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erial Alchemist
한 가지 재료에 몰입해 작업 하는 이들이 있다. 작품 같은 라이프스타일 제품은 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이 시대의 연금술사를 소개한다.


알렉사 릭스펠트(Alexa Lixfeld)_ 콘크리트의 따스함
기후나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방수 기능까지 탁월해 주로 건물을 지을 때 사용하는 콘크리트. 도시의 삭막한 분위기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소재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콘크리트가 제품으로 태어나면 실내·외 어디서든 사용 가능할뿐더러 멋스러운 그레이 컬러가 돋보이는 아이템으로 변신한다. 최근 아웃도어, 가드닝 라이프 문화가 국내에도 널리 퍼지면서 콘크리트로 만든 테이블과 벤치를 종종 볼 수 있다. 독일 디자이너 알렉사 릭스펠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콘크리트로 테이블웨어를 만들어 눈길을 끈다. 먹거리를 담는 용도인 만큼 새로운 콘크리트인 ‘크리에이크트(Creacete)’를 개발했다. 원료를 배합할 때 수소이온 농도를 높이고, 완성한 그릇에 고밀도 코팅을 더해 오염을 방지한다. 콘크리트를 소재로 삼은 건, 도예가로서 새로운 재료를 찾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콘크리트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다 세라믹과 비슷한 점을 발견한 것. 세라믹보다 견고하고, 가마에 구울 필요 없이 상온에서 굳히기만 하면 완성되는 제품이라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소재였다. 현재 테이블웨어는 물론 액세서리, 향수 보틀 등 독특한 컨셉의 콘크리트 쓰임새를 보여주고 있다.


라이몬츠 치룰리스(Raimonds Cirulis)_ 유니크한 현무암 세상
가장 에너지 넘치고 강력한 생명력을 품고 있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컨트롤하기 어려운 자연현상을 꼽으라면 단연 ‘화산’이 아닐까? 화산 분출과 함께 높은 점성으로 천천히 흐르는 용암에서 탄생한 현무암. 고대 로마에서는 도로 건설을 위해 튼튼한 현무암을 사용했고, 세계대전 당시에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소련 등지에서 군용 항공기 제조에 사용하곤 했다. 전쟁 물자에 현무암을 사용한 것은 그 독특한 특질 때문이다. 자외선, 전자파, 방사선 등을 완벽히 차단해주는 것. 라트비아 출신 디자이너 라이몬츠 치룰리스는 현무암에서 섬유를 뽑아내면 완벽하고 유니크한 디자인의 가구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으로 브랜드 마팜(Maffam)을 설립했다. 재료 선정부터 가구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100%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현무암의 독특한 성질 때문에 현재 선보일 수 있는 건 야외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둥지 모양의 행잉 체어, 테이블 등이다. 실내 가구로는 온도와 외부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와인을 보호할 수 있는 와인 스탠드를 만들고 있다.


안드레아 포르티 & 엘레오노라 달 파라(Andrea Forti & Eleonora dal Farra)_ 되살아난 폐목재
일반적으로 폐목재를 업사이클링하는 방법은 자투리 나무를 이어 붙이거나 보기 좋게 잘 깎아내는 것이다. 친환경적 의미가 있으나 투박한 디자인이 대부분이라 실제로 사용하기엔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혼성 듀오 디자이너 안드레아 포르티와 엘레오노라 달 파라는 그들의 브랜드 ‘알카롤(Alcarol)’을 통해 ‘갖고 싶은’ 폐목재 가구를 선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브리콜라(Bricola)’ 컬렉션이다. 베네치아 석호(潟湖)에 심은 배의 정박장, 수심이 가장 깊은 부분의 경계를 표시하는 나무 기둥에서 영감을 얻었다. 오랜 시간 조수를 견디며 부식되는 이 나무 기둥은 안전을 위해 10년을 주기로 갈아야 한다. 두 디자이너는 이렇게 버려지는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로 결심했다. 나무의 중심부는 그대로 남아 있지만 표면엔 바닷속 연체동물이 지나다니며 생긴 불규칙한 구멍이 있기에 독특한 소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물속에서 건진 기둥을 톱질한 뒤 깨끗이 세척하고, 말리고, 살균해서 투명한 레진을 채우는 작업 방식으로 테이블, 스툴, 센터피스 오브제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든다. 최근에는 브리콜라 외에 이탈리아 대리석 채석장에서 작업 테이블로 쓰다 버린 나무를 재활용하는 ‘마블 웨이즈(Marble Ways)’ 컬렉션도 선보이고 있다. 대리석을 재단할 때 톱날이 남긴 규칙적인 홈에 레진을 부어 테이블과 체어를 만드는 것으로, 구멍 속에 남아 있던 대리석 가루가 오묘한 빛깔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나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의 작업 행보가 앞으로도 기대된다.


톰 딕슨(Tom Dixon)_ 금속의 재발견
현존하는 가장 핫한 디자이너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톰 딕슨이다. 2014년 메종 앤 오브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되었고, 뉴욕 현대미술관과 런던 V&A 뮤지엄 등에서 그의 작품을 영구 소장하고 있다. 이뿐인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등에서 꾸준히 그에게 컬래버레이션을 요청하고, 감각적인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그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우아하면서도 위트 있는 디자인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가 주목하는 소재는 금속이다. 20대 초반 음악과 오토바이에 사로잡힌 그는 좋아하는 오토바이를 직접 수리하기 위해 용접을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금속 고유의 성질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재미로 금속 의자를 만든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시작점이다. 한 가지 재료에 집중하는 이들이 자연에서 그 소재를 찾고 영감을 받는다면, 톰 딕슨은 이와 반대로 산업 현장에서 영감을 얻는다. 도시를 구성하는 각종 파이프와 다리 구조물, 우주 탐사, 비행기 등이 그의 아이디어 원천. 대표적 작품은 폐파이프를 이용해 만든 S-체어. 그리고 구리, 황동, 알루미늄 등의 소재를 사용해 만든 조명과 소품이 있다. 금속에 대한 끊임없는 몰입을 통해 매년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새롭게 내놓은 제품은 ‘더 브루 커피 세트(The Brew Coffee Set)’. 원두 보관함, 스티머, 에스프레소 메이커, 비스킷 통 등으로 구성한 제품은 매끈한 구리 소재가 돋보인다. 특유의 반짝이는 빛깔과 고운 선에서 그의 손길이 여실히 드러난다.
에디터 홍유리 (yurih@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