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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piece by Mistake

BEAUTY

‘실수가 가져다준 뜻밖의 행운’, 흥미로운 향수 이야기.

올 한 해 계획을 세우며 혹시 지난해의 어떤 실수를 아직까지 아쉬워하고 계신지요.

만약 그렇다면 역사상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힐 두 향수, 겔랑의 ‘지키(Jicky)’와 샤넬의 ‘N°5’에 얽힌 뒷이야기의 공통점이 ‘실수가 가져다준 뜻밖의 행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마에스트로 퍼퓨머 중 한 명인 장 클로드 엘레나(Jean-Claude Elena)가 하나의 향수를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일 혹은 10년이라고 말했는데, 때로 어떤 향료의 0.1%도 안 되는 미세한 차이와 씨름하는 조향 작업의 정밀함을 고려해본다면 의도치 않은 실수가 가져다준 뜻밖의 행운도 있었겠죠. 그러나 원래 계획에 집착하지 않고 ‘더 멋진’ 결과물에 대해 마음을 열고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불후의 명작의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내추럴 퍼퓸’이 오히려 구시대적이라고 말하며 새로운 시대의 향수는 인공 합성 향료에 달려 있다고 선언한 대표적 모던 퍼퓸이 있죠. 1880년대부터 최초로 인공 합성 향료인 쿠마린(coumarin)을 사용한 후비강(Houbigant)의 푸제흐 후와이얄(Fougere Royale, 1882년), 바닐린(vanillin)을 사용한 겔랑의 지키(1889년)에 이어 알데하이드(aldehyde)를 사용한 샤넬의 N°5(1921년)는 근래에 다시 기치를 드높이기 시작한 내추럴 퍼퓸이 구시대적이라며 인공 합성 향료를 사용한 모던 퍼퓸을 지향했습니다.

많은 자료에 따르면 샤넬의 N°5가 탄생하기까지는 계획과 달리 진행된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래브러토리의 조수가 원래 다른 향수 샘플에 사용하려 한 알데하이드 향료를 기존과 달리 많은 양을 넣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죠. 궁여지책으로 그 향수 샘플을 마드모아젤 샤넬에게 선보일 다른 향수 샘플 속에 일단 포함했습니다. 그렇게 1~5번, 20~24번으로 명명한 향수 샘플 중 샤넬은 드레스 컬렉션을 선보이는 5월 5일에 맞춰 ‘하필’ 다섯 번째 향수를 선택했고, 그 실수의 산물이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죠. 혹자는 그 애물 덩어리 같은 알데하이드 특유의 향(laundry, soapy, pressing)이 세탁부였던 샤넬의 어머니와 그녀의 어린 날 추억과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고도 합니다.

앞서 언급한 모던 퍼퓸의 대가, 근대 향수업계를 풍미한 겔랑과 샤넬 N°5를 탄생시킨 조향사 에르네스트 보(Ernest Beaux)는 마치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찬사와 질투의 감정을 동시에 내비치는 예술가처럼 상대방의 작품에 대한 멋진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인공 합성 향료인 바닐린이 들어간 겔랑의 향수에 대해 에르네스트 보는 “아! 나라면 그 바닐린 한 곽으로 크렘 앙글레즈(creme anglaise, 커스터드크림과 비슷한 디저트용 소스)나 만들었을 텐데 겔랑은 명작을 창조해냈구나!”라고 했다죠.

저는 가끔 우디 앨런(Woody Allen)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서 찬란한 과거의 향수를 동경한 주인공이 됩니다. 파리 오스모테크(Paris Osmotheque, 세계 최대 향수 아카이브 보유, 중세·근현대 향수 복원 및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복원판 향수 맛보기를 넘어 그 시절 쟁쟁한 퍼퓨머리들의 멋진 모습과 생생한 향기를 떠올리면서요.

신생 니치 퍼퓸 하우스 중 하나인 세르주 루텐(Serge Lutens)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파리의 유서 깊은 건축물의 멋진 계단을 응용한 인테리어로 전통적 오라를 뽐내고 있죠. 반면 정작 중세 혹은 근현대, 제가 동경하는 그 시대를 풍미한 상당수의 퍼퓨머리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씨흐 트루동(Cire Trudon), 뤼뱅(Lubin), 조부아(Jovoy) 등이 브랜드의 오랜 가치를 이해하고 비즈니스 감각이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 부활해 그 명성을 다시 누리고 있기도 하고요.

물론 그렇게라도 그 시대를 느낄 수 있어 다행이지만 이를 트렌드에 따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향기는 아쉽기도 합니다. 마치 낡았지만 풍부한 음색을 지닌 클라비에로 들으면 좋을 바로크 음악을 신시사이저의 전자음으로 듣는 것처럼요.

참, 제가 서두에 무엇이든 아쉬워하지 않겠다 했지요.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아쉬워도 과거는 과거로 남겨두고, 그 시간에 감사하면서 오늘과 내일에 그 시간의 흔적이 작은 디딤돌이 되어주길 기원하며.

 

장은영(뻬르푸뭄 대표)
에디터 이아현(fcover@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