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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Culture Wave

LIFESTYLE

세상에 존재하는 음악과 관련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파리 필하모니가 등장했다. 이와 함께 예술가의 도시 파리에 새로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파리 필하모니의 콘서트홀 그랑드 살

파리 필하모니 개관 기념 연주회

그간 다양한 예술 분야의 본거지 역할을 해온 파리에서 유일한 허점이라고 할 수 있던 것, 바로 ‘음악’ 분야다. 오페라·발레·현대무용 등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존재했지만, 클래식과 현대음악 등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시작한 프랑스 정부와 파리 시의 합동 프로젝트, 파리 필하모니는 그렇게 탄생했다. 건축가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를 맡아 6년 만에 완공한 사실도 주목할만하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파리 북동쪽 19구 지역 라 빌레트 공원(the Parc de la Villette)에 들어선 파리 필하모니의 위치다. 과거 파리의 모든 공원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파놓은 수로 사이로 도축장이 들어선, 파리 최대 가축 시장이 있던 자리. 현재는 국립산업과학관, 아이맥스 영화관, 야외 영화관, 파르크 빌레트 극장 등 여러 문화시설을 조성한 라 빌레트 공원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파리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흔히 고급 예술로 칭하는 클래식 전문 연주회 공간을 문화 불모지에 가까운 곳에 설립했다는 사실이 다소 놀랍지만, 시민의 세금으로 만드는 시설인 만큼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평등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이곳에 자리 잡았다. 그간 몇 차례 파리를 여행하고, 몇 달간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도 했음에도 방문해본 적이 없는 19구 지역. 지난 1월 개관을 기념해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파리 오케스트라와 랑랑의 협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알루미늄 새 모양 패널을 부착한 외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파리 필하모니는 필하모니 1과 필하모니 2, 2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그 안에서 음악에 관한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광활하게 뻗어 있는 라 빌레트 공원에 들어서면, 1995년에 개관한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르잠 파크(Christian de Portzampac)의 ‘시테드 라 뮈지크(Cite de la Musique, 필하모니 2로 이름 변경)’와 공원의 언덕처럼 우뚝 솟아있는 장 누벨의 파리 필하모니 1이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을 반긴다. 특히 새롭게 개관한 필하모니 1은 파리의 전통적 건축물과 달리 초현실적인 모습을 띠면서도 기존의 필하모니 2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마치 음표의 머리 부분 같은 무광의 초현실적 건축물 위에 빛을 반사하는 알루미늄 새 모양 패널을 부착해 온몸으로 음악 선율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건물 안 천장을 빼곡히 채운 장식물 역시 마치 작은 오르간 파이프를 이어놓은 것처럼 바람에 따라 청량한 소리를 낸다. 클래식 음악을 위한 전문 공간답게 가장 신경 쓴 장소는 대규모 콘서트홀 ‘그랑드 살(Grande Salle)’. 장 누벨과 함께 뉴질랜드의 음향 전문 건축가 해럴드 마셜(Harold Marshall), 세계에서 손꼽히는 음향 전문사 ‘나카타 어쿠스틱’의 대표 도요타 야스히사(Yasuhisa Toyota)가 협업한 공간으로 관객이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음향을 위해 가장 신경을 쏟은 곳이기도 하다. 총 2400여 석의 좌석은 무대 중앙을 기점으로해 사방에 빈야드(포도밭, 부채꼴 모양) 형태의 객석을 두고, 사이사이 플로팅 발코니를 설치해 공연장이 마치 볼륨감 있는 새 둥지처럼 보이게 설계했다. 이로 인해 둥글게 소리를 감싸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천장에는 기존의 다른 공연장에선 볼 수 없던 모듈식 사운드 장치를 디자인해 설치했다. 그 덕분에 어떤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느냐에 따라 사운드 장치를 이동해 각 음악에 맞는 최상의 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는 것. 올가을에는 파이프오르간 설치도 완성할 예정이다.

파리 필하모니 전경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첫날은 개관 다음 날이었고, 콘서트홀 외의 공간은 아직 공사 중이었다. 다소 어수선한 상황이라 공연에 대해서 역시 조금 미심쩍은 생각마저 일었다. 파리 현지에서는 장 누벨이 완성하지 않은 상태로 개관을 강행하는 것에 불만을 표하며 개관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보이콧을 펼치고(최근에는 필하모니 건축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하기도 했다), 4500억 원에 달하는 세금이 쓰였다는 등 시끄러운 뉴스가 연이어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파보 예르비의 손짓 아래 파리 오케스트라와 랑랑이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조우하자마자 그 모든 잡음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몇 달이 흐른 지금까지도 생생한 음악의 전율은 굉장했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뻗어 나오는 선율과 둥근 실내 인테리어를 타고 등 뒤로 에코가 들려오는 사운드 시스템은 어떤 공연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강한 울림을 주었다. 실제로 다른 공연장과 비교할 때 일반적으로 지휘자와 관객의 위치가 40~50m 떨어져 있는 것과 달리 이곳은 지휘자와 가장 먼 좌석의 거리가 32m밖에 되지 않고, 어떤 위치에 앉더라도 동일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도록 신경쓴 음향 기술이 단연 돋보였다.
파리 필하모니는 모든 연주회 입장권이 10유로(약 1만2500원)부터 시작한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주중에는 스타 연주자의 클래식 공연을, 주말에는 대중에게 있기 있는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며 파리지앵의 컬처 플레이스로 성공적으로 안착 중이다. 올여름 파리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다소 생소한 19구로 음악 여행을 떠날 것을 추천한다. 잊을 수 없는 파리의 또 다른 낭만을 알게 될테니말이다. 여행 계획이 없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음악의 평등화를 외치는 파리 필하모니답게 고맙게도 웹사이트(http://live.philharmoniedeparis.fr)를 통해 모든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Philharmonie de Paris
Add 221, Avenue Jean-Jaures 75019 Paris, France
Tel +33 1 44 84 44 84

에디터 홍유리 (yurih@noblesse.com)
취재 협조 프랑스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