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than a Car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자동차만 디자인하는 것은 아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발전하고 있는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의 활약상, 그중 가장 대표적인 4개 브랜드를 꼽았다.
BMW 디자인워크스가 디자인한 BMW MINI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증강현실 안경
미래를 디자인하다BMW 디자인워크스
1986년, BMW 850 모델의 좌석 디자인을 계기로 BMW의 자회사가 된 디자인워크스(BMW Group Designworks). 미국 산업디자이너 찰스 W. 펠리가 1972년 설립한 당시에는 3명의 디자이너가 전부였지만, 세계적 독일 자동차 그룹의 공식 외주 스튜디오로 선정된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독일 뮌헨, 중국 상하이에 글로벌 오피스를 세웠다. 디자인워크스는 처음 럭셔리 SUV 개념을 도입한 BMW X5를 탄생시켰고, 천으로 차체를 제작한 미래형 자동차 지나(Gina)를 컨셉카로 선보여 세계를 놀라게 한 주역이다. BMW 디자인 역사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Z9 모델도 디자인했는데 이후 BMW 6, 7시리즈의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쳤다. BMW 자동차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며 각 분야에 BMW 스타일의 디자인을 불어넣고 있다. 2004년 브라질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의 고급 제트기 프로젝트를 담당한 것을 시작으로 보잉사의 비즈니스 제트기 컨셉 디자인, 다소항공의 팰컨 7X 제트기 객실 인테리어를 선보였고 2013년에는 싱가포르 항공 항공기의 일등석을 디자인했다. BMW의 디자인을 입은 지하철도 개통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클랑밸리 지역의 지하철을 디자인해 2017년까지 58대를 무인 운영할 예정이다. BMW MINI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선글라스와 고글을 결합한 형태의 증강현실 안경도 개발했다.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기능까지 갖춘 이 안경을 통해 새로운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선사할 계획이다. BMW를 통해 쌓은 디자인 노하우를 세계 각지에 펼치고, 역으로 BMW에 새로운 영감을 주는 디자인워크스. 디자인워크스가 만든 미래의 디자인은 한층 혁신적일 것이기에 기대가 크다.
아우디 산업디자인팀이 라이카와 협업해 만든 미러리스 카메라
협업으로 만든 시너지아우디 산업디자인팀
뮌헨의 슈바빙 지역, 아우디 컨셉 스튜디오 내에 있는 아우디 산업디자인(Audi Industrial Design)팀에는 산업디자이너는 물론 그래픽디자이너, 컬러리스트, 장식 디자이너,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속해 있다. 그들의 목표는 단순명확하다. 아우디를 운전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아우디를 느낄 수 있도록 살아가는 모든 환경으로 경험을 확장하는 것. 그러나 카메라와 가구, 조명처럼 자동차가 아닌 다른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에 그들은 자체 상품을 제작하지 않고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는 형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우디의 철학을 협업 브랜드의 가치와 기술에 녹여내 디자인을 강화하고 기능적으로도 탁월한 스페셜 에디션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아우디의 디자인 철학은 진보성, 스포티함, 섬세함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아우디 자동차에서 느끼는 창의성과 엄격함, 정밀함, 절제미와 역동성을 아우디가 만드는 다른 분야의 제품에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독일 조명 브랜드 오크히오(Occhio)와 함께 만든 LED 조명, 스포츠웨어 브랜드 헤드와 독일스키연맹을 위해 제작한 카본 스키,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폴트로나 프라우와 함께 디자인한 암체어, 독일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미러리스 카메라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이 아우디의 디자인을 입고 세상에 나왔다. 탁월한 디자인과 품질을 모두 갖춘 이 제품을 통해 아우디의 글로벌 슬로건인 ‘기술을 통한 진보’를 또 한 번 경험할 수 있다.
이스탄불 신공항의 항공관제탑은 페라리 디자인으로 유명한 피닌파리나 엑스트라 작품
자동차, 건축을 넘보다 피닌파리나 엑스트라
피닌파리나(Pininfarina)는 1930년부터 지금까지 이탈리아 디자인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가족 회사다. 딱딱한 자동차 디자인에서 벗어나 곡선미가 돋보이는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선보이며 페라리,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세라티 등 다양한 슈퍼카 브랜드와 협력해왔다. 그중 페라리와는 60년 넘게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수많은 페라리 모델을 디자인했다. 1986년 설립한 피닌파리나 엑스트라(Pininfarina Extra)의 엑스트라(Extra)는 ‘except transportation’의 줄임말. 피닌파리나의 디자인을 다양한 분야에 접목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라바짜의 커피 머신, 스위스 시계 브랜드 보베와 합작해 만든 시계부터 리바1920, 칼리가리스, 리플렉스 등 가구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 주방 가구 브랜드 스나이데로와 컬래버레이션한 주방 인테리어도 선보였다. 2011년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 홈구장을 세운 것을 계기로 건축까지 그 영역을 넓혔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예술로 승화시키며 MoMA에 입성한 그들의 디자인은 건축 분야에서도 빛을 발한다. 이스탄불 신공항 항공관제탑의 경우 자하 하디드, 푸크사스, 모셰 사프디, RMJM 등 세계 각국의 건축설계팀이 제안한 디자인 중에서 피닌파리나와 AECOM의 합작품이 선정됐을 정도. 2017년 완공 예정인 싱가포르의 페라 콘도는 페라리를 연상시키는 파사드로 화제를 모았다. 상파울루의 사이렐라 콘도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멈춰 있는 건축에 자동차 디자인에서 기인한 역동성을 부여한 것이 독특하다. 가구, 인테리어, 건축을 아우르는 디자인 능력, 세계 각국에서 수행한 프로젝트를 통해 습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피닌파리나 엑스트라는 전방위에서 활동 중이다.

푸조 디자인 랩이 탄생시킨 서로 다른 소재의 결합, 실험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오닉스 소파와 3D 프린팅 조명
오랜 라이프스타일 디자인 역사 푸조 디자인 랩
자동차 회사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푸조의 시작은 자동차 제조가 아니었다. 1810년, 장 피에르와 장 프레데리크 푸조가 설립한 엔지니어링 회사 ‘푸조 형제들(Peugeot Freres)’이 전신이다. 커피 원두를 분쇄하는 그라인더와 소금과 후추를 가는 밀(mill), 우산 프레임 등 강철 소재의 제품 디자인으로 출발했다. 그러다 1882년에 자전거, 1889년에 증기자동차를 생산한 데 이어 1890년 가솔린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를 출시하며 오늘날 푸조의 명성을 쌓았다. 현재까지도 푸조는 자동차뿐 아니라 과거의 제품 생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2년 푸조 디자인 랩(Peugeot Design Lab)을 런칭, 실험적 자동차 디자인과 함께 그 자동차 디자인에 담긴 창조정신을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확산시키며 ‘디자인 중심’ 기업으로서 위상을 다지는 중이다. 푸조 디자인 랩 설립과 동시에 발표한 오닉스 슈퍼카가 대표작. 푸조의 르망 머신 908에서 영감을 얻은 모델로 같은 시리즈의 자전거, 스쿠터까지 선보이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14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는 오닉스 시리즈를 가구로 연장해 오닉스 소파를 공개했다. 현무암을 통째로 가공해 탄소섬유와 결합한 맞춤 제작 가구였다. 푸조의 시작에 함께한 후추·소금 밀과 커피·허브 그라인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도 선보였다. 이 밖에 피아노 제조사 플레옐(Pleyel)과 협업해 만든 그랜드피아노도 만날 수 있다. 현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도록 건반과 현이 수평을 이루게 한 것이 특징. 이처럼 푸조 디자인 랩은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제껏 시도해보지 않은 분야에서 창의적인 도전을 지속하며 글로벌 디자인 스튜디오로 거듭나고 있다.
에디터 김윤영 (snob@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