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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to be a Woman

FASHION

패션계에 불어온 페미니즘에 힘입어
런웨이를 누비는 여성들의 발걸음이
더욱 당당하고 가벼워졌다.

1 페미니즘 문구를 프린트한 의상과 장 뤼크 고다르 감독의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한 자막을 통해 색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표현한
디올의 2018년 F/W 시즌 캠페인.

알프레드가 물었다. “무슨 생각해요?” 안젤라가 답한다.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장난스레 건넨 그녀의 한마디는 일종의 선언처럼 단호하게 느껴진다. “난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려 하지 않아요.” 영화 <여자는 여자다(A Woman is a Woman)>에 등장한 배우 아나 카리나의 상징적 대사에 여성들은 원인 모를 해방감을 느낀다. 새빨간 원피스와 카디건, 스커트 등을 입고 카메라를 향해 윙크하는 안젤라의 모습은 그야말로 매력적이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장 뤼크 고다르 감독이 전하고자 한 누벨바그(nouvelle vague, 1950년대 보수적인 프랑스 사회와 권위에 도전한 영화 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2018년 F/W 시즌 디올은 여성의 인권에 대한 갖가지 구호를 담은 혁명적 컬렉션을 선보였다. “항상 고다르의 영화를 좋아했어요. 그가 그려낸 현대 여성은 전통과 일탈에 대한 욕망, 동경, 희망을 품고 현실의 기로에 서 있죠.” 디올을 이끄는 아티스틱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강렬한 페미니즘 문구를 풀오버 니트에 프린트하고, 1968년 5월에 열린 페미니스트 운동의 시위 포스터를 쇼장 인테리어와 파리 몽테뉴 부티크 외관 장식으로 활용해 고정관념을 탈피한 여성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녀의 개혁과도 같은 행보에서 영감을 받아 포토그래퍼 패멀라 핸슨 역시 장 뤼크 고다르의 영화 속 대사를 자막으로 삽입한 캠페인 이미지를 완성했다. 혹자는 패션계를 휩쓴 페미니즘 열풍이 불과 얼마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특정 시대를 대표하거나 역사적 업적을 남긴 인물 등 컬렉션의 주제를 ‘여성’으로 삼은 디자이너는 줄곧 존재해왔다.

2 다양한 문화권의 여성들에게 영감을 받아 각기 다른 인종과 국적의 모델로 선보인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의 2018년 F/W 컬렉션.
3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여성’다운 의상을 입은 이상적 현대 여성상을 제시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2018년 F/W 루이 비통 컬렉션.
4 1975년 당시 경제활동에 활발히 참여한 신여성의 모습을 간결한 실루엣의 슈트로 재현한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런데 최근, 한층 직접적인 방식으로 강인한 여성상의 새로운 지표와 선망을 드러내는 브랜드가 부쩍 다양해졌다. 그중 루이 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이전부터 꾸준히 이상적인 현대 여성상을 구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2018년 F/W 컬렉션에서는 강해 보이기 위해 남성처럼 옷을 입는 여성의 모순적 태도를 비판하며, 트위드 재킷과 엠브로이더리 장식 스커트 같은 우아하고 페미닌한 의상이야말로 깊고 단단한 현대 여성의 내면을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진정 독립적인 여성이라면 더욱 ‘여성’다운 룩으로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신감을 표출하고자 한다는 게 그의 설명. 현존하는 대상을 모티브 삼아 독창적 관점으로 페미니즘을 재해석한 경우도 있다. 1975년, 여성들은 경제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남성과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갖추고자 힘썼다. 당시 신여성의 실제 룩에서 착안해 매 시즌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내세운 그레이 컬러 블레이저 재킷, 실용적인 디자인의 슈트 등은 그들의 자주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반면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은 인도의 여성 갱단 굴라비, 중국의 모계사회 종족인 모수오,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가는 네팔 여성들에게 영감을 얻어 이번 시즌 런웨이에 화두를 던졌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그의 초대를 받은 관객들이 연출한 쇼장의 풍경. 미투 운동의 창시자 타라나 버크, 트랜스젠더 배우와 작가들이 나란히 프런트 로에 앉아 무대를 지켜보는 장면은 마치 어떤 비유적 장면처럼 페미니즘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조명하는 패션계의 현상을 고스란히 투영한 듯했다.

 

에디터 박소현(angelapark@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