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with Happiness
마음을 나누는 선물에 관한 기억.

다이아나 강, GRI 코리아 대표
나를 닮은 인형
친한 디자이너가 살포시 건넨 선물이 문득 떠오른다. 액자에 담긴 인형이었는데, 내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라 했다. 머리칼부터 가방까지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 것이라 하니, 그 정성이야말로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다.
엄정행, 성악가
나의 사진
을지로 입구에 가본 적이 있다면 허바허바사 진관을 잘 알 것이다. 을지로 입구의 터줏대감이던 그 사진관엔 나의 30대 시절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 앞을 지나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내 사진을 봤을 터. 물론 기억나진 않겠지만…. 세로 2m, 가로 1.5m의 그 사진을 사진관에서 받게 되었다. 지금 우리집 현관 앞에 걸린 이 사진은 늘 감동을 준다. 내 젊은 시절이 문득 떠오르기도 하고, 사진관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하루에 몇 번이고 감동받는 일이 쉽지 않기에 단연 최고의 선물이라 할 만하다.

김서룡, 패션 디자이너
몽블랑의 만년필
내 이름을 새긴 이 만년필은 직원들과 모델들이 함께 준비해준 생일 선물이다. 항상 만년필을 사용하는 터라 무척 기뻤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받은 것이기에 다른 어떤 선물보다 그 의미가 남다르다. 몇 년이 흘렀지만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박명재, 베켓 대표
오각형 팔찌
대학 시절부터 머리와 양 어깨, 발끝을 선으로 연결한, 인체에서 영감을 받은 오각형을 여러 작품에 사용하곤 했다. 5년 전쯤, 디자인 공부를 하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도 이 오각형으로 된 제품을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우리는 언제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의미를 담은 브레이슬릿이다. 뜻깊은 선물이기에 나에게도, 아들에게도 여전히 가치 있는 것이다.
조완, 포스트 포에틱스 대표
질 샌더의 블랙 더비 슈즈
리버틴의 셰프이자 패션 브랜드 TJO의 디렉터인 드루는 못 말리는 패션 컬렉터이기도 하다. 얼마 전 라프 시몬스가 질 샌더를 처음 맡았을 때 디자인한 구두를 그에게 선물 받았다. 적당한 구두가 없어서 곤란할 때가 많았는데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이라 정말 고마웠다. 신을 때마다 드루 생각이 나서 기분이 좋다.
서병탁, 꼬르넬리아니 대표
선인장
선인장을 선물한 몇 달 전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평소 선물을 자주 하는 편이다. 가격보다는 상대에게 얼마나 잘 맞는 물건인지 고심해서 고른다. 몇 달 전에도 선물하기 전 받을 분의 일상을 머릿속에 그려봤다. 컴퓨터와 휴대폰을 하루종일 사용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전자파를 차단하는 선인장이 생각나 바로 선물해드렸다. 매일 아침 비타민을 먹는 것처럼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흐뭇하다.
문승지, 가구 디자이너
선생님의 교훈
고향이 제주도다. 그래서 제주에 갈 때마다 공항에 들러 지인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곤 한다. 어느 날, 비행기 시간에 쫓겨 급하게 뭐라도 사야겠다는 생각에 기념품 몇 개를 사서 자주 찾아뵙는 선생님께 선물로 드렸다. 하지만 돌아온 건 호통. 선물을 주고 혼이 나본 건 처음이었다. 이런 의미 없는 선물을 주는 것은 오히려 상대에게 나 자신을 깎아내리는 행동이라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지만, 어느 순간 선물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누군가에게 감사의 선물을 한다는 것은 정말 진지하고 신중해야 하는 행위다. 선생님께서 나에게 주신 또 다른 인생의 교훈은 최고의 선물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이도 도자기
특별한 기념일엔 소중한 지인에게 종종 선물을 한다. 하지만 나를 대신할 인상 깊은 선물 목록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명절이면 여러 선물 중 내 선물이 어떤 인상을 전할까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그러던 중 만난 것이 이도 도자기. 손으로 빚은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이면서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는 효용성을 지녔다. 주변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은 나에게도 매주 특별한 선물을 하고 있다. 매주 주말 도자기를 빚는 것이다. 조만간 내 손에서 태어난 그들도 누군가에게 전할 선물이 되지 않을까.

강재영,유니페어 대표
벨지언 슈즈
직업적 특성이라고 항상 하는 변명이지만 우리 집에서 신발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매달 새 구두를 사면서 마음 한편에선 아이와 씨름하는 아내를 떠올린다. 항상 “신발 많아서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는 아내지만, 날씨도 마음도 따뜻해지는 봄날이 되면 어김없이 봄맞이 신발을 선물한다. 올 봄에도 일찌감치 신상 벨지언 슈즈를 아내에게 선물했다. 봄기운을 듬뿍 담은 가벼운 신발을 신기니 마음이나마 조금 홀가분해진다.
손엠마, 갤러리EM 대표
꽃다발
얼마 전 자식 같은 반려견 슈가 세상을 떠났다. 나이가 많은 터라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순식간에 닥친 현실에 너무나 황망했다. 오랜 세월 함께한 덕에 슈를 자주 봐온 친한 지인들이 슈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며 같이 슬퍼해주었다. 슈를 보낸 며칠 후, 슈의 소식을 뒤늦게 접한 지인이 작은 꽃다발을 말없이 건네주었다. 파스텔색의 작은 꽃다발은 살아생전 향기로운 꽃을 좋아한 슈에 대한 예쁜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기에 너무나 소중한 선물로 남았다.

서지희, 더손 대표
딥티크의 롬브로 단로 고체 향수
나는 향수를 좋아한다. 사람의 체온과 향이 만나 완성하는 독특한 향기는 그 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 딥티크의 롬브로 단로 고체 향수는 외관이 멋지고 고급스러울 뿐 아니라, 휴대하기 편하다. 게다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향이다. 그래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꼭 이 향수를 건네곤 한다. 이 향을 맡을 때마다 내 모습을 떠올리길 바라며.
조애경, W.E클리닉 원장
우노초이의 코르사주
2년 전 우노초이 선생님의 전시가 가로수길 예화랑에서 열렸다. 선생님이 산타모니카에서 한국에 올 때마다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곤 했지만, 정작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기에 깜짝 놀랐다. 원래 남들과 다른 독특한 걸 좋아하는 탓에 선생님의 작품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물이 왔다. 선생님의 코르사주 작품이었다. 모자나 옷 등 어떤 곳에도 잘 어울리는 데다 나를 영국 귀족처럼 만들어준다. 만드느라 고생하셨을 정성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지금까지도 소중히 간직하며 애용하고 있다.

김달진, 김달진미술연구소 소장
중·고교 미술 교과서 가제본
미술 자료 박물관을 운영하기에 소장품으로 꼭 필요한 자료는 구입한다. 특히 미술 교과서는 그 자체로 미술 교육의 형성과 변화 흐름을 훑어볼 수 있기에 그 필요가 내겐 남다르다. 강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미술시장연구소 서진수 소장에게 미술 교과서를 선물 받았다. 1970년대에 발행한 중학교 과정 3권과 고등학교 과정 1권, 총 4권의 가제본 교과서다. 본인이 경매에서 낙찰받은 것인데 내게 있어야 더 가치 있는 물건이 될 것 같다고 선물로 준 것이다. 선물 받은 교과서는 젊은 세대에게 지금과 다른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설명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공공을 위한 가치뿐 아니라 서 소장과의 인연을 생각해서도 내게는 영구히 보존하고 싶은 가치 있는 아카이브다.
변종모, 여행 작가
행운의 팔찌
갠지스 강가의 손님 없는 작은 찻집에서 주인장과 나는 자주 차를 마시며 깊이 흘러가는 그 강물을 말없이 바라봤다. 그곳을 떠나는 날, 그는 몇 번 차를 마셨다는 이유로 내 팔목에 행운을 걸어주었다. 나는 그것을 볼 때 마다 천천히 흘러가는 강물과 노인의 좋은 마음을 기억하며 오래도록 낯선 길을 걸었다. 선물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그 마음을 받는 순간 어떤 사람에게는 전부가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하수민, 오엠 코리아 대표
히드로 플루이드 로션
뷰티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감사의 마음을 전할 일이 있을 때면 정말 썼을 때 좋은 화장품을 선물하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피부가 건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품의 효과를 꼼꼼히 살펴본다. 히드로 플루이드 로션은 아토피가 있는 아이는 물론, 건강한 어른도 얼굴에서 발끝까지 바를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 하나로 모두가 어느 부위에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이 있는 지인에게 선물하면 너무나 만족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서정경,
데코레이터 빈티지 그릇
출장이 잦은 남편이 있는 건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많다. 그럼에도 남편의 출장을 기다 리게 되는 건, 내 취향을 잘 아는 오랜 친구이기도 한 그가 출장 선물로 가져다주는 빈티지 그릇과 소 품 때문이다. 흔하지 않은 녹색 찻잔과 병은 바 라만 봐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값비싼 가방 보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보다 몇 배는 아름답다.

김경민, 레 브아 대표
파리의 파사주 소개 책
파리 카트린 뮐러 숍에서 일할 때 스태프인 클레어에게 받은 책 선물이 기억에 남는다. 프랑스어를 잘 못하던 나와 영어를 잘 못하던 그녀는 처음에 의사소통도 힘들었는데 매일 같이 일하고 배달을 다니다 보니 어느새 서로 언어도 많이 배우고 친해졌다. 어느 날 일하던 중, 요즘엔 쉬는 날 파사주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라고 했더니 몇 달 뒤 크리스마스에 그녀가 이 책을 선물로 내밀었다. 책으로보니 아직 안가본 파사주가 많더라. 다음에 파리를 방문하게 되면 꼭 하나씩 다 둘러보고 싶다. 가능하면 클레어와 함께!

박성진, 모델
샤넬의 레 엑스클루시프 드 샤넬 져지 향수
향에 민감한 편이라 늘 향수를 지니고 다닌다. 어느 날 촬영장에 도착했는데 향수를 깜빡하고 빠뜨렸다. ‘레 엑스클루시프 드 샤넬’을 판매하는 곳을 급히 찾아 구매했다. 하지만 내 체취를 더하자 원래의 향과는 너무 달랐다. 그래서 페미닌한 향이 잘 어울리는 사람을 떠올리니, 매니저 누나가 생각났고, 바로 전달 완료했다. 선물을 받았을 때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샤넬 부티크와 특별한 향수 공간에서만 판매하는지라 더 의미 깊었다.
오진이, 큐레이터
크리스토와 장 클로드의 사진
직업이 큐레이터지만, 막상 작품을 구입해 소장하지는 못했다. 결혼을 앞두고 약혼자가 예고 없이 사진 작품을 선물했다. 크리스토와 장 클로드의 ‘Gate가 설치된 뉴욕 센트럴 파크 전경’이었다. 뉴욕에서 유학하던 시절이 생각나 내가 좋아할 것 같았단다. 현대미술에 조예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이 고심해서 선물한 것이라 더욱 감동적이다.

김진호, 레이버데이 대표
바이슨 디자인 by 맨케이브의 키 체인
가격을 떠나 내 지갑에서 돈을 꺼내 사기엔 왠지 모르게 아까운 것이 있다. 키 체인도 그 중 하나다. 맨케이브 매장을 둘러보던 중, 내눈을 단번에 사로잡은 물건이 있었다. 다름 아닌 키 체인. 디자인뿐 아니라 병따개 기능이 숨어 있어 실용적이기까지 했다. 내 머릿속에 자리한 편견을 단숨에 깨부수고, 구비되어 있는 색을 모두 구입해 친구들에게 선물했다. 1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친구들에게 “센스 있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유한나, 디누에 대표
에르베 감스의 플라워 디퓨저
이 우아한 꽃병은 사실 디퓨저다. 생화처럼 보이는 꽃은 실크로 만들어 오래 두어도 시들지 않는다. 이 꽃에 향을 뿌리면 은은한 향이 공기중에 퍼져나가는데, 자연의 향기가 기분을 포근하게 만든다. 향뿐 아니라 우아하고 단정한 모양새 때문에 선물한 모든 친구가 기뻐했다. 향의 종류가 9가지나 되어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고, 향만 따로 구입 가능해 영속적인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사용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된다.
마갈리 잘로, 반클리프 아펠 지사장
편지가 담긴 병
어버이날, 막내아들이 병을 하나 선물했다. 이름하여 ‘사랑의 언어가 담긴 병(The Jam of Love Words)’. 막내아들이 빈 잼병에 수십 개의 작은 종이를 담은 것인데, 각각의 종이에 아들이 직접 짧은 메모를 썼다. “기분이 좋아지는 뽀뽀 한 번, 엄마를 가장 좋아해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사랑이 담긴 포옹” 등 막내 아들의 사랑이 듬뿍 담긴 메모로 가득하다. 매일 아침 그 병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거기에 담겨 있는 사랑의 메시지를 즐긴다.
박혜라, H.R 대표
로저 비비에의 가방
친구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중 가방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최근 로저 비비에의 가방에 눈길이 간 터라, 나도 모르게 그 가방이 예쁘다고 한 모양이다. 그다음 날 퀵이 왔는데, 봉투를 열어보니 로저 비비에의 가방이 떡하니 들어 있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그 가방을 선물로 준 것. 나에게 고마운 일이 있어 그에 대한 보답을 한 것이라고 했다. 보통 취향 따라 고르는 이런 선물은 주고받기 힘든데, 내가 원하던 가방을 덜컥 선물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내가 무심코 흘린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챙겨준 친구의 마음에 감동이 더했다.
윤여범, 710퍼니처 대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멜로그라노 향수
향수를 선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각자 개인적 취향이 있기 때문에 선물 받고 버리지도, 그렇다고 누굴 주기도 아까운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게 향수다. 반대로 상상하던 그 이상의 향이라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선물이 될 수도 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멜로그라노 향수는 패키지도 예쁘지만, 몸을 감싸는 잔향이 매우 좋았다. 그 향을 선물 받아 몸에 간직하고 기억하는 일, 어쩌면 향과 함께 자신을 기억해달라는 작지만 큰 고백이 될 수 있다.

임준영, 로크 코리아 대표
프랭크 뮬러 시계
여러 종류의 시계를 소장하고 있지만 프랭크 뮬러의 시계를 가장 편애한다. 독창성을 살린 디자인과 자신의 장점을 전면에 내세워 틀을 깬 프랭크 뮬러의 시계는 사업가인 내가 배워야 할 덕목 같았고, 그래서 언젠가 구매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시간에 쫓겨 구매하지 못하던 중, 나의 평생 동반자가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그 시간을 함께 공유하고 영원을 함께하자고 하면서 말이다. 이보다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선물이 어디 있겠는가.

최희정, 레스빠스71 고문
만화책 <신의 물방울> 1~7권
때로 전혀 관심 없던 것도 ‘선물’이 되어 오면 최고의 관심사로 돌변하는 순간이 있다. 어린 시절 본 만화책이라곤 <들장미 소녀 캔디> 정도가 전부인 내가 지난달 7권의 만화책 선물을 받았다. 그림과 글을 꼼꼼히 탐닉하는 동시에 음주독서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모두에게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새로울 수 있는 선물은(내가 이 세상 꼴찌로 이 만화책을 읽고 있더라도) 늘 행복하고 감사하다.

임희선, 레흐 대표
까르마 까멧의 조이 향초와 보디 오일
선물에 관한 내 기억은 2011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이 일하던 헤어 아티스트 김정한과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교수인 이선주와 함께 방콕으로 여행을 갔다. 당시 처음 알게 된 까르마 까멧. 그중 Joy의 향이 너무 좋아 그 자리에서 한 명에겐 향초를, 다른 한 명에겐 보디 오일을 선물로 사주었다. 나도 좋았지만 그들이 너무나 향을 좋아했다. 이를 계기로 강원도로 가려한 내 계획은 무산되고, 까르마 까멧을 한국에 직접 수입하게 되었다. 인생길이 바뀐 셈이다.
최은경, 래비티 대표 겸 디자이너
종이 방향제
향에 예민한 탓에 옷장, 신발장, 찬장 등 집 안 곳곳에 비누나 방향제 등을 둔다. 얼마 전, 영국에서 알게 된 오랜 친구가 한국에 놀러 오며 종이 방향제를 잔뜩 사다 주었다. 영국 특유의 냄새를 폴폴 풍기는 종이 방향제 덕분에 늘 기분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향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이니, 값비싼 향초나 비누보다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노승미, 노박주스 대표
디디에 뤼도의 에르메스 가방
지금의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맞이한 나의 첫 생일. 그가 건넨 선물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열어보니, 아주 낡은 가방이 하나 나왔다. 하이 패션 빈티지 컬렉터 디디에 뤼도가 10 꼬르소꼬모에서 전시를 열 때 선보인 에르메스의 가방이었다. 남편은 구하기 힘든 것을 선물하며 매우 기뻐했지만, 나 자신은 정작 너무 낡은 가방에 조금 속상했다. 빈티지를 생각하는 가치관이 서로 달랐기에, 싸울 때마다 그 가방 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그래도 소중한 가치를 담은 가방이라 훗날 딸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딸은 그 가치를 진정 깨닫기를 바라며.

한지호,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음반
이 음반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동생이 준 선물이다. 당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을 듣고 전공을 결심한 나를 위해 어린 동생이 음반 가게를 찾아가 점원이 추천해준 것을 사줬다. 지금까지 이 음반을 수백 번 들으며 꿈을 키웠고, 이 음반에 실린 2곡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곡이자 연주를 가장 많이 한 곡이 되었다. 나에게 여전히 최고의 명반으로 남아 있는 이 음반은 내 꿈을 키워준 최고의 선물이다.
강민구, 밍글스 오너 셰프
장구
밍글스의 가오픈 기간,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이 식당에 들른 적이 있다. 내가 만든 요리를 즐기며 담소도 나누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지인이 해외로 돌아가기 전 선물을 하나 건네주었다. 다름 아닌 장구. 한식을 베이스로 하는 밍글스와 이보다 잘 어울리는 물건이 어디 있겠나. 거창한 가구나 소품보다 몇만 배는 마음이 푸근해졌다. 식당에 오는 손님마다 장구를 보며 미소 지으니, 정말 의미 있는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구나윤, 갤러리구 대표
거울
어려서부터 유독 거울 보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집과 사무실 곳곳에 거울을 걸어뒀다. 지난 3월 27일은 갤러리구가 문을 연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친한 동생이자 컬렉터스 키친의 대표인 홍지희가 나에게 아주 재미난 거울을 선물했다. 립스틱을 든 손 모양을 그려 넣은 거울이다. 유쾌한 이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준우, 인디케이트 대표
미역국
내 생일은 거리에 캐럴이 울려 퍼지고, 연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12월이다. 10여 년 전 싱글인 나는 뼈에 사무치는 외로움과 고독에서 벗어나고자 주변인을 모조리 초대해 ‘다 모여! 먹고 죽자식의 포장마차 생일 파티’를 개최했다. 100명이 넘는 지인과 오가는 술잔 속에 외로움을 잊었다. 수많은 선물 중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는건, 사진가 홍장현과 신승리 커플(당시에는 결혼 전)이 혼자 살아 잘 챙겨 먹지도 못하는 게 맘에 걸렸다며 직접 끓여 보온병에 챙겨온 ‘소고기 가득 미역국’과 니트다. 그들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사랑스러운 이유다. 물론 미역국은 그 자리에서 원샷.

홍석우, 패션 저널리스트 겸<스펙트럼> 매거진 편집장
Cy Choi의 셔츠 재킷
남성복 디자이너 최철용이 만드는 Cy Choi의 작품을 좋아한다. 결과물인 옷은 물론 그를 담은 컬렉션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이 언제나 흥미를 자아낸다. 속속들이 그의 컬렉션을 알고 있거나 매번 옷을 구매하는 충실한 고객은 아니지만, 몇 벌인가 있는 그의 옷이나 소품과 협업한 가방 같은 것은 내가 보통 편하게 입는 옷과 조금 ‘다른’ 지점이어서 왠지 삐딱해지고 싶은 날 손이 간다. 짙은 감색인지 검정인지 모를, 재킷처럼 몇 개의 주머니가 달린 울 소재 셔츠 재킷은 수년 전 최철용에게 직접 받았다. 기억하건대, 신사동 언저리에서 그와 소주 혹은 맥주를 마셨고, 속된 말로 취해 ‘필’ 받은 그가 작업실에 다시 들어가 손수 선물해주었다. 어찌 소중하지 않을 수 있겠나.

김근령, RUE15 대표
스타워즈 가방
올해 내 생일,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 두 남자를 만났다. 친한 친구들이다. 2주 만에 만난 그들과 오랜만에(?) 회포를 풀고 잠을 자려는 찰나, 잔잔한 노랫소리와 함께 선물 보따리가 등장했다. 깜찍하기 짝이 없는 스타워즈 가방이었다. 지난 일본 여행에서 사온 것이라 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피렌체로 그리고 밀라노를 거친 가방이라 더욱 특별했다.

손대식, 메이크업 아티스트
리모와의 캐리어
해외 출장이 잦다 보니 아무리 튼튼한 캐리어를 사도 1년이 채 되지 않아 해지곤 한다. 작년 생일, 며칠을 눈독 들이던 리모와 캐리어를 사고 싶었지만 아직 쓸 만한 것이 있기에 남몰래 혼자 속으로 담아뒀다. 위시 리스트 1순위인 아이템을 사랑스러운 배우 전지현이 깜짝 선물로 주었다. 그것도 나의 어시스턴트를 통해, 서프라이즈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나는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받은 적이 별로 없지만, 갖고 싶던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하늘을 날 듯 기뻤다. 평상시 내 대화를 기억해두었다가 챙겨준 선물이기에 더없이 소중하다. 지금도 해외 촬영을 갈 때 사랑스러운 그녀와 나의 리모와는 함께한다.
김병호, 조각가
내셔날 전기 이발기
10년 전에 받은 선물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고 싶다. 현대무용을 하던 그녀를 예술계의 동료로 알고 지낸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 전기 이발기를 선물 받았다. 주변 머리 없는 헤어스타일을 고집하던 나에게 왜 매번 이발소를 가느냐며 직접 머리를 깎으라고 건네준 것. 항상 밝고 순수한 예술가의 의지를 보여준 그녀는 머지않아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이후 한 예술가가 남겨준 선물로 스스로 이발을 하고 있다. 사용할 때마다 마음속으로 예술가로서 다짐을 하게 된다.
오진섭, KLH 이사
맞춤형 개인 컨시어지
지난해 생일에 이탈리아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다. 열어보니 안에 열쇠가 있었고, 열쇠 뒷면에 비밀번호와 내 생일이 새겨져 있었다.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웹사이트에 내 비밀번호를 입력해보니, ‘맞춤형 개인 컨시어지’가 나왔다. 파리에 본사를 둔 프레스티지 컨시어지 서비스인 것. 원하는 것을 요청하면 담당 컨시어지가 날짜에 맞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유명한 셰프와 함께하는 요리 경험을 해보고 싶어 당장 실행에 옮겼다. 이런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그 친구가 너무나 고맙다.
곽호빈, 테일러블 대표
패브릭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건 애인도, 가족도 아닌 테일러블의 직원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은 선물을 종종 한다. 여러 선물 중 영국에서 공수해온 패브릭을 받고 유난히 기뻐한 직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늘 슈트를 입는 직업에 알맞은 선물인 셈. 신데렐라의 구두처럼 본인에게 맞는 선물을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선물의 의미와 가치는 충분하다.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 한상은 (hanse@noblesse.com) 김지수 (kjs@noblesse.com)
사진 김흥수스타일링 임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