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ime to Dream!
시계에 대한 기존 관념을 완전히 뒤엎은 이 시계를 <노블레스> 독자에게 소개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라 몽트르 에르메스는 지난해 11월 27일부터 28일까지 극비리에 아시아의 소수 매체만 싱가포르에 초대해 바젤 신제품을 선공개했다. 국내 매체 중 유일하게 <노블레스>가 독점으로 이 현장을 전한다.
1 ‘타임 투 드림’ 컨셉을 담아 2011년 선보인 아쏘 타임 서스펜디드는 원할 때 시간을 잠시 ‘멈출 수 있는’ 특별한 기능을 갖추었다.
2 2008년 선보인 케이프코드 그랜드 아워는 인덱스의 간격을 서로 다르게 디자인해 마치 자신이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우선 이 시계의 이름은 ‘드레사지 레흐 마스케(Dressage l’Heure Masque)’다. 그런데 이 시계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라 몽트르 에르메스의 유니크한 컴플리케이션 계보가 그것이다. ‘타임 투 드림’이라는 테마로 선보인 아쏘 타임 서스펜디드(Arceau Time Suspended), 그리고 케이프코드 그랜드 아워(Cape Cod Grand Hour)를 이해해야 비로소 올해 라 몽트르 에르메스의 야심찬 신제품 드레사지 레흐 마스케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아쏘 타임 서스펜디드는 시계 본연의 임무인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을 ‘끌(off)’ 수 있는, 즉 잠시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시계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9시 방향의 버튼을 누르면 시침과 분침이 12시 근처의 일명 ‘타임 서스펜디드 존’으로 이동해 몇 시인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 심지어 레트로그레이드로 날짜를 보여주는 바늘조차 애매모호한 공간으로 이동해 시계 위에서는 시간에 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시계 속 무브먼트는 계속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단번에 현재의 시간으로 바늘이 점핑하는 복잡한 기능을 탑재했다. 케이프코드 그랜드 아워는 시간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시계라 생각하면 된다. 다이얼 인덱스의 간격이 서로 다른 것을 볼 수 있는데, 인덱스의 간격이 좁은 곳에서는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인덱스의 간격이 넓은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즉 행복한 한때를 좀 더 오래 누리게 해주는 선물 같은 시계랄까.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새로운 컴플리케이션을 만날 준비가 됐는가?
1 H1925를 베이스로 제작한 무브먼트
2, 3 2013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최초로 공개한 드레사지 레흐 마스케. 극소수의 매체만 초청해 극비리에 소개했다. 가장 큰 특징은 평상시에 시간을 감추고 있다가 원할 때 시간을 불러낼 수 있다는 점.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라는 기존 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린 독특한 시계다. 스틸 소재 1000피스, 로즈 골드 소재 500피스 한정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Unveil Dressage l’Heure Masque
이번에는 드레사지다. 이로써 라 몽트르 에르메스는 컴플리케이션 섹션에서 대표적 컬렉션인 아쏘, 케이프코드, 드레사지의 케이스를 모두 활용하게 됐다. 드레사지 레흐 마스케의 외관을 살펴보면 컴플리케이션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깔끔하고 심플한 다이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리고 6시 방향의 GMT 창을 통해 듀얼 타임도 24시간 단위로 알려준다. 여행과 깊은 관련이 있는 에르메스답게 여행에 유용한 GMT 기능을 탑재했다는 CEO 뤼크 페라몽(Luc Perramond)의 설명. 스틸 소재 1000피스, 로즈 골드 소재 500피스 한정으로 선보인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특별한 것일까? 이름 속 마스크라는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시계는 뭔가를 숨기고 있다. 바로 시간이다. 이 시계의 가장 의아한 점은 평상시에는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할 때에만 시간을 알 수 있다. 시계의 본질을 철저히 무시한 대담한 시도가 놀랍다. 3시 방향의 크라운 안에 크라운과 결합한 푸시 버튼이 있는데, 푸시 버튼을 누르는 순간에만 실제 시간과 듀얼 타임을 알려준다. 평상시에는 시침과 분침이 정확히 동일한 위치에서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마치 바늘이 하나만 있는 시계처럼 보인다(즉 시에 대한 정보 없이 분만 알 수 있다). 그리고 6시 방향 GMT 창에서는 GMT라고 쓰인 글자 디스크만 보여 역시 듀얼 타임에 대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푸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침이 순식간에 점핑하며 해당하는 시 인덱스로 자리를 옮기고, GMT 창에서도 GMT라 쓰인 디스크가 사라지면서 해당 지역의 세컨드 타임이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원할 때에만 시간을 불러내는 것, 지극히 에르메스다운 발상 아닌가? 원할 때 시간을 멈추는 아쏘 타임 서스펜디드의 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
이런 시적이면서 재치 있는 발상을 실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창조 & 개발(Creation &Development) 부문 디렉터 필리프 델로탈(Philippe Delhotal)의 공이 컸다. 라 몽트르 에르메스의 자사 무브먼트 중 하나인 H1925를 베이스로 하고 ‘타임 베일드(Time Veiled)’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은 특별한 모듈을 얹어 자체 제작한 무브먼트를 탑재한 것이다. 그는 이 시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시침과 분침이 완벽하게 일치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푸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시를 관장하는 캠이 즉각 자기 자리를 찾도록 설계하는 과정 역시 녹록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 덕분에 평상시에 자유롭게 나만의 시간을 즐기다 원할 때에만 세상의 시간을 들여다보는 진정한 사치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역시 에르메스답다!’라는 탄성이 흘러나온 순간이었다.
에디터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