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Born
장기적 불황에도 불구하고 영남 지역의 미술 사랑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최근 부산과 대구에 등장한 젊은 갤러리들은 각자의 심미안을 바탕으로 지역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들의 거침없는 행보를 응원해야 할 때다.

1 김성진, ‘Musked’, 2017. 2 갤러리 내부.
회화의 재발견_ 갤러리채움
전통적 회화에 집중하는 갤러리채움은 실험적 대안 공간과 대중적 갤러리의 중심점을 꿈꾼다. 작년 11월에 열린 개관전에서는 연필을 이용한 노동집약적 작품을 선보이는 김은주 작가를 초대했으며, 지난 7월에는 박주호 작가와 김성진 작가를 소개했다. 현대인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폭력을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드러내는 김성진 작가는 미술계에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갤러리채움에서 열린 전시를 통해 그 가능성을 평가받았다. 주목할 만한 회화 작가를 발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다채로운 문화 행사를 마련하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5월에 열린 일러스트레이터 이슬아의 개인전에서는 작가와 함께하는 일러스트레이션 클래스를 통해 20~30대 관람객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고 갤러리 회원을 대상으로 <아트마켓 바이블>의 저자인 독립 큐레이터 이지영과 함께 페어와 미술 시장을 살펴보는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8월에는 동양화적 작품을 소개하는 그룹전을 선보인다.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해맑은 소녀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양현준 작가를 비롯해 5명의 신진 작가가 함께한다.
ADD 부산시 수영구 민락수변로 29 6층 INQUIRY 051-756-5332

갤러리 내부.
전위적 문화 공간_ 갤러리021
권영락 대표와 서양화를 전공한 이소영 대표가 운영하는 갤러리021은 ‘미술관 같은 갤러리’를 지향한다. 이들은 작품 판매로 이어지는 활동도 중요하지만 자라나는 세대에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대구의 문화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연유로 갤러리021은 대부분의 갤러리가 자리한 봉산문화거리를 벗어나 대구에서 교육열이 높기로 소문난 범어동에 터를 잡았다. 이들의 실험정신은 전시에서도 드러난다. 경북대학교 미술학과 교수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류재하 작가와 함께 기획한 개관전은 작가가 작품을 설치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전시하며 사설 갤러리로서 전위적 시도를 펼쳤다는 호평을 듣기도 했다. 앞으로 미술 시장의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펼치는 작가를 꾸준히 발굴할 예정. 7월 12일부터 8월 30일까지 열리는 프로젝트 전시〈axis 2017〉은 전국에서 활동하는 30대 작가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표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하며 그중 30대 후반 작가들이 참여하는 2부는 8월 9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진다.
ADD 대구시 수성구 달구벌대로 2435 두산위브더제니스상가 204호 INQUIRY 053-743-0217

3 낡은 아파트 내부를 개조한 갤러리수정. 윤창수,. 4 ‘수정아파트_안방’, 2014.
수정동 르네상스_ 갤러리수정
빛바랜 간첩 신고 전단지, 서툰 글씨로 눌러쓴 일기장이 붙은 한쪽 벽면과 까만 연탄 아궁이는 50여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의 역사를 말해준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중 하나인 수정아파트에 자리한 갤러리수정은 지난 5월 20일에 개관했다. 입구와 마주한 창밖으로 보이는 부산항과 원도심 풍경이 작품처럼 아름다운 이곳은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윤창수 대표가 수정동 주민에게 예술적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갤러리수정의 전시는 사진에 집중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견 작가를 중심으로 신진 작가의 전시를 선보이고 수정동 주민이 참여하는 사진전을 통해 사진 예술의 대중화를 모색할 예정. 부산, 광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 사진작가 5명이 참여한 개관전은 주민이 하나둘 떠나고 있는 수정아파트를 포함한 ‘빈’ 공간에 대한 추억과 희망을 다양한 시각으로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1년에 한 번은 사진 외의 장르를 소개하고, 잘 알려진 사진작가를 초대하는 특별전도 기획 중이다. 8월에는 수정아파트를 주제로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해온 윤창수 작가의 개인전을 만날 수 있다.
ADD 부산시 동구 수정공원남로 28 수정아파트 4동 A408호 INQUIRY 051-464-6333

5 갤러리 외관. 6 신주현, ‘Alpha&omega’, 2017. 7 신주현, ‘시간차 공격’, 2017.
젊은 미술의 통로_ 갤러리우후아
고미술 거리가 있는 대구 이천동은 감각적인 카페가 자리한 인근의 대봉동 덕분에 이제 막 활기를 되찾고 있는 곳이다. 갤러리 우후아는 미술 기자 출신인 이영희 대표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이혜영 대표가 의기투합해 지난 3월에 문을 열었다. ‘우후아’는 비가 온 후 맑은 날이 찾아온다는 뜻으로, 40㎡ 규모의 아담한 갤러리는 신진 작가를 위한 공간이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하는 신진 작가의 의미가 다소 남다르다. 이제 막 등단한 젊은 작가가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꾸준히 활동하지만 대중에게 작품을 소개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작가라고. 두 대표가 신진 작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작품의 완성도와 더불어 작업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성이다.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열린 갤러리 개관전은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출신인 정인희 작가를 초대했다. 함석판 위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추상적 이미지를 선보이는 정인희 작가의 작품은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일상을 끊임없이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작품을 완성하고, 그 과정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개관전은 ‘잊혀진 일상의 발견’이라는 평을 들으며 젊은 관람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8월 1일부터 15일까지는 계명대학교 출신 작가 신주현의 개인전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 전도유망한 작가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작가와 컬래버레이션한 디자인 제품도 선보이며 젊은 관람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ADD 대구시 남구 이천로32길 12-2 INQUIRY 010-9978-1015
에디터 박현정(hjpark@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