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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듣는 날

LIFESTYLE

복고 사운드가 돌아왔다. 감각적인 디자인에 간편한 작동법, 더불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유혹하는 요즘 턴테이블 비교 체험기.

고급스러운 가죽 여행 가방을 연상시키는 GPO 레트로의 포터블 턴테이블, 앰배서더.

GPO 레트로와 아날로그 입문기
GPO 레트로의 풀네임은 중앙 우체국(General Post Office)이다. 본래 영국에서 150여 년 동안 전화기를 생산해온 브랜드. 얼마 전 전자제품 브랜드로 새롭게 부활해 전화기, 라디오, 블루투스 스피커, 턴테이블 등을 출시한다. 이름처럼 레트로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최신 기술과 기능을 담는 것이 특징이다. 음악 평론가 박제성과 함께 GPO 레트로의 대표 턴테이블을 직접 청음해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GPO 레트로의 컨셉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앰배서더 턴테이블은 복고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디자인이 돋보인다. 빈티지 여행 가방을 연상시키는 생김새로 배터리를 내장해 야외에서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2.5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내장형 앰프와 2개의 스피커를 통해 기기 자체에서 소리를 재생하고 RCA 아날로그 출력이나 블루투스, USB를 통해 다른 기기와 연결할 수도 있다. “앰프나 스피커를 따로 구매하거나 연결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요. 톤암을 살포시 올려두는 과정만 필요할 뿐이죠. 직관적 기능은 누구나 쉽게 LP에 빠져들게 합니다”. 나윤선의 6집 < Voyage > LP를 감상했다. 포터블 제품임에도 꽤 안정적인 음질을 구현했다. “모든 장르의 음악을 적절한 선에서 재생하네요. 특히 성악이나 가요를 들어보면 사람 목소리의 질감을 잘 전달하는 듯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을 재생하기에 아주 적합해요.” 박제성 평론가의 평이다.

CD플레이어와 FM 라디오 기능까지 탑재한 올인원 턴테이블, 자이브.
사진 박우진

또 다른 턴테이블 자이브는 CD플레이어와 FM 라디오 수신 기능, 스피커까지 탑재한 올인원 턴테이블 시스템. 아크릴 커버와 본체 모두 라운드를 강조한 화이트 톤의 세련된 외형에 전면부에 LED 창이 있어 앰배서더에 비해 다분히 현대적인 느낌이다. 앰배서더보다 톤암을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들었고 리모컨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스피커가 좌우 측면에 달려 있어 사운드가 공간을 울리며 부드럽게 퍼진다. “스피커의 진동 때문에 톤암이 흔들려 소리가 일그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기기 자체의 무게를 늘려 이런 문제를 말끔히 해소했어요.” 33rpm, 45rpm, 78rpm의 3가지 아날로그 디스크를 선택해 재생할 수 있고 RCA 케이블, 블루투스 기능, USB 단자를 탑재했다. “플래터 옆부분을 보면 이 제품이 얼마나 많은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재즈, 록, 팝, 클래식 등 버튼을 눌러 EQ를 장르별로 설정할 수 있는데 LP 소리도 EQ를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접근 방식이죠.” 이번에는 카를 칼뵘이 지휘한 브람스 교향곡 1번과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 We Get Requests > 앨범을 골랐다. “자이브는 재생음이 기기 전체를 울리는 스타일이라 풍부한 저음역을 바탕으로 온화한 소리를 강조한 음색입니다. 다양한 사운드를 두루 재생하기 좋아요.” GPO 턴테이블은 편의성을 위해 플래터를 가볍게 만들고 카트리지와 톤암의 전문적 요소와 기능이 떨어지는 점이 다소 아쉽다. 하지만 쉽게 LP에 입문할 수 있게 해주며, 인테리어적으로도 빛을 발해 초보자에게 분명 매력적인 제품이다.

 

박제성 평론가 평점
GPO 레트로 앰배서더
음질★★★☆ 목소리의 전달력이 좋아 대중음악을 재생하기에 적합하다.
디자인★★★★ 영국 신사가 들고 다닐 법한 가죽 가방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디자인.
편의성★★★☆ 배터리를 장착해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안정성★★★★ 포터블 제품임에도 안정적 성능을 보여준다.

GPO 레트로 자이브
음질★★★ 아날로그를 알아가기 좋은 기본기 있는 사운드.
디자인★★★☆ 고유의 레트로 디자인에서 벗어난 모던함이 돋보인다.
편의성★★★★ 스피커와 앰프를 포함해 추가적 컴포넌트가 필요 없다.
안정성★★★☆ 카트리지가 내려오는 속도가 빠른 편.

 

작고 얇지만 선명한 소리를 내는 선구자적 턴테이블, 레가의 P3.

레가와 플렉손의 평행 이론
레가는 영국의 실용주의를 대변하는 오디오 브랜드다. 작고 얇지만 선명한 소리를 내는 턴테이블을 만들어 누구나 LP를 편리하고 쉽게 즐길 수 있게 한 선구자적 브랜드. P1에서 P9까지 라인업이 다양하지만 베스트셀러는 P3다. 델핀에서 수입하는 턴테이블 브랜드 플렉손 역시 영국 태생이다. 스트리밍 오디오업체 소노스의 액세서리를 만드는 제조업체가 2014년부터 최신 기술을 탑재한 턴테이블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탄생한 플렉손 바이닐 플레이는 레가의 P3를 연상시킬 만큼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알려졌다. 영국에서 태어난 두 제품이 얼마나 닮았는지 오승영 오디오 평론가와 함께 직접 청음했다.

포노앰프를 내장한 플렉손의 바이닐 플레이.

플렉손의 바이닐 플레이와의 첫 만남에서 레가 P3와 흡사하다고 느꼈다. 일체형 헤드셸, 마그네틱 안티스케이팅 메커니즘과 견고한 리프트 암 등 매우 안정적인 구성이다. 차이가 있다면 포노앰프를 내장했다는 점. “포노앰프는 미약한 턴테이블의 신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오승영 평론가가 설명을 덧붙였다. 포노앰프를 내장했기 때문에 액티브 스피커만 연결하면 풍부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우리는 루악 MR1 MK2 스피커와 R7 스피커 두 제품을 연결해 번갈아가며 청음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5번과 기타 선율이 돋보이는 록 밴드 다이어 스트레이트의 ‘Private Investigations’가 흘러나왔다. “어떤 스피커로 들어도 지지직거리는 스크래치 노이즈 없이 유려하게 흐르네요. 턴테이블은 스피커에 따라 소리의 차이가 큽니다. R7을 연결하면 묵직한 저음보다 섬세한 소리가 돋보여요. 고음역이 투명하게 들리죠. MR1 MK2 스피커는 작은 데도 음역대가 훨씬 넓고요. 저음까지 훌륭하게 구현해냅니다.” 턴테이블을 알지 못하는 사용자라면 하이엔드 기기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고, 오랜 사용자라면 일부 곡에서 음의 대역과 강약의 열세를 느끼는 정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가 P3의 청음 환경은 좀 더 좋았다. 전용 앰프와 큰 스피커는 물론이고 턴테이블을 전용 받침대 위에 올려 바닥에서 올라오는 진동까지 차단했다. 외형을 두고 이야기하면 바이닐 플레이와 비슷한 듯하지만 디테일은 다르다. “톤암 전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헤드셸 역시 금속으로 만들었어요. 톤암이 완벽하게 수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베어링도 2개로 제작했고요. 이런 차이가 차원이 다른 음질을 만들어내죠.” 그 덕분에 입문자가 들어도 바이닐 플레이보다 한층 안정적인 소리를 낸다고 느껴진다. 똑같은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들었는데 저음은 훨씬 풍부하고 고음은 더 선명하게 들렸다. “바이닐 플레이도 섬세한 표현이 뛰어나지만, 이건 현악 합주가 몰려오면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예요.” 오승영 평론가가 설명을 이어갔다. “지금 들은 조정아의 가야금 산조를 통해선 이 제품이 하모닉스(배음)가 뛰어난 것도 확인할 수 있어요. CD플레이어로 들으면 마지막 음이 선명하게 끊기지만 P3로 들으니 연주가 끝나도 가야금 소리가 아련하게 멀어지네요.” 두 제품 모두 오디오 전문가라면 손댈 게 없어 재미없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작정하고 단점을 잡아내기 전에는 모를 정도로 대부분의 음악 장르를 훌륭히 소화하는 능력을 지녔다. 청음환경만 잘 갖춘다면 LP의 여유롭고 감성적인 음색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오승영 평론가 평점
플렉손 바이닐 플레이어
음질★★★☆ 손색없는 트레이싱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제품 가격을 넘어서는 음질이다.
디자인★★★☆ 헤드셸에 금속 대신 고분자 소재를 사용해 일부 타협을 본 부분이 보인다.
편의성★★★★☆ 손대기 귀찮고 음악만 들려주길 바라는 사용자도 만족할 제품.
안정성★★★★ 안정성이 문제가 될 부분이 거의 없는 제품이다.

레가 P3
음질★★★★ 특별히 부족한 것은 없지만 주변 시스템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지는 제품.
디자인★★★★ 나름의 비율과 구간의 사이즈를 갖고 정교하게 디자인한 제품이다.
편의성★★★★ 포노앰프 등을 보강해야 하지만 거의 손댈 일이 없어 편리하다.
안정성★★★★☆ 중량 대비 안정성으로 평가한다면 최상위!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김윤영(snob@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