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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NOW

아직 한국에서는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 알아두면 좋을 미국 예술가.

미국 출신으로 한국에 정착한 지 어느덧 햇수로 4년째, 두 나라의 아트 신을 가까이 경험한 미술 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앤드루 러세스가 전한다. 아직 한국에서는 만날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 알아두면 좋을 미국 예술가.

2020년 서울로 이주했을 때 한국 현대미술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어 기쁘면서도 동시에 미묘한 안타까움이 마음 한쪽에 자리 잡았다. 뉴욕 등지의 소형 스튜디오와 허름한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동시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점차 폭넓은 관람객에게 다가서는 과정을 지켜본 나로서는, 이제 한국에서 그런 변화 과정을 직접 목격할 수 없게 될 것이란 슬픔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뉴욕 현장을 그렇게 갈망하지 않는다. 뜻밖에 미국과 유럽 갤러리가 서울에 유입되면서 부분적으로 타격을 완화했고, 현지 딜러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명성을 얻은 신진 예술가들이 이곳을 찾을 때마다 큰 기대감을 갖는다. 누가 기대에 부응하고, 누가 부응하지 못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스타그램으로는 확인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현재 신비로우면서 섹시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그림, 매혹적이며 미니멀한 팝송을 창작하는 런던 예술가 이시 우드(Issy Wood)의 일민미술관 전시 《I Like to Watch》(9.7–11.12)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동시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서 아직 한국에선 인지도가 높지 않은 다른 아티스트를 깊이 생각한다. 다음은 아직 한국에서 접하지 못한, 그러나 만나고 싶은 몇몇 예술가의 목록이다.

자미안 줄리아노-빌라니의 [Blue Boy](2022). Courtesy of Massimo de Carlo, Photo by Alessandro Zambianchi

자미안 줄리아노-빌라니  Jamian Juliano-Villani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자미안 줄리아노-빌라니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작가다. 초기 작품은 인터넷, 미술사, 만화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거침없이 조합한 짜릿함을 선사하는데, 이는 정보와 이미지가 넘쳐나는 현 상황을 잘 반영한다. 최근 고요하면서도 뚜렷한 힘이 느껴지는 여백의 미를 담는 작품 활동에 집중하는 작가는 2022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신호등 불빛으로 “닥쳐”라는 명령을 내리는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가고시안(Gagosian)에서 전시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며, 친구들과 함께 맨해튼에서 기성 문법에 대항하는 오플래허티스(O’Flaherty’s)라는 갤러리를 운영한다. 또 괴상하기로 유명한 아티스트 컬렉티브 젤리틴(Gelitin)의 퍼포먼스를 소개하는 등 다양한 ‘소동’을 일으키고 있다.

시드니 셴의 [First Chair]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Vacancy(2023).

시드니 셴  Sydney Shen 
마찬가지로 뉴요커인 시드니 셴은 공포 영화, 고스족 서브컬처, 중세 고문 장치, 놀이공원의 놀이기구 같은 소재를 바탕으로 불길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코믹한 조각을 선보이는 작가다. 셴의 작품만으로 지난 3월 아트 바젤 홍콩의 부스를 꾸민 상하이 소재 갤러리 베이컨시(Gallery Vacancy)의 쇼케이스는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본 페어 부스 중 가히 최고였다.

신혜지의 [Embedded Photographer (insane)](2021). Courtesy of Galerie Buchholz

신혜지  Shin Heji 
면도날처럼 기민한 시선으로 사진 작업을 하는 신혜지의 거침없고 유쾌한 작품은 작가가 서울 출신이지만 지금까지 서울에서 한 번도 소개하지 않았다. 신혜지의 대표 연작 중 하나인 갓 태어난 아기가 왕관을 쓰고 있는 사진부터 경찰관 복장을 한 포르노 스타가 등장하는 시리즈, 수탉을 크게 프린트한 〈빅 콕스(Big Cocks)〉 등 그동안 눈에 띄는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독창적 미감을 선보이는 패션 사진작가로도 활약하는 신혜지에게는 어떤 입맛에도 맞을 만한 기묘하고 매혹적인, 어쩌면 불편한 ‘무언가’가 있다.

놀런 사이먼의 [A Tender Science](2022). Courtesy of the Artist and 47 Canal, New York, Photo by Alivia Zivich

놀런 사이먼  Nolan Simon 
디트로이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놀런 사이먼은 기묘한 에너지를 담은 데드팬 페인팅을 제작한다. (조금 더 변태적인 강석호 작가로 상상하면 된다.) 그의 작품에서는 여성스러운 발에 차(茶)를 부어놓거나, 쿠프 잔(샴페인 잔)들을 수갑으로 묶은 장면도 볼 수 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명한 공간 47 커낼(47 Canal, 아니카 이(Anicka Yi)와 조시 클라인(Josh Kline)도 이곳에서 전시한 적이 있다)에서 그는 이전보다 더 흥미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의 물감 다루는 실력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챠발랄라 셀프의 [Sapphire](2015). Courtesy of Wassim Rasamny, Photo by Thomas Nelford

차발랄라 셀프  Tschabalala Self 
2015년 예일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셀프는 흑인과 지역사회의 생생한 초상을 그림과 조각으로 표현한다. 그는 붓과 물감뿐 아니라 재봉틀, 천, 실을 활용해 미묘하고 내밀한 그리고 잊히지 않는 이미지를 창조함으로써 페이스 링골드(Faith Ringgold) 같은 선구적 예술가의 계보를 잇는다.

대런 베이더의 [Untitled #5] Courtesy of Andrew Kreps Gallery

대런 베이더의 [Another Surfboard]. Courtesy of Andrew Kreps Gallery

대런 베이더  Darren Bader 
마지막으로 대런 베이더가 있다. 무엇부터 소개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힐 정도로 다재다능한 베이더는 엄밀히 말하면 조각가지만, 사실 ‘발견된 오브제의 시인’이라고 칭하고 싶다. 그는 라자냐에 헤로인을 주입해 서로 다른 쾌락의 조합을 선보였고, 프렌치호른에 과카몰레를 채워 넣기도 했다. 고향인 뉴욕 모마 PS1에선 고양이 분양을 추진하는 전시를 열었다. 최근에는 AR 아트를 리움미술관에서 선보이고,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해 만화가에게 작품을 의뢰하기도 했으며, 신랄한 글도 썼다. 이처럼 그는 익숙한 사물이 새롭고 낯설게 느껴지는 비스듬한 시각으로 세상이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곳이라 여기도록 유도한다.

 

에디터 백아영(summer@noblesse.com)
앤드루 러세스(Andrew Russeth, 미술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