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Name of Beauty
여성과 아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겔랑 임페리얼 우먼이자 이 시대의 한 여성으로서 어린이들의 인권과 꿈을 지켜주기 위한 활동에 여념이 없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박정숙 본부장을 만났다.

헤어 하정(이희 헤어 & 메이크업) 메이크업 이태리(이희 헤어 & 메이크업)
올해 5월을 맞는 마음은 다른 해와 달리 조금 무겁다. 아마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아동 학대 사례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연일 뉴스 지면을 채우고 있기 때문일 듯. 아이와 여자와 노인은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그저 인기 드라마의 로맨틱한 대사가 아니다. 동등한 인격을 가졌음에도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더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인 것. 꽃처럼 예쁘고 여린 아이들이 처참한 상황에 놓인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하는 요즘, 우리 마음을 달래주는 대상은 그럼에도 아직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이번 달 <노블레스>는 그런 인물을 대표하는 겔랑 임페리얼 우먼을 만났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박정숙 본부장이 그 주인공.
“한 아이의 부모이자 아동복지 기관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학대와 방임으로 고통받았을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더불어 아이들이 최근의 사건을 보면서 이 사회와 어른들에 대해 불신을 키우지는 않을까 두려운 마음도 들고요.” 반갑게 인사를 나눈 것도 잠시, 최근의 뉴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 꺼낸 얘기에 그녀가 무거운 심경을 전한다. 아동 학대 방지 기관을 통해 많은 사례를 접하고, 직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수면 위로 드러난 험한 소식 앞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건 그녀도 마찬가지라고. 어두운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지만 다행히 이내 분위기는 밝아졌다. 그녀가 어린이재단에서 주로 담당하는 일은 후원자들과의 소통. 그 덕분에 훈훈한 미담을 자주 보고 듣는 것도 그녀가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후원자들에 대한 이야기에 그녀도 다시 웃었고, 듣는 이의 씁쓸한 기분도 많이 씻기는 듯했다. 커피 향이 감도는 그녀의 아늑한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내내 마음이 편했던 것은 절로 웃음이 번지는 미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화려하게 꾸미진 않았지만 대학생 자녀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힘들 만큼 고운 피부, 따뜻한 음성과 구김 없는 인상은 그녀를 마주하는 이들을 편하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이 분명했다. 부드럽지만 힘 있는 그녀의 활동에 이번 달에는 겔랑이 동참했다. 오키드 임페리얼 탄생 10주년을 맞아 지난 1월 출시한 오키드 임페리얼 크림 리미티드 에디션 수익금 일부를 이곳의 인재 양성 사업을 위해 기부한 것. 어린이재단의 인재 양성 사업, 특히 편모 가정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재능이 있지만 꿈을 접어야 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희 재단에서는 이런 아이들이 학업, 예술, 체육 등의 분야에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총 125명의 아이에게 재능을 계발할 기회를 줄 수 있었죠. 겔랑의 소중한 후원금은 대한민국 미래의 주역이 될 인재 아동들에게 아주 큰 힘이 될 겁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과 겔랑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이현경 전무의 기부금 전달식 모습.

올해 탄생 10주년을 맞이한 겔랑 오키드 임페리얼 크림. 1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수익금 일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인재 양성 사업에 소중하게 사용할 예정이다.
겔랑 임페리얼 우먼으로 선정됐을 때 소감은 어땠나요?
의외였고, 감사했어요. 평소 겔랑은 그저 화려하다고만 생각한 브랜드였으니까요. 임페리얼 우먼으로 선정된 후 브랜드 철학을 가까이에서 들어보니 아름다움을 실천하기 위해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진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브랜드에서 저를 임페리얼 우먼이라 칭해주시니 그저 영광스러울 수밖에요.
피부가 참 고우세요. 평소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특별히 관리한다기보다는 그때그때 필요하거나 눈에 띄는 제품을 사용하는 편이에요. 이번 일을 계기로 사용해본 겔랑 오키드 임페리얼 크림은 피부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될까 싶을 만큼 좋았습니다. 제가 평소 강한 향을 좋아하지 않는데, 우선 은은한 향이 마음에 들었어요.
워낙 일이 바빠서 정작 자신을 가꿀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솜씨가 없어서 예쁘게 꾸미는 걸 잘 못해요. 화장은 아주 가볍게 하는 편이고, 몇 가지 원칙만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피부가 건조한 편이라 물을 많이 마시고 자기 전에 가끔 수분팩을 해요. 체중이 늘면 불편함을 느껴서 평소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지키고, 가까운 거리는 되도록 걸어 다니려고 하죠.
이제 하시는 일에 대해서 좀 들어보고 싶어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어떤 곳인가요?
아이들의 생존, 발달과 직결되는 서비스와 경제적 지원이 주요 내용입니다. 배고픈 아이에게 꿈을 강요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후 치료적 사업보다는 사전 예방적인 일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근에는 아이들 스스로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게 하는 애드보커시(Advocacy)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요. 다양한 교육 사업을 통해 아동과 관련된 위험 상황도 예방하려 하고요. 아이들의 투표권 부재에서 오는 법이나 제도의 문제점도 찾아내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어요. ‘아동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 폐지’ 같은 실질적 성과도 있었는데, 이런 결실은 재단만의 노력이 아니라 저희를 지지해주는 후원자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모습만큼 안타까운 사연도 자주 접할 것 같아요.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과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마음 아픈 일도, 눈물 흘릴 일도 많아요. 최근에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을 자주 봅니다. 형편이 어려워서, 키울 자신이 없어서 부모가 버린 그 아이들은 출생 직후부터 본인의 선택과는 전혀 상관없이 힘든 일을 겪어요.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또래보다 목을 빨리 가누는데, 여러 명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보육교사에게 한 번이라도 더 배고픔을 호소하기 위해서예요. 낯선 이에게 스스럼없이 안아달라고 보채는 아이들을 보면 어른으로서 참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요.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그 이상으로 보람된 일, 아름다운 사람들, 따뜻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접하기 때문이에요.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경제적 사정 때문에 꿈을 포기할 위기에 놓인 아이가 후원자들과 재단의 도움으로 국가 대표가 되어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치는 모습, 남편이 어려운 수술을 이기고 극적으로 새 생명을 찾은 것이 재단을 통해 그동안 좋은 일을 한 덕분인 것 같다며 울먹이는 후원자, 경제적 어려움으로 헤어진 지 40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모녀의 이야기 등은 제가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보람이에요.
임페리얼 우먼으로 선정되면서 겔랑과 뜻깊은 인연을 맺었다고 들었어요.
겔랑은 그 역사만큼 선구적인 활동을 많이 한 뷰티 브랜드예요. 187년이라는 긴 역사도 놀랍지만, 그 시간 동안 다양한 사회문제와 환경문제 해결에 참여했다는 점이 인상 깊어요.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것은 자연 속에서 인간의 아름다움을 찾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생태계 보존에 앞장서온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해요. 오키드 임페리얼 탄생 10주년을 맞아 어린이들을 위한 활동에도 동참해준 마음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있어요. 평소 이 부분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로마 시대,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행진을 할 때면 바로 뒤에 노예 한 명이 서 있었대요. 그 노예의 임무는 장군에게 ‘당신도 한낱 인간임을 기억하라’는 말을 계속하는 것이었다고 해요. ‘겸손함을 잊지 말라’는 의미였겠죠. 어느 날 신문에서 이 글을 읽고 마음에 남아 한동안 책상에 붙여뒀죠.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에요. 내면의 아름다움이라고 하긴 부끄럽지만, 생명과 타인을 존중하면서 욕심 없이 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연일 가슴 아픔 뉴스를 들으면서도 위안을 받는 것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일 겁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세간을 뒤흔든 아동 대상 범죄나 장기화되는 경제적 어려움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스러울 때도 있어요. 그래도 다행히 ‘사람’이 있어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제가 하는 일의 특성상 마음이 아름다운 분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불편한 눈으로 붕어빵을 구워 팔면서도 잊지 않고 아이들을 도와주시는 분, 정부의 보호를 받는 여의치 않은 형편임에도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 후원을 이어가시는 분, 또 불의의 사고로 자녀를 잃고 그 자녀의 이름으로 다른 아이를 돕는 분들을 보면서 ‘아, 이런 분들이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이분들 덕에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구나’ 느껴요. 이런 분들을 만나면서 배운,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 | 이혜진 (hjlee@noblesse.com)
사진 | 정태호(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