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TOGETHER
버번위스키 한 잔, 시가 한 모금.
BOOKER’S PARTAGAS SERIE E NO.2
캐스크에서 바로 꺼낸 위스키를 맛보면 머리가 핑 돈다. 높은 알코올 도수의 강한 향이 콧구멍으로 휘몰아치기 때문이다. ‘부커스’는 대표적인 캐스크 스트렝스(물을 섞지 않은 원주) 위스키다. 알코올 도수가 60도를 훌쩍 넘는다. 버번위스키로 유명한 ‘짐 빔’의 증류 책임자인 부커노가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하려고 귀한 원액만 골라 병입해 만든 술이다. 그만큼 특별하다. 목구멍을 타고 위장에 도달할 때까지 자신의 위치를 알릴 정도로 독한 녀석이지만, 두 번째 잔부터는 독한 맛은 온데간데없이 그윽한 기운만 남는다. 반면, 시가 ‘파르타가스 시리즈 E No.2’는 정반대다. 나무와 가죽 향이 은은하게 맴돌다 매콤한 후추 향이 훅 치고 들어온다. 쿠바 시가 중에서도 가장 강한 마무리감이다. 부커스와 어울리면 서로 밀고 당기는 느낌이 압권이다.
오리엔탈풍의 세라믹 재떨이 Pierre Cigar, 가죽 질감이 살아 있는 빨간색 카드 지갑 Montblanc,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체커 보드게임 Prada, 빨간색 시가 케이스 Siglo by Pierre Cigar, 록 밴드 롤링스톤스에서 영감을 받은 라이터 S.T. Dupont, 트럼프 카드 Hermes.
에디터 이승률(프리랜서)
사진 박원태
SAZERAC RYE DAVIDOFF YAMASA PETIT CHURCHILL
라이 위스키는 버번의 사촌뻘이다. 옥수수로 만드는 버번과 달리 호밀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미국 위스키의 인기로 버번과 함께 묶이지만, 실은 맛과 향이 아주 다르다. 호밀이 51% 이상 들어간 라이 위스키는 까칠까칠한 풍미가 꼭 호밀빵을 먹는 듯하다. 버번과는 다른 독특한 스파이시 향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대표주자는 ‘사제락 라이’다. 박력 넘치는 라이 위스키의 매력을 여실히 드러낸다. 거칠고 강한 풍미를 그대로 즐기고 싶다면 쌉싸래한 비터를 몇 방울 떨어뜨려 마시길. ‘다비도프 야마사 프티 처칠’ 같은 독한 시가와 함께하면 더 좋다. 야마사 프티 처칠은 스파이시한 향을 필두로 커피, 검은 후추, 흙 등의 플레이버가 조화를 이루는데 사제락의 거친 맛에 조금도 밀리지 않고 마치 힘겨루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가위 모양의 시가 커터 Davidoff, 펀치형 시가 커터 모두 Pierre Cigar, 사각형 케이스가 돋보이는 회색 시계 Hermes, 크리스털 디캔터와 온더록스 잔은 에디터 소장품
에디터 이승률(프리랜서)
사진 박원태
WOODFORD RESERVE AMERICAN HONEY DAVIDOFF PRIMEROS DOMINICAN 6’S
“버번위스키는 투박한 맛으로 마시는 거 아니야?” 어느 바에서 들은 말이다. 반박하려다 너무 취해 관뒀다. 술이 깬 지금 다시 말하자면, 안쪽을 검게 태운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버번위스키는 다른 나라의 위스키에 비해 거친 편이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구리 단식 증류기에서 3회 이상 증류하고, 허니 배럴과 천연 석회암에서 숙성 과장을 거친 ‘우드퍼드 리저브’는 부드러운 목 넘김과 달콤한 살구 맛을 앞세운다. 더욱이 버번위스키는 ‘아메리칸 허니’처럼 꿀을 타서 리큐어를 만들기도 한다. 그냥 마셔도 맛있고, 얼음을 넣어 온더록스로 즐기거나 진저에일을 섞어 칵테일로 마셔도 꿀맛이다. 이런 위스키엔 ‘다비도프 프리메로스 도미니칸 6’s’ 처럼 달콤한 맛의 가늘고 긴 시가가 어울린다. 달달한 위스키와 함께 나긋나긋하게 스치는 나무 향과 바닐라 향 그리고 크리미한 뒷맛을 하나씩 즐기고 있노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기하학 패턴의 금색 라이터 S.T. Dupont, 더블 C 까르띠에 로고를 아로새긴 커프링크스 Cartier, 셰이커와 지거, 바 스푼 등 칵테일 도구는 모두 에디터 소장품.
에디터 이승률(프리랜서)
사진 박원태
STAGG JUNIOR MONTECRISTO NO.2
‘스태그 주니어’는 알코올 함유량이 66.25%나 된다. 한마디로 독한 술이다. 하지만 입안에 머금으면 독한 느낌을 찾기 힘들 만큼 복잡미묘하다. 초콜릿과 흑설탕의 달콤함을 필두로 호밀의 거친 풍미, 체리의 과실 향과 살짝 스치는 향신료의 맛이 아주 풍성하다. 그럼에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밸런스가 인상 깊다. 마지막을 책임지는 건 스모키한 여운이다. 비슷한 매력의 시가라면, 뾰족한 헤드가 특징인 ‘몬테크리스토 No.2’가 적임자다. 짙은 초콜릿과 흙, 향신료 등 다양한 향이 기분 나쁘지 않게 훅 들어온다. 서로 다른 것이 묘하게 어울린 느낌이 강하고 균형 잡힌 스태그 주니어와 유사하다. 흡연 시간은 1시간 남짓. 머릿속 상념을 정리하고 싶은 날 추천한다.
악어가죽 시가 케이스와 나뭇결이 살아 있는 시가 휴미더, 스위스 아미 나이프가 떠오르는 시가 커터와 흰색 세라믹 재떨이 모두 Davidoff, 골드 라이터와 시계 Cartier, 가죽 라이터 케이스 S.T. Dupont.
에디터 이승률(프리랜서)
사진 박원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