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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 Killed the Video Star

LIFESTYLE

제일 강력한 미디어였던 TV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사람들은 거실에 걸린 50인치 TV 대신 4인치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을 소비한다. 모바일 시대의 도래가 TV를 구시대의 미디어로 만들고 있다.

아이폰이 한국에 처음 출시된 건 2009년이다. 이후 고작 6년의 시간이 삶의 패턴을 완전히 바꿔놨다.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가장 큰 문화적 풍경도는 텍스트의 자리를 이미지와 동영상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4인치 남짓한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은 긴 텍스트보다는 짧은 텍스트,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나 동영상에 적합했다. 이미지 위주의 인스타그램,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가 해마다 기록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다. 특히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발전은 주목할 만하다. 가장 강력한 미디어인 TV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미 다수의 무선통신 이용자는 무제한 LTE 요금제를 쓴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건 전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시장의 이동을 눈치챈 SNS업체와 포털 사이트는 앞다퉈 동영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은 드라마, 영화, 예능 등 기존의 모든 장르를 모바일용으로 만들어내며 기존 방송 콘텐츠를 위협하고 있다. 모든 업체가 동영상 경쟁력 강화에 전념하는 이유? 앞으로 광고 시장이 모바일 위주로 돌아갈 거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모바일을 이용한 동영상 시청에 거부감이 덜할 뿐 아니라, 지상파나 케이블 광고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광고할 수 있다. 게다가 광고주들이 원하는 특정 타깃층에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모바일 광고 시장이다.

400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한 퓨디파이(PewDiepie)

바이올리니스트 린지 스털링(Lindsey Stirling). 춤과 바이올린 연주가 섞인 독특한 영상을 올린다.

코미디 영상을 주로 올리는 듀오 스모쉬(Smosh)

최고의 뷰티 유튜버로 불리는 미셸 판(Michelle Phan)

프랭크x프랭크(prankxprank)는 실제 커플로 몰래 카메라를 주제로 영상을 올린다.

유튜브 스타의 등장
현재까지 동영상 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는 건 유튜브다. 수많은 동영상 콘텐츠는 물론이고 수천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스타, 즉 파워 크리에이터들 때문이다. 영향력은 곧 수익과 직결된다. 광고로만 1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유튜브 스타들이 생긴 지는 꽤 오래다. 지난해 10월 <포브스> 미국판이 밝힌 유튜브 1인 스타들의 수익을 잠깐 들여다보자. 1위를 달리고 있는 게임 전문 크리에이터 퓨디파이(PewDiePie)는 2015년 한 해에만 12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구독자는 무려 4000만 명에 이른다. 2위인 스모쉬(Smosh)와 파인 브러더스(Fine Brothers)는 8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이들 역시 2000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있다. 이들뿐 아니라 10위권 내의 톱 랭커는 최소 2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한국의 대표 유튜브 스타 ‘양띵’과 ‘대도서관’, ‘영국남자’ 등도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의 광고 수익 또한 한 해 4억~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지간한 연예인의 인지도나 수익을 상회하는 규모다.
이런 유튜브 스타가 생겨나자 일종의 파생 시장이 등장했다. 그들의 일을 돌봐주고 광고를 관리해줄 매니지먼트가 필요해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난해 인터넷 시장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인 MCN(Multi Channel Network)이다. MCN은 쉽게 말하면 일종의 매니지먼트사다. SM이나 YG 같은 연예인 매니지먼트사는 보통 소속 연예인을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시키고, 광고를 찍고, 팬 용품을 팔아 수익을 낸다. MCN도 비슷한 일을 한다. 차이점이라면 그들이 관리하는 것이 연예인이 아니라 1인 방송국 운영자, 즉 크리에이터라는 것이다. 다수의 인기 크리에이터를 하나로 묶어 광고를 대행해주고,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MCN이다. 미국 내에서는 진작에 유튜브 스타를 여럿 거느린 MCN이 많이 생겼다. 미국 MCN의 대표주자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s)는 지난 2014년 디즈니에 5억 달러, 어섬니스TV(Awsomeness TV)는 2013년 드림웍스에 3300만 달러에 인수됐다. 디즈니나 드림웍스가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한 이유? MCN의 시장가치를 확신했기 때문이다.

TV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시청률이라는 애매한 지표를 제시하는 기존 방송국과 달리, 이들 MCN은 정확한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전달한다. 어떤 연령대의 남녀가 어떤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이 보는지, 정확히 계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 타깃을 좁힐 수 있다는 점에서 광고주에게는 TV보다 모바일 영상이 훨씬 매력적인 지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TV 시청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12월, 시청률 조사업체 AGB 닐슨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TV와 라디오,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의 1분당 사용자 수 현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결과는 우리가 예상한 만큼이다. 광고주들의 최우선 공략층인 18~34세에서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인구는 1년 전에 비해 26% 늘었다. 같은 연령대에서 TV와 라디오 같은 올드 미디어를 이용하는 인구는 8% 감소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지만 한국이라고 크게 다를 리 없다. 모든 면에서 모바일 동영상이 시장 우위를 점해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일 맘이 바쁜 건 자리를 뺏기게 된 방송국이다. KBS와 MBC 같은 지상파보다 CJ E&M이나 중·소규모 업체의 대응이 눈에 띈다. CJ E&M은 지난해 MCN 사업 브랜드 ‘다이아 티브이(DIA TV)’를 런칭했다. 자본과 브랜드를 무기로 600명 이상의 크리에이터를 영입하고 저작권 관리와 유통 등을 지원한다. 이미 국내외 누적 구독자 수가 3000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형 유튜브라 할 수 있는 아프리카TV도 유튜브와 동영상 콘텐츠 유통 제휴를 체결하며 소속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한다. 절대 강자인 페이스북은 ‘멘션(Mentions)’이라는 서비스를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제니퍼 로런스 같은 유명인사의 실시간 영상을 만나볼 수 있는 서비스다. 트위터는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인 페리스코프를 1억 달러에 인수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도 사용자들의 동영상 공유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추세다.
TV가 모바일에 시장을 잠식당하는 근본적 원인은 인구구조 변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0년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9%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7.1%를 넘어섰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TV 대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영상을 즐기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TV 하락세의 가장 큰 이유다. CJ E&M MCN 사업팀 오진세 팀장은 지난 11월에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TV를 ‘Television’이 아니라 ‘Total Video’의 약자로 본다”고. 의미심장한 얘기였다. 영상을 볼 수 있는 모든 디바이스와 상황이 TV라는 것이다. 물론 지상파는 여전히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매체다. 거대 매니지먼트사의 스타는 앞으로도 나타날 것이다. 다만 전혀 다른 채널에서 전혀 다른 방식의 스타가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장래 희망란에 ‘1인 방송 크리에이터’라고 쓰는 초등학생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문득 버글스가 1979년에 발표한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이 노래는 새로운 미디어인 TV가 구시대 미디어인 라디오를 밀어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어느새 TV도 구시대 미디어가 돼가고 있다. 이제는 저 노래의 제목을 ‘Mobile Killed the Video Star’로 바꿔 불러야 할 시점이 왔다.

에디터 이기원 (lkw@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