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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den Treasures in London] #2 Glenn Spiro

FASHION

‘주얼러들의 주얼러’, ‘위대한 금속 혁신가’라는 수식어에 맞게 치열한 연구를 통해 21세기 주얼리의 가치를 선도하고 있는 글렌 스피로. 그는 런던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담대한 믹스 매치와 편견의 허를 찌르는 유쾌한 방식으로!

런던의 마스터 주얼러, 글렌 스피로
‘주얼러들의 주얼러’, ‘위대한 금속 혁신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치열한 연구를 통해 21세기 주얼리의 가치를 선도하고 있는 글렌 스피로. 그는 런던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마스터 주얼러답게 금 소재에 티타늄과 카본을 매치하는 담대함과 편견의 허를 찌르는 유색 보석의 반란도 돋보이지만, 이를 유쾌한 예술로 승화시키는 창의성과 기술력의 조화는 가히 독보적이다.

글렌 스피로의 출발은 금세공사였다. 10대에 잉글리시 아트 워크스(English Art Works)와 해턴가든(Hatton Garden)에서 견습 생활을 거친 후 약관의 나이에 공방을 열 정도로 일찍이 탁월한 재능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크리스티에서 주얼리 스페셜리스트로 경험을 쌓으면서는 완벽한 원석을 선별하는 능력을 길렀다. 이후 색상과 명암에 몰입한 그는 작은 스톤을 세밀하게 배열하는 파베 세팅을 통해 회화적 미학을 선보였다. 결정적으로, 가공이 까다로운 티타늄을 자유자재로 사용, 다양한 색을 입혀 글렌 스피로의 시그너처로 만든 것은 신의 한 수였다.

1 브라스에 세팅한 다이아몬드 반지.   2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비즈귀고리.   3 Papillon ring(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블루 티타늄, 화이트 골드)   4 피시본 귀고리(다이아몬드, 스페사르타이트 가닛, 오렌지 사파이어, 티타늄, 화이트 골드).   5 마키즈 컷 옐로 다이아몬드 반지.

글렌 스피로란 이름은 사실 20여 년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유명 주얼리 하우스의 의뢰를 받거나 극소수의 개인 컬렉터에게만 특별히 작품을 공개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4년 런던 해러즈 백화점에 ‘G 런던 컬렉션(G London Collection)’을 런칭하면서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나비의 날갯짓이 도드라지는 ‘빠삐용 반지’가 화제에 오른 것도 이 무렵. 특히 유색 보석의 그러데이션 세팅은 이 날갯짓에 따라 마치 한 마리의 나비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주며, 글렌 스피로만의 생생한 컬러 감각은 널리 회자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해러즈 백화점 외에 파리 비엔날레와 TEFAF 마스트리히트 등 프리미엄 아트 페어에도 출품하고 있지만, 레드 카펫 여배우들의 협찬처럼 셀레브러티를 활용한 홍보에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제네바의 공방에서 1년에 200여 점만 선보이며 ‘조용하고 비밀스럽게’ 컬렉터들과 마주할 뿐!

6 아틀리에(상동)   7 아틀리에(20세기 초 샹들리에와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로 꾸민 아틀리에)

특별한 아틀리에
2016년 5월에는 글렌 스피로의 살롱을 메이페어에 위치한 현재의 아틀리에로 옮겼다. 바로 영국 왕실의 패션 쿠튀리에인 노먼 하트넬 경(Sir Norman Hartnell)이 사용하던 맨션 1층. 1930년대 건축가 제랄드 라코스테(Gerald Lacoste)가 설계하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웨딩드레스와 대관식 드레스가 탄생한 역사적 공간이다. 하트넬이 사망한 후 정부에서 한동안 상업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을 정도로 영국 건축사의 핵심 건축물 중 하나. 글렌 스피로 개인적으로는 10대 견습생 시절부터 동경하며 꿈을 키워온 곳의 주인이 된 셈이니 벅찬 감격과 환희가 담긴 공간임이 틀림없다. 그는 높은 천장과 아르데코풍 거울 등 건물의 오리지널 요소를 그대로 남긴 아틀리에에 빈티지, 미드센추리, 현대의 가구를 적절히 배치해 시간의 흐름을 넘나드는 근사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이곳을 런던 최고의 럭셔리한 공간으로 승화시킨 하트넬처럼, 글렌 스피로는 이 살롱을 주얼리 애호가들의 최종 종착지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

 

윤성원(주얼리 칼럼니스트,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
사진 Christopher Sturman
에디터 엄혜린(eomeri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