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with Diptyque
한껏 멋을 내고 싶은 날엔 매력적인 향을 몸에 두르고, 어스름한 저녁이면 알싸한 향의 캔들을 테이블 위에 놓아두는 장면. 우아한 향이 하루 종일 나를 감싸는 라이프스타일은 딥티크가 선사한 풍경이다. 매년 이맘때면 홀리데이 에디션을 내놓는 딥티크의 파리 생제르맹 부티크에서 브랜드 특유의 감각을 느껴보았다.
파리 근교의 줄리앙 콜롱비에 작업실

줄리앙 콜롱비에가 선보인 3가지 캔들은 신비스러운 숲을 형상화했다.
어느덧 12월이다. 이즈음은 묘하게 사람을 설레게 한다. 많은 사람과 감정을, 그리고 시간을 나누고 싶은 달이다. 마음을 달뜨게 하는 것 중 하나는 당연히 선물. 그중에서도 각 브랜드에서 홀리데이 에디션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제품은 그해에만 만날 수 있어 더욱 소중하다.
딥티크는 올해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3가지 캔들을 선보인다. 우드 계열 향초인 싸뺑(Sapin), 리퀴담바(Liquidambar), 올리방(Oliban)은 신비로운 숲과 정글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아티스트 줄리앙 콜롱비에(Julien Colombier)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파리에서 태어나 활동하고 있는 줄리앙 콜롱비에의 작품은 텍스타일 프린트와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받아 반복적인 형태, 드라마틱한 컬러와 디테일이 특징이다. 블랙 컬러 캔버스에 파스텔과 분필을 사용해 빛의 근원이라 여기는 공간을 컬러의 대비를 통해 그려내는데,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정글·구름·파도 등은 극단적인 추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파리 근교의 줄리앙 작업실에서 만난 딥티크의 마케팅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미리암 바도(Myriam Badault)는 “줄리앙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4년 전 런던의 샤넬 윈도에서였습니다. 그 후 마치 고객인 양 그의 작업실을 찾았고 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시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회상한다. 줄리앙 역시 이번 협업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저는 오래전부터 딥티크의 로고 디자인을 좋아했습니다. 34 시리즈와 캔들도 자주 사용했죠. 그런 브랜드에서 협업 제의를 해오니 영광일 뿐이었습니다.” 그의 손끝에서 태어난 3가지 캔들의 볼은 빛과 그림자, 푸르고 빨갛고 파란 원색과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골드가 어우러진 숲을 형상화했다. 작업 시간은 1년여, 디자인을 결정하는 데만 4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매력적인 보틀에 담긴 향은 그 이상이다. 시트러스와 우드의 조화가 소나무 향을 연상시키는 싸뺑, 시나몬 노트가 두드러지며 마치 붉은 나뭇잎이 가을 햇빛에 타오르는 듯한 향의 리퀴담바, 오리엔탈 무드의 올리방은 줄리앙 콜롱비에가 표현한 ‘상상의 숲’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보여준다.
파리에서 촉망받는 아티스트 줄리앙 콜롱비에는 책, 전시장, 패브릭, 건물 벽 등을 캔버스 삼아 다양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프레스티지 브랜드와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늘 본능에 충실한 작업을 합니다. 제 작품의 주제가 숲 하나만은 아닙니다. 주변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고 그것을 표현하려 하죠. 기회가 되면 아시아, 특히 서울에서도 제 작품을 알리고 싶네요.”
딥티크가 크리스마스 에디션을 출시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미리암 바도가 딥티크에 합류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녀의 주도 아래 3년 전부터는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시도하고 있다.
메가 브랜드가 향수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국내에 진정한 니치 향수와 캔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딥티크는 1961년 디자인을 공부한 3명의 친구, 데스먼드 녹스-리트(Desmond Knox-Leet)와 크리스티안 고트르(Christiane Gautrot), 이브 쿠에랑(Yves Coueslant)에 의해 파리 생제르맹 34번가에 위치한 부티크에서 카페로 시작했다. 당시에는 직접 디자인한 직물과 인테리어 소품, 영국 향수 제품을 소개했다. 오픈 초기부터 이색적인 제품을 파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자 1963년에는 자체 개발한 오베핀느(Aubepine) 향초를, 1968년에는 첫 오드 투왈렛 로(L’Eau)를 내놓았다.
2015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 캔

줄리앙 콜롱비에

2015년 리미티드 에디션 필로시코스 오 드 퍼퓸

딥티크의 창립자, 왼쪽부터 크리스티앙 고트르, 데스먼드 녹스-리트, 이브 쿠에랑

왼쪽부터 차례로 1975년, 1986년, 2006년의 라벨. 거의 흡사한 모습이다.

파리 생제르맹 34번가에 위치한 딥티크 부티크

캔들 떼, 까늘레, 오베핀느

파리 생제르맹 부티크 내부

데스먼드 녹스-리트가 여행하면서 적은 노트북
에디터가 부티크를 찾은 날, 부티크 매니저 앙리 푸르니에(Henri Fournier)는 부티크 위·아래층을 안내하며 친절한 설명을 잊지 않았다. 24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한 그는 한마디로 부티크 역사의 산증인. “당시 부티크에서는 음악을 틀었는데 이 역시 파격적인 시도였어요. 딥티크는 늘 시대를 앞서갔죠. 영감이 넘치는 3명의 창립자는 여행을 즐기고 자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선별한 아이템을 보기 위해 파리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숍을 방문했습니다.” 다재다능한 창립자의 흔적은 곳곳에 배어 있는데, 데스먼드 녹스-리트는 훌륭한 화가로 미테랑 전 대통령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을 정도. 이브 쿠에랑은 어릴 적 베트남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향수 탐다오와 도손을 만들기도 했다. 부티크의 아카이브에는 현재의 크리스마스 에디션에 영감을 준 옛 텍스타일은 물론 갖가지 패키지와 장식품 등을 보관하고 있는데, 과거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되고 모던하다.
딥티크는 향수, 캔들, 보디 제품 그리고 스킨케어에 이르기까지 제품 하나하나 정제된 원료를 사용해 정성 들여 소개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제품인 향수는 4명의 조향사가 만든다. 천연 오일 에센스를 주로 사용하며 모든 라벨은 데스먼드 녹스-리트와 이브 쿠에랑이 디자인한 것이다. 자연과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는 다른 브랜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묘한 향이 특징이다.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향초는 딥티크 고유의 제조법으로 만든 특별한 왁스를 사용한다. 질 좋은 원료를 사용하는 만큼 향초는 사용법을 따르면 50~60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인터내셔널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올리비아 그리모(Olivia Grimaux)는 “빅토리아 베컴은 자신의 컬렉션에 딥티크 캔들을 사용할 정도로 저희의 팬이죠. 카트린 드뇌브, 제인 버킨, 피에르 에르메 등 딥티크를 애용하는 셀레브러티는 수없이 많지만 저희는 그들을 홍보에 이용하지 않아요. 존 갈리아노와 함께 캔들과 룸 스프레이를 만들고 칼 라거펠트 같은 유명인사와 창조적 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뿐입니다. 우리는 이지적(intellectual) 브랜드를 표방하기에 광고보다는 고객과의 친밀한 교류를 통해 제품을 알립니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이메일이나 뉴스레터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 진출했지만 여전히 파리에서도 선별한 7개의 숍에서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딥티크는 매우 사적이면서 친밀한 소통 방식을 추구한다. 에디터는 생제르맹 34번가를 비롯해 마레, 봉마르셰, 빅토르 위고 거리에서 딥티크를 만났다. 파리 루아얄에 위치한 본사 회의실에는 부룰레크 형제의 예술적 조명이 드리워져 있고, 34번가 부티크에는 그곳에서만 판매하는 비니거 오 드 투왈렛이 여전히 진열대를 지키고 있으며, 새로이 단장한 봉마르셰 매장은 1920년대 가구를 이용해 장식할 정도로 옛것에도 관심이 많다. 모든 장소와 제품에 아방가르드하고 혁신적이며 클래식한 모습이 자연스레 배어 있는 것. 우리가 몇 년 전부터 이 브랜드에 끌리는 이유는 이렇듯 다채롭고 진정성 있는 모습 때문이다. 딥티크의 홀리데이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과 함께 올겨울도 따뜻하고 분위기 있게 시작해보자.
도손 오 드 퍼퓸

아워글라스 디퓨저
에디터 이윤정 (yoonjunglee@noblesse.com)
사진 제공 딥티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