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waiian Revolution
하와이는 쉴 틈 없는 곳이다. 시끄럽고 정신없다는 게 아니라 가고 또 가도, 보고 또 봐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는 말이다. 그런 하와이가 이번에는 빅아일랜드에서 박세리와 함께하는 골프 클리닉을 열었다. 힐튼 호텔 & 리조트와 함께다.
정말이지 거짓말 안 보태고 지난 1년간 내가 아는 신혼부부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한 달 차이로, 때로는 일주일 차이로 호놀룰루행 비행기에 몸을, 그리고 이제 막 하나 된 파릇파릇한 새내기 부부의 꿈을 실었다. 그렇다고 하와이가 비단 허니무너만을 위한 곳은 아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지인의 가족은 아이의 방학에 맞춰 오아후(O’ahu)와 마우이(Maui), 라나이(Lana’i)에서 1~2주간 질펀하게 휴가를 즐기길 벌써 3년째고, 아직 미혼인 친구 한 명은 부모님 칠순을 맞아 일찌감치 가족 여행으로 5박7일 일정의 오아후와 빅아일랜드 여행을 계획하고 떠날 날짜만 기다리고 있다.
북태평양 동쪽에 위치한 하와이 제도는 크게 8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는 것만 그 정도지 지도에 점처럼 찍힌 섬까지 합하면 100개가 훨씬 넘는다. 그 모든 섬이 화산 폭발로 생성된 화산섬이다. 이 8개의 섬 중에서도 관광객이 주로 찾는 섬은 6개. 와이키키 해변이 위치한 오아후, 한국 허니무너들의 필수 코스 마우이, 아직도 활동하는 활화산이 있는 대자연의 섬 하와이(6개 섬 중 가장 커서 빅아일랜드라고도 부른다), 강수량이 세계 최고로 꼽히는 카우아이, 오러클사의 CEO 래리 앨리슨이 98%를 소유하고 있는 라나이, 파인애플 산업과 같이 성장한 몰로카이다. 호놀룰루 국제공항에서 20분 정도 달리니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Hilton Village Waikiki Beach Resort, 이하 힐튼 와이키키)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졌다.
와이키키의 화이트 샌드 비치를 따라 자리 잡은 힐튼 와이키키는 하나의 큰 타운이다. 2만7000평에 달하는 규모의 초대형 리조트 안에 서식하는 야생동물과 트로피컬 정원만 구경해도 하루로 모자란다. 그런데 구경할 것이 어디 그뿐이던가. 총 5개의 숙박 타워에 다양한 전망을 자랑하는 2860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오아후 섬에서 가장 큰 수영장과 워터슬라이드 시설을 갖춘 곳이 바로 힐튼 와이키키다. 5개의 타워 중에서 신혼부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태평양과 다이아몬드헤드(와이키키 해변의 동쪽에 인접한 화산)가 보이는 레인보 타워다. 오아후 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영장인 슈퍼풀이 타워 바로 옆에 있을 뿐 아니라 룸에서 바라보는 환상적인 오션 뷰가 일품이라 신혼부부가 오붓하게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기에 좋다. 일행이 묵은 와이키키 해변가에 위치한 알리 타워는 다른 4개 타워와 달리 개별 체크인 데스크와 알리 타워 전용 콘시어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가장 잘 보장하는 곳이다. 와이키키의 첫날 밤, 올 것 같지 않던 어둠이 서서히 찾아들었다. 낮 동안 와이키키 해변을 메운 행복한 재잘거림이 떠난 자리를 ‘두두두둥’ 하는 힘찬 북소리가 대신 채웠다. 하와이 전통 댄스 공연 스타라이트 루아우가 시작된 것. 사모아, 타히티, 하와이 전통 댄스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 폴리네시안의 역사와 각 원주민의 역사를 보여준 공연의 말미에는 관객과 무용수들이 하나 되어 다 같이 훌라댄스를 추며 퍼시픽 아일랜드의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
1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내의 수영장 2 아카카 폭포 3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의 전경 4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 5 와이키키에서의 해양 액티비티
빅아일랜드, 그 안의 생명력
아침 일찍 호놀룰루 공항에서 출발해 하와이 섬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지다. 하와이 섬이 우리에게 빅아일랜드(Big Island)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이유는 주변 7개 섬의 면적을 합친 것보다 넓기 때문이다. 지질학적으로도 하와이 제도 중 가장 젊은 섬이며, 그래서 킬라우에아 산에서는 아직도 화산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넓은 땅덩이 대부분이 검은 용암으로 뒤덮인 빅아일랜드는 대략 삼각형 모양으로 생겼다고 생각하면 된다. 북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노스코할라, 하마쿠아코스트, 힐로, 볼케이노, 카우, 케아우호우-호나우나우, 코나, 코할라코스트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섬 중앙에는 ‘하얀 산’이라는 뜻의 마우나케아와 마우나로아가 산 정상에 하얀 눈을 인 채 빅아일랜드의 겨울을 호령하고 있다. 둥그스름한 삼각형 모양 섬이라 섬 전체를 여행하는 특별한 명칭이 있다. 이름하여 ‘서클 아일랜드 투어’. 섬 7개보다 크니 당연히 하루에 구경하는 건 무리다. 그래도 빠뜨릴 수 없는 건 아카카 폭포(Akaka Falls)와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이다.
힐로에서 하마쿠아코스트로 북상하는 위치에 있는 아카카 폭포는 길이가 150m에 달하는 폭포도 볼거리지만 입구에서 폭포까지 이어지는 30분 정도의 산책로가 일품이다. <정글의 법칙>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난생처음 보는 희귀하고 요상한 형태의 열대식물이 동양의 이방인을 맞는다. 숲 속에 들어서니 시원한 풀 내음이 코끝을 찔렀다. 큰 숨을 들이마셨다. 아, 이게 바로 하와이의 겨울 냄새구나. 30분을 들어가자 거짓말처럼 아카카 폭포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에 서울에서 이고 지고 온 불명확한 근심과 걱정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이제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으로 방문할 차례다. 국립공원을 도착하니 매캐한 공기가 이내 코를 자극한다. 유황 냄새다. 엄청난 크기의 분화구에서 쉴 새 없이 수증기를 내뿜는다. 위험천만해 보이는데도 분화구 근처에서 트레킹을 즐기는 관광객이 보인다. 화산 분출로 손상된 지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구경만 하고 있는 우리 일행에게 트레킹 준비를 막 끝낸 한 가족이 말했다. “빅아일랜드에 오면 이곳을 꼭 걸어봐야 해요. 발로 밟는 것만큼 대지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화산 분출이 만들어낸 불모의 땅 그 안에는 여전히 빨간 꽃이 피고 푸른 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1 선셋에 물드는 빅아일랜드의 진풍경을 즐길 수 있는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 야외 레스토랑 ‘라군 그릴’ 2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의 라군
정말이지 낯선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
다녀온 누군가가 “돌아보는 데만 3일이 걸린다”고 한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Hilton Waikoloa Village)는 빅아일랜드 서쪽에 위치한 오션 프런트 리조트다. 와이울루아 해변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이곳의 전체 면적은 25만m². 야구장의 약 23개 크기다. 그 안에 1240개의 객실, 14개의 레스토랑, 2개의 챔피언십 골프 코스, 8개의 테니스장, 3개의 수영장이 있으며 리조트 중간중간에 마련한 트로피컬 정원에는 야생동물까지 자유롭게 서식하고 있다. 와이콜로아 빌리지도 힐튼 와이키키처럼 3개의 타워가 중심이 된다. 2012년 레노베이션한 후 한층 고급스러워진 시설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라군 타워, 성인 전용 수영장과 어린이들이 놀기 좋은 코할라 리버 수영장과 해변 퍼팅 코스가 가까이 위치한 오션 타워, 챔피언십 골프 코스와 라군, 그리고 전 세계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고요한 분위기의 팰리스 타워가 그 주인공. 일행에게 배정된 라군 타워는 코나 수영장 근처에 위치한 곳으로 방에서 마우나케아와 마우나로아가 한눈에 보였다. 뭐니 뭐니 해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독특한 점으로 꼽는 건 리조트 내에서 오가는 모노레일 트램과 마호가니 수로 보트다. 모노레일은 그렇다 쳐도 바닷물을 끌어들여 라군을 만들고 리조트 내부를 가로지르는 운하를 만들어 보트를 운행한다는 건 정말이지 낯설다. 한 번에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트램 정류소 앞에는 키오스크를 설치, 트램과 보트가 언제 도착하고 떠나는지 친절하게 안내해 이용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베니스도 아닌 하와이에서 누리는 이런 진귀한 경험은 가족과 함께 온 어린아이들에게 더욱 환영받는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으며 뒤로 넘어가는 건 또 있다. 바로 게스트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 조련사와 함께 돌고래를 훈련시키고 먹이를 주는 등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은 빅아일랜드에서도 오직 이 리조트뿐이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조성한 라군은 오아후 힐튼 와이키키에 있는 것과는 그 면적이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이 인공 해변에서는 스노클링과 카누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라군 비치에서 다시 리조트 안으로 바닷물이 흐르기 때문에 운이 좋으면 바다거북도 볼 수 있다는 게 직원의 설명. “라군 비치를 따라 조성한 산책로를 계속 따라가면 부다 포인트가 나와요. 그곳에서 보는 빅아일랜드의 풍경은 천국 같아요. 만약 천국이 있다면 말이죠.”
천국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면 이제 입으로 경험할 차례. 디너 장소로 해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야외 레스토랑 라군 그릴을 정했다면 로맨틱한 의상은 필수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환태평양의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테이블 위 흔들리는 촛불 앞에서 갓 조리한 신선한 해산물과 함께 즐기는 와인 한잔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귀한 것의 끝을 보여준다. 빅아일랜드의 밤은 그렇게 무르익어간다.
1 와이콜로아 킹스 코스의 전경 2 하와이 제도의 각 섬에서 토너먼트를 거쳐 선발된 주니어 골퍼들을 가르치고 있는 박세리 선수
와이콜로아 킹스 코스에서 펼친 골프 클리닉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에는 2개의 골프 코스가 있다. 바닷가 바로 옆에 조성한 비치 코스와 용암석 위에 설계해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킹스 코스. 총 32홀의 이 2개 챔피언십 골프 코스는 검은 용암 평야에 5m 두께의 흙을 깔고 그 위에 녹색 잔디를 입혀 조성했다. 하와이 제도의 각 섬에서 토너먼트를 거쳐 최종 선발된 10명의 주니어 골퍼를 대상으로 박세리가 골프 클리닉을 펼칠 곳은 킹스 코스. 페어웨이 밖으로 시커먼 화산암이 바다처럼 펼쳐져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니어 골퍼들은 박세리가 눈앞에 나타나자 마치 한류 스타를 만난 듯 어쩔 줄 몰라 했다. 박세리는 그들의 질문에 성의껏 답변을 해줬고 학생들은 노트를 꺼내 꼼꼼히 받아 적었다. “주니어 골퍼들을 보니 당신의 옛날 모습이 생각나지 않느냐?”는 주변의 질문에 박세리는 “제가 학생일 때 잭 니클라우스가 서울을 방문해 주니어를 대상으로 골프 클리닉을 연 적이 있어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지방에서 찾아갔는데 겨우 2~3분 만나고 돌아왔죠.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주고받은 한두 마디가 제게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아마 오늘 학생들도 그런 마음으로 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라고 말하며 주니어 골퍼들을 격려했다. 개개인 클리닉을 마치고 라운드를 시작하면서 박세리는 “시즌 끝난 후 한 달 동안 쉬고 오늘 처음 그립을 잡았어요. 그러니 여러분, 오늘 좀 살살 쳐주세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나 역시 박세리는 달랐다. 계속되는 플레이에서 버디를 연달아 잡아내며 갤러리와 주니어 골퍼들에게 힘찬 박수갈채를 받았다. 주니어들은 박세리의 스윙 각도와 자세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고, 박세리 역시 경기 때나 볼 수 있는 진중한 표정으로 주니어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했다. 1998년, US여자오픈 골프 챔피언십에서 맨발 투혼으로 이룬 우승컵의 감동도 아마 이 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Mini Interview with Seri Pak
최근에 어떻게 지냈나요? 근황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아요. 예전보다는 좀 줄었지만 계속 투어를 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거의 집에 있을 시간이 없었어요(박세리의 집은 올랜도에 있다). 그래서 올 시즌은 남들보다 좀 일찍 끝냈어요. 쉬고 싶어서요.
오늘 골프 클리닉에 참석한 학생들은 하와이 제도의 각 섬에서 토너먼트를 거쳐 최종 선발된 우수한 학생인데, 어떻게 수업을 할 예정인가요? 연습장에서 잠깐 개인 티칭을 하고 바로 라운드를 해요. 그립을 한 달 만에 잡는 거라 벌써부터 긴장되네요.(웃음)
힐튼 호텔 & 리조트와 함께 골프 클리닉을 열게 된 계기가 뭔가요? 예전부터 힐튼 호텔 & 리조트가 골프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골프 프로그램을 마련해왔어요. 힐튼의 VIP 고객과 함께하는 골프 클리닉 등에 참여했는데, 주니어들과 함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매번 아마추어들을 만났는데, 선수 입장에서는 선수를 가르치는 게 더 재미있죠.
세리 키즈라 불리는 박인비가 LPGA 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올해의 선수로 뽑혔잖아요.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박세리 선수의 옛날 모습을 떠올렸을 것 같아요. 박인비 선수 같은 후배들을 지켜보는 기분은 어떤가요? 뿌듯하고 다행스러워요. 타국에서 선수 생활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후배들에게 더 애착이 가고 응원하고 싶어요. 후배들 덕분에 한국 골프가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고, 그 덕분에 많은 한국 선수들이 가슴 펴고 다닐 수 있으니까요.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박인비에게 축하 메시지는 전했나요? 문자로 남겼어요. “너 같은 후배가 있어서 든든하고, 앞으로 너의 후배들에게도 모범이 되는 선배가 되길 바란다”고 보냈어요.
1~2년 정도만 프로 생활을 더 한다고 했는데, 그 후의 계획은요? 한국 골프의 기량이 발전한 것에 비해 그 주변 상황은 미흡한 점이 많아요. 앞으로 꿈나무를 육성하고 발판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빅아일랜드에 와보니 어떠세요? 사실 하와이에서 하는 경기는 매번 잘 안 풀려서 루키 때부터 지금껏 하와이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빅아일랜드에 왔는데, 휴가지로는 단연 최고죠. 그래서 올해는 가족과 다 같이 왔어요. 골프 코스도 아마추어에게는 최상의 조건인 것 같아요. 올해도 역시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갈 것 같습니다.
에디터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사진 정수임 취재 협조 하와이 관광청, 힐튼 호텔 & 리조트, 하와이안 항공, 빅 아일랜드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