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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mine Prasetio

ARTNOW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익힌 예술 감각은 인도네시아 소더비 지사장으로 일하는 재스민에게 큰 자산이 되었다. 아시아 미술 시장의 흐름을 꿰뚫고 있는 그녀가 소더비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들려준다.

Living with ART
세계 최대 미술품 경매 회사 소더비(Sotheby’s)의 인도네시아 지사장 재스민 프라세티오(Jasmine Prasetio)를 자카르타에 있는 그녀의 집에서 만났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저택에 들어서면 하늘색 배경에 싱그러운 나무가 어우러진 ‘Sky Tree’라는 작품이 보인다. 재스민의 어머니는 인도네시아에서 손꼽히는 아트 컬렉터이자 건축·인테리어 디자이너다. 이 집도 그녀의 어머니가 설계 단계부터 관여했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도맡았다. 재스민은 예술 애호가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늘 예술 작품을 가까이 접하며 자랐다. 지적이고 여성스러운 외모가 눈길을 끄는 재스민은 미국 동부 웰즐리 대학(Wellesley College)에서 경제학과 미술사를 전공했다. 소더비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10년 정도 커리어를 쌓은 후 2013년 인도네시아 지사장으로 발령받아 고국으로 돌아왔다. 예술, 경제,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다이내믹한 나라로 부상한 인도네시아에서는 지금이 가장 일하기 좋은 때라고 말한다. “소더비에서 일하며 근사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예술업계에서 총명한 인재들과 함께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이뤄내는 것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치는 흥분과 희열을 느끼게 해주죠.” 개인적 소회 외에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진 요즘, 소더비 같은 옥션 하우스는 미술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녀의 의견이 궁금했다. “옥션은 컬렉터가 안심하고 작품을 위탁하고, 최고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보안과 기밀을 철저히 지키는 역동적인 마켓입니다. 소장하고 있는 특별한 아이템의 가치를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1744년 이후 소더비는 글로벌 아트 비즈니스를 주도하며 고객에게 프라이빗한 갤러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SI2 갤러리 및 와인, 주얼리, 금융 상품을 폭넓게 거래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와 홍콩, 인도네시아까지 아시아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지역을 고루 거친 그녀는 아무래도 아시아 미술 시장의 변화에 늘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며 옥션 하우스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소더비는 중국에 최초로 지점을 설립하기도 했다. “미술 시장이 성장하려면 한 국가 또는 지역의 경제적 성장과 개인의 소득 향상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중국 미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배경은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예술과 작품 수집 및 거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싶어 했죠. 소더비는 이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2012년 베이징 거화(Gehua) 아트 컴퍼니와 합작해 중국 최초로 글로벌 옥션 하우스를 설립했습니다.” 재스민은 중국 외에 다른 아시아 국가의 성장도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한국 미술 시장의 성장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한국은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 수준이 매우 높은 것 같아요. 국립중앙박물관, 리움미술관은 매우 훌륭한 예술 공간이고 광주비엔날레는 제가 달력에 표시해놓고 기다릴 정도로 좋아합니다. 제프 쿤스, 알렉산더 콜더 같은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을 소장한 갤러리도 많고 대중이 쉽게 다가가 감상할 수 있죠.”
재스민은 동남아시아의 근·현대미술 전문가로 앤티크, 리빙, 인테리어, 시계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이름보다는 작품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는 작품이겠지요. 저는 추상미술을 선호해요. 좋아하는 작가는 색면 추상의 거장 마크 로스코(Mark Rothko),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빌럼 데 쿠닝(Willem de Kooning), 인도네시아 작가 크리스틴 아이 추(Chrisitine Ay Tjoe)를 비롯해 무척 많아요.” 해외시장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한국 작가 이우환, 아시아 전통 예술과 서양 미술의 접목으로 유명한 중국 작가 자오우지(Zao Wou Ki)의 작품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선 살짝 흥분된 기색이 전해졌다.

심플하지만 임팩트 있는 루디 만토파니의 작품 ‘Sky Tree’

재스민의 자택 거실에는 인도네시아 현대미술의 거장 아판디의 작품 ‘Harvest Scene’이 걸려 있다.

실제 사용한 칠판처럼 보이는 주말디 알피의 ‘Life’는 재스민이 특별히 아끼는 작품이다.

재스민의 집 거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Life’라는 큰 글씨가 쓰인 대형 칠판. 알고 보니 주말디 알피(Jumaldi Alfi)의 ‘칠판’ 시리즈 중 하나인 ‘Life’다. 트롱푀유(trompe l’oeil) 기법으로 캔버스 표면의 결을 완성해 진짜 칠판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Life라는 글자는 마치 접착테이프를 이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 역시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아주 흥미로운 이분법(dichotomy)을 보여줍니다. 모든 것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며 캔버스에 적혀 있듯 ‘인생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희망과 믿음이다’라는 뜻입니다.”
최근 미술 시장에서는 작품 수집에 관심이 많은 젊은 컬렉터들이 미술계의 신흥 주류로 주목받고 있다. 미술 전문가로 그 역시 젊은 컬렉터인 재스민에게 좋은 작품을 고르는 노하우에 대해 물었다. “당연히 자신의 취향을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합니다. 구입 전에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도 좋아요. 지난 2~5년 사이 발표한 작가의 작품도 차례로 살펴보세요. 무엇보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른다고 창피해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편하게 물어보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스민은 한 가지 구체적 사례를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작품 수집을 사람들은 흔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억만장자나 가능한 일이라고 오해합니다. 1988년과 2006년 소더비에서 경매를 진행한 일본 아티스트 요시토모 나라 컬렉션은 도쿄에서 은행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 구로고치 씨의 소장품이었습니다. 그는 출판물, 프린트, 아크릴화 등 다양한 작품을 처음 상태 그대로 깨끗이 보존하고 있었죠. 옥션이 열리기 전에는 낙찰가 총액을 240만 달러 정도로 추정했는데 실제 경매 결과는 52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갤러리를 자주 둘러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재스민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갤러리로 로 프로젝츠(Roh Projects), 나디 갤러리(Nadi Gallery), 칸나 갤러리(Canna Gallery), 에드윈 갤러리(Edwin Gallery)를 꼽았다.
재스민은 소더비 인도네시아 지사장으로 살고 있는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과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때때로 하루가 24시간 이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가능한 한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기 때문이죠. 제 일을 사랑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큰 즐거움이에요.” 그녀의 삶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Living with Art’라고 할 수 있겠다.

에디터 고현경
장은정(라이프스타일 저널리스트) 사진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