사진 심윤석 요리 김성운(테이블포포) 푸드 스타일링 김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