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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Perfect Steak

LIFESTYLE

전문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즐기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두툼한 스테이크가 지금 가장 핫한 미식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스테이크의 무한 매력을 완벽하게 즐기기 위한 흥미로운 사실.

볼트 스테이크하우스 자체 숙성실에서 3주간 드라이에이징한 포터하우스와 베이컨

안심이나 등심 중 하나를 골라 바짝 익힌 웰던 타입 스테이크에 소스를 듬뿍 얹어 먹는 건 어느덧 촌스러운 풍경이 되어버렸다. 원뿔(+ 등급)과투뿔(++ 등급)을 입에 올리고 마블링 많은 고기가 최고인 줄 알던 시절도 넘어다. 시작은 이미 4~5년 전부터다. 이‘ 사벨 더 부처’에서 최상급한우를 드라이에이징한 스테이크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고, 뒤이어 신사동 가로수길에 오픈한 ‘구스테이크528’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열풍을 일으키며 에이징의 시대가 도래했다. 레스토랑 안에 갖춰놓은 자체 숙성실에서 2~3주의 시일을 두고 직접 숙성시킨 큼직한 소고기를 통째로 구워낸 스테이크는 많은 미트테리언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후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가 트렌드세터의 잇 아이템만큼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CJ푸드빌에선 캐주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를 벗고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내세워 고급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한 ‘더스테이크하우스 바이 빕스’를, SG다이닝은 전문 스테이크하우스 ‘부처스컷’에서 자체 개발했다는 숙성법(1차 웨트에이징 후 드라이에이징하는 방식)을 통해 꽃등심과 뉴욕 스트립 스테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나라셀라에서 운영하는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 역시 제대로 에이징한 고기를 풍성한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테이크 전문점으로 손꼽히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그 가운데 최근 스테이크하우스의 지형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본격적으로 뉴욕 스타일 스테이크를 표방한 스테이크 레스토랑이 출현한 것이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 뉴욕의 3대 스테이크하우스로 손꼽히는 ‘BLT 스테이크’가 홍콩에 이어 아시아에선 두 번째로 문을 열었고, 한번 맛본 이들은 잘 잊지 못한다고 고백하곤 하는 뉴욕 ‘피터루거 스테이크’의 고기도 국내에서 맛볼 수 있게 되었다. 한남동의 싱글 몰트위스키 바로 유명한 ‘볼트 +82’가 청담동에 두 번째 바를 열면서 함께 오픈한 ‘볼트 스테이크하우스’에서 피터루거에 납품하는 소고기를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 스테이크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BLT, 피터루거와 함께뉴욕 스테이크하우스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도 국내에 진출, 2월 말 중 청담동에 문을 연다. 뉴욕의 가장 인기 있는 스테이크하우스 3곳의 스테이크를 국내에서 모두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레스토랑은 미국 유학이나 여행 시 맛본 ‘그 때 그 스테이크’를 잊지 못하는 30~40대 사이에서 열광적 지지를 얻고 있다. 이들 레스토랑이 공통적으로 선보이는 ‘뉴욕 스테이크’는 다분히 남성적 느낌을 준다. 접시 위에 소스도 없이, 표면에 진한 그릴 자국만 새긴 채 덩그러니 놓인 두툼하고 투박한 고기 한 덩어리. 음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어떠한 시각적·미각적 장식도 없이 고기 맛으로 승부하려는 듯 단순하고 터프하다(한국인의 취향에 맞게 소스와 가니시를 더해 내는 경우도 있지만). 볼트 스테이크하우스의 마서우 대표는 스테이크야말로 남자에게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했다. 젠체하며 얌전하게 조금씩 맛보기보다,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큼직한 고기를 듬성듬성 썰어 먹는 멋이 있는 요리. 그러나 여심도 사로잡을 만큼 반전의 맛을 품고 있다. 터프한 생김새 속에 고온에서 구운 순수한 육질에서 느껴지는 풍부하면서 감미로운 맛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크의 맛은 고기, 숙성, 굽기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조리법이나 모양새가 단순해 스테이크를 잘 안다고 여기던이도, 스테이크는 다 거기서 거기라며 심드렁해하던 이도 제대로 된 뉴욕 스테이크를 맛보면 전부 착각과 오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체크해봐야 할 스테이크의 진실.

BLT 스테이크의 토시살을 구운 행어 스테이크

BLT 스테이크의 시그너처인 프라임 뉴욕스트립 스테이크. 미디엄으로 구운 것.

볼트 스테이크하우스에서는 맥캘란 18년산 같은 셰리 캐스크와 함께 매치해볼 것을 권한다. 와인과는 다른 진한 풍미를 더한다.

스테이크엔 미국산 소고기 구스테이크528이 한창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붐을 일으킬 때 취재차 만난 김현석 대표는 오픈 당시부터 여러 종류의 고기를 다 써봤지만 미국산 소고기만큼 스테이크용으로 잘 맞는 건 없다고 했다. 한우는 호주산이나 미국산에 비해 더 선홍빛을 띠고 지방이 많다. 지방이 많다는 건 마블링이 풍부하다는 얘긴데, 너무 많은 마블은 두껍게 구워야 제맛인 스테이크에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한우는 스테이크보다는 얇게 잘라 구워 먹는 용도에 잘 어울린다. 반면 호주와 미국에서는 국내와 달리 소를 방목해 키우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한우보다 지방이 적다. 호주산은 주로 목초를 먹이는 ‘그래스페드(grass-fed)’ 방식으로 키운 소고기가 많고 미국산은 곡물을 섭취한 그‘ 린페드(green-fed)’가 주를 이루는데, 풀을 먹여 특유의 잡내가 나는 데다 퍽퍽한 그래스페드보다 잡내가 없고 마블이 많아 부드러우면서 고소한 미국산 소고기가 스테이크용으론 더 적합하다. 볼트 스테이크하우스는 미국산 중에서도 아주 특별한 소고기를 사용한다. 피터루거 스테이크하우스에 납품하는 미국의 ‘마스터 퍼베이어스’에서 고기를 공급받고 있다. 마스터 퍼베이어스는 오랜 전통을 지닌 올드 패션 부처링(butchering) 회사로, 미국 내 여러 주(state)의 7개 도축장에서 받은 USDA 프라임 비프만 사용한다. 전체 생산량 중 약 2~3% 이내의 최상급 소고기다. 이 소고기는 다시 ‘핸드 셀렉트’ 과정을 거친다. 손으로 직접 최상의 소고기를 고르는 작업이다. 공산품이 아닌 이상 아무리 좋은 등급을 받았다고 해도 약간의 차이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스터 퍼베이어스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손으로 만져보고 직접 선별해낸 최상급 소고기는 배가 아닌 항공으로 직배송한다. 핸드 셀렉트한 순간부터 한국으로 배송하기까지 15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니 이곳에서 표방하는 ‘Farm to Table’이란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다. 이렇게 좋은 품질의 고기를 쓰기 때문에 오랜 기간 드라이에이징을 거쳐 육즙이 줄어들어도 부드러운 풍미를 즐길 수 있다고 자신할 정도다. 그렇다고 한우와 호주산 소고기가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한 건 아니다.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에서는 웨트에이징한 호주산 와규(호주산 블랙앵거스와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해 마블이 풍부한 일본산 소를 교배한 품종)가 립아이 스테이크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BLT 스테이크에서는 국내산 1++ 한우와 미국 블랙앵거스 프라임 등급, 마블 7등급의 호주산 와규 등을 다양하게 사용한다. 국내 고객의 다양한 입맛과 취향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다.

볼트 스테이크하우스의 레스토랑 내에 설치한 고기용 쇼케이스. 숙성실에서 직접 숙성시킨 쇼트로인에서 주문받은 부위를 잘라 굽는다.

드라이에이징한 소고기는 겉표면이 거뭇하게 마르는 대신 풍미와 감칠맛이 더해진다. 오래 숙성할수록 진한 맛과 향이 밴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

에이징의 진실 스테이크 좀 먹어본 이라면 제대로 된 숙성을 거쳐야 좋은 맛이 난다는 것, 고기 숙성 방식이 웨트에이징과 드라이에이징 2가지로 나뉜다는 사실쯤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웨트에이징은 부패를 방지기 위해 공기가 잘 통하지 않도록 진공포장해 냉장 보관하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도축한 소의 뭉쳐 있는 근육이 풀리는 과정이기 때문에 고기가 더 부드럽고 맛도 좋아지지만, 고기의 품질을 높여주진 못한다. 반면 드라이 에이징은 보통 수준의 고기라도 풍미와 감칠맛까지 더해주는 마법 같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웨트에이징은 가공하지 않은 고기 본연의 맛을, 드라이에이징은 육즙은 조금 줄어들더라도 육향과 연도(부드러운 정도)가 크게 향상된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드라이에이징의 관건은 온도(1~4℃)와 습도(60~85%)를 유지하는 것이다.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서 말려야 수분이 날아가면서 고기 특유의 맛과 향이 응축된다. 최소한 지켜야 할 기간은 2주 정도지만, 어느 정도가 더 좋다고 단정할 순 없다. 개인의 취향 차이이기 때문이다.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의 조우상 셰프는 숙성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분이 점점 날아가면서 더 농축된 풍미가 남는다고 전한다. 단백질 조직이 조각조각 흩어지며 보드라우면서 탱탱한 육질로 변하고, 맛과 향도 훨씬 짙고 강해지기 때문이다.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에서는 3주 이상 숙성이 기본. BLT 스테이크는 한국인의 평균적 입맛을 고려해 2주를 기본 숙성 기간으로 한다. 이곳의 박홍희 셰프는 5주를 넘기면 견과류나 블루치즈의 풍미가 진하게 느껴져 호불호가 갈린다고 말한다. 자체 숙성실을 갖추고 에이징의 묘미를 맛보는 데 중점을 두는 볼트 스테이크하우스는 웨트에이징은 배송 시간 포함해 2주 이상, 드라이에이징은 최소 숙성 기간을 4주로 설정했다. 스테이크 마니아이기도 한 마서우 대표는 4주 이상 드라이에이징한 고기를 통해 특유의 너티한 플레이버를 느껴보길 권한다. 이곳에선 고기의 경년 변화를 전부 경험할 수 있는 ‘마스터피스’ 코스도 마련해놓았다. 통으로 자른 큼직한 쇼트로인을 구입해 이곳을 찾을 때마다 1~8주간 숙성에 따른 맛의 변화를 경험해보는 것도 에이징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재미가 될 듯하다. 어떤 부위냐에 따라 에이징 방식도 다르다. 예를 들어 마블이 많은 한우는 드라이에이징엔 알맞지 않다. 포터하우스나 티본, 뉴욕 스트립, 본인 립아이는 뼈에서 배어나는 특유의 풍미 덕분에 드라이에이징하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고, 뼈가 없는 본리스 립아이나 필레미뇽 같은 안심 부위는 웨트에이징 방식이 고기의 부드러운 참맛을 느끼기에 좋다.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의 본인 립아이 스테이크. 그릴에 구운 알배추와 나파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인 ‘바소(Vaso)’를 곁들였다.

BLT 스테이크 주방 안의 브로일러에서 고기를 굽는 모습

스테이크 맛의 완성, 굽기 스테이크 맛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굽기’다. 오븐이나 그릴에 그냥 올려놓고 구워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생각보다 훨씬 섬세한 과정이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는 온도가 가장 중요하다. 온도를 잘 맞춰야 겉표면을 크리스피하게 구우면서 속은 육질과 육즙이 촉촉하게 배도록 시어링(searing)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BLT 스테이크와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사용하는 ‘브로일러’는 스테이크 굽기를 위한 이상적 도구인 듯하다. 위아래에서 동시에 고온(순간 최고 온도가 1000℃에 육박한다)으로 구워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는다. 브로일러에서 구운 후 브라운 버터를 발라 오븐에 한 번 더 구우면 풍미가 한층 좋아진다. 볼트 스테이크하우스는 팬과 그릴, 직화 3가지 방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팬에서 고기의 육즙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강한 불로 지진 후 그릴에서 다시 한 번 굽기의 정도를 맞춘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취향에 따라 직화를 통해 겉표면을 한층 바삭하게 구워낸다. 이 스테이크 전문점 3곳에서는 드라이에이징의 풍미를 잘 느낄 수 있는 굽기 정도로 미디엄 레어를 추천한다. 굽기 정도 역시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꼭 그렇게 주문해야 한다는법은 없지만 말이다. BLT 스테이크에서는 웰던 타입을 선호하는 손님에겐 지방이 많아 퍽퍽하지 않은 스트립을 권하기도 한다. 완벽한 굽기 과정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아직 한단계가 더 남아 있다. 고기를 구운 후 바로 내지 않고 ‘쉬게 하는’ 레스팅(resting)이다. BLT 스테이크의 박홍희 셰프는 레스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BLT에서는 7~10분간 반드시 레스팅을 합니다. 육즙을 가둬두기 위한 과정이죠. 고기 구울 때 열을 가하면 수분이 가운데로 몰리기 때문에 육즙이 그대로 흘러나와 퍽퍽해지거든요. 레스팅이 제대로 돼야 육즙이 적당이 밴 촉촉한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어요.”

에디터 이정주(프리랜서)
사진 이창재  도움말 및 취재 협조 더 반 프라임 스테이크하우스, 볼트 스테이크하우스, BLT 스테이크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