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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Korean’

LIFESTYLE

한국 디자인의 한계를 만드는 건 우리 스스로일지도 모른다. 세계는 이미 한국 디자인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와 매거진, 굴지의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리며 자신만의 디자인 언어를 만들어가는 네 사람. 이들이 만드는 새로운 ‘한류’에 주목했다.

물성에 담긴 함축적 메시지
김진식

스위스의 로잔 예술 대학교 에칼(ECAL)에서 디자인 포 럭셔리 & 크래프트맨십 석사과정을 마쳤다. 서울로 돌아와 개인 스튜디오를 시작한 것이 2013년. 바카라, 크리스토플, 볼론, 에르메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은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 11월, 김진식은 글로벌 디자인 매거진 <월페이퍼>에서 연락을 받았다. 화보 촬영을 위해 그가 디자인한 메일박스(Mail box)를 보내줄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두 달 뒤, 그는 <월페이퍼> 편집장에게 메일을 받는다. 그의 메일박스가 ‘2019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는 소식이었다.
심정이 어땠나.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메일박스에 대해 설명한다면. 공과금 지로, 청첩장, 초대장 등 살다 보면 낱장의 문서를 받아 보관할 일이 자주 생긴다. 벽에 거는 우편함을 디자인하되 도드라지지 않길 바랐고, 옆으로 칸을 내어 종이를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요즘엔 어떤 작업을 하나? 최근 ‘하프하프 서클(Halfhalf Circle)’이라 이름 붙인 가구를 한 점 완성했다. 금속으로 만든 원형 좌판에 사각형 콘크리트를 받쳐 균형을 맞춘 벤치다. 한남동에 위치한 편집숍 라이크(Laik)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유독 거친 소재를 좋아하는 것 같다. ‘웨이트(Weight)’ 컬렉션을 작업하며 우리나라 자연석에 관심이 생겼다. 부드럽고 다양한 패턴의 유럽 대리석과 달리 투박하고 거친 표면, 높은 밀도가 매력적이더라. 무엇에서 영감을 받나? 어린 시절의 모든 경험. 시골 생활, 당시 삶의 태도 같은 것. 자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정의한다면? ‘함축’. 작가로서 말하고자 하는 진의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 이상적 디자인이란? 시대와 호흡하는 디자인. 한국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생각. 각자 개성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구축해나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개성을 추구한다지만 실상은 유행 따라 몰려다니는 경우가 많으니까.

1 라이플로(Laiflo)와 작업한 ‘메일 박스’.
2 ‘하프하프 서클’ 벤치.

투명함에 깃든 로맨티시즘
윤새롬

윤새롬은 목조형가구학을 전공했다. 좌판에서 등받이로 이어지는 구 형태 셸이 특징인 ‘세그먼트(segment) 체어’는 그의 초창기 대표작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목재가 아닌 아크릴을 사용하면서부터. 아크릴의 투명한 물성을 극대화한 ‘크리스털’ 시리즈는 그가 ‘2018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에서 선정한 차세대 아티스트라는 영예를 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드는 공모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 아닌, 심사위원이 직접 선정하는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소감이 어땠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내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 같은 관심은 앞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데 원동력이 될 것이다. ‘크리스털’ 시리즈를 소개한다면? 아침 하늘과 저녁노을의 아름다운 색을 염색 기법을 통해 아크릴에 표현한 작품이다. 아크릴 소재의 매력은? 다른 소재와 비교할 수 없는 투명함. 요즘엔 어떤 작업을 하나? 2021년 오픈 예정인 크라운 시드니 호텔 리조트(Crown Sydney Hotel Resort) 리셉션에 설치할 조형물을 만들고 있다. 워낙 규모 있는 작업이라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다. 무엇에서 영감을 받나? 나의 멘토이자 스승인 최병훈 작가.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작업에 열정을 쏟아붓는 모습이 늘 귀감이 된다. 자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정의한다면? 시각적 자극과 감성. 이상적 디자인이란? 모두에게 사랑받는 디자인. 한국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생각. 독일의 바우하우스, 네덜란드의 더치 디자인, 일본의 미니멀리즘에 이어 한국 디자인이 트렌드를 이끌어갈 다음 타자가 될 것이라 감히 예측해본다. 어쩌면 이미 진행 중일지도. 실력 있는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많아지고 문화, 예술, 외교 등 요소가 맞물려 이러한 가능성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

아크릴을 사용한 ‘크리스털’ 테이블.

일상과 이상을 넘나드는 디자인
최근식

최근식의 스튜디오는 서울이 아닌 스웨덴 말뫼(Malmo)에 있다. 밀라노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뒤 한국에 들어왔지만,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스웨덴으로 떠났다. 좀 더 전문적인 제작 과정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캐비닛메이커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2015년 스튜디오를 오픈한 뒤 첫 작업인 ‘미러드 미러(Mirrored Mirror)’가 ‘무토 탤런트 어워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해외 브랜드와 연을 맺었고 가구뿐 아니라 안경, 무대 디자인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스웨덴 정부 기관에서 기획한 ‘What matter_s’ 프로젝트로 그와 대화를 시작했다. 프로젝트에 선발된 10팀 중 한국인은 최근식이 유일하다.
‘What matter_s’는 어떤 프로젝트인가? 디자이너와 과학자가 짝을 이뤄 신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나는 바이오 테크놀로지를 연구하는 라이니(Rajni) 교수와 함께했다. 프로젝트에서 만든 작품은? ‘매칭(MATching)’ 화분. 직접 만든 나무 몰드에 바이오 플라스틱을 하나씩 녹이고 붙여 완성했다. 화분을 선택한 이유는 인공적 플라스틱과 자연적 식물이 한데 공존하는 이질적 긴장감을 연출하고 싶어서다. 한국에서 진행하는 작업은 없나? 좋은 프로젝트가 생기면 한국에 들어와 일한다. 최근엔 신생 브랜드의 가구 디자인을 맡았다. 런칭 전이라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한국의 주거 환경에 어울릴 만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무엇에서 영감을 받나? 모든 일상. 경험하거나 들은 이야기, 지나가는 사람의 옷차림 등. 자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정의한다면? 손으로 만든 디자인. 이상적 디자인이란? 기능과 감정이 순수하게 녹아든 것.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 한국 전통 장인과 협업해보고 싶다. 한국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생각. 생산자가 디자인에 제값을 지불하고, 소비자가 브랜드의 명성을 떠나 다양한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다면 한국 디자인업계가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

3 바이오 플라스틱을 활용한 ‘매칭’ 화분.
4 핀란드 가구 회사 니카리(Nikari)와 만든 ‘스테이핏(Stayfit)’ 벤치.

새로움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
조규형

지난 2월, 북유럽 최대의 디자인 행사 ‘스톡홀름 퍼니처 & 라이트 페어’가 덴마크 스톡홀름에서 열렸다. 총 36개국, 800여 개 브랜드가 함께한 그곳에 한국에서 유일하게 참가한 브랜드가 있다. LVI 디자인에서 기획한 가구 브랜드 메테(mete)다. 이곳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규형은 이미 국내외에서 입지가 탄탄한 디자이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후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2013년과 2015년 2회 연속 ‘영 스웨디시 디자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2015년 ‘포맥스 노바 어워드’에선 대상을 수상했다. 이런 그에게도 처음이고 서툰 일은 있다. 4월 런칭을 앞두고 있는 메테의 디렉터로서, 이제 막 첫발을 뗀 소감을 들어봤다.
메테(mete)의 정식 런칭이 코앞이다. 오랜 시간 준비한 만큼 감회가 남다르다. 브랜드 방향성과 디자인을 정하고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2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힘든 점은 없었는지. 원하는 퀄리티를 완성하고 합리적 가격대로 생산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 메테를 소개한다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절제된 장식미를 추구하는 가구 브랜드다. 현재 앤더슨 볼, TAF 스튜디오 같은 해외 디자이너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향후 젊은 한국 디자이너와의 협업 가능성도 논의 중이다. 디자이너와 디렉터 중 하나를 고른다면? 카럴 마르턴스(Karel Martens)처럼 노장의 나이가 되어서도 디자인을 직접, 즐겁게 하는 것이 꿈이다. 어려운 질문이지만 한 가지를 고른다면 ‘디자이너’다. 본인에게 영감을 주는 것? 좁은 시야로 바라본 일상. 전체가 아닌 객체를 볼 때 비례, 텍스처, 흥미로운 형태 등 예상치 못한 영감을 발견하곤 한다. 한국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생각. 디자인의 오리지널리티와 제품의 퀄리티를 중시하는 젊은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시장은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가구 분야 역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모스(Moss)’ 펜던트 조명과 ‘파리(Paris)’ 소파.

 

에디터 최별(choistar@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