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cle Queen
이 건장한 여인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을까?
블루 비키니 Etam, 하이톱 스니커즈 Ash
고민수 고민수는 미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건 2010년. 예쁜 몸이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해 운동하는 미국 여성들을 보며 느낀 바가 많았다. 한국에도 이런 문화를 알리고 싶었고, 스스로 유명한 피트니스 모델이 되기로 결심했다. 이 악물고 운동한 덕분에 동양인임에도 미국 내 브랜치 워렌 클래식, WBFF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서구에서는 여자도 운동으로 탄탄하게 다진 몸을 더 섹시하게 보는데, 한국은 아직도 가날프고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예쁜 것보다는 건강이 우선인데 말이죠.” 고민수는 운동으로 외적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예전에는 비싼 옷을 입어도 늘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티셔츠와 청바지만으로도 충분히 예뻐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몸이 최고의 옷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피트니스 문화를 전파하는 게 목표인데, 그러려면 더 유명해져야 할 것 같아요. 유명해져야 사람들이 제 말을 들어주더라고요. 하하.”
탱크톱 Fila, 쇼츠 Barrel, 샌들 Ash
박주희 근육운동이란 단순히 외적 형태만 키우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박주희는 몸을 만드는 일이 구도자의 수행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다. 식단 조절이 필수라 혼자 식사하는 일이 많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시간도 많아진다. 바벨을 들고 땀을 흘리는 시간 역시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다. “근육을 키우는 것과 비례해 마음의 크기도 커진 것 같아요. 그게 제일 좋은 점이에요.”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운동을 시작하고 몸무게가 10kg 정도 늘었고, 보디라인도 직선에 가까워졌다. 운동에 매진하느라 연애도 오랫동안 못했다. 웃는 모습이 예쁜 박주희가 말했다. “근육질 아니어도 돼요. 근육은 제가 있으니까, 선한 눈을 가진 남자를 만나고 싶네요.”
탱크톱 KKXX, 쇼츠 Fila
이예린 이예린은 체구가 시원시원했다. 어깨가 잘 벌어졌고, 팔과 다리가 길다. 피트니스 선수에게는 유리한 신체 조건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동작이 훨씬 크고 호쾌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IFBB 코리아 그랑프리 비키니 부문 수상자가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이예린은 대학 시절까지 태권도 선수였다. 하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의 맛에 빠지면서 노선을 바꿨다. 무거운 역기를 들고 땀방울을 흘릴 때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날렵한 스텝을 위해 단련한 팔과 다리에 근육이 붙으면서 몸이 좀 둔해지긴 했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요즘 그녀의 고민은 이런 것이다. “여름이라 소매가 없는 톱을 입고 싶은데, 못 입어요. 그런 걸 입고 나갔다간 사람들이 계속 저를 쳐다보거든요. 저도 여자라 신경 쓰이죠.”
브라톱 Le Coq Sportif, 쇼츠 Fila
김주미 여자 트레이너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은 편이다. 운동 좀 했다는 남자들은 여자에게 강습받는 걸 꺼린다. 깔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김주미가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건 그런 편견 때문이었다. ‘여자는 왜 못해?’ 싶었고,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더 악착같이 운동했다. 그 결과 지금처럼 강력한 몸으로 거듭났다. 김주미의 근육은 질감이 달랐다. 오랫동안 꾸준히 몸을 만들어온 것이 느껴진다. “근육도 연식이 있어요. 오래 운동할수록 근질이 좋아지죠. 제 근육이 좀 달라 보인다면 10년 넘게 꾸준히 운동을 해왔기 때문일 거예요.” 김주미는 체형도 단단하고, 얼굴도 날카로워 보인다. 사람들이 인상 무섭다 하는 게 콤플렉스다. “주위 사람들은 제가 천생 여자라고 해요. 진짜예요. 전 요리도 잘하고, 예쁜 카페도 찾아다녀요. 꽃무늬 원피스도 많고요. 아, 너무 이러면 변명 같나요? 진짠데.”
톱과 팬츠 본인 소장품.
지연우 직접 본 지연우의 몸은 압도적이었다. 여자가 저렇게까지 근육을 키우는 게 가능한가?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강건한 몸이었다. 하지만 조용히 속삭이는 것 같은 말투는 누가 들어도 여성적이었다. 지연우는 원래 44 사이즈의 날씬한 몸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공황장애를 겪었고, 밖에 나가지도 못했다. 삶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가서야 생각을 바꿨다. ‘살고 싶다’는 결심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그 결과 지연우는 지금 아시아 최초의 IFBB 프로 선수고, 얼마 전 뉴욕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그야말로 ‘월드 클래스’다. 하지만 더 예뻐 보이고 싶은 건 여자의 본능이다. 자신의 바위같은 근육이 싫을 때는 없을까? “전혀요. 평범한 여자의 삶은 이미 살아봤잖아요. 근육을 만들고 나서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됐어요. 인생을 두 번 사는 것 같아서 좋아요.” 지연우는 지금 ‘돌싱’이다. 이제는 새로운 연애도 하고 싶다. 자기처럼 우람한 근육이 없어도 된다고, 복스럽게 생긴 사람을 좋아한다고, 눈 낮다는 얘기 많이 듣는다고, 이 머슬퀸은 웃으며 말했다.
에디터 | 이기원 (lkw@noblesse.com)
사진 | 장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