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ch on the Wrist
애플 워치의 국내 런칭으로 스마트 워치 시장이 뜨겁다. 누군가는 이것이 기계식 시계 시장에 위협을 가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최고 자리에 있는 정통 기계식 시계 한 점과 그에 맞서는 스마트 워치 한 점을 두고 벌이는 설왕설래.
MECHANICAL WATCH
A. LANGE & SÖHNE DATOGRAPH PERPETUAL
지름 41mm, 두께 13.5mm의 라운드 케이스에 화이트 골드 소재. 탑재한 핸드와인딩 칼리버 L952.1은 556개의 부품을 조립했다.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는 크로노그래프와 문페이즈를 포함한 퍼페추얼 캘린더가 대표 기능.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케이스 앞뒤로 장착해 스크래치에 강하고, 백케이스를 통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다. 가격은 1억6000만 원대. 글 이현상(<노블레스 맨> 에디터)

Judgment of Function
기계식 시계에 탑재한 기능은 사실 IT 기기가 판치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는 건 전자식 스톱워치를 사용하면 되고, 퍼페추얼 캘린더의 경우 2100년까지 별도 조정이 필요 없게 설정했다지만 갓난아기에게 채우지 않는 이상 이 시계를 착용한 사람이 2100년까지 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기계식 시계만 놓고 볼 때 분명 이 시계의 정밀도는 가치가 있다.
Possibility of Accessory
광채 나는 화이트 골드 케이스와 이에 어울리는 블랙 악어가죽 스트랩은 분명 매끈한 슈트에 어울린다. 기능 덕에 살짝 도톰한 두께는 손목 위 포인트가 되며, 셔츠 소매 아래로 은근슬쩍 보일 때 당신의 ‘품격’ 또한 드러난다. 다이얼에 새긴 ‘랑에 운트 죄네’라는 희소성 있는 이름도 남들과 차별화되는 강점. 그런데 액세서리라 말하기엔 무언가 위압적인 느낌이 있다.
Opinion of Price
시계 하나를 만들기 위해 수백 명의 직원이 매달려 부품을 깎고 다듬고, 장식을 더하고, 윤을 낸다. 그리고 단 한 명의 워치메이커가 책임지고 무브먼트를 조립한다. 이쯤 되면 시계가 아닌 예술품을 구입하는 거라 생각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 단 한 점만 입고됐다.
Story of Durability
골드와 악어가죽은 약한 소재다. 하지만 이것은 모든 기계식 시계에 해당하는 내용. 무브먼트는 관리만 잘하면 몇백 년은 너끈하다. 참고로 랑에 운트 죄네의 모든 시계는 조립 후 분해해 다시 조립한다. 500여 개의 부품이 맞물리기에 실수를 줄이려는 과정이다. 이러한 수고를 거치는 브랜드는 극소수다.
Should we buy?
복잡한 기능을 구현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사는 건 시간을 알리기 위해 열정을 바친 선조의 정신을 기리는 것과 같다. 그리고 부품 하나하나 정성스레 세공한 흔적을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할 거다(케이스에 싸여 보이지 않는 곳까지 무늬를 새기고 광을 낸다). 예술 작품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희소성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3 MORE MECHANICAL WATCHES
Vacheron Constantin
Métiers d’Art Gravées
장인의 손으로 새긴 잎사귀 장식을 보라.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처음부터 다시 작업해야 한다. 동전만 한 작은 크기지만 세공 작업만 10일이 넘게 걸린다. 14일간 파워리저브와 투르 비용 기능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상징과도 같다.

Chopard
L.U.C Regulator
바늘이 회전하는 시계 고유의 감성을 뺏을 순 없다. 작은 서브 다이얼 위에 자리한 5개의 핸드가 맞물려 움직이기까지 수백 개의 부품이 상호작용한다. 레귤레이터 방식의 시간 표시, GMT,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날짜 기능도 더했다.

Jaeger-LeCoultre
Master Calendar
날짜 창과 문페이즈 등 심플한 기능을 얹었다. 그리고 소재로 특별한 가치를 더했다.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으로 다이얼을 만든 것.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라 단 하나의 시계, 기계식 시계의 가치는 이런 것.
SMART WATCH
APPLE WATCH
소재에 따라 스포츠(알루미늄), 기본(스테인리스스틸), 에디션(18K 옐로 골드 또는 로즈 골드) 3가지로 나뉜다. 사이즈도 38mm와 42mm 두 종류. 유리도 차이가 있다. 스포츠 모델은 이온×글라스를 채택해 시야각과 선명도가 좋다. 스틸과 에디션 버전에 적용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흠집에 강하다. 무게는 각각 30g, 50g, 69g(42mm 기준)이며, 가격은 최소 43만9000원부터 2200만 원까지다. 글 김정철(IT 온라인 매체 <더 기어> 편집장)

Story of Durability
소재의 특성상 일반 시계와 비슷하다. 스크래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칩셋은 통합 칩이므로 업그레이드가 불가할 것이며, 리튬이온 배터리는 2년 후면 교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2년 후에는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되겠지만 말이다. 생활 방수는 지원하지만 수영장에서는 풀어놓는 게 좋다
Should we buy?
아이폰과 아이맥은 너무 흔하고, 아이패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은 팔 힘이 셀 뿐이다. 애플 워치는 꼭 필요한 아이템은 아닌지라 애플의 열성팬임을 나타내는 충성도 게이지로 쓸 수 있다. 물론 이 시계는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 워치 중 가장 완성도가 높고, 패셔너블하다. 그 점에서는 구매 가치가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대조군이 함량 미달이기에 얻은 상대적 평가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Judgment of Function
애플 워치는 스마트 기능보다 시계로서 완성도에 더 관심이 높았던 것 같다. 기존 스마트 워치와 비교해 크게 다른 점은 없다. GPS와 독립 실행 가능한 앱의 부재가 아쉽다. 그러나 애플다운 디테일은 살아 있다. 피트니스 기능의 완성도는 최상이고, 알림 방식도 세련됐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밸런스가 좋기 때문에 실생활을 업그레이드하는 시계라 생각한다면 분명 가치는 있다.
Possibility of Accessory
스트랩 교체가 이처럼 쉬운 시계는 처음이다. 30초도 채 안 걸린다. 스트랩 교체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기술의 흔적을 최소화한 본체 디자인은 애플다운 모습. 마감 또한 깔끔하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의 쿼츠 시계와 비교하기에 멋쩍기는 하다. 다른 느낌의 시계인 것은 분명하지만.
Opinion of Price
애플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할 때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라 생각한다. 단, 에디션 모델은 아무나 손에 넣을 수 없는 가격이다. 제아무리 18K 골드 소재라지만 2년 주기 전자제품에 최고 2200만 원은 과하다. 밴드 가격도 스위스 시계 브랜드의 그것과 비교해 만만치 않다.
3 MORE SMART WATCHES
Pebble Time Steel
페블은 스마트 워치의 원조 격으로 최근 스틸 버전을 출시했다. 안드로이드, iOS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과 기본에 충실한 스마트 기능 등으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스와치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일주일간의 배터리 사용 시간은 큰 장점!

Huawei Watch
만약 지금 당장 원형의 스마트 워치를 사고 싶다면 화웨이 워치가 답이다. 지금까지 출시된 가장 완성도 높은 원형 모델이며, 스트랩이나 기능적 완성도 면에서 애플 워치에 대적할 만한 몇 안 되는 제품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말이다.

Samsung Gear S2
9월 3일에 공개할 따끈따끈한 삼성의 기어 S2. 미니멀한 디자인과 심플한 금속 원형 다이얼이 인상적이다. 베젤 위를 손가락으로 돌리면 기능 선택이 가능하다. 또 삼성다운 다양한 스펙과 결제가 가능한 ‘삼성 페이’로 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디터 이현상 (ryan.lee@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