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SA, Oh, my Muse!
“나는 하늘 아래를 걸었네, 뮤즈여! 나는 그대의 충복이었거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한창 진행 중이던 7월의 파리. 아르튀르 랭보의 상징주의 시와 함께 불가리의 새로운 주얼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천재 시인이 흠모한 신화 속 뮤즈에게 영감을 받고 이탈리아 브랜드 특유의 풍요로운 디자인으로 재해석해 화려하고 당당하게 위용을 과시한 무사 컬렉션. 그 화려하고 대담한 매력이 세상에 처음으로 빛을 발하던 날, 그 현장에 다녀왔다.
1 에메랄드(68.1캐럿), 애미시스트(64.56캐럿), 투르말린(60.73캐럿)의 선명한 컬러 대비가 돋보이는 메디테라니안 휴즈 네크리스와 무사 하이주얼리 컬렉션의 이어링 2 무사 컬렉션의 주얼리를 선보이는 모델들 3 수 천송이의 꽃으로 꾸며 장관을 연출한 무사 컬렉션의 런칭 행사가 열린 아피퀴스 레스토랑의 정원
7월 8일 저녁, 파리 뤼다르투아(Rue D’artois)에 위치한 아피퀴스(Apicius) 레스토랑. 모델 포피 델레바인, 사교계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올리비아 팔레르모와 그녀의 남편인 모델 요하네스 휴블, 배우 니나 도브레, 에릭 바나, 루크 에번스 그리고 가수이자 프랑스 영부인이었던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등 파리의 멋쟁이와 숙녀들이 이곳에 속속 도착했다.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 기간에 맞춰 진행한 불가리의 새로운 주얼리 컬렉션 ‘무사’ 런칭 이벤트를 위해서다. 영어로 뮤즈(muse)를 뜻하는 무사는 그리스 신화 속 9명의 여신에게 영감을 받아 완성한 컬렉션. 동화적 탄생 스토리를 고려한 듯 행사장의 정원을 2800송이의 흰 장미, 2000송이의 흰 칼라, 4000송이의 퍼플·화이트·그린 수국 외에 다양한 종류의 오키드로 꾸며 입구에 들어선 순간 그 환상적인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소설 속 ‘비밀의 화원’이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일까? 상상하며 넋을 잃고 있다 주얼리 쇼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 요원의 안내를 받아 쇼가 펼쳐질 행사장 안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1 무사 컬렉션의 주얼리 쇼 2 불가리 CEO 장 크리스토프 바뱅과 영화배우 에릭 바나 3 행사장을 찾은 불가리 광고 캠페인의 모델인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4 중앙에 장식한 쿠션 카보숑 컷 에메랄드 (28.1 캐럿)을 비롯해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 54개의 라운드 에메랄드(86.5캐럿)와 45개의 라운드 루비(49.99캐럿)가 다면체적 선과 조화를 이룬 아르모니아 네크리스와 무사 하이주얼리 컬렉션의 이어링
평소 미슐랭 2스타를 유지하며 파인다이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 내부는 불가리의 주얼리 쇼를 위해 완벽하게 탈바꿈해 있었다. 게스트를 위해 마련한 모던한 디자인의 검은 벨벳 의자는 고풍스러운 실내 인테리어와 세련된 조화를 이루며 불가리가 추구하는 전통과 현대미의 조화를 보여주는 듯했다.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 50여 개국에서 모인 취재진과 뉴 컬렉션의 런칭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셀레브러티들이 행사장을 빼곡히 채우자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활기찬 음악과 함께 주얼리 쇼가 시작됐다. 모델들은 손과 목 그리고 귀에 착용한 주얼리를 게스트들이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시간 여유를 두고 포즈를 취하며 주얼리 감상을 도왔다. 여기서 잠깐 무사 컬렉션에 영감을 준 그리스 신화 속 여신들에 대해 설명하면, 우주의 여신 딸이자 기억의 여신인 므네모시네는 천공의 신 제우스와 아홉 밤을 보내고 우아함과 영감의 절대적 상징이자 예술을 관장하는 9명의 딸을 낳는다. 이들은 치터(zither)를 연주하는 빛의 신 아폴론에게 다양한 예술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 클레이오는 역사, 에우테르페는 서정시, 탈레이아는 희극, 멜포메네는 비극, 테르프시코레는 합창, 에라토는 독창, 폴리힘니아는 찬가, 우라니아는 천문, 칼리오페는 서사시를 주관하는 여신, 바로 뮤즈가 된다. 영어로 미술관을 뜻하는 뮤지엄(museum)도 여기서 영향을 받아 생겨난 단어다.
1 무사 컬렉션의 주얼리를 선보이는 모델들 2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가 모델로 참여하고 테리 리차드슨이 촬영한 불가리 무사 컬렉션의 광고 캠페인 3 무려 504.54캐럿에 달하는 16개의 애미시스트가 시선을 사로잡는 비올라 네크리스. 큼직하고 볼드한 형태가 두드러지는 각 스톤은 자연에서 채취한 상태에서 폴리싱 처리만 거친 것으로 자연 그대로의 깊고 붉은 빛이 신비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듯하다. 4 무사 컬렉션의 네크리스, 링, 브레이슬릿, 이어링
이렇듯 이들 아홉 자매는 비범한 창조성과 아름다움의 상징이 되었고, 이탈리아 주얼리 하우스 불가리의 2014년 뉴 컬렉션에도 영감을 주었다. 하우스의 장인들이 완성한 에메랄드, 애미시스트, 투르말린의 환상적 컬러 조합이 돋보이는 메디테라니안 휴즈, 다양한 컷의 루비로 이루어진 버미즈 송, 다이아몬드와 머더오브펄의 아련한 순수함을 담아낸 씨 모자이크, 인도의 전통적 감성을 담아 강렬한 컬러 매치가 돋보이는 오디씨, 콜롬비아산 에메랄드의 우아한 광채를 강조한 아르모니아, 에메랄드와 루비가 대담한 조화를 이룬 리라, 애미시스트 고유의 색감과 자연스러운 형태가 특징인 비올라, 로즈 컷 다이아몬드로 폭포의 물결을 연출한 캐스케이드, 카보숑 컷의 매력을 듬뿍 담은 라임 등 총 26개의 링, 네크리스, 이어링을 포함한 주얼리들이 각각 특별한 빛을 발했다. 그 모습이 마치 서로 다른 장기를 지닌 9명의 뮤즈를 보는 듯했다. 각각의 주얼리는 불가리가 선호하는, 볼륨감이 두드러지는 카보숑 컷을 비롯해 다양한 커팅 기법을 적용한 스톤으로 장식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탁티 컷(takhti cut)이다. 하우스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커팅 기법으로 인도 마하라자(Maharajas) 궁전의 지붕처럼 둥글게 솟은 모양, 스톤의 하단에 두께감을 주어 부드러운 인상과 더불어 관능미를 자아냈다. 강렬하게 빛을 반사해 스톤 본연의 색감 표현을 극대화하는 것도 장점이다. 한편 서로 다른 컬러의 젬스톤을 조화롭게 매치하는 불가리 주얼리 고유의 특징은 무사 컬렉션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자연에서 얻은 색감을 활용해 완성한, 사람의 손이 닿기는 했지만 천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탄생한 스펙트럼은 16세기 이탈리아의 조각가이자 금세공사 벤베누토 셀리니가 한 말, “우리에게 예술을 가르칠 수 있는 책은 자연뿐이다”를 떠올리게 할 만큼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었다. “불가리의 디자이너들은 제작 단계에서 세계 곳곳에서 얻은 젬스톤을 어떤 디자인의 주얼리에 어떤 컬러의 다른 원석과 함께 보여줄 것인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입니다. 기준에 부합하는 스톤을 얻기까지 수개월 혹은 수년이 걸리기도 하죠. 무사 컬렉션의 보석들을 보세요. 비슷한 컬러, 동일한 크기의 원석을 찾기 위해 정말이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쇼가 끝난 후 홍보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니 주얼리는 단순한 보석을 넘어 장인들이 완성한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우스의 열정, 그 위대한 노력을 그대로 포함하는!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