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0 미술관에서 발견한 구르스키의 힘
사진 페스티벌 'Dusseldorf Photo Weekend'가 자리 잡기까지 독일 현대미술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역할이 컸다. 그의 전시에 다녀왔다.
뒤셀도르프 K20 미술관의 외관

K20 미술관 입구에서 바라본 전시장 전경
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NRW) 주의 주도 뒤셀도르프는 같은 주에 속한 쾰른(Koln)과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문화 예술 도시다. 동시에 작곡가 슈만,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우리에게는 차두리 선수가 유럽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몸담은 곳이며 세계 미술계에 큰 족적을 남긴 요제프 보이스와 백남준이 만나 함께 활동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매년 초 사진 페스티벌 ‘Dusseldorf Photo Weekend’가 열리는데, 지난 2월 올해 5회째를 맞이한 행사에서는 더욱 개성 넘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 축제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구르스키의 최근작 ‘Amazon’을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
이러한 바탕에는 ‘뒤셀도르프 사진학파’라 불리며 현대사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가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르스키가 지난 2010년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의 한 클래스를 맡으면서 그와 그의 클래스에 속한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함께 현대사진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베허 부부의 제자인 칸디다 회퍼, 토마스 루프, 악셀 휘테, 토마스 슈트루트를 비롯한 많은 동시대 현대사진 작가의 전시가 기획ㆍ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사진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되었지만 현대미술 신에서 사진이 시각예술의 중심으로 들어선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런 흐름은 독일의 예술대학에서도 나타나는데, 사진작가 위르겐 텔러(Juergen Teller)가 뉘른베르크 아카데미의 회화·조각 클래스 교수로 부임하는 것만 봐도 사진작가의 위상이 달라진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다.
Rueckblick, 2015
ⓒ Andreas Gursky / 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
사진 장르의 신분 상승에 크게 기여한 안드레아스 구르스키는 2000년대 초 뉴욕 MoMA의 개인전, 그리고 지난해에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이후 지난 7월 2일 뒤셀도르프 K20(Kunstsammlung NRW) 미술관에서 개최한 개인전 를 통해 사진작가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1961년 구시가지에 문을 연 K20 미술관은 시내 다른 스폿에 위치한 K21 미술관과 함께 뒤셀도르프뿐 아니라 독일 내에서도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로 조명받고 있는 곳이다. 대규모 기획 전시는 물론 파울 클레, 피카소, 마티스, 요제프 보이스, 자코메티의 주요 작품과 함께 칸딘스키, 샤갈, 모딜리아니, 잭슨 폴록, 백남준, 앤디 워홀,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20세기 현대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것이 특히 매력적.이번 전시는 그간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한 구르스키의 대표 작품 외에 신작을 함께 구성해 신선함을 더한다. 미술관 본전시장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라인 강 II’, 그리고 입구 바로 옆에 걸린 ‘Amazon’을 비롯한 여러 신작은 일상의 차가운 현실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스펙터클하고 기하학적인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작품 특유의 구조를 한눈에 보여준다. 1990년대 전후의 작품도 함께 디스플레이해 그간 작업의 변화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전시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의 작품에 베허(Becher) 부부의 유형학적 사진이 보여주는 특징인 엄격성과 규칙성, 원본성, 통일성 등이 배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점은 전시장 곳곳에서 작품에 얼굴을 가까이 마주 대고 있는 관람객들. 이는 대형 작품도 모든 부분을 포토샵으로 아주 세밀하고 선명하게 보정하고 재배치하는 등 디지털적 요소를 적극 활용하는 그의 작업 방식과 제대로 부합하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의 구르스키 클래스 교내 전시회 풍경
오민
전시 개막 열흘 뒤, 미술관 뒤편에 위치한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는 구르스키 클래스 학생 중 졸업을 앞둔 두 학생의 전시가 때를 같이해 열렸다. 많은 관람객이 구르스키의 전시를 관람한 후 이어서 학생들의 전시를 둘러봤다. 구르스키와 함께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었을 학생들의 자유롭고 다채로운 작업 방식을 통해 누구보다 엄격한 작가 구르스키에게서 유연한 교수법을 갖춘 이상적인 교육자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겐 그래픽디자인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겐 설치미술처럼, 또는 대지미술처럼 보이는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1월 6일까지 이어진다.
에디터 | 김이신 (christmas@noblesse.com)
글 | 송광준(작가) 사진 | Ai Sakam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