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LETTER

노블레스 매거진의 뉴스레터를 신청해보세요.
트렌드 뉴스와 이벤트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닫기

For Everyone and Anyone

FASHION

성별과 나이, 인종과 상관없이 패션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오히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경계를 허물고 그 거리를 좁혀나가는 중이다.

레이첼 코메이

마크 제이콥스

패션이 지극히 단편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완벽하게 치장한 모델이 캣워크를 거니는 장면과 잡지 속 근사한 이들의 모습은 분명 일상과는 거리가 머니까. 우리 눈에 익숙하고 정형화된 패션은 어쩌면 특정 인종과 체형, 성별의 소수를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이를 인지하고 패션의 울타리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패션은 모두가 즐겨야 마땅하니까!
예를 들어 ‘누드 컬러’라는 단어를 연상할 때, 당신은 어떤 색상이 떠오르는가? 전형적인 패션에 물든 이라면 자연스레 연한 베이지 컬러라고 답할 거다. 누드 컬러는 분명 블랙이나 화이트처럼 뚜렷하지 않은 색상인데도 말이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누드 컬렉션에는 밝고 어두운 여러 종류의 ‘누드 컬러’가 존재한다. 길어 보이기 위해 피부와 비슷한 컬러의 슈즈를 선호하는 전 세계 모든 여성을 위한 컬렉션이다. 2013년 5가지 누드 컬러로 첫선을 보인 후, 2016년 S/S 시즌에 포슬린(porcelain)과 딥 초콜릿 컬러를 추가하면서 7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컬러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본인의 피부 색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누드 톤을 찾을 수 있게 된 셈! 미국의 란제리 브랜드 나자(Naja)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누드포올(Nude for All) 컬렉션은 1번부터 7번에 이르는 채도의 란제리를 선보이며 전 세계 여성 누구나 자신의 피부에 가까운 속옷을 착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면 문화와 종교적 배경 탓에 정해진 의상을 고수해야 하는 여성은? 늘 아바야와 히잡을 걸쳐야 하는 무슬림 여성을 위한 패셔너블한 컬렉션 역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돌체 앤 가바나 특유의 호화로운 패턴과 컬러를 가미하거나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로 장식적 요소를 더한 전통 무슬림 의상처럼. 여성을 억압하는 의상이란 점에서 논란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지극히 서양 중심으로 흘러가는 트렌드의 홍수 속에서 다른 문화권을 위한 컬렉션의 비중도 점점 커져가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마크 제이콥스의 컬렉션 런웨이에 등장한 가수 베스 디토의 모습도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일반적 캣워크에선 보기 드문 체형이지만, 누구보다 근사하게 마크의 의상을 소화해 환호를 받았으니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베스는 플러스 사이즈 여성을 위한 자체 브랜드를 런칭하기도 했다. 뉴욕의 패션 디자이너 레이첼 코메이의 2016년 S/S 컬렉션에선 일반적 모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다양한 인종과 연령대, 몸매의 여성 개개인이 그녀의 새로운 의상을 소개하는 주인공이었다. 마치 누가 입어도 멋스러운 의상이라고 이야기하듯 풀어낸 컬렉션에서 패션을 누리는 수많은 이들을 떠올릴 수밖에.
한편, 이미 여러 번 수면 위로 오른 젠더리스 트렌드 역시 경계를 허무는 패션의 움직임의 일부다. 지난 3월 요지 야마모토는 B 요지 야마모토라는 새로운 라인을 런칭했다. 요지 야마모토의 감독 아래 의기투합한 젊은 디자이너팀이 일상적 의상을 만드는 브랜드로, 기본적으로 여성을 타깃으로 했지만 남성 역시 소화할 수 있는 사이즈와 디자인을 선보인다는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다. 보다시피 우리의 사고방식을 건드리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말을 건네는 패션의 적극적인 태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소한 변화에서 시작했지만,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깊다.

크리스챤 루부탱

에디터 | 한상은 (hans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