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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án Navarro 이반 나바로

ARTNOW

‘네온 아트의 떠오르는 별’이란 수식어는 사실 world artist 이반 나바로를 설명하기에 한참 부족하다. 그는 네온뿐 아니라 형광등이며 백열등, LED 등 빛을 내는 물질이라면 무엇이든 작품의 소재로 삼는 이른바 ‘빛의 작가’다. 군부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집권한 칠레의 암흑기에 성장한 나바로는 통행금지와 정전이 생활화된 ‘어두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억눌린 만큼 더 간절해진 자유에 대한 열망이 그를 점차 빛에 집중하게 했고, 작가가 된 그는 네온·형광등·거울 등을 사용해 사회적이면서 정치적 비판 의식을 담은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우물처럼 깊고 습한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 빛. 피노체트 정권이 대중을 통제하기 위해 ‘어둠’을 이용했듯, 나바로는 현실을 고발하고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빛’을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International Light Art Award’의 최종 후보로 선정되어 독일에서 열리는 기념 전시 준비에 한창인 그를 만나 빛과 어둠 그리고 그 사이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4월 갤러리현대의 개인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반 나바로

어릴 때부터 예술가를 꿈꿨나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처음엔 세트 디자인을 배우고 싶었는데, 지망한 학교에서 저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유일하게 제 입학을 허가한 한 아트 스쿨에 들어갔죠. 하지만 예술가 부모님이 조성한 창의적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예술가가 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건 조금도 어렵지 않았어요. 현재 제 남동생도 미술 교사입니다.
스무 살 무렵 칠레를 떠나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처음 뉴욕을 방문한 건 그곳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어요. 그는 저에게 뉴욕의 미술과 음악 등 다양한 문화를 보고 듣고 느껴보라고 권했죠. 실제로 칠레 산티아고에 살 때부터 뉴욕 팝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터라 제겐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꾸준히 빛과 관련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억압된 사회적 분위기에서 성장한 유년 시절의 기억 때문인가요?
당시의 기억도 제게 많은 영감을 주긴 했지만, 그것이 빛을 주제로 작업하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에요. 빛이란 무척 변덕스럽고 유기적인 물질이라 예상치 못한 많은 부분에서 사람들의 인식이나 시각화 과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마치 소리와도 같죠. 공간을 배회하며 특정한 분위기나 의미를 만들어내거든요. 제가 칠레에서 성장하던 시절엔 끊임없이 정전이 일어났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집 안에 갇혀 두려움을 느껴야 했어요. 이런 경우, 오히려 어둠이라는 부정적 의미로서 빛을 경험하게 되죠.
처음 네온을 주요 소재로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엄밀히 네온을 제 ‘주요’ 작품이나 소재라고 말하긴 힘듭니다. 전 백열전구나 LED, 형광등, 햇빛, 불,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빛을 사용하거든요. 다만 네온만이 그중 유일하게 빛의 원형을 변화시킬 수 있죠. 마치 구부러지는 금속 튜브 같아요. 게다가 오랜 시간 빛이 지속되기 때문에 잘 관리하기만 하면 50년은 사용할 수 있고요.
당신의 작품에서 빛은 주로 자유나 진실, 희망의 메시지처럼 보이지만, 또 몇몇 작품에서는 이민자를 위한 위로 같기도 합니다. 빛이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빛은 한 가지 의미가 아니에요. 저는 빛을 페인팅이나 드로잉처럼 시각적 표현 방법으로 사용합니다. 특히 어떤 작품에선 다른 요소들 사이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 활용하기도 하죠.
2011년 이후 미국 시애틀의 컬럼비아 센터, 시카고의 윌리스 타워, 중국 광저우의 시틱 플라자 등 전 세계 고층 건물의 평면도를 네온 작품으로 변환해왔습니다. 한국의 롯데월드타워 역시 시리즈의 소재가 되었는데, 이 건물을 고른 특별한 의도가 있나요?
기술이나 디자인 면에서 보여준 혁신은 물론 건물 자체의 역사적 정당성과 영향력에도 마음이 끌렸어요. 사실 이 시리즈는 전 세계 고층 빌딩 가운데서도 웨스턴 스타일 건물만 선택하는 것이 특징이죠. 관람객은 거울과 빛을 통해 내부의 규모나 각 건물의 윤곽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때 ‘투항(surrender)’이나 ‘유기(abandon)’ 등 제가 각 작품 안에 새긴 단어는 일종의 메아리예요. 마치 환상처럼 물체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미묘한 명령과도 같죠.

Untitled(Sears Tower), Neon, wood, paint, plexiglass, mirror, one-way mirror and electric energy, 160×160×22.9cm, 2011

Want(Citic Plaza), neon, wood, paint, plexiglass, mirror, one-way mirror and electric energy, 135.9×87.6×16.5cm, 2011

Desert(Columbia Center), Installations, neon, wood, paint, plexiglass, mirror, one-way mirror and electric energy, 120×106.7×17.8cm, 2011

Decay(Lake Point Tower), Neons, painted wood, mirror, one-way mirror and electricity, 121.9×134.6×16.5cm, 2011

작품 전면에 등장하는 단어는 당신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합니다. 이 작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대부분의 거울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단어의 대칭입니다. 사실은 단어의 위쪽 절반만 네온 튜브로 작업하죠. 나머지 반은 그저 반사된 형태고요. 저는 동사이면서 명사인 단어를 특히 좋아해요. 아주 애매모호한 뜻과 객관적인 뜻을 동시에 지닌 단어도 좋아하죠. 이런 단어를 번역할 때는 꼭 그 의미를 맞출 필요가 없어요. 제가 거울 작업을 할 때 단어의 반을 반사시키는 건 그래서예요. 이토록 주관적인 세계에서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완벽한 은유입니다.
지난 4월 한국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갤러리현대 지하 전시장에 ‘Hyundai Fence’를 설치하셨죠.
‘Hyundai Fence’는 경계가 표시된 공간의 모양을 따라 변형 가능한 조각들을 모아 만든 거예요. 각 조각은 독립적 구조물일 수 있고 벽의 일부일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공간이 순환하는 현상을 막고, 일종의 접근 불가능한 구역을 만들어주죠.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벽이 얼마나 폭력적인가’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을 읽긴 했지만, 실제 아이디어는 로버트 배리의 1969년 프로젝트 ‘Closed Gallery’에서 차용했어요. 암스테르담과 토리노, 로스앤젤레스 갤러리 쇼의 초대장으로 이루어진 작품인데, 카드 안엔 이렇게 적혀 있죠. “전시회 기간 동안 갤러리는 닫힙니다.”
올해 초 뉴욕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선보인 전시 < This Land is Your Land >가 국제적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런 설치 작업을 진행할 때마다 깊게 파인 입체 작품의 불안정함에 대해 생각해요. 미국 작가 고든 매터-클라크의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입체감이나 거울 효과에 흥미를 느꼈는데, 그는 빌딩 벽에 틈을 만들어 이런 입체감을 더욱 강조하죠. 산티아고 미술관에 특정 시간에만 하늘을 비추는 거울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고요. 매터-클라크는 모든 면에서 제게 영감을 준 작가예요. 다만 전 때때로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이런 허구적 공간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해요. 입체감이란 끝없는 가능성과 극단적 불확실성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거든요.
작품에서 자주 보이는 또 다른 형태는 의자입니다. 특별히 이런 형태에 애착을 갖는 편인가요?
‘Black Electric Chair’의 의자 프레임은 디스코 시대에 사용하던 반짝이는 보라색 네온 튜브로 이루어져 있죠. ‘Red and Blue Electric Chair’의 경우, 1917년 헤릿 릿벌트가 발표한 ‘Red and Blue Chair’의 이미지를 재현한 것이고요. 이건 제게 건축용 블록과도 같아요. 제 작품 속에서 의자는 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에요. 의자라기보다 일종의 살인 기계죠. 네온은 약하지만 사람을 감전시킬 수 있고요.
지금까지 해온 작업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형광 튜브로 쇼핑카트를 만든 비디오 작품 ‘Homeless Lamp, the Juice Sucker’예요. 이걸 끌고 갤러리들이 늘어선 맨해튼의 첼시 거리를 방황했어요. 어떻게 보면 미국 미니멀리즘 작가 댄 플래빈의 작품 같으면서도 동시에 수송이나 저장 용도로 쓰는 홈리스들의 카트를 떠올리게 하죠. 이런 작업은 예술 세계의 불공평함, 그리고 새로운 곳으로 이주해 어떻게든 연결 고리를 만들어보려 노력하는 이민자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한 거예요.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가 있다면요?
많은 예술가가 있지만, 제가 특별히 존경하는 인물은 뮤지션 레오니노(Leonino)예요. 2009년 촬영한 비디오에 그의 노래 한 곡을 사용한 적이 있어요. 현재는 그와 음악 프로젝트를 함께 하고 있고요.
당신에게 미술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당신의 작품은 매번 강한 메시지를 품고 있고, 때로는 무척 정치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미술이란 그런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 편인가요?
비록 관람객이 제 의도를 확인하지 못한다 해도 제 작업은 대개 그들에 관한 것이에요. 자기 언급적 작품이 아니라 관람객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치길 원하는 개방적 작품이죠. 전 그들이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에 관심이 많아요. 물론 둘 사이가 연결되지 않을 때도 가끔 있지만, 제 작업은 늘 대상이 있어야 가능한 상호 반응을 기반으로 해요. 결국 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요?
전 간단한 단어와 같은 하나의 ‘상징’이 반복적 사용을 통해 어떻게 추상적 형태로 바뀔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간단히 정의하면, 단어란 문화에 의해 주어진 특정한 의미의 상징이잖아요. 우리가 어떤 단어를 볼 때도 시각적이거나 청각적 형태보다는 그 안의 함축적 의미에 대해 먼저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그 단어를 충분히 반복해 사용할 때, 당신은 그것이 특별한 의미가 없는 단순한 상징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예요. 그럼 그 단어는 점점 의미가 사라져요. 이런 정의(定義)와 추상(抽象) 사이의 움직임이 제게는 늘 호기심의 대상이죠.
미술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나요?
전 항상 세트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고요.
실험적 음악을 만들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음악 작업은 늘 해왔어요. 다른 예술가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고, 어쨌든 빛과 거울, 소리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이런 작업에 대해 분명한 확신은 없어요. 이건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거든요. 제 작업의 기본 요소 3가지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에 대한 실험이기도 하고요.
근황이 궁금합니다. 진행 중인 작업이나 전시 계획이 있나요?
현재 독일에서 진행하는 ‘International Light Art Award’의 첫 번째 에디션에서 최종 후보 3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상태예요. 내년 1월에 전시회와 시상식이 열릴 거예요. 4월부터는 브라질의 상파울루 현대미술관(MAM)과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후멕스 박물관(Museo Jumex)에서 전시를 개최하는데, 지난 10월까지 ‘구겐하임 UBS MAP 글로벌 아트 이니셔티브’를 통해 선보인 작품들을 다시 한 번 소개할 예정입니다.

뉴욕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선보인 < This Land is Your Land >전

Ladder(Water Tower), Neon, wood, painted steel, galvanized steel, aluminum, mirror, one-way mirror and electric energy, 480.1×267×267cm, 2014

ME/WE(Water Tower), Neon, wood, painted steel, galvanized steel, aluminum, mirror, one-way mirror, and electric energy, 2014

< This Land is Your Land >전의 전경

Ladder(Water Tower), Neon, wood, painted steel, galvanized steel, aluminum, mirror, one-way mirror and electric energy, 480.1×267×267cm, 2014

에디터 류현경
사진 제공 폴 카스민 갤러리(Paul Kasmin Gallery), 갤러리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