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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 in the Kitchen

LIFESTYLE

요즘 요리하는 남자가 가장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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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요리 클래스 김승용 대표

부엌은 우리의 오랜 관습 속에서 금남의 구역으로 통했다. 인류의 문화 생성 과정 중 일어난 힘의 차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역할 분담이었지만(남자는 사냥과 바깥일에 집중) 요리를 포함한 가사는 ‘비생산적’이라는 이유로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 사실 우리네 할머니와 어머니는 아궁이 속 불의 힘으로 가족의 고단함과 허기를 다독이고 가족을 하나로 이어주는 ‘밥의 권력자’였지만, 가부장제의 그늘에선 그 공을 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남자에게 요리를 권한다. 정갈한 한복 차림에 고운 앞치마, 차분한 목소리로 정석 레시피를 전하던 여성 일색의 요리 선생님 대신 성은 남자요, 자유분방하게 주방을 누비며 투박한 손길로 자신만의 창의적 레시피를 요란하게 알려주는 이른바 ‘셀레브러티 셰프’가 TV에 등장했다. 그리고 이제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에게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본인도 미처 깨닫지 못했을 ‘요리에 대한 내재된 열정’의 발현 말이다.
1980년대에 일본에서 히트친 <할아버지의 부엌>이라는 책이 있다. 팔순이 넘어 상처한 할아버지가 생존을 위해 밥짓기와 된장국 끓이기를 배운다는 내용이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국내에서도 본능적 삶의 영위를 위해 요리를 필요로 하는 남자가 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 독립 생활을 하는 싱글 남성, 아내와 아이를 외국에 보낸 기러기 아빠, 은퇴 이후 남편들도 아내에게 삼시 세끼를 챙겨달라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들은 자연스럽게 요리를 접하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혹은 자기만족을 위해 요리하는 남자도 있다.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남자들의 요리 클래스를 이끄는 김승용 대표는 이에 대해 조금은 놀랍지만 흥미롭고 바람직한, 어쩌면 당연한 변화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사실 그는 한술 더 뜬 인물. 평소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가끔 가족을 위해 요리하기도 했지만 나이 예순이 넘어 본격적으로 ‘요리’를 ‘업’으로 삼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수입 주방업체 CEO 자리에까지 오르며 성공 가도를 달린 그. 인생 후반전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고민하던 시점에 어머니의 말씀이 불현듯 떠올랐단다. 헤어 디자이너이자 음식 연구가로 유명한 그레이스 리 선생이 그의 모친으로 영면에 들기 전 아들에게 “너는 지금 간이 잘 맞는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이는 곧 요리에 물이 올랐다는 뜻으로 최고의 칭찬이었다. 국내 츠지원에서 1년간 요리를 배웠고 화랑 등에서 간단한 케이터링 행사를 진행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집 주방에서 그만의 노하우로 요리를 가르쳤는데 그렇게 시작한 일이 커졌다. 지금은 정규반만 6개로 2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총 42명의 남자가 김승용 스타일 요리를 배우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2시간 동안 그의 손맛을 맛보고 즐기다 돌아간다.
“남자도 요리를 해야 해요. 가정에서 멋진 리더가 되고 가족과 소통하기 위해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일반 요리학원에서처럼 칼 잡기 강의나 계량화된 레시피를 들이대면 ‘나 이거 안 해!’ 하고 포기해버립니다.” 같은 남자라 그 맘을 아는 걸까? 그런 연유로 그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감각 레시피, 구조 레시피를 창안했다. 세밀한 방법이 아니라 틀만 잡아주는 것이다. 물론 칼질은 조금도 문제 삼지 않는다(앞치마도 강요하지 않는다). 클래스마다 4~5가지 코스 요리를 제공하는데, 그중 한 가지 메인 요리만 시연을 통해 조리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보라며 손질한 재료를 싸준다. 남자들의 요리 클래스에 실습은 없지만 숙제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이 재료로 완성한 음식 사진을 찍어 휴대폰으로 김 대표에게 전송하는 것이다.
사실 모든 회원이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원해서 요리 클래스를 듣게 된 것은 아니다. 얼떨결에, 어디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고 지인에게 이끌려온 이가 태반이다. 아일랜드 테이블에 남자 7명이 앉아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듣는 것은 때론 누군가에게 문화적 충격이기도 할 터. 그렇지만 시커멓고 징그러운 우럭 한 마리가 우럭찜이 되는 모습을 보고, 그 맛에 반하고, 집에서 따라 하니 가족들이 열렬히 호응해주더라는 신선한 경험에 많은 이들이 매혹되었다. 아내의 권유로 참석한 모 회사 사장은 음식을 만들어 먹고 즐기는 시간만큼은 모든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수 있다며 “요리는 곧 힐링이다”라고 뒤늦게 요리에 눈뜬 감회를 전했다.
근래 여러 신문에서 중년 남성의 요리 배우기 열풍이 불어 요리학원을 찾는 남성이 눈에 띄게 늘었고, 각 지자체에서 앞다퉈 남성을 대상으로 한 요리 교실을 선보이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유나 사연은 각자 다르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사회적 흐름’으로 보인다. 정성을 다해 만든 요리가 자신은 물론 가족과 지인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안겨준다는 사실. 맛있는 요리를 만들며 여가를 즐기고, 또 그 요리를 나누며 기쁨과 건강을 누릴 수 있다면 그보다 멋진 삶이 어디 있겠는가. 한때 유행한 광고 문구가 있다. “여자라서 행복해요.” 이렇게 바꿔보자. ‘요리를 즐기면 남자들도 행복해요.’ 김승용 대표가 한마디 보탠다. “만만한 요리도 많아요. 겁내지 말고 일단 도전해보세요!”

 

간단하면서 폼 나게! 이것이 남자 요리

1 토마토와 올리브, 바게트 치즈 그라탱_ 스파클링 와인과 함께 서빙하기 좋은 식전주 메뉴. 오븐 용기에 방울토마토와 올리브, 먹다 남은 바게트와 각종 치즈를 담고 바질 페스토 소스와 발사믹 식초, 올리브 오일을 뿌려 섞는다. 프레시 파르메산 치즈를 갈아 뿌리고 치즈가 녹아 표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오븐에 굽는다. 치즈는 냉장고에 있는 것을 사용할 것. 블루치즈를 약간 넣으면 더욱 풍부한 맛이 난다.

2 광둥식 꽃게볶음_ 단 10분이면 만들 수 있는 메인 요리! 꽃게를 손질해 전분을 묻힌다. 팬에 저민 생강을 넣고 포도씨유를 부어 약한 불로 5분 정도 끓인다. 지글지글 기름이 끓기 시작하면서 매콤한 생강 향이 올라올 때 불을 세게 올리고 꽃게를 볶는다. 꽃게가 2/3 정도 익으면 정종이나 화이트 와인을 넣어 알코올을 날리고 마지막에 대파를 넣어 숨만 죽을 정도로 가볍게 익힌다.

3 꽃게알찜_ 시판 복분자간장 2작은술, 정종 1작은술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분리한 게딱지에 알을 올리고 양념장을 찻숟가락으로 1+1/2스푼 뿌린다. 김 오른 찜통에 40초 정도 넣었다 빼는 것이 포인트! 차갑게 칠링한 정종이나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으면 입맛을 끌어올려준다. 호주의 인기 셰프 와쿠타 데쓰야가 한국의 간장게장을 응용, 꽃게를 간장·식초·레몬에 매리네이트해 만든 요리를 다시 김승용 대표의 스타일로 재해석했다.

4 지중해식 콜드 파스타_ 알단테로 삶은 파스타를 찬물에 씻어 올리브 오일과 충분한 소금으로 밑간한다. 방울토마토와 다진 양파, 올리브, 바질 잎을 곁들이고 차갑게 식힌 토마토소스를 뿌려 먹는 요리. 마치 여름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 만큼 맛이 시원하고 산뜻하다.

에디터 이재연 (jyeon@noblesse.com)
사진 박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