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ster_놓치지 않을 거예요
영구 소장품이 된 이전 작품과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이 공존하는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그중 꼭 봐야 할 9개의 신·구작을 선정했다.

Thomas Schutte, Cherry Column, Sandstone and Lacquered Aluminium Sculpture, Height 6m, 1987
토마스 쉬테(Thomas Schutte)의 ‘체리 기둥(Cherry Column)’(1987년)
1987년, 제2회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 초대받은 토마스 쉬테는 한 주차장에 주차된 빨간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아 그 자리에 ‘체리 기둥’을 세웠다. 거대한 기둥 위에 앙증맞은 체리 모형을 얹은 이 조각은 곧 뮌스터 시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조각의 인기에 힘입어 작품이 전시된 주차장 공간이 아예 보행자 구역으로 바뀌었을 정도. 인근 상업지구의 시민은 감사의 의미로 조그만 분수대를 시에 기증했고, 지난 2007년 작가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분수대 위에 박물관 건축 모델 모양의 조형물을 증축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Bruce Nauman, Square Depression, Cast Concrete Sculpture with White Rendering, 25×25×2.3m, 2007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의 ‘우울의 광장(Square Depression)’(2007년)
역피라미드 모양의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직접 작품의 내부에 들어가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깊이 2.3m의 꼭짓점으로 걸어 들어간 관람객은 지면 아래로 서서히 빠져드는 듯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이 모습을 보는 작품 바깥편의 관람객은 작품 안쪽에 있는 사람들이 웅덩이에 빠진 듯한 ‘우울한’ 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이 작품엔 새로운 시각으로 주변 환경과 공공장소를 바라보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Claes Oldenburg, Giant Pool Balls, Installation Comprising Three Reinforced Concrete Spheres, Sphere Diameter, Each 3.5m, 1977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거대한 당구공(Giant Pool Balls)’(1977년)
일상의 사물을 거대한 조각으로 재해석하는 클래스 올덴버그가 제1회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지름 3.5m의 공 모양 콘크리트 재질 작품으로 뮌스터의 아(Aa) 호수 주변의 잔디밭에 자리 잡았다. 1977년 처음 설치할 당시엔 표면에 아무것도 칠하지 않아 평범한 콘크리트 조각처럼 보였지만, 점점 시민들이 여기에 낙서를 하기 시작하며 뮌스터의 게시판 역할을 겸하게 됐다. 매번 행사 개막에 앞서 본래의 모양과 색으로 작품을 복원한다고 하니, 올여름 방문하면 원작 그대로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Susan Phillpsz, The Lost Reflection, Sound Installation, 2007
수전 필립스(Susan Phillpsz)의 ‘잃어버린 반영(The Lost Reflection)’(2007년)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 호수 위에 놓인 토르민 다리(Tormin Bridge) 아래에선 19세기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의 오페라곡 ‘뱃노래(Barcarolle)’가 흘러나온다. 이 사운드 작품을 설치한 이는 2010년 터너상 수상자인 수전 필립스. 소리를 조각의 형태로 선보이는 그녀의 작품은 시민들에게 청각도 미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과 오펜바흐의 잔잔한 음악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감동을 직접 느껴보자.

마이클 스미스가 제5회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서 선보일 타투 부스 제안서.
마이클 스미스(Michael Smith)의 타투 부스(2017년)
미국 시카고 출신인 마이클 스미스는 미국의 문화 예술에 대한 희•비극적 퍼포먼스로 이름을 알린 작가로 이번 행사에서 자기표현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타투’ 문화를 조명하는 독특한 작품을 선보인다. 타투와는 거리가 먼 노인들을 대상으로 타투 체험 부스를 마련하는 것. 젊은이의 전유물로 여기던 타투 문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를 통해 세대 간 격차를 좁히려는 작가의 의지가 엿보인다. 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은 이 작품에서 타투에 대한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요청하면 뮌스터의 타투이스트들에게 타투 시술도 받을 수 있다.

아이셰 에르크멘이 제5회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서 선보일 ‘수중 다리’ 스케치 Photomontage: Jan Bockholt
아이셰 에르크멘(Ayşe Erkmen)의 수중 다리(2017년)
예술 작품의 효용성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 아이셰 에르크멘은 이번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물 위를 건널 수 있는 수중 다리 작품을 선보인다. 뮌스터 중앙역 뒤편에 있는 운하 항구에 설치할 이 작품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투명한 소재로 만들어 관람객에게 물 위를 걷는 듯한 황홀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 작품을 설치하는 하펜(Hafen) 거리 곳곳엔 강 풍경을 만끽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카페와 식당도 많아 작품 감상이 끝나면 잠시 달콤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Ei Arakawa, How to DISappear in America, 2016 Photo by Joerg Lohse Courtesy of Reena Spaulings
에이 아라카와(Ei Arakawa)의 디지털 회화(2017년)
일본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에이 아라카와는 이민이나 동성애 같은 정치적•사회적 이슈를 퍼포먼스로 풀어낸다. 이번 행사에서 그는 음악과 LED 스크린을 활용한 디지털 회화 작품을 선보일 예정. 디지털과 예술의 관계, 매스미디어와 회화의 경계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뮌스터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중 하나이자 현재 디자인 아카데미로 사용하고 있는 하우스 쿰프(Haus Kump)의 앞마당에 설치할 예정이다.

퀸스터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인 니콜 아이젠먼의 모습 ⓒ Skulptur Projekte 2017 Photo by Hanna Neander
니콜 아이젠먼(Nicole Eisenman)의 분수 모형(2017년)
니콜 아이젠먼은 고대 그리스 로마 분수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인다. 실제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직사각형 모양의 분수를 설치하고 그 주변에 3m에 달하는 거대한 인물 조각들을 배치한다. 각각의 조각이 낮잠을 자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등 현대인에게 친숙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여기엔 동시대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숨어 있다. 뮌스터의 자전거도로 프로메나데(Promenade) 중간에 설치할 이 작품은 자전거 투어를 하는 관람객들에게 휴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Hreinn Friðfinnsson, House Project,, 1974
흐레이든 프리드핀손(Hreinn Friðfinnsson)의 네 번째 집(2017년)
사진과 텍스트,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해온 아이슬란드의 개념미술가 흐레이든 프리드핀손. 그는 1974년부터 황량한 장소에 설치한 집 형상의 작품 ‘하우스 프로젝트’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서 그는 뮌스터 남쪽의 스테른부슈파르크(Sternbuschpark)에 네 번째로 작품을 세울 계획이다. 작품을 설치할 장소는 뮌스터에서도 다소 인적이 드문 지역이다. 그의 작품이 어떻게 그곳을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변모시킬지 기대해보자.
에디터 황제웅(hjw1070@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