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ppartement Lumière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프랑스 하이엔드 조명 브랜드 오존 공동대표 에티엔 구노의 아파트 속으로.

‘라인 L’ 아플리케 조명 9개를 나란히 달아 작품처럼 연출한 벽 앞에 앉은 오존의 에티엔 구노 공동대표. 의자는 놀의 ‘사리넨 튤립’ 체어.
도미니크 페로, 장 미셸 윌모트, 조제프 디랑 같은 세계적 건축가들이 찾는 프랑스 조명 브랜드 오존(Ozone) 공동대표 에티엔 구노(Etienne Gounot)는 자신의 아파트를 ‘빛의 아파트(l’Appartment lumiere)’라고 부른다. 창이 넓은 이유도 있지만, 최대한 자연광에 가까운 빛을 구사하는 LED 기술과 미니멀 디자인이 어우러진 최상급 조명의 향연이 이곳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가 2020년부터 거주하고 있는 파리 8구 아파트는 19세기 말 벨 에포크 시대에 손님 접대용으로 사용했던 곳이다. 파리가 가장 화려하고 부유하던 시절, 저택에 초대받은 손님들은 높은 천장과 웅장한 오스마니안 장식에 둘러싸여 ‘아름다운 시절’을 만끽했다. 그리고 100년이 훌쩍 흐른 지금, 당시 영광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아파트에 21세기 혁신 기술이 담긴 조명이 설치되며 ‘빛의 아파트’가 구현됐다.
“방이 일렬로 나열된 프랑스 궁궐처럼 거실을 거쳐야 침실이 나오고, 침실을 거쳐야 욕실이 나오는 구조예요. 지금 라이프스타일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저는 오히려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침실은 하나면 충분했고, 커다란 정사각형 거실은 오존의 ‘엠브룬(Embrun)’ 샹들리에를 설치하기에 완벽했거든요.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 엠브룬 컬렉션을 개발 중이었는데, 정사각형 샹들리에를 배치하기에 가장 완벽한 장소로 정사각형 천장을 상상하곤 했어요. 이 아파트를 방문한 순간 샹들리에가 있어야 할 완벽한 자리를 찾은 느낌이었죠.”
이사를 결심한 에티엔은 기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벽과 천장, 마룻바닥 전체를 화이트로 칠했다. 클래식의 전형 같은 우드 톤 공간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동시에 실내를 더 밝게 연출하기 위해서다. 조명을 만드는 사람에게 ‘빛’이란 좋은 공간을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그중에서도 자연광은 어떤 훌륭한 조명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채광이 좋은 집에서 최대한 자연광을 누리면서 좋은 품질의 조명을 활용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아파트 각 공간에 설치된 모든 조명은 빛의 강약 조절이 가능한 것은 물론,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원하는 빛의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그는 색과 강도, 밝기 조절, 광선 굵기 등 제각각 다른 조명의 조화는 좋은 가구를 선택하는 것 이상으로 공간의 품격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조명의 각기 다른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한 종류만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직접조명, 간접조명, 스포트라이트를 적재적소에 사용해야 공간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삶의 질도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높은 조도가 필요한 곳에는 직접조명을, 부드러운 분위기가 필요한 곳에는 벽이나 천장에 빛을 투사하는 간접조명을, 현관처럼 작지만 강조해야 하는 공간엔 스포트라이트를 사용하는 거죠. 빛의 레이어가 다양해지면서 입체감이 생기고 공간이 지루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될 거예요.”

다니엘 쇼필드(Daniel Schofield)의 테이블과 이에 어울리는 데이베드를 커스텀 디자인해 배치한 거실과 침실 사이 공간. 왼쪽 벽에는 카를로스 크루스 디에스(Carlos Cruz-Diez)의 그림이, 오른쪽 벽에는 리오넬 재거(Lionel Jager)의 작품이 걸려 있다.
그는 이 외에도 조명을 활용하는 두 가지 팁을 전했다. LED를 선택할 때는 색감이 따뜻한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고르라는 것과 딤 투 웜(dim to warm) 기술이 적용된 LED로 분위기를 연출해보라는 것. 품질이 떨어지는 LED는 색을 올바르게 표현하지 못해 파란색 바지가 빨갛게 보이거나 피부색이 유난히 창백해 보이게 한다.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따뜻한 색감을 발현하는 딤 투 웜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조명은 자연광이라는 착각이 들 만큼 매력적이라, 특히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겨울철에 공간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연출할 수 있다.
오존 조명이 메인 플레이어로 자리 잡은 그의 집은 조명과 어울리는 미니멀한 무채색 가구, 직접 수집한 미술 작품과 사진이 잔잔하게 조화를 이룬다. 빛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공간 속 흑백 풍경 사진은 매 순간 특별한 여행을 상상하게 하며, 구석구석 배치된 밝은 색감의 현대미술 작품은 일상에 예술적 영감과 자극을 전한다. 2000년 당시 스물다섯 살이던 엔지니어 출신 동갑내기 에티엔 구노와 에리히 안케(Eric Jahnke)가 “파리 최고의 조명을 만들어보자”는 포부로 시작한 브랜드 오존은 오늘날 세계적 건축가들이 앞다퉈 즐겨 찾는 조명 브랜드로 성장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또 파리에 자리한 공방은 1964년에 디자인한 피에르 폴랑의 샹들리에 M101을 재생산하고 생루이 크리스털 조명을 제작하는 등 프랑스 하이엔드 조명을 가장 잘 다루는 아틀리에 중 한 곳이 됐다. 에티엔 구노는 ‘공장’이 아닌 ‘공방’으로서 24년간 파리에서 조명을 제작해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오존의 정체성은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어요. ‘혁신(innovation)’, ‘일관성(consistence)’, ‘파리 공방(Paris Metier d’Art)’입니다. 우리는 혁신을 통해 최신 LED 기술을 개발하는 데 몰두하며 일관성 있는 디자인으로 건축가들을 매혹시켰어요. 그리고 파리의 장인정신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자랑입니다. 어느 미국 클라이언트가 말하더군요. ‘오존 조명을 통해 파리의 일부가 집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요. 이런 피드백이 우리에겐 큰 기쁨입니다. 한국에서도 곧 디에디트를 통해 오존의 조명을 소개할 예정이에요.”
큐브, 튜브, 원형 등 오존의 조명 디자인은 대부분 미니멀한 형태다. 그럼에도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최상의 재료를 아낌없이 활용하고, 장인의 손길을 거쳐 완벽한 마감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품 같은 조명을 통해 미적, 기능적으로 한 단계 진화한 공간을 선사하는 일. 에티엔 구노의 아파트에서 오존이 지향하고 만들어가려는 빛의 세계를 마주했다.
에디터 김수진(jin@noblesse.com)
글 양윤정(파리 통신원) 사진 아드리앙 외타(Adrian Wojt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