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의 귀환
음반 시장 전문가들이 MP3에 의한 ‘CD의 종말’을 얘기하는 요즘, 그 옛날 LP가 돌아오고 있다.
그것도 중년층의 복고 바람이 아니라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트렌드로 말이다.
왼쪽부터_ 비틀스의
언젠가 모든 음향 기기가 CD로 바뀌던 시절도 있었다. 1990년대 초 당시 음반 시장에선 CD가 모든 걸 바꿔놓을 ‘궁극의 매체’라고 했다. 그들이 주장한 CD의 장점은 2가지. 첫째 궁극의 고음질이라는 점, 둘째 반영구적으로 거의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점. 한데 그렇게 영원을 약속하던 CD의 지위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궁극의 음질이라더니 그보다 좋은 음질의 새로운 포맷을 논의 중이고, 그런 논의와 상관없이 디지털 음원이 CD업계를 고사시키고 있다. 한편,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LP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해에 유일하게 성장한 음반 시장이 LP 시장이었고, 일본에서도 최근 연 10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백화점 매장에 턴테이블이 등장한 건 벌써 1~2년 전 일이다. 최근엔 20대도 LP를 산다. 이름하여 ‘LP의 귀환’이다.
이런 흐름의 여세를 이어받아 최근 출시한 음반들이 화제다. 심지어 그 정점에 있는 건 비틀스. 지난 9월엔 비틀스의 한정판 LP 박스 세트인 가 출시됐다. 는 1960년대의 대중이 비틀스를 처음 접한 방식. ‘오리지널’의 체험에 대한 기대를 만족시키는 이 LP 앨범엔 비틀스의 영국 음반 9장, 미국 음반 , 앨범에 실리지 않은 곡들을 담은 가 충실히 복원돼 있다. 한편 는 리모건과 호레이스 실버, 허비 행콕, 웨인 쇼터 등 당대 최고로 손꼽힌 재즈 뮤지션의 앨범을 선보이며 ‘재즈의 살아 있는 역사’를 만들어나간 모던 재즈의 명가 블루노트 레이블의 창립 75주년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모두 3장의 LP로 구성한 이 앨범에 전설적 재즈 음악가의 명곡부터 막 떠오르고 있는 재즈 신예의 히트곡까지 블루노트 75년의 역사와 현재를 담아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LP엔 1939년 부기우기 연주로 블루노트의 역사적 첫 녹음을 장식한 2명의 피아니스트 앨버트 애번스와 미드 룩스 루이스의 피아노 연탄곡 ‘Twos and Fews’를 비롯해 1957년까지의 블루스와 비밥이 담겨 있으며, 두 번째 LP엔 캐넌볼 애덜리의 ‘Autumn Leaves’와 케니 버렐의 ‘Midnight Blue’등 1958~1965년의 모던 재즈가, 세 번째 LP엔 노라존스의 ‘Don’t Know Why’로 대표되는 21세기의 재즈 명곡이 실려 있다. 국내에서 한정판으로 기획 . 발매하는 이 앨범은 일반 LP보다 무겁고 내구성이 좋은 180g 중량반으로 제작했다. 그런가 하면 국내의 아이돌 가수 아이유도 최근 LP 앨범을 냈다. 지난봄 1980~1990년대 명곡을 그녀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를 LP로 발표한 것. 아이 유의 <꽃갈피> LP 앨범은 독일의 유명 커팅 스튜디오 SST에서 제작했으며, 유럽 최고의 오디오 파일 커팅 엔지니어로 꼽히는 다니엘 크리거와 브뤼거만이 감독했다. 이 LP 앨범엔 특별히 아이유의 미공개 사진을 포함한 총 12장의 LP 사이즈 화보까지 실려 있다.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도 지난 2012년 8년 만에 선보인 정규 4집 앨범 를 지난여름 한정판 LP로 다시 발매했다. 이들은 온라인 음원으로 재편된 대중 음악 시장에서 음반의 소장가치를 되새기고자 한정판 LP 출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확실히 LP가 붐이다. 단순히 즐기고 마는 음악이 아니라 이를 간직하고 소장하길 원하는 이들이 늘면서 한때 사라졌던 LP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디자인도 예뻐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LP 붐은 음반과 디지털의 새로운 공존 가능성을 보여준다.
에디터 이영균 (youngky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