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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Q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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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 마이크와 뮤지션 마이큐의 경계에서, 삶과 예술을 이야기하는 한 남자.

“삶이 곧 예술이어야 해요. 모든 사람이 자신을 예술가로 여겼으면 좋겠어요. 비록 그것이 아주 평범한 회사원의 삶이라 해도 말이죠. 중요한 건 ‘어떻게 바라보느냐’예요.”
디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에서 전시 < MIKE: 마이큐 >를 앞둔 뮤지션 마이큐와 대화를 나누다 문득, 얼마 전 인상 깊게 본 영화가 떠올랐다. 사각 프레임 안에서 예술과 일상, 전시와 비전시를 끊임없이 대치하는 일종의 풍자극 <더 스퀘어>. 이 영화로 2017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극 중 예술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의 일상을 통해 자신이 예찬하는 예술과 극명하게 동떨어진 삶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영화 속에 흐르는 “하루하루가 예술이다”란 이질적인 카피는 예술과 일상을 철저히 분리해 바라보는 크리스티안, 그리고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동시대 관람객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친다.
마이큐의 전시가 신선하게 다가온 건 바로 그 지점에서다. 자신의 방, 화장실, 작업실, 심지어 바닥에 내팽겨쳐진 양말에 이르기까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필름 카메라로 포착해 작품으로 갤러리에 건다. 평범한 마이큐의 평범한 일상.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이 전시를 본 관람객이라면 무심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예술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바로 그것이야말로 아티스트 마이큐가 바라는 지점이니까. 삶을 사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메시지.
“사실 처음엔 뭔가 보여줘야겠다 싶었어요. 뽐내고도 싶었죠. 이탈리아 시골에도 가고, 별걸 다 기록해봤어요. 그런데 그게 진짜 저라는 사람, 마이크가 아닌 거예요. 가만, 진짜 마이크 어디 갔지? 결국 다 내려놓기로 했어요. 힘을 쭉 빼고 진짜 평범한 것, 자극적이지 않은 저를 담기로 했어요.”
평소 ‘절묘한 미완성’에서 매력을 느끼는 담백한 뮤지션 마이큐, 삶과 예술을 동일시하는 마이크의 삶의 태도를 온전히 전시장으로 옮겨갔다. 자신의 삶을 지휘하는 총감독으로서 마이큐는 첫 전시 < MIKE: 마이큐 >의 기획자 겸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리고 < MIKE: 마이큐 > 전시장에 들어선 관람객 누구나 전시에 참여하는 또 한 명의 아티스트가 된다.
“이번 전시를 사진으로 기록해 자신의 공간에 걸면 그게 그곳에서 또 하나의 전시가 되는 거예요. SNS라는 가상 공간도 예외는 아니에요. 제 전시 일부가 그들의 전시와 어떤 형태로든 일종의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거죠. 그렇게 그들의 삶과 맞닿는 방식을 통해 전시는 결코 위대한 자의 어떤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지극히 평범한 한국의 일상을 드러내는 오브제인 귤 박스를 전시장의 틀로 잔뜩 쌓아 올린 것도 관람객과의 간접적 컬래버레이션을 고려한 결과다. 가장 한국적인 주황색으로 관람객에게 시각적으로 ‘덤비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는 분명 성공에 가까워 보였다. 일상의 풍경이 낯설게 보이는 신비한 체험. 마르셀 뒤샹이 갤러리 한가운데에 흰색 변기를 놓고 ‘샘’이란 작품명을 붙였을 때 관람객들은 이런 기분이었을까? 전시장인지 시장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네모 상자 속에서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들었다. 긴 터널처럼 어스름한 주황빛 길에서, 삶과 예술이 동일시되는 그 환상 같은 찰나를 포착하고 싶어서.

현대무용의 무대감독 김종석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전시장 프레임 안에서, 마이크와 마이큐.

 

에디터 전희란(ran@noblesse.com)
사진 박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