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erial Matters
시계 브랜드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예상 밖의 소재를 사용한 흥미로운 시계 정성과 열정이 깃든 노력의 결정체. 황홀한 데커레이션의 세계로 안내한다.
1 Clock 15 Days Blue Note, Parmigiani2 Tonda Woodrock, Parmigiani3 Tonda Woodstock, Parmigiani
Parmigiani, Wood and Marquetry
나무로 만든 시계? ‘시계 하면 금속 소재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습기에 약한 나무를 사용하다니’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파르미지아니는 올해 이 새로운 미션을 당당히 성공시켰다. 바로 나무를 마르케트리(marquetry, 상감세공) 기법으로 잘라 붙인 시계를 만든 것이다. 사실 이 기법은 가구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작은 시계에서는 무척 구현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이다. 나무조각을 모자이크처럼 정교하게 붙여 생동감 넘치는 다이얼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기술력은 물론 꽤나 인내심을 요구하기 때문. 파르미지아니는 아이코닉 모델인 톤다 투르비용에 제일 먼저 이 기법을 적용해 톤다 우드락/우드스탁 모델을 선보였는데, 나무 마르케트리와 관련이 깊은 기타(기타도 나무로 만들지 않는가!)를 새겨 넣는 동시에 록 음악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영국과 미국에 대한 오마주로 유니언잭과 성조기를 각인했다(물론 나무로). 이외에 다이얼에 트럼펫과 더블베이스, 피아노를 새겨 넣은 블루 노트 탁상시계는 아름다우면서도 위트가 넘친다.
1 Moon Dust DNA, Romain Jerome2 Titanic DNA, Romain Jerome
Romain Jerome, Titanic DNA & Moon Dust DNA
타이태닉호의 잔재와 우주여행을 떠난 우주선의 일부를 시계에 담는다? 로메인 제롬(창립자의 이름이자 브랜드 이름이기도 하다)은 이런 발칙하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에 실현했다. 독특한 소재를 시계에 접목하는 것을 즐기는 로메인 제롬의 제품은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타이태닉호의 녹슨 스틸과 폴리싱 처리한 스틸을 함께 믹스한 타이태닉 DNA는 시계 외관부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탄소섬유와 우주비행선 아폴로 11의 몸체 일부를 구성한 블랙 스틸로 완성한 문 더스트 DNA는 우주의 칠흑 같은 어둠을 그대로 닮았다. 특히 문 더스트 DNA 중 유니크 피스로 선보인 투르비용 제품은 마치 우주에서 자전하고 있는 행성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Reine de Naples Cammea Watch, Breguet
Breguet, Reine de Naples Cammea Watch
입체적인 다이얼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브레게의 레인 드 네이플 까메아. 그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핸드메이드 카메오 작업을 거쳐 완성한 독특한 시계다. 카메오는 조개껍데기로 만드는데, 껍데기 전체를 사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조개 중 일부를 선택해 작업하고 케이스에 조개를 끼워 넣기 위해 표면에 직경을 표시하고 크기를 맞춰 정교하게 잘라낸다. 그러고는 카메오에 카빙을 시작하는데, 이미지에 보이는 해바라기도 가능하지만 고객의 요청에 따라 초상화는 물론 원하는 패턴이나 그림을 특별 주문할 수도 있다. 그야말로 조개의 무궁무진한 변신인 셈.
Premier Feathers, Harry Winston
Harry Winston, Premier Feathers
작년에 프리미에르 페더스를 처음 본 순간, 이렇게 먼지가 많이 나는 깃털을 시계에 사용한 대담함과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연 소재인 깃털이 내는 황홀한 색감과 윤기가 참으로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올해 해리 윈스턴은 이 프리미에르 페더스를 한층 진화시켰다. 첫 컬렉션이 심플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면, 올해 버전은 진정한 예술미를 담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색감이 훨씬 풍부하고 화려해졌으며, 패턴 역시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 아티스틱하다(실제 깃털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을 디자인해 그에 맞게 직접 짜 맞추는 방식으로 장식한다고). 페더 아티스트 넬리 소니어가 고대 기술을 응용해 세공한 깃털이 다이얼 위에서 환상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물론 아무 새나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시계에 사용하기 위해 따로 사육하는 새에게서 ‘자연스럽게’ 떨어진 깃털을 엄선해 쓴다. 과연 다음 컬렉션은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에디터 | 이서연 (janicelee@noblesse.com) 서재희 (ja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