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mal vs Maximum
극한의 내추럴 페이스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컬러와 텍스처를 극대화한 맥시멀리즘. 다채로운 룩이 공존하는 2017년 F/W 시즌, 메이크업 트렌드에는 뚜렷한 양극화가 나타났다.

2017년 F/W 시즌의 막이 올랐다. 예상대로라면 가을·겨울의 무드에 맞는 깊이 있는 음영이 얼굴에 드리워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환하고 깨끗한 페이스가 대거 눈에 띈다. 미니멀리즘에 힘입은 내추럴 메이크업이 계절과 무관하게 F/W 시즌까지 이어진 결과다.
디올과 펜디, 셀린느, 로에베, 이자벨 마랑 등 수없이 많은 쇼의 백스테이지에서는 잡티 하나 없이 완벽하게 정돈된 피부 상태로 모델들이 런웨이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가볍게 빗어 자연스럽게 연출한 눈썹, 색감을 최소화한 아이 메이크업, 립밤만 얹은 듯 핑크빛으로 촉촉하게 마무리한 입술 표현은 내추럴 무드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미니멀 메이크업이 하반기 뷰티 트렌드에 전반적인 방점을 찍는 한편, 찬란한 컬러와 텍스처를 입은 맥시멈 메이크업 역시 그 존재감을 입증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도하게 시선을 빼앗는 메이크업은 사라졌다는 것. 정형화된 공식이 없기 때문에 결과물은 각양각색이지만, 그중 어떤 룩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오스카 드 라렌타나 카르멘 마크 발보는 변화무쌍한 색 조합으로 모델의 눈두덩에 즐거운 컬러 플레이를 선보였고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발망, 마르니는 자칫 과하거나 어둡게 보일 수 있는 스모키 메이크업이 어떻게 하면 고혹적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제안했다. 자신감 넘치고 위트 있는 태도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컬러풀 메이크업, 그와 반대로 시선을 사로잡는 룩이 반드시 극적일 필요는 없다고 일깨우는 내추럴 메이크업. 이것이 바로 2017년 F/W 시즌을 아우르는 트렌드 양대 산맥이다.

Emphasize or not
복잡함과 단순함이 종이 한 장 차이일 때가 있듯, 2017년 F/W 메이크업 트렌드를 아우르는 미니멀과 맥시멈 메이크업 역시 강약의 차이를 둘 뿐 ‘빛나는 피부 표현’이라는 기본 룰을 공통분모로 한다. 가능한 한 손대지 않은 피부와 미묘한 하이라이트, 그리고 부드럽게 채워 넣은 아이브로와 립밤을 바른 입술이 이 기본 룰에 포함된다. 다만 지난 시즌에 비해 피부 표현의 마무리감이 강한 물광에서 마치 진짜 내 피부에서 나는 듯한 광채로 바뀌었을 뿐이다. 미니멀 메이크업은 이렇듯 깨끗한 피부 위에 담백한 아이라인, 혹은 샴페인 컬러나 피치 톤 같은 소프트한 컬러로 눈가와 뺨에 부드러운 음영을 주는 것이 전부. 이는 얼굴 윤곽을 살리는 페이스 컨투어링의 연장선일 뿐 내추럴 무드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반대로 맥시멈 메이크업은 깨끗한 피부 위 아이나 아이브로, 립 등을 확실히 강조한다. 크리스토퍼 케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루치아 피에로니는 “1980년대 뷰티 아이콘 브룩 실즈를 떠올리며 볼드한 브로를 완성했다”고 말한다. 눈썹에만 힘이 들어간 게 아니다. 톱 래시는 물론, 언더래시까지 마스카라를 무겁게 얹은 속눈썹 역시 맥시멈의 힘을 빌렸다. 무심한 듯 번지게 바르는 립 메이크업 역시 맥시멀 메이크업에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프린 등 많은 디자이너가 립 컬러의 경계를 허물고 얼굴 위까지 번진 스머지 립을 쇼의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레드, 버건디, 플럼 등 시즈널 컬러는 이 스머지 테크닉과 찰떡궁합. 적은 양을 여러 번 발라 컬러를 입히고, 피니시 파우더로 살짝 눌러 유분기를 줄인 뒤 손으로 블렌딩하면 흐트러진 듯 매력적인 립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있다.

Choose Your Color
미니멀리즘과 맥시멀리즘은 아이 메이크업에서 그 차이가 가장 확연하게 드러난다. 미니멀 메이크업에는 주로 소프트한 컬러를 사용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본래 얼굴뼈의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듯 자연스러운 음영을 주는 정도다. 이번 시즌 미니멀 메이크업을 앞세운 블루마린이나 이자벨 마랑은 샴페인 컬러를 활용해 아이메이크업을 완성했다. J.W. 앤더슨과 막스마라는 골드 컬러를 선택했고, 알투자라와 마르케사는 페일 핑크 컬러를 아이는 물론 치크에도 활용했다.
맥시멈 메이크업은 한마디로 컬러의 향연이다. 강렬한 색채의 믹스 매치와 새로운 텍스처, 네온 컬러의 아이라이너와 래시 덕분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오랜만에 신나게 몸을 풀었다. 매년 트렌드에 붙박이처럼 존재하던 스모키 아이 역시 블루, 퍼플, 오렌지, 그린 등 이전보다 컬러 베리에이션을 넓히며 창의적으로 완성되었다. 비현실적인 컬러와 텍스처 덕분에 뷰티 룩은 한층 특별해졌다. 색다른 이미지로 변신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면 카르멘 마크 발보 쇼를 눈여겨보길. 옐로로 시작해 오렌지와 레드로 이어지는 아이 메이크업은 마치 한 마리의 나비가 내려앉은 듯 황홀하기 짝이 없으니까.
에디터 김애림(alkim@noblesse.com)
사진 최용빈 모델 아그네스(Agnes), 유스티나(Ustyna) 헤어 설은선 메이크업 박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