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ignature Style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먼저 손이 가는 옷장 속 아이템. 스타일의 기본이 되면서 기대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는 재킷과 슈트다. 간결하지만 힘이 넘치는 재킷 그리고 이와 하모니를 이루는 가을 슈트를 입는 법, 그들만의 노하우를 들었다.
1Jardin de Chouette의 블랙 롱 재킷을 입고 청명한 블루 컬러 팬츠를 매치한 박정애 대표. 별다른 액세서리를 즐기지 않아 J. Crew의 행커치프로만 전체 룩에 포인트를 주었다. 2 170cm를 훌쩍 넘는 신장 덕분에 하이힐보다는 Roger Vivier의 플랫 슈즈처럼 단화를 즐겨 신는다. 3 올가을 트렌드 컬러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버건디 컬러의 Tod’s 백 4 가끔 액세서리를 하는 경우에는 Tod’s의 골드 커프처럼 볼륨감은 있으면서 디테일이 심플해 요란하지 않은 디자인을 선호한다.
의외의 조합이 주는 묘미 박정애
“매니시한 재킷에 여성스러운 스커트나 비비드한 컬러 팬츠처럼 예상 밖의 아이템을 매치하는 것을 좋아해요. 기대를 깨는 과감하고 자유로운 조합에서 느껴지는 신선함이 재미있거든요.”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슈트를 많이도 입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임원이라는 지위 탓에 묵직한 차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스타일링의 묘미를 알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자신의 브랜딩 컨설팅 부티크 라니앤컴퍼니를 운영하면서부터 달라졌다. 딱딱한 느낌의 재킷이라도 자유로운 분위기의 캐주얼한 아이템과 믹스해 부드러우면서 격식을 드러내는 방법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 “옷은 사람의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규모가 큰 조직에서 일할 때는 규율에 가치를 두었기 때문에 포멀함을 강조한 반면, 지금은 그룹이 작아진 만큼 제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죠. 쇼트 턱시도 재킷에 긴 실루엣의 롱스커트, 빳빳하거나 유연한 소재, 모던한 디자인에 빈티지한 액세서리의 하모니 등 대비되는 것을 서로 조합하면 보수적이면서도 개방적이고, 파워 있으면서도 여성스러운 다양성이 공존하는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유행을 타는 디자인보다는 오랜 시간 입어도 질리지 않는 베이식한 디자인을 우선시하고 고가의 유명 레이블에 현혹되기보다 잘 만든 제품에 집중하는 것도 그녀만의 스타일링 노하우다. “패션계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트렌디한 제품을 자주 접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목이 높아졌어요. 쇼핑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입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제품을 고르는 편입니다”라고 말하는 이답게 15년 전 구입한 발렌티노의 화이트 셔츠를 지금까지 입는다. 그렇다면 그녀가 재킷과 슈트를 고를 때 가장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은 무엇일까? “테일러링, 입었을 때 피팅감이 좋은지 가장 먼저 확인해요. 겉보기에 아무리 좋아도 불편하면 활용도가 떨어지죠. 쟈뎅 드 슈에뜨나 제인 송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좋아하고 가끔 남성복을 입을 때도 있어요. 피팅감이 여성복과 미묘하게 다른데 박시하게 입는 셔츠나 매니시한 재킷은 여성복에선 볼 수 없는 각이 선 듯 날렵한 느낌이 매력적이죠.”
평소 과하게 꾸민 스타일보다 정갈하고 담백한 옷차림을 선호하고, 액세서리를 하지 않거나 심플한 네크리스 혹은 브레이슬릿 정도만 착용하지만 화사한 박정애 대표. 지천명의 나이가 무색하게 밝고 젊은 기운을 지닌 그녀는 올가을 따뜻한 울 헤링본 소재의 롱 재킷에 머플러로 개성을 표현할 생각이다. 지금껏 그래왔듯 조용하지만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카리스마를 발산하면서.
1 은은한 격자무늬가 멋스러운 그레이 컬러 맞춤 슈트는 개인 소장품. 여기에 알맞게 재단한 Well Dressed의 화이트 셔츠를 입고 액세서리로 체스넛 컬러가 감각적인 Barton Perreira의 안경, 클래식한 디자인의 Rocinante for Well Dressed 옥스퍼드 슈즈를 매치했다. 2 동그란 프레임이 위트 있는 Moscot 안경은 슈트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 중 하나 3 블루 셔츠에 착용하면 더욱 환한 빛을 발하는 자개 커프링크스는 생산한 지 100년도 넘은 것으로 이베이에서 구입한 빈티지 제품 4 대나무 손잡이가 고풍스러운 장우산은 Il Marchesato 제품 5 멋스러운 주름이 더해진 Jalan Sriwijaya by Unipair의 슈즈는 어떤 슈트와도 찰떡궁합을 이루는 아이템이다.
슈트는 문화다 토드 샘플
1년에 360일 슈트를 입는 남자. 그를 한 문장으로 묘사하자면 그렇다. 19년간 한국에 거주한 푸른 눈의 한국 영주권자로, 승승장구하던 공기업의 요직을 박차고 나와 맞춤 정장 숍을 오픈했다는 다소 특이한 이력을 제하면 말이다. 격식 있는 차림새를 중시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포멀한 스타일이 익숙한 그에게 슈트는 늘 삶의 일부였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과 자신감을 가져다주었을 뿐 아니라 ‘슈트 잘 입는 외국인’으로 알려진 덕에 한국에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이는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다. 그 때문에 그에게 슈트는 단순한 옷이 아니다. 하나의 문화이자 삶을 향유하는 방식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아직 슈트 문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에도 수차례 슈트 입은 남성을 마주치지만, 현실은 참혹하죠. 대충 길이만 맞춘 통 큰 기성복 슈트를 입은 사람, 그저 명품 브랜드 제품을 입었다는 사실만으로 베스트 드레서가 된 듯 만족하는 사람, 공식에 짜 맞춘 듯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기계적 스타일링을 한 사람. 이들 모두 슈트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이들에게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리고 싶다는 그에게 슈트 잘 입는 방법을 물었다. “가장 중요한 건 피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한 몸을 타고나지 않죠. 하지만 신체적 결함을 커버하고 균형을 맞춰 몸을 가장 아름다워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맞춤 정장입니다. 허벅지에 살집이 있다고, 배가 볼록 튀어나왔다고 해서 멋지게 옷을 입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에요. 그저 몸에 잘 맞게 재단한 옷을 입으세요.” 둘째, 2:1 법칙을 활용할 것. 프린트, 텍스처 등 포인트가 될 만한 아이템 2가지와 솔리드 아이템 하나를 함께 매치하는 것이다. “쉬운 방법이에요. 스트라이프 패턴 재킷과 팬츠를 입었다면 셔츠는 단색의 솔리드 아이템으로 연출해 밸런스를 유지하는 거죠.” 셋째,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액세서리를 매치할 것. 넥타이, 양말, 행커치프 등 작지만 큰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감각적인 아이템으로 개성 있는 슈트 룩을 연출한다. “제 취미는 이베이를 통해 세계 각국의 앤티크 커프링크스를 모으는 거예요. 지금은 볼 수 없는 유니크한 디자인의 제품을 찾는 것도 묘미지만 각각의 아이템이 간직한 이야기는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소통의 고리가 되어줍니다.”
슈트에 관해선 하루 종일이라도 말할 수 있을 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아 보이는 그를 보며 슈트를 잘 입기 위한 조건은 무엇보다 그것을 즐길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멀한 자리를 위한 불편한 옷이 아니라 나를 위한 가장 멋진 옷이라는 생각으로 슈트를 즐겨보자.
1 화이트 컬러 더블브레스트 슈트와 티셔츠 Kimseoryong, 플랫폼 샌들 Gucci, 브레이슬릿 Hermès 2 투톤 데님 팬츠 Stella McCartney 3 매니시한 룩에 잘 어울리는 플랫폼 스니커즈 No Name by Platform 4 권총 참이 달린 실버 네크리스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5 메탈 리본 장식이 우아한 클러치 Christian Louboutin 6 활기찬 레드 컬러 네일 폴리시 Chanel
좋은 옷을 입는 태도 남보라
요즘 남보라는 화려한 모델 생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브랜드를 심층 분석하고, 관련 인물을 조명하는 매거진 에디터로 변신한 것. 자연스레 패션에 대한 접근법도 달라졌다. 트렌드의 중심에 선 모델로 생활할 때는 그 시즌 가장 핫한 브랜드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옷을 사기도 했다고. “지금 보면 나와 어울리지도 않는 걸 왜 샀을까 싶죠.” 최근 그녀는 다소 까무잡잡한 피부 톤과 큰 키에 어깨가 넓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매니시한 스타일에 푹 빠졌다. 그녀가 좋아하는 셔츠와 팬츠를 쇼핑할 때면 남성복 코너를 기웃대는 일이 흔하지만 슈트만큼은 다르다. “언뜻 보면 남성 슈트가 근사해 보이죠. 하지만 여성의 굴곡 있는 몸을 고려해 테일러링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페미닌한 보디 실루엣을 감싸며 일자로 뚝 떨어지는 것, 그것이 남보라가 생각하는 슈트의 포인트다.
특히 얼마 전 입어본 디자이너 김서룡의 더블브레스트 슈트는 남보라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제 몸에 완벽하게 감기는 느낌이 감동적이었어요. 정말 좋은 옷을 입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죠.“ 그렇다면 그녀가 터득한 슈트 스타일링법은? “슈트는 결코 편하게 입기 위해 만든 옷이 아니에요. 위아래를 제대로 갖춰 입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욱 메이크업에 신경 써야 해요. 화장을 하지 않아도 멋스러운 건 프랑스 여자에게나 해당되는걸요. 하하.” 빨간 네일 폴리시와 립 펜슬을 꼭 챙기는 그녀의 답변이다. 거기에 가는 실버 주얼리를 심플하게 레이어링하고 작은 클러치로 의상을 돋보이게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고. 남성적인 옥스퍼드 슈즈를 신는 건 오히려 어설퍼 보일 수 있어 피하는 편. “일상생활에선 슈트 재킷에 데님 팬츠 그리고 편한 스니커즈를 매치해 힘을 뺀 스타일을 선호해요. 그렇지만 오늘처럼 굽 높은 플랫폼 슈즈를 신고 긴 슈트 팬츠를 펄럭이는 것이야말로 여성이 만끽할 수 있는 세련된 슈트 스타일 아닐까요?” 워낙 패션계에서도 남다른 감각으로 유명한 남보라지만, 새로운 환경에 들어선 그녀의 스타일 팁은 더욱 현실적이고 감각적으로 와 닿는다. 슈트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지닌 그녀가 제안하는 가장 패셔너블한 조언은? “좋은 옷을 입을 때만큼은 그에 걸맞은 애티튜드를 지니시길!”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 이혜미 (hmlee@noblesse.com) 한상은 (hanse@noblesse.com)
사진 정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