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W Diary
누군가는 런던 패션 위크를 다른 도시의 그것보다 영세하고 조용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뉴욕과 파리, 밀라노 패션 위크가 화려함과 상업성에 연연할 때 여전히 모험적이고 유머러스한 트렌드를 제시하는 곳이 바로 런던이다. 지난 2월, 2016년 F/W 런던 패션 위크에서 포착한 뷰티 트렌드 역시 실험적인 재미로 가득했다. 런던 패션 위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그날의 기록을 여기 옮긴다.
Alexander McQueen
J.W. Anderson
Vivienne Westwood
런던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풀어본 런던 패션 위크 인비테이션
패션 위크 취재에 앞서 영국 패션 협회에 프레스 등록을 해야 한다. 그렇게 발부받은 인터내셔널 프레스 카드
19th Feb. 2016
뉴욕 패션 위크에 이어 2016년 F/W 시즌을 알리는 런던 패션 위크의 첫날이다. 4월호 기획회의를 마치자마자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런던 패션 위크 첫날은 비행기 안에서 그렇게 지나갔다. 마감 피로가 덜 풀린 상태에서 11시간 비행을 했기 때문일까. 히드로 공항에 내린 순간 컨디션이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몸 상태보다 런 던 패션 위크 일정. 지난 한 달 내내 런던 패션 위크에 참여하는 거의 모든 디자이너에게 인비테이션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지만, 패션 에디터에 비해 뷰티 에디터는 쇼장에 초 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과연 몇 명의 디자이너가 인비테이션을 보냈을지 불안감이 크다. 게다가 이번 런던 패션 위크는 알렉산더 맥퀸 쇼의 복귀로 전 세계 주요 매체의 디렉터가 대거 방문할 예정이라 자리다툼이 더 치열해졌으니. 짐을 찾기 무섭게 택시를 잡아타고 런던 중심가의 캐번디시 호텔로 향했다. 체크인하며 호텔 컨 시어지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것도 우편물이 얼마나 왔느냐는 확인. “Lots, Lots of Mails!” 그의 이 한마디에 비로소 안심하고 방문을 열었다. 짐을 풀기도 전에 책상 위에 놓인 우편물부터 확인하지만, 절망스럽게도 알렉산더 맥퀸이나 줄리앙 맥도날드 같은 빅 쇼에서는 인비테이션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안야 힌드마치, 데이비드 코마, 비비안 웨스트 우드 등 런던에서 만날 수 있는 디자이너의 백스테이지와 쇼 티켓이 기다리고 있다. 내일부터 정신없는 일정이 시작된다. 피로가 밀려오지만 아침부터 돌아다닐 동선을 미리 짜 느라 어느새 자정이 넘어간다.
Gareth Pugh by M.A.C
Holly Fulton
홀리 펄튼 쇼 인비테이션
20th Feb. 2016
런던 패션 위크의 둘째 날이자 본격적인 취재 첫날. 가장 먼저 취재할 곳은 브라질 출신 디자이너 바바라 카사솔라의 백스테이지다. 첼시 플라워 쇼 기간이면 부티크 외관이 꽃 으로 가득한 킹스 로드를 지나 바바라 카사솔라의 쇼장이 있는 시드니 스트리트 100번지를 찾았다. 거리는 한적했지만 런던 패션 위크를 후원하는 래핑 버스와 슈트 차림의 가 드들이 보여 제대로 찾아온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백스테이지 콜 타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인지 모델들도 모두 말간 민낯 상태. 이 쇼의 메이크업을 담당한 M.A.C의 키 아 티스트 앨릭스 박스(Alex Box)를 인터뷰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백스테이지 한편에 마련한 케이터링 테이블에서 커피와 쿠키를 집어 들고 오가는 모델들을 쳐다보 는데, 어딘가 이상하다. 그들도 대기 중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인 듯.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한 자연스러움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 움을 표현하는 것에 빠져 있어요.” 잠시 후 만난 앨릭스 박스의 설명 그대로 이미 모델들은 지극히 내추럴한 메이크업을 마친 상태였다.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공적으 로 번들거리기보다 ‘빛이 흐르는’ 메이크업 때문에 마치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것. 아무것도 안 한 듯 보이지만 파운데이션과 컨실러를 두드리고 또 두 드려 마치 피부와 하나 된 듯한 경지에 이른 피부 표현이었다. 슬릭하게 빗어 묶은 포니테일과 어우러져 모던하고 순수한 느낌을 줬지만, 눈꺼풀에는 아주 여린 톤의 브라운과 그레이 섀도를 발라 어딘지 퇴폐적인 내면을 드러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모델들이 리허설을 시작하는 사이 서둘러 홀리 펄튼의 쇼장으로 향했다. 쇼장은 이번 런던 패션 위크 의 주요 장소인 BFC 쇼 스페이스. 내가 머무는 캐번디시 호텔에서 빠른 걸음으로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역시 쇼장 앞은 전 세계에서 모인 프레스와 패셔너블한 이들 을 포착하려는 스트리트 사진가, 구경하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윽고 도착한 홀리 펄튼 백스테이지는 사진가들의 조명에서 나오는 열기까지 더해 코트 속으로 땀 이 줄줄 흐를 만큼 뜨거운 기운이 가득하다. 홀리 펄튼 메이크업을 담당한 M.A.C 아티스트들은 모델의 눈가에 얇은 포일을 붙인 후 브러시로 쓸어 제각각의 글리터 효과를 연 출 중. 산뜻한 피부 위에 실버 포일의 색과 질감을 입혀 퓨처리스틱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백스테이지는 보통 메이크업 존과 의상 존으로 구분된다. 백스테이지 출입으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쇼 의상을 가까이에서 미리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백스테이지 한편에 걸린 홀리 펄튼의 이번 시즌 의상 또한 페이즐리 패턴과 실크 엠브로이더리, 더 스티 핑크, 카키 컬러를 오묘하게 엮어 로맨틱한 퓨처리즘을 보여줬다.
은근한 퇴폐미를 드리운 채 리허설 대기 중인 바바라 카사솔라 런웨이에 오를 모델들
어느덧 시간은 저녁 6시. 어제부터 경고음을 울리던 컨디션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A형 독감이 유행이라는 소리에 덜컥 겁도 나지만 백스테이지에서 받은 패셔너블 한 에너지로 다시 힘을 낸다. 더구나 오늘 가장 기대한 가레스 퓨 백스테이지에 가려면 여기서 지칠 순 없다. 퇴근길의 런더너들을 헤치며 코번트 가든에서 조금만 걸으면 나오 는 가레스 퓨의 쇼장인 프리메이슨스 홀(Freemasons Hall)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구글 맵이 가리키는 그곳에 가레스 퓨의 쇼장이 없다. 주변을 돌고 돌고 또 돌고…. M.A.C의 현지 PR은 전화를 받지 않고 한국의 홍보 담당자에게 전화하자니 너무 이른 시간이다. 길 가는 런더너를 붙잡고 프리 메이슨스 홀 위치를 재차 확인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가 레스 퓨의 백스테이지는 찾을 수가 없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런던은 이제 바람까지 가세했다. 겨우 견디던 감기 기운이 한꺼번에 몸을 휘감는 기분. 그렇게 허락된 백스테이 지 취재 시간은 지나고 말았다. 터덜터덜 코번트 가든을 다시 지나 허무하게 호텔로 되돌아온다. 호텔 근처 피커딜리 서커스의 커다란 전광판에는 복고적이면서 조형적인 헤어 와 검붉은 립 컬러로 단장한 가레스 퓨 컬렉션의 리뷰 영상이 흐르고 있다. 내게는 원망스럽기만 한 쇼가 아닐 수 없다.
안야 힌드마치는 거대한 아카이브 게임을 모티브로 한 무대장치를 런웨이로 선보였다.
David Koma
21st Feb. 2016
오늘 첫 쇼를 위해 빅토리아 역에서 10분 거리의 안야 힌드마치 쇼장으로 향했다. 열심히 구글 맵을 따라 걸으니 한적한 주택가 저편에 런던 패션 위크의 래핑 캡이 서 있다. 이 번에는 쇼장을 무사히 찾았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런데 백스테이지 출입 프레스 리스트에 내 이름이 없다. 어제의 트라우마가 반복되려는 찰나 M.A.C의 현지 PR과 다행히 통화가 됐다. 그렇게 겨우 패스를 받아 안야 힌드마치의 백스테이지에 들어섰다. F/W 시즌 뷰티 트렌드는 대체로 어두운 컬러와 분위기가 대세를 이룬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S/S 시즌에 주로 선보이는 경쾌한 일렉트릭 컬러가 눈에 띄었는데, 안야 힌드마치도 그중 하나다. 거대한 아케이드 게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캣워크 뒤에 줄을 선 모 델들의 쌍꺼풀 라인에는 오렌지, 블루, 핑크 등 1980년대풍의 네온 컬러가 칠해져 있었다. 아이 메이크업 컬러를 강조하기 위함인지 피부는 원래보다 좀 더 밝게 연출한 느낌.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5:5 가르마의 헤어와 어우러져 눈가의 일렉트릭 컬러는 부담 없이 모던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다음 쇼장은 나스의 초대를 받은 데이비드 코마다. 백스테이 지에는 귀여운 양 갈래 번을 묶은 소녀로 가득했다.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귀여운 헤어스타일과는 상반되는 그래픽적 아이라인이 우주 전사같은 이미지를 전한다. “눈 안쪽 으로 블랙 아이라인을 그려 눈매가 전체적으로 길어 보이게 표현했죠. 그래픽적이면서도 약간은 미래적인 느낌을 담고 싶었습니다”라고 나스의 리드 아티스트 앤드루 갤리모어 (Andrew Gallimore)는 설명했다. 미래적 뷰티 룩은 투명한 피부 표현과 어우러져 그 효과가 배가된다. 기하하적 패턴과 금속의 스터드, 비즈로 장식한 데이비드 코마의 의상은 뷰티 룩과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물론 귀여운 양 갈래 번은 모발의 자연스러운 텍스처를 연출하기 위한 트릭에 불과했다. 백스테이지의 귀여운 소녀들은 캣워크 위에서 헤어를 풀어 내리고 차갑고 날렵한 여전사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Vivienne Westwood 비비안 웨스트우드 인비테이션
데이비드 코마 쇼가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향한 곳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쇼가 열리는 왕립 외과대학. 백스테이지는 뽀글뽀글한 웨이브와 꾸덕하고 긴 속눈썹, 양 볼의 정면에 동 그랗게 색을 올린 소녀로 가득했다. “이번 쇼에는 톰보이 같은 소녀도 있고, 술에 취해 화장실에서 넘어진 듯 불량한 소녀도 있죠. 입술은 번져 있고, 네일과 손가락에는 물감을 가지고 논 어린아이처럼 실버 피그먼트와 페인트를 발랐어요. 여기에 반지 같은 액세서리를 더하면 그 자체로 쿨하죠.” M.A.C의 키 아티스트 발갈랜드(Val Garland)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뷰티 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1970년대의 퇴폐미와 장난스러운 불량기는 이번 시즌 뷰티 룩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노장이 완성한 쇼의 여 운을 즐길 새도 없이 이제 폴 스미스 백스테이지로 갈 차례다. 장소 선정 시 비비안 웨스트우드 여사와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폴 스미스 경의 선택은 왕립 내과대학이다. 백스테 이지 콜 타임은 이미 30분이 지났지만 이번에도 무사히 입성했다. 이 같은 지각 사태는 에디터뿐 아니라 모델들에게도 줄줄이 이어졌다. 백스테이지의 또 다른 재미는 쇼의 뒷 이야기를 알 수 있다는 것. 런웨이 위에서는 도도해 보이기만 한 모델들이 무대 뒤편에서 어린아이처럼 훌쩍이는 모습까지 바로 옆에서 목격 할 수 있으니까. 폴 스미스 역시 자 연스럽게 빛이 흐르는 피부 표현에 톤 다운된 브라운 컬러로 눈매에 음영을 드리워 은근한 퇴폐미를 드러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쿠튀르 메이크업은 아니지만 콜 타임을 훌쩍 넘기도록 도착하지 않는 모델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 뒤늦게 도착했으나 이미 본인이 설 자리를 다른 모델에게 빼앗긴 어린 모델이 내 옆에서 에이전시와 통화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그 순간 유니크한 눈동자가 매력인 톱모델 유미 랑베르가 뛰어 들어온다. 손부채로 땀을 식히는 그녀에게 헤어와 메이크업, 네일 스태프가 일사천리로 따라붙 고 재빠르게 완벽한 뷰티 룩을 완성하자 서둘러 런웨이로 나설 준비를 한다.
폴 스미스 경과 유쾌한 백스테이지 기념 사진을 남긴 모델들
폴 스미스 백스테이지 취재를 위한 패스
Erdem
쿠튀르적인 드레스 차림의 에르뎀 소녀들
22nd Feb. 2016
런던 패션 위크 네 번째 날이 밝았다. 에르뎀 쇼는 오전 11시에 시작하지만, 백스테이지에 가려면 8시부터 서둘러야 한다. 장소는 셀프리지스 백화점 근처의 올드 셀프리지스 호텔. 발 갈랜드가 지휘하는 백스테이지는 20세기 초반의 무드로 가득하다. “프레시한 피부는 버건디 립과 어우러져 1930년대의 할리우드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죠.” 발 갈랜드 가 선택한 버건디 립은 지난 F/W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검붉은 립 컬러가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1930년대의 섹시 스타 진 할로를 비롯해 비비언 리, 그레타 가르 보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캣워크 위 소녀들은 레이스와 패치워크로 쿠튀르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의상과 함께 어딘지 침울해서 더 고혹적인 분위기로 쇼장을 채웠다. 쇼장을 나오자마자 블랙캡을 잡아타고 서둘러 출발한 곳은 킹스턴 가든으로, 버버리의 쇼가 열리는 곳이다. 런던 패션 위크를 대표하는 빅 쇼인만큼 쇼가 열리는 공원 입구가 매끈한 블 랙 리무진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버버리 메이크업 아티스틱 컨설턴트 웬디 로웨(Wendy Rowe)가 톱모델 에디 캠벨의 얼굴에 이번 쇼의 메이크업을 시연해 보였다. 피부는 누디하게 마무리했지만 눈가에 반짝이는 피그먼트를 흩뿌리듯 발라 신비로운 록 스피릿을 연출한 것이 특징. 여기에 헤어 아티스트 샘 맥나이트(Sam McKnight)의 삐 죽 솟은 일렉트릭 헤어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펑키하면서 미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백스테이지를 나와 쇼장으로 향하는 길, 어제 폴 스미스 쇼장에서 만난 모델 유미 랑베르 를 다시 마주쳤다. 옆에서 계속 사진을 찍어대던 에디터를 기억하는지, 그녀가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이제 본격적인 쇼의 시작. 컬러 파이손 소재의 드레스와 박시한 밀리 터리 코트, 정교한 패치워크 장식 의상이 1950년대 감성을 소화하는 1994년생 뮤지션 제이크 버그의 어쿠스틱 라이브 속에 눈앞을 휙휙 지나간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듯 한 느낌과 함께 한 편의 콘서트를 관람하는 기분이 들었다. 저녁에는 스팽글 소재 의상으로 잘 알려진 인도 출신 디자이너 아시시의 쇼가 있었다. 레인보 컬러의 스팽글 의상과 ‘ 깔맞춤’을 한 구름 가발, 여기에 역시 컬러를 통일한 립 메이크업은 이번 시즌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인 ‘일렉트릭’을 다시 한 번 설명하는 듯하다.
올드 할리우드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에르뎀 인비테이션
콤팩트한 사이즈의 버버리 인비테이션
Ashish
포토 애플리케이션 재미에 푹 빠진 버버리 쇼의 에디 캠벨
Burberry
23rd Feb. 2016
런던 패션 위크의 마지막 날이다.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으로 떠나야 하는 시간은 오후 5시. 마지막 날인 만큼 일정은 가장 여유로운 편이다. 여전히 핫하고 팬시한 레스토 랑 ‘스케치’에서 버버리 코리아 PR팀과 런치를 함께한 후 공항으로 떠나기 직전 샤오 리의 쇼를 보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다. 컨디션도 바닥이고 정신없는 일정이 빨리 지나갔으 면 싶기도 한데, 막상 떠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요 며칠 동네 편의점 드나들듯 출입한 샤오 리의 쇼가 열리는 BFC 쇼 스페이스도 이제 마지막이다. 디자이너 샤오 리는 ‘Where has the time gone?’이라고 스스로 자문하면서 이번 쇼를 구상, 빠르게 돌아가는 패션업계의 시계에서 영감을 받아 동화적이면서도 미래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슬릭 한 포니테일은 모던함을 넘어 어딘지 미래적인 느낌을 주었고, 안야 힌드마치 쇼가 그랬듯 쌍꺼풀 라인에 의상 컬러와 연결되는 화이트와 세레니티 컬러를 그려 넣었다. 축늘어 진 길고 넓은 소재의 의상과 모델들 손에 들린 알람시계 모양의 백, 촉박한 초침 소리를 연상시키는 음악의 리듬감이 어우러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떠 올리게 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에 이은 프레시 스킨, 눈매를 가득 채운 일렉트릭 컬러, 글리터를 활용한 퓨처리즘, 검붉은 립 컬러와 낮은 채도의 섀도가 선사하는 퇴폐미 등 이 번 시즌 런던 패션 위크는 이상의 트렌드를 제시했다. 몇 개월 후, 지금 런던에서 목격한 트렌드가 어떤 트릭을 더해 리얼웨이에 모습을 드러낼지 뿌듯한 호기심을 짊어지고 서 울행 비행기에 오른다.
Xiao Li
에디터 | 이혜진 (hjlee@noblesse.com)
사진 | 김흥수(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