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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리더의 남다른 뷰

BEAUTY

글로벌 무대에서도 눈에 띄는 K-뷰티의 새로운 챕터가 열리고 있다. 명확한 신념과 가치를 토대로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뷰티 리더 네 명을 만났다.

 TALITHA KOUM  ‘탈리다쿰’ 대표 채문선

느림의 미학에 주목하다
탈리다쿰이 론칭한 지 벌써 5년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뷰티 트렌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탈리다쿰의 브랜드 철학은 꼭 필요한 제품만 만드는 것으로,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화장품 트렌드인 패스트 뷰티와 상반된 부분이다. 세상에 나온 지는 5년밖에 안 됐지만, 연구 개발에 3년이라는 시간을 들였다. 앞으로도 우리가 지향하는 비건, 클린 뷰티, 안전한 성분에 꾸준히 집중할 생각이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소비자와 활발히 소통하는데, 계기가 궁금하다. 탈리다쿰은 제품을 만들 때 오랜 시간을 들여 신중히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브랜드의 다양한 에셋도 많은 준비 끝에 나왔다. 이러한 노력과 과정을 설명할 기회가 적어 아쉬웠다. 보다 많은 소비자가 유튜브를 통해 여러 방면으로 브랜드를 경험해보셨으면 했다.
원래는 본인이 직접 쓰기 위해 만들었다고. 난치성 켈로이드 피부 질환과 그로 인해 극도로 예민한 피부 고민을 늘 안고 살아왔다. 반복되는 치료로 민감해진 피부뿐 아니라 켈로이드는 유전성 질환이기에 세 아이 엄마로서 아이들의 피부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호해줄 제품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심각한 켈로이드 질환이 재발했고, 치료와 함께 염증성 질환에 좋다는 하얀 민들레를 접하게 되었다. 하얀 민들레를 먹고 바르며 직접 효과를 체감하면서 성분 개발을 시작했고, 원료화하면서 제품을 제작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무엇이든 변화할 수 있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을 담아 성경에 나오는 구절 “소녀야, 일어나라”라는 의미의 ‘탈리다쿰(Talitha Koum)’을 선보이게 됐다.
여러 분야의 작가와 꾸준히 협업하거나 전시를 여는 등 제품을 판매하는 것 이상의 다채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탈리다쿰은 뷰티와 아트를 결합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며, 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도 장르를 넘어 다양한 신진 작가와 협업해 소장 가치가 있는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포화된 현 뷰티 시장 속 브랜드에 주어진 숙제는. 브랜드를 왜 만들었는지, 이 제품을 왜 만들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정체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꾸준히 나아갈 때 진정한 팔로워가 생기고 브랜드 힘이 강해질 거라고 믿는다. 탈리다쿰은 피부 환경은 물론 사회에 좋은 영향을 전하는 브랜드로 인식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로 신사동 사옥도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BORNTOSTANDOUT?  ‘본투스탠드아웃’ 대표 임호준

반항적인 자유의 향을 담다
최근 한남 매장을 리뉴얼했다. 브랜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강렬한 요소들이 흥미로웠다. ‘반항’이라는 라이프스타일과 감성을 전달하는 브랜드로 각인되고 싶다. 한남 매장은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소비자에게 강렬한 감정과 특별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매개가 되고자 한다. 단순히 향을 시향하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의 세계관에 몰입하고 철학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의 장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본투스탠드아웃이라는 이름에서 남다른 철학이 느껴진다. 본투스탠드아웃은 반항과 자유라는 철학을 브랜드 전반에 녹여냈다. 소비자 테스트 없이 직관과 창의성만 믿고 향을 완성하며, 완벽하지 않은 것에서 영감받아 대담하고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너무 좋거나 너무 싫은, 강렬한 피드백을 불러일으키는 개성 있는 향을 만들고자 한다. 또 패키지 디자인부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까지 모든 면에서 독창적이고 반항적인 요소를 일관되게 드러내고 있다.
최근 뷰티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최근 뷰티 트렌드는 ‘인디’, ‘자유’, ‘진정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정형화된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고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인디 브랜드가 주목받으며, 특별한 디자인과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이 결국 인기를 얻는 것 같다.
강렬하고 대담한 향과 달리 패키지는 부드럽고 고요하다.한국적이면서 한국적이지 않은 독특함이 느껴진다. 본투스탠드아웃 패키지는 전통 조선백자, 특히 술병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다. 한국적 요소와 대비되는 현대적 감각을 결합하고자 했는데, 백자 모양과 색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후 가장 대조적인 레드 컬러로 폰트를 새겨 반항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프랑스 프랭탕 백화점에 국내 향수 최초로 단독 매장 오픈, 밀라노 10 꼬르소 꼬모 & 안토니아와 일본 빔즈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편집숍에 입점하며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K-뷰티 향수 브랜드로서 국내외 뷰티 트렌드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국내외 뷰티 트렌드는 ‘진정성’이라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다. 해외 소비자, 특히 유럽과 북미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향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열광한다. 반면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인지도나 사회적 인정 여부, 즉 타인의 의견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차이를 인지하고 각 시장에 맞춘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소통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대담하고 개성 넘치는 향과 스토리텔링을 강조하고, 국내에서는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 그리고 업계 내 브랜드 포지셔닝을 중점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닌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와 가치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본투스탠드아웃 역시 독창적 향과 진정성 있는 스토리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도전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나가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KEYTH  ‘키스’ 대표 최경아

새로운 룩과 가능성으로 나만의 스타일을 창조하다
연이어 팝업 이벤트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는 팝업 공간에 집중하는 것 같다. 팝업은 새로 출시한 제품 콘셉트와 시즌성에 맞춰 VMD 퀄리티를 극대화할 수 있고,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고객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만남의 장이다. 고객과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었고, 이 방식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고 빠른 시일 내에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할 제품과 굿즈, 그리고 재미를 주는 요소까지 다방면으로 기획해 앞으로도 최대한 많은 고객을 만나고 싶다.
특유의 트렌디함 때문인지 키스가 해외 브랜드일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 뷰티에 머무르지 않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추구하기 때문일까? 키스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고,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트렌디하고 핫하다는 인식을 주고자 했다. 효능 못지않게 제품을 꺼내는 순간부터 어디서든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패키징에 많은 고심을 했다.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 촬영도 여러 사람의 취향을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콘셉트를 고안했고, 보다 패셔너블한 느낌을 주기 위해 의상과 작은 소품 하나까지 꼼꼼하게 체크한 결과물이다. ‘키스다운 제품과 브랜드 스토리’를 가장 완성도 있게 전달하려 했던 시도들이 고객에게 ‘키스=트렌디함’으로 느끼게 만든 것이 아닐까.
키스가 바라보는 최근 뷰티 트렌드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의한다면? #새롭게, #자유롭게, #나답게. 키스가 정의하는 뷰티란 자유롭게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궁극적으로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다. 새로운 룩과 가능성(new look & possibility)을 이야기하는 브랜드 슬로건도 바로 여기서 탄생했다. 요즘은 주근깨나 태닝한 피부 등 개성 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거나 자신만의 매력을 자유롭게 뽐내는 시대다. 자신을 가장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자신의 모습을 탐구하는 여정을 즐겼으면 한다.
현 뷰티 시장 속 최전선에 있는 뷰티 브랜드로서 어떤 시각으로 K-뷰티를 바라보는지? 이제 K-뷰티는 단순히 제품 역할을 넘어 세계인에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알릴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뷰티 시장에서 전 세계인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된 이 시점에 더욱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올 11월 태국과 일본 론칭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통해 18개국에 키스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뿐 아니라 K-헤리티지, K-컬처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이보다 큰 보람이 또 있을까.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은가? 큰 만족감을 주기에 내가 소장해야 할, 그리고 지인에게 추천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 브랜드. 소위 말하는 ‘육각형’ 재능을 갖춘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사용하면서 얻는 만족감과 제품 디자인이 주는 만족감을 결합해 완성되었기에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일 수 있는 영역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BEIGIC  ‘베이지크’ 대표 남궁현

스스로를 가꾸는 시간으로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뷰티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록시땅 등 글로벌 뷰티 브랜드 마케터로 시작한 이력이 눈에 띈다. 전공은 뷰티와 상관없는 공학이었지만, 어릴 때부터 화장품을 좋아했다. 결국 하고 싶은 걸 찾기 위해 졸업 후 뷰티업계로 눈을 돌렸고,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곧장 프랑스로 날아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노력 끝에 취직에 성공했다. 돌이켜보니 한국에서 뷰티 관련 일을 한 건 베이지크가 처음이다.
7년 전 비건 뷰티 브랜드 베이지크를 론칭할 때에 비해 지금은 ‘비건’이 핵심 뷰티 키워드가 되었다. 예상했는가? 전혀 몰랐다. 프랑스에서 여러 브랜드를 거쳐 시세이도 APEC 마케팅 디렉터로 이직하게 돼 싱가포르로 옮길 무렵 피부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졌다. 그때 알게 된 게 비건 화장품이었고, 피부를 진정시키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좋은 비건 뷰티 브랜드가 있으면 합류하고 싶어 열심히 알아봤는데, 마음에 드는 브랜드가 없었다.
그래서 직접 베이지크를 론칭했나? 그렇다. 화장품은 약이 아니다. 당시 대부분 비건 뷰티 제품으로 내가 원하는 심리적 만족감까지 채울 수 없었다. 성능에 비해 패키지나 감성적 비주얼, 스토리가 아쉬웠다고 할까. 스킨케어 루틴이란 굉장히 사적인 시간이며, 내가 고른 제품으로 정성껏 나를 가꾸는 행위다. 그 부분을 고려해 베이지크를 만들었다. 베이지크를 쓰는 분도 그들의 공간과 시간에 베이지크를 초대해주신 것이다. 그렇기에 베이지크는 효과는 물론 사용자에게 따뜻함과 편안함, 힐링이라는 감성까지 주기를 원한다.
오래전 한 인터뷰에서 “K-뷰티 트렌드는 있지만, 브랜드는 없다”고 언급한 것이 기억난다. 글로벌 브랜드에서 근무할 당시 트렌드 조사 에이전시가 매 분기 발표할 때마다 하던 말이다. ‘한국 BB크림’, ‘한국 시트 마스크’ 이런 글로벌 히트 뷰티 아이템은 있지만 그걸 대표하는 한국 브랜드가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확실히 달라진 걸 느낀다. 예전처럼 단기적으로 잘나가는 아이템 하나에 승부하기보다 좀 더 지속적으로 보고, 브랜드 자체의 스토리와 가치를 소구하려는 게 느껴진다.
해외 진출도 활발한 것 같은데, 베이지크도 이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지 않았나?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에 론칭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크로아티아에 새로 생긴 웰니스 호텔 마테라(Materra)에 스파부터 어메니티까지 공급하고 있다. 호텔 콘셉트를 잡을 당시 먼저 베이지크를 알게 됐다며 연락이 왔고, 베이지크와 결이 맞게 완성됐다. 모든 객실에는 나와 호텔 창립자가 함께 쓴 레터도 붙어 있다.
요즘 브랜드 인스타그램 계정과 별도로 개인 계정을 통해 활발하게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있다. 제품의 품질은 상향 평준화되었다. 이제는 품질은 기본이고 제품 뒤에 있는 사람의 스토리까지 관심을 갖는 시대다. 지금은 콘텐츠까지 제품인 것이다. 고객들도 브랜드 파운더와 직접 소통하는 것에 더욱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베이지크를 통해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싶은가? 예전에는 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제품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까지 제공하는 것이 브랜드의 임무임을 느낀다. 사실 나만큼 우리 제품을 많이 써보고 고민한 사람이 있을까. 어제도 베이지크를 즐기는 법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새벽 3시까지 SNS 콘텐츠를 분석하다 잠들었다.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베이지크와 함께 좀 더 풍요로운 스킨케어 루틴을 가지고, 그걸 통해 스스로를 돌보고 평안과 휴식을 얻을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할 것이다.

 

에디터 김현정(hjk@noblesse.com),주효빈(hb@noblesse.com)
사진 이승훈, 본투스탠드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