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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의 중간 단계인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48V와 만나 전환점을 맞았다.

더 뉴 메르세데스-AMG CLS 53 4매틱+.

포르쉐 3세대 카이엔.

지난 2월 말, 글로벌 런칭 행사가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CLS를 타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개성과 멋을 강조한 쿠페형 세단이니 아름답고 유려한 자태는 두말할 것도 없지만, 이 차가 인상적인 이유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진화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한데,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설명에 지적 호기심이 발동했다. 핵심은 EQ 부스트 스타터-얼터네이터와 48V 전기 시스템의 조합. EQ 부스트 스타터-얼터네이터란 엔진 뒤에 부착한 통합 전기모터로 배터리의 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하이브리드처럼 전기모터로만 달릴 순 없어도 48V 고전압 배터리를 충전시키며 엔진에 순간적 힘이 필요할 때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운전대를 잡고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듯 즉각 반응한다.

1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아우디 신형 A6.   2 48V 전기 시스템과 결합한 아우디 A6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흥미로운 점은 메르세데스-벤츠뿐 아니라 아우디, 랜드로버, 현대자동차 등 여러 브랜드에서 48V 전기 시스템과 조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얹은 신차를 출시하거나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가 2025년에 이르면 신차 중 10%가 이 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어느새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사이에서 히든카드로 떠오른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이 복잡한 시스템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현재 자동차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앞서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등장 배경과 개념부터 짚어보자. 하이브리드카가 상용화된 이후 2000년 중반에 마일드 하이브리드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했다. 알다시피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가솔린엔진과 배기가스 규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디젤엔진 사이에서 대안으로 개발한 것이 하이브리드다. 전기모터로 시동을 건 뒤 일정 속도가 붙을 때까지 전기모터가 엔진에 보조 동력으로 작동하며, 감속할 때는 차량의 운동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하는 방식. 연비 절감은 물론 배기가스 배출량을 감소시켜 단숨에 친환경 차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모든 차를 하이브리드로 교체할 순 없었다. 차량 설계 변경이나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대대적 개선이 필요하고, 이때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간단한 시스템으로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전기모터로 주행하는 것을 포기하더라도 차가 정지할 때 엔진 시동을 멈춰 낭비되는 연료를 줄이고, 차가 제동하거나 탄력주행을 할 때 버려지는 에너지를 다시 전기 배터리로 모아 엔진 시동을 끄는 순간에 사용하는 것. 이 개념이 마일드 하이브리드다. 즉 시대를 초월할 만한 대단한 기술은 아니어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한 일종의 묘책이다. 초창기에는 작은 추가 배터리와 전기모터를 장착해 이를 실현했다면 점점 더 성능 좋은 배터리와 효율적인 전기모터, 전기에너지 부스트 장치 등을 탑재하면서 ‘착한 효율’을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CLS처럼 지금의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48V 전기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 이것이 요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라 불리는 차가 지향하는 바다. 다만 그 방식과 구조에 브랜드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얼마 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아우디 신형 A6. 7년 만에 돌아온 8세대 모델로 안팎을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으로 다듬어 눈길을 끈 이 차는 48V 전기 시스템과 결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모든 엔진에 적용했다. 48V 배터리팩에 BAS(벨트 얼터네이터 스타터)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조합한 구조. 이는 55~160km 범위에서 탄력 주행(coasting)이 가능해 연비를 끌어올리며, 속도를 줄이면 BAS가 최대 12kW의 에너지를 회생한다. 이 효과로 실제 주행에서 100km당 최대 0.7리터의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CLS의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속 시 엔진에 출력을 보태는 장점이 있다면, 아우디 신형 A6의 경우 연료 효율성을 더 강조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3 벤틀리 벤테이가.   4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벤테이가의 전기 에너지 흐름.

더 나아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서스펜션이나 파워차저 등 부품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확장하고 있다. 벤틀리의 SUV 벤테이가가 날렵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벤테이가에 도입한 다이내믹 라이드 시스템은 48V 전기 시스템을 활용하는 전자식 액티브 롤링 제어 기술이다. 무게중심이 높은 대형 차량에 적합한 이 시스템은 코너링할 때 롤링을 유발하는 횡력에 대응하고 타이어 접지력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덕분에 코너 진입 시 속도를 높여도 저속으로 움직일 때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아직 국내 출시는 미정이지만 아우디의 고성능 SUV SQ7에는 48V 전기 시스템을 이용해 전자식 터보차저를 달았다고 알려졌다. 배기가스 압력을 이용하는 보통의 터보차저와 달리 전자식으로 작동해 언제든 빠르게 힘을 끌어낼 수 있다. 올해 안에 국내에 상륙하는 포르쉐 3세대 카이엔에도 48V 전기 시스템으로 구동되는 안티롤 서스펜션 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이다.
자동차 전기 시스템이 12V에서 48V로 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동차는 점점 전자장비가 되어가고 있다. 차 안에서의 행동을 생각해보라. 에어컨을 풀 가동하고, 고성능 오디오 사운드를 즐기며, 실시간으로 휴대폰을 충전한다. 편의를 위한 전자 장비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헤드램프가 레이저로, 테일램프가 풀 LED로 바뀐 것은 물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자율주행 기능 등 각종 첨단 기술을 도입하면서 알게 모르게 전력 사용량이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12V 전기 시스템으로는 이 역할을 감당하는데 한계가 있다. 전압을 48V로 올리면 동일한 굵기의 전선으로 4배의 전류를 보낼 수 있어 배선 중량과 부품 크기를 줄이고 전력 손실도 차단하는 장점이 있다. 당연히 전력과 전기모터의 출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진 이를 상용화하는 기술이 미흡했으나 이제 배터리와 전력 제어 기술이 진화하면서 고전압으로 갈아탈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대의 도래. 최소한의 노력으로 연비와 성능까지 끌어올리는 합리적인 하이브리드가 그 진가를 발휘한다. 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