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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rn Crafts

FASHION

로에베의 미래적 가치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언어이자 예술가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의 장, ‘2024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가 열렸다.

팔레 드 도쿄 내부에 자리한 전시장 입구.

1846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가죽 공방으로 출발한 로에베의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2016년 제정한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은 현대 공예의 새로움과 우수성, 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려왔다. 응모 조건은 단 한 가지다. ‘독창적 예술 개념에 혁신적으로 공예를 접목한 작품을 제출할 것’. 오늘날 공예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미래 산업의 혁신을 꾀할 수 있는 예술가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올해는 유기적 형태를 띠는 동시에 재료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은 작품이 주를 이뤘고, 지난 5월 14일 파리의 팔레 드 도쿄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 30점을 공개했다. 한국 작가 다섯 명을 포함한 다양한 국적의 장인 30명과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 로에베 재단 대표 실라 로에베(Sheila Loewe), 파리 장식미술관 관장 올리비에 가베(Olivier Gabet), 건축가 조민석 등으로 구성된 12명의 심사위원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수상의 영광은 1991년생 멕시코 출신 젊은 작가 안드레스 안자(Andres Anza)에게 돌아갔다. 그가 선보인 작품은 파인애플 형태의 멕시코 전통 공예품에서 영감받아 제작한 수천 개 돌기가 정교하게 표현된 대형 도자. 인간관계에 질문을 던지는 ‘나는 내가 본 것만 알아(I Only Know What I Have Seen)’라는 추상적 타이틀과 함께 5개 도자 블록이 차례대로 조립된 높이 150cm의 조각품은 전시장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이 고대 고고학적 형태에 기반을 두고 시대와 문화적 맥락을 초월한 호스트 디지털 미학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특별상을 받은 김희찬 작가의 ‘#16’.

특별상을 받은 아사이 미키 작가의 ‘정밀묘사(Still Life)’.

공예상 수상자 안드레스 안자의 ‘나는 내가 본 것만 알아(I Only Know What I Have Seen)’.

특별상을 받은 에마뉘엘 부스 작가의 ‘커피 테이블 ‘마치 레고 블록 같다'(Coffee Table ‘Comme un Lego’)’.

특별상에는 김희찬의 ‘#16’, 아사이 미키(Miki Asai)의 ‘정밀 묘사(Still Life)’, 에마뉘엘 부스(Emmanuel Boos)의 ‘커피 테이블 ‘마치 레고 블록 같다’(Coffee Table ‘Comme un Lego’)’ 세 점이 선정되었다. 특히 한국 작가 김희찬의 ‘#16’은 실라 로에베가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라고 귀띔할 만큼 물푸레나무와 구리철사를 사용하는 전통적 조선 기술에 현대적 건축 디자인이 조합된 새로운 형태를 제시해 공예의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조나단 앤더슨은 인터뷰를 통해 “해가 거듭될수록 지원자가 줄어들까 봐 걱정했는데, 매년 늘어나는 동시에 연령층 또한 젊어지는 추세다. 앞으로 더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참여하길 바란다. 다양한 배경의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일 때 발생하는 시너지가 글로벌 공예 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전시 작품은 공식 웹사이트(theroom.loewe.com)에서 관람할 수 있다.

수상자 선정에 참여한 12명의 심사위원단.

 INTERVIEW  with SHEILA LOEWE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들의 상당수가 장인이라는 타이틀보다 아티스트로 불리길 원했다. 로에베 재단이 바라보는 공예의 관점 또한 예술 지향적인지 궁금하다.공예와 디자인, 아트 간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공예적 예술가(craft artist)라 부른다. 예술적 야심과 안목을 가지고 수작업으로 작품을 창조하는 이들이다. 기능성 유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있지만, 이들의 작품에는 전통과 아름다움을 넘어 개념적 메시지가 담겨 있어 더욱 특별하다.
최종 후보작 30점 중 개인적으로 가장 특별한 작품을 꼽는다면. 사진과 영상으로 보던 작품을 파리에서 실제로 보고 그들의 독창적 기술에 감탄했다. 30점 모두 자식 같아 딱 한 점을 선택하기는 어렵지만, 겉과 안을 모두 볼 수 있는 김희찬 작가의 작품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작업 과정을 담은 비디오에서 그가 물푸레나무 조각의 소리를 듣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재료와 소통하고 작업을 전개하는 방식이 아름다워 보였다.
한국 작가 다섯 명이 최종 후보에 포함됐다. 해외 공예 시장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수준은 어떤가? 한국 예술의 수준이 높은 만큼 한국인이 많이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 한국과 일본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전통문화를 지키고 후원하는 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 그래서 젊은 세대 또한 공예를 친근하게 여기는 것은 물론, 이 분야가 지속되길 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브랜드가 지닌 젊은 이미지가 공예 시장에 영향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수익 창출을 위한 마케팅 도구가 아니다. 하지만 공예라는 분야를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영향을 준 것은 맞다. 2년 전 서울에서 전시를 열었을 때 크게 감동받았는데, 전시를 보러 온 젊은 관람객 수와 그들이 공예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쿨한 브랜드가 전통 기술과 복원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는 일이 도움을 준 것도 있겠지만, 한국은 처음 방문할 때부터 기본적으로 전통 기술과 창의력이 뒷받침되는 나라라는 걸 느꼈다.
공예상에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는 작가에게 조언을 한다면. 올해는 심사 과정에서 재활용 소재와 원시적 테크닉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구현하는가에 대한 많은 담론이 있었다. 해주고 싶은 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과거를 차용해 미래를 위한 현재를 만들어라(Taking the Past, Working the Present for the Future)’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면 특별할 수밖에 없다.

 

에디터 한지혜(hjh@noblesse.com)
현지 취재 양윤정
사진 로에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