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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re Prouvost 로르 프루보

ARTNOW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터너상 2013년 수상자 로르 프루보는 여러모로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수상 후 국내 매체 최초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터너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점점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지는 현대사회에서 로르 프루보는 예술을 매개로 근본적 소통에 대해 고민한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그녀만의 시선으로.

1 2013년 터너상 수상자 로르 프루보 /Laure Prouvost 2010 Photographer Jean-Phillipe Dordolo
2 Before, Before, 2011 Installation detail, Biennale de Lyon 2013 2013년 프랑스 리옹 비엔날레에 출품한 그녀의 작품/ Courtesy of the artist and MOT International, London and Bruxelles, and Outset Contemporary Art Fund, and of Biennale de Lyon 2013, Photographer Blaise Adilon

“2013년도 터너상 수상자는 로르 프루보(Laure Prouvost)입니다.” 2013년 12월 3일 영국 데리(Derry)에서 열린 터너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의 이름을 발표한 순간, 영국은 물론 전 세계 미술 관계자들은 비로소 로르 프루보라는 작가에게 주목했다. 언론에서 하나같이 ‘서프라이즈’라고 밝힌 로르 프루보의 수상 소식. 그녀가 프랑스인이라는 사실도 그 놀라움에 한몫했지만, 3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수상자는 물론 후보자까지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터너상이 선정한 로르 프루보 작가는 정말 ‘의외의 수상자’일까?
일단 그녀는 ‘영국인이거나 영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작가’라는 터너상의 후보자 조건을 무리 없이 통과했다. 1978년 프랑스 북부 도시 릴(Lille)의 외곽에 위치한 크루아(Croix)에서 태어났지만 15년 전 영국으로 이사해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대학 중 하나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영화를, 많은 터너상 수상자와 후보자를 배출한 골드 스미스 미술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사실 프랑스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녀가 예술가로서 준비하고 경력을 쌓은 곳은 영국이다.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와 회화, 조각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그녀의 작품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영국의 큐레이터와 평론가 그리고 진지한 컬렉터에게 알려져 있었다. 그녀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린 계기는 2011년 영국에서 활동하는 여성 작가에게 주어지는 막스 마라 여성 미술상을 수상한 것이다. 당시 수상과 함께 그녀의 개인전이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열려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로르 프루보의 예술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이쯤 되면 그녀가 강한 프랑스 악센트가 섞인 영어로 “프랑스인인 저를 받아들여준 영국에 감사한다”라고 밝힌 수상 소감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1 Before, Before, 2011 Installation view, Biennale de Lyon 2013 리옹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로르 프루보의 설치 작품. 강렬한 조명의 컬러가 눈에 띈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MOT International, London and Bruxelles, and Outset Contemporary Art Fund, and of Biennale de Lyon 2013, Photographer Blaise Adilon
2 Farfromwords, 2013 Installation view, Collezione Maramotti, Reggio Emilia 2011년 막스 마라 여성 미술상을 받은 로르 프루보의 설치 작품 /photographer Dario Lasahni
3 런던 작업실에서 로르 프루보가 그의 작품 중 일부인 팔 모형으로 장난을 치고 있다. 그녀는 소탈하고 밝은 성격의 아티스트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작가로서 35세라는 젊지만 충분히 성숙한 나이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보여준 예술적 행적을 살펴보면 터너상 후보에 오른 사실이 그다지 놀랍지 않다. 그러나 그녀가 4명의 후보 중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에 빛나는 퍼포먼스 작가 티노 세갈(Tino Sehgal)을 제치고 수상자가 되었다는 것은 확실한 서프라이즈다. 공식 수상자를 발표하기에 앞서 4명의 후보자 전시가 3개월간 열리는데, 이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티노 세갈의 수상을 점쳤다. 오브제의 개념 자체를 거부하는 티노 세갈은 텅 빈 전시장에서 2명의 배우가 안으로 들어오는 방문객에게 다가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였다. 한편 로르 프루보는 전시장에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각종 잡동사니를 늘어놓았으며 테이블 앞 화면에선 ‘Wantee’라는 제목의 영상을 상영했다. 작가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를 기리는 이 작품은 작가가 생전에 손님이 올 때마다 차를 권하면서 “Want tea?”라고 물은 것에서 제목을 따왔다. 집 밑으로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터널을 만들던 작가의 할아버지가 실종된다는 허구를 다룬 영상 작품으로, 한 작가가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지만 그 언어들이 결국 무의미하고 쓸모없고 우스꽝스럽게 변해버리는 상황을 인간적 감수성과 유머로 풀어낸 작품이다.
터너상 수상 이후 매우 바빠진 로르 프루보와 어렵게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런던의 리버풀 스트리트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세 정거장 가서 내리니 바로 그녀의 스튜디오가 나왔다. ‘Wantee’의 전시장처럼 그녀의 스튜디오에는 각종 잡동사니가 가득했다. 생각보다 좁은 그 스튜디오를 8년째 사용해오고 있다고. 마침 현대미술 작가들의 위스키 레이블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리엄 스컬리(Liam Scully)가 로르 프루보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리암은 로르 프루보가 디자인한 위스키를 가지고 왔다. 로르 프루보와 오랜 세월 친구처럼 지내온 리엄은 로르가 터너상 후보에 오르기 전에 이미 그녀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다고 한다. “이 위스키를 마시면 정말 진실된 인터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서 시원한 웃음을 짓는 로르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1 Wantee, 2013 Installation detail, Tate Britain 2013년 터너상 수상작으로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듯한 오브제에 개인적 기억을 담고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2 Reliques this glass, 2013 oil on board; glass on shelf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이 시선을 끄는 오브제
3 현대미술 작가들의 위스키 레이블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리엄 스컬리와 함께 작업한 위스키. 로르 프루보가 레이블을 디자인했다.
4 Farfromwords, 2013 Installation view, Collezione Maramotti, Reggio Emilia 작년 3월, 2011년 막스 마라 여성 미술상 수상을 기념해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열린 로르 프루보의 개인전 /photographer Dario Lasahni

예상 밖의 터너상 수상자로 이슈가 되었는데, 이후 당신에게 일어난 변화는 무엇인가요?
우선 이 작은 스튜디오에 방문자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 스튜디오가 따뜻해져서 좋아요.(웃음) 여기저기서 연락도 많이 오고요. 내년에는 정말 바빠질 것 같아요. 특히 프랑스에서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마치 ‘아, 프랑스 작가가 영국 작가를 이겼다!’라고 외치듯이 프랑스 언론들이 흥분했죠. 사실 터너상을 수상하기 전 저는 프랑스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어요. 열세 살 때 프랑스를 떠났고, 열여덟 살에 영국에 와서 학교도 이곳에서 다니고 작가 생활도 이곳에서 시작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열여덟 살에 혼자 영국에 왔을 때 적응하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영국이 매우 생소했는데, 하필이면 런던에서 당시 가장 위험한 동네에 살게 됐어요.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도둑맞기 일쑤였죠. 하지만 차차 적응해나갔어요. 당시엔 세상 물정도 모르고 마냥 순진하기만 했는데 오히려 그런 면이 영국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어릴 때 프랑스를 떠나와 비교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본인이 생각하는 프랑스와 영국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맞아요. 너무 일찍 프랑스를 떠난 탓에 비교하긴 어렵지만 런던의 자유로움에 매료됐다는 것만은 분명해요. 누가 뭐라고 하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특정 그룹에 속하지 않고 그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일종의 개인주의적이고 독립적인 삶이 가능한 분위기 말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 기자가 당신의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가장 터너상을 수상하기 힘든 3가지 조건, 즉 프랑스 출신, 여성 작가, 2개월 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수상했다고 언급했어요. 특히 어린아이를 둔 엄마로서 작품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을 듯한데 작업과 육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가 힘들지 않나요?
많은 여성이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잘해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도 매우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과 모든 일을 좀 더 세밀하게 계획해야 한다는 것 외에 그다지 많은 변화는 없었어요. 여자들이 몇백 년에 걸쳐 해온 일인걸요. 게다가 아직은 아이가 한 명밖에 없잖아요.(웃음)

1 After, After, 2013 Installation detail, Biennale de Lyon 2013 로르 프루보는 작은 오브제를 활용한 설치 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작년 리옹 비엔날레에 출품한 작품 /Courtesy of the artist and MOT International, London and Bruxelles, and Outset Contemporary Art Fund, and of Biennale de Lyon 2013, Photographer Blaise Adilon
2 Swallow, 2013, HD video still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만난 로르 프루보의 영상 작품. 풀숲에서 누드로 여성들이 뛰어놀고, 라즈베리를 삼키는 사람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삼킨다는 행위에 대한 그녀만의 해석이 담겨 있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MOT International
3 The Wanderer (Hairdresser Sequence), 2013 Installation view Gallery TPW, Toronto ‘The Wanderer’는 독일어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사전도 보지 않고 카프카의 단편소설을 영어로 번역한 다음,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필름으로 만든 작품이다.
4 The Wanderer (Betty Drunk), 2011 Installation view IPS Birmingham 로르 프루보는 각기 다른 언어로 인한 소통의 문제, 정확하지 않은 번역에서 비롯된 몰이해 등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 대해 꾸준히 작업해왔다.

마침 시상식 무대에 아이가 올라와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무척 감동적인 장면이었어요.
당시에 터너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순간이니 10분만 아이를 안고 있어달라고 어머니에게 부탁했는데, 소감을 말할 때 갑자기 어머니가 아이를 무대 위로 올려보냈어요. 저도 어머니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터너상을 받은 건 잘한 일이지만 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그런 것 같아요.
수상자로 본인의 이름이 불렸을 때 매우 놀라는 눈치였는데요?
네.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모든 사람이 같이 후보에 오른 티노 세갈이 상을 탈 거라고 했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수상한 것을 믿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수상 소감도 엉망으로 했죠. 나중에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한 거지?’라고 생각했을 정도로요.
터너상 후보의 작품 전시를 보고 어떤 평론가는 오브제로 가득 찬 전시실과 영상 작품으로 구성한 당신의 작품, 티노 세갈의 안티 오브제적이고 미니멀한 작품을 비교하기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세갈의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세갈의 작품을 좋아해요. 정말 훌륭한 작가고 이 시대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하는 사람이죠. 그의 작품은 매우 미니멀하지만 우리 사회에 대한 진지한 담론을 끌어냅니다. 그의 전시 작품을 보고 나서 제 작품을 보니 너무 어수선한 느낌이 들더군요. ‘내가 대체 왜 이 많은 잡동사니를 늘어놓은 거지? 좋은 작품으로 보이려면 이것들을 모두 치워버려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제 작품도 티노 세갈과는 다른 방법으로 질문을 한다고 생각해요. 제 작품에는 유머가 있습니다. 결국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은 같지만 그 방법이 다르죠. 저는 티노 세갈과 같은 절제를 모릅니다. 성격 자체가 친근한 것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그 안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거나 발명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1 런던 리버풀 스트리트 기차역에서 세 정거장 떨어져 있는 로르 프루보의 작업실
2 개인 작업실에서 인터뷰 중인 최선희 아트 컨설턴트와 로르 프루보
3 밤이 되면 정말로 컵 속에 담긴 물이 검게 변할까? 작업실에 놓인 오브제도 로르 프루보의 예술 작품이 된다.

수상작 ‘Wantee’를 보고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상상 속의 할아버지라고 소개하긴 했지만, 당신의 할아버지는 정말 아티스트였나요?
아, 그건 상상에 맡길게요. 실제 제 할아버지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제가 만들어낸 인물일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현실과 상상을 규정짓는 것이 저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삶에서도 현실과 상상은 결국 섞여버리거든요. 영화나 소설을 봐도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때로는 허구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더 오래 기억 속에 살아남죠. 저는 이런 모호함이 좋습니다. 아무튼 저에게는 많은 할아버지가 있어요. 그들은 제가 만든 영상 작품에 주인공으로 또는 조연으로 문득문득 등장하죠. 사실 실제 있었던 일도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말씀드리면 제 할아버지는 터널 속에서 사라지셨어요. 그것만은 확실해요.
영상 작품에 종종 할아버지나 할머니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죠?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실제 제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늘 현대미술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보였는데, 전시회에 가는 것보다 그분들의 견해나 비전을 듣는 것이 저에게는 오히려 흥미로웠어요. 친할머니와는 정말 가까웠는데 제 작품 활동에 늘 응원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할아버지는 현대미술 작품을 보면서 “저건 쓰레기니 쳐다보지도 마라” 하시고는 폭포 밑에서 목욕하는 여인의 그림을 보면서 “이거야말로 정말 예술이다”라고 말씀하시는 분이었어요. 그리고 제 작품을 보고는 “로르, 이곳에 색을 좀 더 입혀보렴” 하며 조언을 해주곤 하셨죠.(웃음) 아무튼 그분들의 존재를 제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왜 아티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나요?
미술 외에는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어려서부터 그다지 학구적인 학생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늘 무언가 만들거나 발명하는 걸 즐겼죠. 부모님도 그런 제 성향을 아신 후로 지원을 해주셨어요. 일반적 교육 시스템과는 맞지 않았기에 일찍부터 미술학교에 다녔죠. 게다가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한적한 곳에 살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시간보다 혼자 상상하며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리고 어려서부터 프랑스어나 작문 실력은 형편없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언어를 이용한 작업은 늘 잘못 이해하거나 틀린 해석을 하거나 혹은 질문을 하는 등 언어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모호함에 관한 것입니다.

1 전시장에 놓여 있을 때는 엄숙한 작품처럼 보였는데, 작업실에서는 유머가 느껴진다.
2 로르 프루보의 작업실은 명성에 비해 아주 아담한 규모. 그녀는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작업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영국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고 영어 텍스트 작품과 영어 내러티브가 들어가는 영상 작업 등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당신의 작품에서 프랑스적 감수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잘 모르겠어요. 글쎄요. 영국과 프랑스, 두 문화에서 모두 영향을 받은 건 확실해요. 제 작품에는 프랑스 작가의 작품에 비해 철학적 요소가 덜하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내러티브적 요소를 배제한 프랑스의 누보로망(1950년대 프랑스 문학계에 등장한 신경향 소설을 지칭함) 작가 로브 그리예의 소설과 같은 요소는 프랑스적 감수성에서 온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 언어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의 불가능함, 해석의 모호함, 불확실함 등의 요소가 당신의 작품 속 주된 메시지인데, 이를 ‘Lost in Translation’이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외국의 언어를 사용하며 살아가야 하는 당신의 개인적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도 좋을까요?
네. 무언가를 잘못 이해하면 머릿속에서 자신만의 비전을 창조하거나 원하는 것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기죠. 골치 아픈 논쟁은 그냥 무시해버리고요. 파리에서 ‘그저 크루아상이나 먹지’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웃음) 그리고 언어의 통역이 불확실하거나 불가능한 것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전달하면서도 같은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통하는 것 자체가 작가에게는 중요한 이슈가 되죠. 언어나 감정뿐 아니라 한 작가의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작품 앞에서 그걸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할지 누가 정확히 알겠어요? 그림, 조각, 영상 작품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예술은 소통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예술을 무엇이라고 정의하시겠어요?
아,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너무 광범위한 질문이라서요. 저에게 예술은 무언가를 질문할 수 있는 하나의 장소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왜 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곳. 일상에서 거리를 두고 생각할 수 있는 곳이고, 장난을 치거나 재미있는 일을 벌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세상과 단절된 매우 이기적인 공간이기도 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교회 같은 곳이기도 해요. 만약 딱히 쓸 데가 없어 보이는 조각 작품을 의자를 수리하는 데 활용한다면 예술은 일상의 실용적 영역에까지 들어올 수 있죠.

예술이 우리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예술이 얼마나 우리를 사유하게 하고 질문하게 하고 존재하게 하는지 그 대답을 로르 프루보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보여주면서도 예술에 대한 너무 무거운 질문은 피한다. 그저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어서 예술가가 되었다고 유머러스하게 말하듯 그녀에게 예술은 무거워서도, 어두워서도, 조용해서도 안 되며 사람들이 즐겁게 드나들 수 있는 로르 프루보만의 공간인지 모른다. 이렇게 인간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이어간 런던의 겨울 어느 따뜻한 오후, 로르 프루보라는 작가가 앞으로 만들어낼 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졌다.

에디터 고현경
최선희(아트 컨설턴트) 사진 권순학(인물), MOT INTERNATIONAL London and Bruss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