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ssel_예술이란 파르테논
아르헨티나의 팝아티스트 마르타 미누힌은 올해 도쿠멘타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매번 독특한 작품을 선보여온 그녀가 이번엔 또 어떤 이슈를 만들까? 카셀에서 공개할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는 그녀를 인터뷰했다.

올해 아테네에서 도쿠멘타가 개막한 직후, 아테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마르타 미누힌의 퍼포먼스 현장.
도쿠멘타 14가 개막하기 전부터 이목이 집중된 소식은 마르타 미누힌(Marta Minjiun)이 카셀에서 선보일 거대한 프로젝트에 대한 것이었다. 완성작은 6월 10일 카셀에서 도쿠멘타가 오픈하는 날 만나게 될 테지만 작가가 지금까지 걸어온 독특한 행보 덕분에 일찌감치 기대감을 불러모으고 있다.

아티스트 루벤 산탄토닌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재해석한 작품, ‘La Menesunda’, 1965.
아르헨티나의 개념미술가이자 행위예술가인 마르타 미누힌은 1960년대부터 여러 화제작을 내놓았다. 1943년생인 그녀는 20세기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작가에 그치지 않고, 21세기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며 동시대 미술 담론을 가장 앞서서 제시하는 도쿠멘타에 초대받을 만큼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2011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의 산마르틴 광장에 설치한 작품은 전 세계적 이슈가 됐는데, 한국어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언어로 쓰인 책 3 만권을 이용해 높이 25m가 넘는 거대한 탑을 세웠다. 그녀는 유네스코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세계 책의 수도’로 지정한 것을 기념해 이 작품을 만들었고, 아르헨티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유명한 단편 <바벨의 도서관>에서 이름을 따와 ‘바벨탑(The Tower of Babel)’이라 명명했다. 당시 마르타 미누힌은 “이것은 모든 예가술의 꿈을 담은 탑이고,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하며 내부 갈등이 없는 곳이다”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그리고 전시 종료 후 방문객 1명당 1권씩 3만 권의 책을 모두 나눠주는 방식으로 수많은 사람과 자신의 이상을 공유했다. 올해 카셀에 설치하는 작품은 그보다 몇 배 많은 10만 권의 책을 사용할 예정이다.

2011년 ‘The Tower of Babel’ 작품 설치 현장에 선 마르타 미누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자리한 국립예술대학(National University of the Arts)에서 수학한 그녀는 1960년대 초반 프랑스로 넘어가 파리에서 아방가르드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많은 영감을 얻었고 작업 영역을 확장했다. 그리고 1960년대 중반부터는 아르헨티나의 팝아트 신에서 가장 활동적인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초기 대표작으로 꼽히는 ‘La Menesunda’는 1965년 아티스트 루벤 산탄토닌(Ruben Santantonin)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라는 도시를 작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 작가는 당시 조각도, 회화도 아닌 낯선 것을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고 회상한다. 이 작품은 많은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호응을 얻었고, 그녀는 50년 뒤 이 작업을 다시 한번 재현하며 “아이디어는 왔다가 가지만 컨셉은 남아서 그 아이디어를 가능하게 한다”는 말로 개념미술의 의미를 강조했다. ‘La Menensdua’를 발표한 뒤 마르타 미누힌은 1966년 구겐하임 펠로십(Guggenheim Fellowship)을 통해 뉴욕 활동을 시작했고, 앤디 워홀과 절친한 예술적 동료가 됐다. 최근 아트 바젤 마이애미비치에 등장하기도 한 ‘Payment of theg Aenrtine Foreign Debt to Andy Warhol with Corn’은 앤디 워홀이 사망하기 2년 전인 1985년에 함께한 사진 작업이다.

1983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The Parthenon of Books’를 설치하고 있는 역사적인 장면. 올해 카셀에서 비슷한 작업을 재현한다.
그녀는 지금까지 아르헨티나인이자 라틴아메리카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하며,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기반으로 세계 여러 갤러리와 미술 행사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해왔다. 가장 최근에 작품을 선보인 곳은 4월 아테네에서 개막한 도쿠멘타 현장. 개막일인 4월 8일, 마르타 미누힌은 아테네의 국립현대미술관(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로비에서 ‘Payment of Greek Debt to Germany with livOes and Art’라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리스의 부채 문제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는 의미심장하면서도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카셀에서 공개할 작품은 더 큰 화제를 불러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녀가 작업에 사용할 책 10만 권은 한때 금서로 지정된 책이다. 그녀는 ‘The Parthenon of Books’에 어떤 의미를 쌓아 올릴까? 그 작업이 한창일 즈음, 마르타 미누힌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 지난 4월 아테네에서 개막한 도쿠멘타 14를 찾은 사람들. 2 ‘The Parthenon of Books’, 1983
먼저 이번 도쿠멘타에서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초청을 받고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해야겠다고 구상했나요?
도쿠멘타 14에 초청을 받은 건 올해 초였죠. 너무나 기뻤습니다. 이번 주제가 ‘아테네에서 배우기(learn infrgom Athens)’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파르테논(Parthenon)보다 이 컨셉을 더 잘 표현할 작품은 상상할 수 없었죠. 세계 최초로 민주주의를 꽃피운 아테네에서 얻은 교훈을 표현하기 위해 아테네의 위대한 유산인 파르테논을 세울 계획입니다.
당신은 이미 1983년과 2011년 유사한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죠. 지난 작품과 비교할 때 이번에는 어떤 면에서 새로운 점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1983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The Parthenon of Books’를 선보였고 2011년엔 ‘The Tower of Babel’을 세웠죠. 2013년에 소개한 ‘The Agora of Peace’도 책을 이용한 작품이었어요. 이번에 카셀에 설치할 파르테논은 역대 도쿠멘타의 출품작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 될 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한때 금서였던 책 10만 권을 동원해 아주 의욕적으로 작업하고 있죠.
처음에 책을 기부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떠올렸나요?
책을 기증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곧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1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산마르틴 광장에 설치한 작품 ‘The Tower of Babel’.
아테네 전시는 먼저 개막했지만 카셀은 현재 전시 오픈 준비가 한창입니다. 책 10만 권은 순조롭게 수급됐나요?
물론 쉽지 않았고, 책은 지금도 계속 모으고 있는 중이에요. 구조물을 세운 뒤 작품을 설치하고 있는데, 매일 언론과 사람들이 SNS에 업데이트된 사진을 올리고 있죠. 지켜보는 사람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초기작 ‘La Menesunda’부터 당신의 작품은 그것이 전시되는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거나 관람객과 소통하는 작업이 많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관람객의 반응을 미리 예상하거나 고려하나요?
관람객 참여는 제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예요. 이번 작업을 예로 들면 관람객은 책을 기증하고 나중에 작품을 해체함으로써 작업에 참여합니다. 도쿠멘타 14가 막을 내리는 날에 작품을 해체해 책을 관람객들에게 나누어줄 예정이에요.
그런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 작품을 통해 유럽을 넘어 세계 모든 지역에 평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게 올해 도쿠멘타에 제가 가장 기대하는 점이기도 하죠.
최근 가장 관심을 보이는 이슈는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세계를 이루는 모든 구성 요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직하고 통합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사실은 이번 작업과도 연관이 있죠. 세계 전역에서 모은 책으로 만드는 작품이니까요.
당신이 첫 번째 전시를 연 건 1959년이죠. 이토록 긴 세월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하네요.
간단해요. 작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 나를 살아 있게 하는 동력이니까요.

3 1965년 작품 ‘La Menesunda’를 설치 중인 모습. 4 ‘Payment of the Argentine Foreign Debt to Andy Warhol with Corn’, 1985·2011
마르타 미누힌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개념미술가이자 팝아티스트, 퍼포먼스 아티스트다. 1960년대부터 파리와 뉴욕에서 이름을 알렸으며 기존 사고방식의 틀을 깨는 독특한 작업과 관람객 참여형 작품을 선보여왔다. 아르헨티나에서 문화계의 발전에 공헌한 위대한 예술가를 시상하는 코넥스 어워드(Konex Award)를 1982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수상했다. 올해 카셀에선 도쿠멘타 역사상 가장 스케일이 큰 작품을 전시한다.
에디터 안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