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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velous Marble

LIFESTYLE

투 플러스 등급 한우의 풍부한 마블링처럼 기묘한 무늬를 품은 돌. 대리석이 한결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베선 그레이 밴드 컬렉션 커피 테이블

대리석은 하얀 눈꽃이 핀 것처럼 교묘하게 얽힌 패턴만 봐도 우아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대리석을 뜻하는 영어 단어 마블(marble)은 ‘빛나는 돌’이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marmaros’에서 유래한 만큼 반짝임까지 갖췄다. 이름까지 아름답고 고상한 이 돌은 그래서인지 예부터 예술 작품의 재료로 널리 사용되었다. 로댕의 유명한 조각 작품 ‘입맞춤’을 떠올려보라. 매끈한 대리석을 깎아 만든 이 조각상은 남녀의 몸이 하나 된 듯 인체의 부드러운 곡선을 사실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했다. 거칠고 투박한 화강암을 사용했다면 이토록 섬세한 묘사가 가능했을까 싶다. 한편 우리 생활에서는 고급스러운 건축자재로 쓰였다. 이를 흔히 접할 수 있는 건 욕실이다. 물을 흡수하지 않는 성질 때문에 주로 세면대나 욕조의 외장재로 사용한 것. 표면이 매끈하니 청소와 관리도 수월하다. 또 단단하고 얼룩이 남지 않아 주방에선 조리대나 선반 등에 대리석을 가미해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고급 마감재로 활용하던 대리석이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의 소재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만 해도 대리석은 디자인 소재로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점점 오래 지속되는 고급 소재를 찾았고, 그런 요구에 따라 대리석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시작했죠.” 영국의 유망한 젊은 디자이너 베선 그레이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물론 기술의 발전도 한몫했다. 대리석은 밀도가 높아 가공이 쉽지 않은데 최신 가공 기술은 3D 디자인 설계가 가능할 정도로 발전해 대리석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데 힘을 보탠다. 그 덕분에 특유의 마블링과 고급스러운 광택, 멋스러운 질감을 살린 디자인이 부각되면서 대리석은 변화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가장 시선을 끄는 건 대리석을 통째로 깎아 암체어나 테이블 등 작품에 가까운 가구를 만드는 움직임이다. 고급 대리석의 고향인 이탈리아 카라라(Carrara)에 뿌리를 둔 브랜드 로봇 시티는 아티스트나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해 특별한 에디션을 출시한다. 미켈란젤로가 조각상 소재로 사용했다고 알려진, 귀하디귀한 백색의 카라라 대리석만 고집하는 것이 특징. 이미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대표작 프루스트 의자의 대리석 버전, 스테파노 조반노니가 만든 식물 테이블과 토끼 의자를 선보여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들의 최신작은 더욱 놀랍다. 미국의 클래식 악기 제조업체 스타인웨이 앤 선스와 합작해 만든 그랜드피아노 타이거 M 피아노 에디션이 그 주인공. 카라라 대리석을 깎아 만든 그랜드피아노라니. 한눈에도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이 제품은 표면에 호랑이 무늬처럼 검은색 라인을 넣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프란체스코 메다 톱 시크릿 테이블

젠하이저 오르페우스 HE 1060

에르메스 세틀리트 커피 테이블

덩치 큰 가구에 그치지 않고 선반, 트레이, 조명, 시계 같은 쓰임새 많은 일상 소품에도 대리석을 활용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테이블 상판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재미있는 건 통상적인 하얀색뿐 아니라 다양한 컬러로 구성해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점이다. 에르메스가 2015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선보인 세틀리트 커피 테이블만 봐도 그렇다. 최고급 대리석 상판은 화이트뿐 아니라 브라운, 블랙, 아이보리 등 여러 가지 컬러에 3가지 사이즈로 구성했다. 여기에 카날레토 월넛 다리를 더해 한층 고급스럽다. 보에에서 만날 수 있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메다의 신작 중 하나인 톱 시크릿 테이블도 마찬가지. 황동 다리에 4개의 수납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대리석 상판을 얹은 독특한 디자인인데, 상판은 컬러와 마블링이 각각 다른 12가지 대리석 중 고를 수 있다. 대리석으로 작은 소품을 만들려면 정밀한 가공이 요구되지만 그만큼 존재감이 남달라진다. 대리석 가구와 오브제를 생산하는 프랑스 브랜드 레테구이-마블(Retegui-marble)은 알라카 미러 컬렉션과 월후크 컬렉션을 통해 대리석 가공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단에 대리석을 이어 붙인 거울과 대리석을 조각해 만든 옷걸이는 극도로 정밀하게 작업한 결과물이라 집 안에 두면 작지만 훌륭한 인테리어 효과를 낸다. 최근에는 이 우아한 돌을 사용해 이목을 집중시킨 오디오 시스템도 있다. 젠하이저는 2016년 상반기에 오르페우스 HE 1060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헤드폰과 전용 앰프를 합친 32비트, 768kHz 재생이 가능한 이 제품의 백미는 이탈리아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든 앰프. 오디오 시스템을 작동하지 않아도 하나의 조각상 같은 특별한 외관으로 소장 욕구를 자극한다.

애퍼래터스 스튜디오 네오 마블 컬렉션

이처럼 대리석의 쓰임새가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차가워 보이고 여름에나 어울린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묘책을 생각해냈다. 황동, 구리, 나무 등 다양한 소재와 접목해 세련미를 극대화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반전시킨 것. 이런 시도를 충실히 이어온 디자이너는 앞서 언급한 베선 그레이다. 그녀는 대리석과 가죽, 나무 등 자연의 재료를 결합하는 방식을 추구해 기하학적 패턴의 오브제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로이 출시하는 밴드 컬렉션은 대리석과 따뜻한 황동 소재를 결합해 자연미를 추구했습니다. 각기 다른 소재가 만나 예상치 못한 따뜻함을 전하길 바랐죠.” 베선 그레이의 설명처럼 밴드 컬렉션 커피 테이블은 화이트와 블랙 컬러 대리석을 반씩 적용한 투톤 상판이 돋보이는데, 테두리를 황동으로 마감해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금속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디자이너 톰 딕슨도 이 돌의 매력을 놓치지 않았다. 황동 케이스 캔들의 덮개나 케이크 스탠드에 무게감 있는 대리석을 살짝 더하는 식으로 우아함을 살린다. 레진이나 고무 등 이색 소재를 탐구하는 뉴욕 조명 디자인 브랜드 애퍼래터스 스튜디오(Apparatus Studio)도 최근 대리석을 재조명해 네오 마블 컬렉션을 완성했다. 대리석으로 몸통을 만들고 동그란 유리를 덮은 캔들홀더는 반투명 유리 구 속의 반짝이는 불빛이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높낮이가 다른 다양한 사이즈로 선보여 여러 개를 진열하면 더 멋스럽다. 또 하나. 묵직함이 느껴지는 대리석 볼(bowl)은 내부에 황동 소재 볼을 더했으며, 이 그릇은 분리 가능해 단독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아름답고 기능성까지 갖춘 일석이조의 제품이다.
고전 조각이나 건축자재로 사용하던 신비로운 돌이 이렇듯 리빙 디자인 분야의 각광받는 소재로 부상했으니, 대리석이 대세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듯하다. 호화로운 소재에서 친근한 이미지로 변신을 꾀하며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한 대리석의 무한 매력을 마음껏 즐겨보자.

레테구이-마블 알라카 미러 컬렉션

로봇 시티 타이거 M 피아노 에디션

에디터 문지영 (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