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a Fairy Tale
‘상상하는 모든 신발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은 세상에 없던 구두를 탄생시켰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브랜드로 알려진 큐 바이 파스콸레의 아시아 런칭을 앞두고 <노블레스>가 슈즈 디자이너 파스콸레 파브리치오를 만났다.
큐 바이 파스콸레의 디자이너, 파스콸레 파브리치오
슈즈 브랜드 큐 바이 파스콸레(Q by Pasquale)는 ‘셀레브러티의 브랜드’로 통한다. 반세기를 지나며 이름을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와 세계적 뮤지션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무엇이 스타들을 매료시켰는가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매 시즌 주목받으면서도 남과 다르길 원하는 셀레브러티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고, 단 한 사람을 위한 독창적 디자인을 내놓기 때문. 현재 브랜드의 이런 정체성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슈즈 디자이너 파스콸레 파브리치오(Pasquale Fabrizio)다. 그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부터 하자면,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를 현실화한 인물이라는 것. 가족 사업을 물려받은 것에 그치지 않고 2005년 세계 최초로 ‘신을 수 있는’ 유리 구두로 브랜드의 아이콘 슈즈를 탄생시킨 이 디자이너의 창조력을 곧 한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파스콸레 파브리치오가 디자인한 유리 구두
큐 바이 파스콸레의 2016 컬렉션
큐 바이 파스콸레는 가족 사업에 바탕을 두고 있죠. 당신은 슈메이커 집안에서 무엇을 물려받았고, 어떤 전통을 이어가고 있나요? 우리 집안에서 이 일을 시작한 사람은 1961년, 제 삼촌이었어요. 그는 LA에 기반을 두고 당대 최고 스타들의 무대용 슈즈를 만들었고 프랭크 시내트라와 딘 마틴 같은 유명인사를 위한 슈즈를 제작했죠. 그 밖에도 삼촌이 주문 제작을 맡은 셀레브러티와 유명인사는 수없이 많아요. 저는 25년 전에 이 일을 물려받았고, 삼촌은 제게 상상하는 모든 슈즈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과 창의력, 최고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전통을 심어줬습니다. 현재 LA에서 부티크를 운영하며 모든 제품을 이탈리아에서 제작, 1년에 서너 번씩 미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어요.
당신이 직접 가족 비즈니스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어떤 면이 가장 크게 달라졌나요? 슈메이킹이라는 게 마치 제 DNA에 있었던 것 같아요. 항상 열정적으로 일했죠. 12년 전에는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셀레브러티와 유명인의 구두를 만들었습니다. 의뢰받은 대로 작업하던 어느 날, 내가 그보다 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프로덕션과 고객들의 피드백을 듣고 더욱 특별한 슈즈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브랜드를 이야기하면서 유리 구두를 빼놓을 수 없죠. 동화 속에나 존재하던 유리 구두를 ‘신을 수 있는 신발’로 만들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그 또한 여행 중 탄생한 아이디어예요. 베니스에서 레터 오프너 하나를 봤는데 손잡이가 유리로 된 제품이었습니다. 갑자기 구두 굽을, 혹은 구두 전체를 유리처럼 만드는 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때부터 집착이 시작됐죠.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이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처음 만든다는 의미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몇 년 동안 이탈리아를 오가며 재료를 찾고 디자인을 연구했어요. 이탈리아에서 무라노 유리 장인들의 작업을 보면서 아름다운 유리 구두에 대한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유리가 깨지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운전할 때도 눈앞에 바로 유리가 있고, 고층 건물도 유리로 만드는 경우가 많죠. 유리는 아주 안전하고 강한 물질이에요. 투명한 구두를 만들기 위해 저는 아크릴 글라스를 사용했습니다. 아크릴은 유리나 마찬가지지만 타는 온도가 다릅니다. 안전하고 강하기 때문에 사람이 신고 걸을 수 있는 재료죠.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제작법에도 기술적인 변화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완전히 투명한 구두를 만드는 것은 재료를 찾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슈즈 바닥에 붙이는 갑피조차 일반적 방법으로 작업할 경우 지저분한 풀 자국이 다 보이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가장 힘든 과정이었지만 성취감은 매우 컸죠.
그 이후에도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사용하는 도전은 계속됐나요? 그럼요. 디자이너는 곧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제 작품을 보고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내가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유리 다음으로는 순금을 사용한 구두를 디자인했죠. 대부분의 회사가 가격 문제로 금을 재료로 사용하지 않지만 가격이 얼마가 되든 이전에 없던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많은 셀레브러티와 인연을 맺어왔죠. 지난봄에는 리애나가 ‘Anti’ 월드 투어 무대에 당신이 제작한 부츠를 신고 오른 것이 기억납니다. 누구보다 감각적이고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당신의 슈즈를 신는데, 스타들의 슈즈를 제작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요? 수많은 셀레브러티가 각자 독특한 재능과 그들만의 비전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모두 이해하고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그들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지 알아야 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면서 누구와도 다른 자신만의 특별함을 드러낼 수 있는 슈즈를 만들어야 합니다. 시상식 같은 이벤트에 참석했을 때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디자인을 내놓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의 요구를 듣고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충족시키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당신의 컬렉션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디자인이 많습니다. 스타일이 뛰어난 만큼 편안한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좋은 슈즈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발과 재료에 대한 이해예요. 옷이나 백이 썩 잘 어울리지 않더라도 그것이 불편함과 직결되진 않죠. 하지면 구두는 조금이라도 안 맞으면 불편하고 짜증스러운 하루가 돼버리잖아요. 저는 삼촌에게 사람의 발과 뼈의 움직임에 대해 배웠고, 당연히 편안함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이번에 아시아에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이 당신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일 것 같습니다. 어떤 기대를 품고 있나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패션 마켓인 아시아에 진출하는 일이 매우 흥분됩니다.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이 브랜드가 새 출발을 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일이고, 특히 배우 허준호 씨와 함께할 수 있어 기쁩니다. 그는 우리의 브랜드 스토리에 매료됐고, 저 또한 그의 재능과 작품이 매우 특별하다고 느꼈죠. 그와 함께 일하며 트렌디한 시장에 우리의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기대되고, 또 성공적일 거라고 확신합니다.
에디터 | 안미영 (myah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