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Exclusive
글로벌 주방용품 브랜드에서 한국 소비자만을 위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1 한국인의 식문화를 반영해 만든 휘슬러 프리미엄 이다 컬렉션.
2 증가하는 1인 가구를 위한 피오리 프로 에디션.
3 영구 커피 필터를 탑재한 WMF의 신제품 키친미니스 아로마 커피메이커.
한국 시장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체감하는 순간이 있다. 굴지의 브랜드가 아시아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서울에 오픈하거나, 신제품을 국내에 가장 먼저 선보일 때, 그리고 오직 한국을 위한 로컬라이징 제품을 출시할 때다. 주방용품업계도 마찬가지. 스메그, 드롱기 등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진출할 때 토스터 뚜껑을 만드느라 진땀 뺐다는 건 업계의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휘슬러는 한국형 제품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솔라 시리즈’를 시작으로 한국 소비자를 위한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이다 컬렉션’ 역시 한국인의 요리 패턴을 연구한 결과 탄생했다. 기존의 납작한 뚜껑은 사골처럼 장시간 조리하는 한국 요리에 부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끓어넘치는 것을 방지하는 돔형 뚜껑으로 교체했다. 여기에 많은 양의 식자재를 한 번에 넣고 요리하는 한국식 조리법에 맞게 냄비 바닥 면적을 기존 제품 대비 1.5~2배 이상 넓힌 그릴팟을 적용해 실용성을 높였다. 소용량 압력솥 ‘피오리 프로 에디션’은 한국에서만 선보인다. 국내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더 작고 슬림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해 개발한 제품. 브랜드 관계자는 “한국은 휘슬러 글로벌에서 독일 다음으로 중요한 시장이며, 휘슬러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 한국 소비자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전용 제품을 준비했다”고 출시 배경을 밝혔다.

4 WMF 토스터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로 위생적 사용이 가능하다.
5 한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드롱기의 프리마돈나 엘리트 .
WMF 역시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적극적이다. 위생을 중요시하는 한국 소비자를 위해 토스터 2종의 전·후면부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바꿨고, 같은 소재를 활용한 한국형 수저 세트 또한 개발 중이다. 신제품 ‘키친미니스 아로마 커피메이커’에서는 섬세한 배려도 엿보인다. 유럽만큼 종이 필터가 익숙지 않은 국내 사용자를 고려해 오직 한국 제품에만 영구 커피 필터를 탑재, 세척만으로 제품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 브랜드 대표 상품 중 하나인 ‘프리미엄 원’ 냄비는 한국인이 빨간색 실리콘과 유광 재질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매트 버전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바뀌는 건 디자인만이 아니다. 최근 출시한 드롱기의 ‘프리마돈나 엘리트’ 커피 머신은 4.3인치 풀 컬러 한글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눈길을 끈다. 기기를 영문 디스플레이로 조작해야 하는 어려움에 따른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드롱기는 유럽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인 만큼 유럽 언어와 영어를 기본 매뉴얼로 장착했지만 본사에서 아시아,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해 처음으로 한국어 버전을 추가했다. 또 에스프레소나 롱커피를 즐기는 유럽과 달리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한국인을 위해 드롱기 커피 머신 최초로 아메리카노 원터치 메뉴를 추가했다.
글로벌 브랜드가 이토록 국내 시장에 공들이는 데에는 한국 소비자의 강한 프로슈머(prosumer) 성향이 한몫했다. 한국인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위생과 안전, 편의성 등 까다로운 기준으로 제품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제시하는 능동적인 소비자라는 것. 한국 시장에서 인정받은 제품은 곧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한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으며 한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업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의 깐깐한 기준에 맞춰 변해가는 글로벌 주방용품. 한국형 제품이 글로벌 시장의 ‘뉴노멀’이 되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에디터 최별(choistar@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