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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mour of an Old House

Noblesse Wedding

고택에서 크리스마스 파티 같은 웨딩을 올린 커플이 있다. 신랑이 선물한 은방울꽃 부케, 한옥에 얽힌 신부의 어릴 적 추억, 세월이 머금은 한옥의 멋이 어우러져 마법 같은 순간을 만들어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하루 앞둔 12월 23일 오후 3시. 사직동 도정궁터에 자리한 운경고택에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크리스마스캐럴이 울려 퍼졌다. 과거 선조의 아버지 덕흥대원군이 거주한 고택에서 작은 파티를 즐기듯 결혼식을 올린 신부 김예빈과 신랑 윤정휘.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고향 안동에 자주 놀러 가 한옥에서 뛰어논 신부의 추억은 마법처럼 이들을 고택으로 이끌었다. “한국의 전통을 살린 클래식하면서도 특별한 웨딩을 꿈꿔왔어요. 겨울에 고택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일이 흔치 않아서인지 다들 너무 좋아했죠.” 웨딩 스폿으로 처음부터 운경고택을 떠올린 건 아니다. 처음엔 남양주에 위치한 부모님의 주말 별장을 염두에 뒀지만 거리가 멀고 겨울에 야외 웨딩은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작은 홀이 있는 호텔들을 후보에 올렸다. 리스트에 있는 호텔을 빠짐없이 방문한 후 스몰 웨딩에 제격인 그랜드 하얏트 호텔 ‘남산룸’으로 거의 마음을 굳혔다. 그러던 중 ‘아틀리에 태인’의 양태인 실장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운명처럼 멋진 공간을 찾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을 만들어드리겠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한옥과 더 잘어울려요.” 고택 웨딩 선배(?)인 신부 김예빈의 조언이다. “화려한 결혼식을 꿈꿔온 분이라면 고택 웨딩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세요.”

돌이켜보면 첫 만남부터 서로가 운명의 상대라는 걸 직감했다. 신부가 아끼는 고등학교 후배의 소개로 인연을 맺은 이들은 LG 트윈스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을 알고 만나기도 전부터 서로에게 급격히 빠져들었다. 신랑이 당시 군 복무 중이라 페이스북과 전화로 20일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한 장도 보지 않은 채! “오히려 외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서로를 진솔하게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주위에서는 ‘금사빠’라고 놀렸지만요. 처음 만났을 때 상상한 것보다 너무 잘생겨서 한동안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답니다.(웃음)” 김예빈의 말이다. 이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해 병원 연구실에서 일하게 된 신부, 제대한 후 학업을 마치러 미국으로 가게 된 신랑은 먼 거리에서도 굳건히 사랑을 키워왔다. “연애 기간 4년 중 떨어져 지낸 시간이 70% 정도였지만 매일 통화하고 기도하며 힘든 시간을 잘 이겨냈습니다.”

‘이명순웨딩드레스’에서 진행하는 오트 쿠튀르 웨딩드레스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에 단 한 벌뿐인 드레스를 만들었다.

드디어 대망의 결혼식이 밝았다. 겨울 중 하루 봄이 찾아온 것 같은 포근한 날씨였다. 하객들이 추울까 봐 손난로와 히터를 넉넉하게 준비했지만 쓸 일이 없었을 정도라고. 신부대기실은 따로 마련하지 않고 하객을 직접 맞이했다. 심리학도인 신부 김예빈은 결혼식 당일의 기분을 심리학 용어를 빌려 설명한다. “‘이인증(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자기로부터 분리된 느낌)’과 ‘비현실감’을 동시에 느꼈어요.(웃음) 날씨, 현장 분위기, 웨딩드레스, 고택, 남편이 선물한 은방울꽃 부케…. 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하게 조화를 이뤄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약간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답니다.” 신랑・신부 모두 기독교 집안이라 결혼식은 혼인 예배 형식으로 진행했다. 고즈넉한 한옥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별도의 음향 시설은 설치하지 않고 주례도 마이크 없이 진행해 편안한 분위기였다. 입장곡은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라이브로 연주했고, 유명 오보이스트인 남편의 큰고모와 작은고모, 사촌 누나가 오보에 연주를 축가로 선물했다. 그리고 고택의 특성상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 핑거 푸드를 마련했다.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오미자·크랜베리차부터 크림 감자 수프, 망개떡, 캐비아 양송이 떡갈비까지 고풍스러운 한옥의 분위기와도 잘 어우러져 곳곳을 아름답게 수놓는 데커레이션 역할도 했다.

1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반영해 은색 방울, 계피 스틱을 더해 답례품을 포장했다.
2 ‘앤파티’를 통해 준비한 핑거푸드.

친구들을 위한 답례품으로는 르 라보 ‘Santal 26 빈티지 틴 캔들’을 준비했다. 종 모양으로 구운 쿠키와 계피 스틱을 함께 담고 은색 방울로 장식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 마음을 담아 준비한 선물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가도록 고택 곳곳에 향초를 피우기도 했다. ‘신랑·신부의 시그너처 향을 선물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양태인 실장의 멋진 아이디어다. 이들을 아끼는 가족과 친구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향초에 불을 붙일 때마다 이날의 웨딩 마치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에디터 김희성(alice@noblesse.com)
사진 홍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