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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ODY, MY MEDIUM

ARTNOW

몸을 매체로 인식의 지평을 넓힌 6인의 아티스트

ORLAN, The Reincarnation of St. Orlan ou Images Nouvelles-images / 4ème Opération-Chirurgicale-performance dite Opération-réussie, Empreinte de la Bouche sur Masque de Calque, 8 Décembre 1991. Courtesy of STUDIO ORLAN et Galerie Ceysson & Bénétière.

ORLAN, The Reincarnation of St. Orlan ou Images Nouvelles-images / 4ème Opération-chirurgicale-performance dite Opération-réussie, Manipulation de la Croix Blanche et de la Croix Noire Pendant le Geste Opératoire, 8 Décembre 1991. Courtesy of STUDIO ORLAN et Galerie Ceysson & Bénétière.

ORLAN, The Reincarnation of St. Orlan ou Images Nouvelles-images / 5ème Opération-chirurgicale-performance dite Opération Opéra, ORLAN Lisant “le Tiers Instruit“ de Michel Serres, 6 Juillet 1991. Courtesy of STUDIO ORLAN et Galerie Ceysson & Bénétière.

오를랑 ORLAN
오를랑의 작업실은 병원 수술실이었다. 1990년 5월 30일, 영국 뉴캐슬에서 시작한 작업 ‘The Reincarnation of St. Orlan’은 아홉 차례에 걸친 대대적 성형수술로 이어진다. 세속적 ‘미인’이 아닌 신화 속 ‘여신’으로 ‘재림’하기 위한 이 과정은 예술가의 완벽한 감독하에 세트, 의상, 대본, 음악 등을 갖추고 실시간 생중계되기까지 했다. 수술 현장뿐 아니라 이후 회복 과정에 대한 기록도 작업의 연장 선상에 놓였다. “나는 나의 육체를 미술에 바쳤다” 그리고 “나의 육체는 우리 시대에 관한 중요한 물음을 제기하는 공개 토론장이 되었다”는 천명처럼 오를랑은 수술대에 올라 자신의 얼굴과 몸을 바꿔버림으로써 신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동시에 정신분석 과정을 통해 내적 자아 역시 재구성했다. 애초에 타고난 모든 것을 버리고 이름, 외면, 내면을 바꾼 새로운 페르소나를 ‘선택’한 것이다. 보는 이에게 충격, 공포, 고통 등을 자아내는 오를랑의 작업은 개인의 신체를 사회적 매체로 치환하며, 그 결과가 초래하는 다양한 딜레마를 질문으로 남긴다.

Performance View, Spartacus Chetwynd, Odd Man Out, Turner Prize, Tate Britain, London, October 2012. © Monster Chetwynd. Courtesy of the Artist and Sadie Coles HQ, London. Photo: Robert Glowacki.

Performance view, Marvin Gaye Chetwynd, The Green Room, Nottingham Contemporary, February 2014. © Monster Chetwynd. Courtesy of the Artist and Sadie Coles HQ, London. Photo: San Matthams.

몬스터 쳇윈드 Monster Chetwynd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자유로운 에너지의 폭발. 몬스터 쳇윈드는 ‘Odd Man Out’으로 2012년 터너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퍼포먼스 아티스트다. 후보 지명 당시 이름은 스파르타쿠스 쳇윈드. 이후 마빈 게이 쳇윈드를 거쳐 현재는 ‘몬스터’라는 이름을 쓴다. 이토록 자유로운 행보만큼 회화, 비디오, 설치, 콜라주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예술가지만, 특유의 매력이 부각되는 장르는 단연 라이브 퍼포먼스다. 쳇윈드의 퍼포먼스가 이뤄지는 공간은 ‘정상성’ 혹은 ‘도덕성’이 전복되고 규칙이 뒤바뀌는 것을 허용하는 해방 공간이다. 친구, 가족, 동료 예술가 등 다수의 인원이 동참하는 그 안에는 초현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넘실댄다. 진지함과 유머가 뒤섞이며 질서와 혼돈이 혼재하고, 사회적 가면을 벗기고, 육체가 정신을 압도한다. ‘Odd Man Out’ 역시 투표권, 민주주의, 종교, 인형극 등 서로 다른 층위의 개념과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다. 미술사부터 대중문화에 이르는 다양한 문화적 레퍼런스를 계층 없이 뒤섞는 몬스터 쳇윈드는 자신의 작업을 ‘성급하게 만들어진(impatiently made)’ 것이라고 묘사한다. 접근하기 쉬운 저렴한 소재로 의상과 소품, 세트 등을 만들기 때문. 그러나 나 아닌 다른 존재 되기, 새로운 규칙과 스타일이 생성되는 갱신의 과정을 지칭하기엔 지나치게 겸손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Sylvia Palacios Whitman, Green Hands and Other Performances, 2019, Kunsthalle Wien in Cooperation with Burgtheater. © Photo by Kunsthalle Wien.

Sylvia Palacios Whitman, Green Hands and Other Performances, 2019, Kunsthalle Wien in Cooperation with Burgtheater. © Photo by Kunsthalle Wien.

Sylvia Palacios Whitman, Green Hands and Other Performances, 2019, Kunsthalle Wien in Cooperation with Burgtheater. © Photo by Kunsthalle Wien.

실비아 팔라시오스 휘트먼 Sylvia Palacios Whitman
2019년 11월 17일 저녁 7시, 쿤스트할레 빈(Kunsthalle Wien)에서 ‘Sylvia Palacios Whitman: Green Hands and Other Performances’의 막이 올랐다. 전설적 퍼포먼스 아티스트 실비아 팔라시오스 휘트먼의 귀환이었다. 1941년 칠레에서 태어난 휘트먼은 1960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무용과 연극에 잠시 몸담은 팔라시오스 휘트먼은 차츰 신체의 일부를 확장하거나 변용한 시적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종이로 만든 커다란 녹색 장갑을 끼고 팔을 움직이며 일련의 서정적 동작을 수행한 작품 ‘Green Hands’가 대표적이다. 드로잉으로 작업을 시작하는 작가는 종종 훈련받지 않은 퍼포머를 참여시키고 유머와 예상치 못한 요소를 받아들였으며, 간단한 재료로 직접 만든 소품과 오브제를 즐겨 활용했다. “이미지 그 이상의 것은 없다”고 강조한 팔라시오스 휘트먼에게 퍼포먼스는 일종의 ‘시각적 이미지 만들기’였다. 그에 따라 일상적 제스처와 크게 다를 것 없는 직접적이고 단순한 방식으로 몸을 전체 이미지의 일부로 통합했다. 뉴욕 실험 예술 신에 활발하게 참여한 실비아 팔라시오스 휘트먼은 1980년대 중반에 작업을 중단했다가 약 30년이 지난 후 공연, 드로잉, 회화 작품으로 예술계에 돌아왔다.

Marina Abramović, Great Wall of China Landscapes and Portraits, 1988. Courtesy of the Artist.

Marina Abramović, Shoes for Departure, Quartz Crystal, Amethyst Crystal, Dimensions vary, approx. 8 5/8×21 1/4×10 cm / Each, Unique, 1991/2017. Courtesy of Sean Kelly Gallery.

Marina Abramović,reat Wall of China Portraits of Marina,1988. Courtesy of the Artist.

Marina Abramović,Copper Bed for Human USE, Copper, Quartz Stones, 210×200×70 cm, Unique, 2012. Photo by Fabrizio Vatieri, Courtesy of Sean Kelly Gallery.

Marina Abramović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Marina Abramović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영적 초월’을 목표로 자신을 신체적 · 정신적 스트레스 상황에 놓았다. 1970년대부터 몸을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작가는 머리카락을 태우거나 면도날로 배에 별 모양을 새기고, 나체로 얼음 십자가 위에 눕거나 수백 시간 동안 침묵을 지켰다. 예술적 동반자였던 울라이와 만난 후 두 사람은 의식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함께 도전했다. 17시간가량 머리카락으로 묶여 있거나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서로 얼굴을 때렸고, 심장을 향해 겨눈 화살과 활을 붙든 채 몸의 균형을 지탱하기도 했다. 1988년 이들은 ‘The Lovers: Great Wall Walk’에 도전했다. 아브라모비치는 동쪽 바다에서, 울라이는 서쪽 사막에서 출발해 90일 동안 만리장성을 걸었다. 그 중간에서 만나 결혼식을 올린다는 낭만적 계획이 있었다. 각자 약 2000km를 걸어 비로소 만났을 때, 그들은 서로를 안아주고 영원한 헤어짐을 택했다.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은유인 듯, 결별 이후 각자 영적 여정을 이어갔다. 전설로 남은 이 작품은 모던아트 뮤지엄 상하이(MAM Shanghai)에서 열리는 전시 〈Marina Abramović: Transforming Energy〉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Yingmei Duan: Yingmei in Wonderland, Live Installation Performance, 2008.6.20.

Yingmei Duan: Yingmei in Wonderland, Live Installation Performance, 2008.6.7.

Yingmei Duan: Yingmei in Wonderland, Live Installation Performance with Susane Resch, 2008.6.22.

잉메이 돤 Yingmei Duan
1969년 중국 다칭에서 태어난 잉메이 돤은 현재 독일 브라운슈바이크에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베이징 이스트빌리지 중국 아방가르드 아티스트의 일원으로 예술계에 발을 디딘 잉메이는 2000년 브라운슈바이크 조형예술대학교로 유학을 떠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에게 사사하며 퍼포먼스 아트와 아방가르드 예술에 대한 탐구를 이어갔다. 자신의 몸을 주요 표현 수단으로 삼는 작가는 상호작용과 협업 과정에서 관람객, 시간, 장소, 재료 등을 활용하고 두려움, 욕망 등 인간의 본능을 파고든다.
가령 독일, 일본, 스웨덴 등지에서 펼쳐 보인 퍼포먼스 ‘Yingmei in Wonderland’는 작은 자동차 보닛 위에 알몸으로 서서 책 페이지를 갈가리 찢어 날려보내거나, 찢긴 페이지로 자신의 알몸을 덮거나, 라이브 색소폰 연주와 함께 자동차 위에서 마치 비행하는 듯한 포즈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행위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연마다 상황을 실험하듯 달라진다. 낡은 가구, 자동차, 종이, 쓰레기가 신체를 통한 물리적 행위와 뒤섞이며 지속적인 변화를 초래한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사물, 동물, 사람과의 초현실적 만남처럼 말이다.

Billy Bultheel, Ian Edmonds, Mickey Maher and Stix Omar in Anne Imhof, Faust, 2017, German Pavilion, 57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Photo by Nadine Fraczkowski. © Anne Imhof. Courtesy of the Artist, Sprüth Magers and Galerie Buchholz.

Josh Johnson in Anne Imhof, SEX, 2019, Tate Modern, London. Photo by Nadine Fraczkowski. Courtesy of the Artist, Sprüth Magers and Galerie. Buchholz.

Stix Omar and Lea Walsch in Anne Imhof, Faust, 2017, German Pavilion, 57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 – La Biennale di Venezia. Photo by: Nadine Fraczkowski. © Anne Imhof. Courtesy of the Artist, Sprüth Magers and Galerie Buchholz.

아네 임호프 Anne Imhof
독일 출신 예술가 아네 임호프는 지휘자 혹은 설계자에 가깝다. 임호프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퍼포먼스를 기획한다. “라이브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의 육체가 시처럼 작동하는 추상적 언어를 발견하고자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서는 몸짓, 손짓 등 육체적 현존이 레이어를 형성한다. 임호프가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대부분의 퍼포먼스에서 그의 예술적 파트너이자 뮤즈인 아티스트 엘리자 더글러스가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독일 국가관을 대표한 ‘Faust’로 황금사자상을 품에 안은 임호프의 퍼포먼스 피스에서 인체는 도구이자 캔버스이며 개념 그 자체다. 여러 명의 퍼포머와 관람객은 힘의 역학관계에 맞선다. 즉흥성과 계획성이 뒤섞이고, 무대의 안과 밖이 성립하지 않는다. 2019년, 테이트 모던에서 공개한 대규모 커미션 작품 ‘SEX’는 4시간 동안 이어졌다. 퍼포먼스의 황금률은 변하지 않았다. 퍼포머가 행동하거나 멈추는 모든 순간을 관람객이 경험하고, 움직임의 수명이 다하면 작품은 반복될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임호프의 퍼포먼스는 ‘살아 있는 그림’으로 여겨진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고정하지 않은 의미는 관람객 개개인의 서사나 상상력과 만나 자유로운 이야기로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디터 정규영(ky.chung@noblesse.com)
이가진(미술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