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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Waves in Tod’s

FASHION

핸드백과 슈즈로 유명한 토즈가 여자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과거에도 데렉 램과 함께한 캡슐 컬렉션을 통해 간간이 선보이긴 했으나 공식적으로 RTW를 발표한 것은 2014년 S/S 컬렉션이 처음이다. 알렉산드라 파키네티를 새로운 수장으로 영입한 후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토즈. 이 클래식한 브랜드 속에 숨어 있는 모던한 우아함을 홍콩에서 만났다.

 

왼쪽에 나열한 의상을 본 소감은? 여성스러움, 우아함, 자연스러움 등 담백한 느낌의 단어가 떠오른다. 우유를 머금은 듯 부드러운 컬러의 하모니, 지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디테일, 고급스러운 소재로 완성한 내추럴한 실루엣의 어울림 덕분이다. 2013년 2월 토즈는 알렉산드라 파키네티(Alessandra Facchinetti)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한 후 본격적으로 여성 RTW 컬렉션의 시작을 알렸다. 그 후 딱 7개월 만인 지난가을 밀라노에서 2014년 S/S 컬렉션을 공개했다. 총 29가지 룩을 선보였는데, 이 컬렉션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사실 개인적인 소견을 밝히면 기대 이상이다. 많은 패션 전문가 역시 액세서리 브랜드에서 패션 하우스로 완벽하게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며 찬사를 쏟아내는 중. 하지만 지금의 컬렉션, 토즈의 여성을 위한 첫 번째 옷장이 완성되기까지 많은 우려와 기대가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이 액세서리 브랜드로 안정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토즈가 파워풀한 패션 하우스로 영역을 확장하는 거사를 앞두고 야심차게 준비한 카드, 알렉산드라 파키네티에 대한 것일 터. 알렉산드라 파키네티. 패션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이라면 어렴풋이 기억나는 이름일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중에게는 다소 생경한 얼굴이다. 게다가 현재 토즈의 인지도라면 좀 더 알려진 스타 디자이너를 영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도 남는다. 하지만 토즈의 CEO 디에고 델라 발레(Diego della Valle)가 ‘그녀와 브랜드 소식’을 세상에 알릴 당시 밝힌 “유명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이탈리아 브랜드인 토즈와 함께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는 소감과 평소 그가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그는 종종 자신이 지분을 가진 이탈리아 신문사에 칼럼을 기고하는데, 얼마 전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에서 다른 나라에 공장을 설립하거나 타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글을 썼을 정도로 자국의 디자인과 수공예 전통은 자국민이 직접 고수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때문에 실제 토즈의 모든 제품은 이탈리아에 자리한 공장에서 오직 이탈리아 장인의 손을 통해 완성된다) 안다면 수긍이 갈 것이다. 자, 그럼 다시 알렉산드라 파키네티로 돌아가보자.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이력으로 이 기회를 잡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1 토즈 CEO 디에고 델라 발레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라 파키네티  2 2014년 토즈의 S/S 컬렉션 캣워크 스케치  3 2014년 토즈의 S/S 컬렉션 드로잉  4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산드라 파키네티  5 2014년 토즈의 S/S 컬렉션에 영감을 준, 리처드 애버던이 촬영한 무용가 실비 기옘의 흑백사진

올해 나이 41세의 이탈리아인, 아버지는 유명 밴드의 멤버, 오빠는 인기높은 DJ인 뮤지션 집안의 자제로 패션 스쿨 마랑고니 졸업, 여전히 우아한 싱글인 그녀가 패션계의 화두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 가을 톰 포드에 이어 구찌를 이끌어갈 수장으로 그녀가 발탁되었을 때는 물론이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무대에서 단 2시즌 만에 퇴장할 때 역시 패션계 호사가들의 뜨거운 감자는 그녀였다. 이후 사람들이 그녀의 존재를 잊어갈 무렵 몽클레르에 합류한 그녀는 감므 루즈 라인에서 특유의 여성미와 스포티브한 디자인을 결합한 컬렉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골드와 진주 등 주로 여성의 드레스에서 볼 법한 색상을 과감하게 다운 파카에 재현하는가 하면, 보석과 모피처럼 화려한 디테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것. 그녀는 ‘패딩을 샤넬로 만든 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두각을 드러냈고, 당시 비평가들은 몽클레르에서 그녀가 분풀이를 제대로 한다며 칭찬했다. 이후 그녀의 가능성을 알아본 것은 발렌티노였다. 2007년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은퇴한 후 하우스를 이어갈 후임자로 그녀를 전격 기용했다. 2008~2009년 F/W 시즌 발렌티노에서 선보인 첫 컬렉션은 전임 디자이너의 큰 빈자리를 젊은 이탈리아의 재치와 감성을 통해 성공적으로 채웠다는 찬사를 받으며 여왕의 귀환을 알렸다. 하지만 발렌티노에서 두 번째 컬렉션의 시즌 캣워크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은퇴 루머에 휩싸인다. 전통을 자랑하는 발렌티노가 벌인 채용하자마자 해고해버리는 엄청난 속도의 회전문 신드롬 주인공이 그녀라는 사실에 패션계는 다시금 술렁였다. 전임자의 막강한 오라에 희생된 비운의 디자이너 같았다. 하지만 이렇듯 큰 두 번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핀코(Pinko)와 함께 협업한 팝업 컬렉션, 유니크니스(Uniqueness)를 진행하며 도약을 꿈꾸던 그녀는 드디어 토즈 RTW의 첫 번째 수장이자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결과물에 대한 반응은 안정적이다. 고진감래라는 말처럼 지금의 행복한 순간을 위해 그토록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을까. 지난 11월 23일 새로운 컬렉션을 소개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한 그녀를 코즈웨이베이에 자리한 토즈 쇼룸에서 만났다. 발레리나처럼 가늘고 긴 실루엣, 자연스럽게 흐트러진 올림머리에 풀스커트와 니트를 입고 화이트 가죽 재킷을 어깨에 두른 차림이었는데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여성스러움이 묻어났다. 마치 그녀가 만든 옷처럼.

1 팔라초 그라시에서 열린 개념 설치 미술가 루돌프 스팅겔의 개인전 전경  2 2014년 토즈의 S/S 컬렉션

토즈 RTW 컬렉션의 첫 수장으로 컬렉션을 선보인 기분이 어떠세요? 너무 행복해요. 이제 막 첫 시즌을 마친 터라 아직 브랜드에 대해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것이 많지만 제 꿈을 이곳에서 펼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정말 기분 좋습니다.

브랜드에 대해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죠? 아카이브에서 전통 소재, 디테일, 디자인을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제 스타일로 보여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RTW는 공식적으로 제가 처음 선보이지만 토즈가 백과 슈즈 등 액세서리 하우스로 시작한 브랜드인 만큼 연결 고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를테면 저기 보이는 풀스커트의 패턴은 에나멜 가죽에 다이아몬드와 원 모양 패턴이 특징인 시그너처 컬렉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퍼포레이션(Perforration, 구멍 뚫기) 처리한 것이에요. 기존 제품과는 다른 느낌이죠. 소재 역시 그래요. 백과 슈즈에 사용하는 가죽을 옷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코튼처럼 보이지만 섬세한 공정을 거쳐 부드럽고 가볍게 가공한 가죽을 사용했죠. 브랜드의 역사 속에서 흥미로운 것을 찾아내고 이를 저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데 아직 공부할 것이 많다고 하니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실제 어떤 성격인가요? 또 사람들은 이번 컬렉션이 당신과 무척 닮았다고 하는데 제 생각도 그렇거든요. 맙소사!(웃음) 전 이번 컬렉션이 무척 토즈 같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일하고, 다양한 곳을 여행하는 현대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보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입을 수 있는 꾸밈없는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아함과 활동성을 적절히 혼합한 룩 말이죠. 리처드 애버던(Richard Avedon)이 촬영한 무용가 실비 기옘(Sylvie Guillem)의 흑백사진, 조각가 파우스토 멜로티(Fausto Melotti), 개념 설치 미술가 루돌프 스팅겔(Rudolf Stingel), 소설가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등 작가들에게 영감을 받기도 했고요. 토즈는 퀄리티와 세련미가 적절한 하모니를 이룬 이상적인 브랜드인데, 더불어 모던아트의 미니멀함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길 바랐죠. 또 디자인할 때 슈즈를 중심에 놓고 그에 맞는 의상의 실루엣과 볼륨을 생각했습니다. 백과 슈즈에 적용하던 수공예 전통, 사람의 손길을 통해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 역시 의상에 고스란히 적용했고요. 전통적이지만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는 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랍니다.

혹시 이번 컬렉션에 그런 철학을 가장 잘 표현한 아이템이 있나요?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 말이에요. 루즈한 셔츠 드레스, 에지 넘치는 실크 셔츠와 풀스커트, 세련된 더블브레스트 팬츠 슈트, 발레리나 고미노 플랫 슈즈…. 사실 다 마음에 들어요. 각 아이템을 세트로 입어도 좋지만 각기 다른 아이템과 매치할 수 있도록 신경 썼죠.

1 볼드하고 투박한 체인 장식으로 멋을 낸 첼시 부츠  2 발레리나 슈즈에 고무 페블 장식을 더한 앵클 스트랩 플랫 슈즈  3 알렉산드라 파키네티가 시즌 추천 아이템으로 꼽은 버킷 백. 코튼처럼 부드럽게 가공한 양가죽 소재로 가벼울 뿐 아니라 유연해 가로로 접어 클러치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4 모던아트에서 영감을 받은 미니멀한 디자인의 뱅글

실루엣과 디테일도 그렇지만 컬러 역시 인상적이에요. 여성성에 집중해 파스텔 핑크, 옐로, 오렌지 컬러를 주로 사용했어요. 모더니스트에게 초점을 맞춰 심플한 라인, 1950년대 도자기와 장인의 가죽 가공 기술에서 힌트를 얻어 응용했죠. 실제 매장에서는 컬렉션 피스와 더불어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커머셜 라인을 함께 소개해 좀 더 다양한 아이템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당시 이탈리아 패션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는데 어떤 것이죠?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유명 패션 하우스를 거치며 많은 것을 느꼈을 것 같아요. 이탈리아 패션은 우아하지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또 장인의 손길, 핸드메이드의 가치를 존중하죠. 유명 패션 하우스를 거치면서 깨우친 점이라면 과거에는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현재 거대한 패션 하우스를 이끄는 디자이너에게는 비즈니스적 사고도 요구되죠. 솔직히 몇몇 하우스에선 전임자의 엄청난 오라가 버겁고 부담감 역시 컸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어요. 지금 토즈에서 그걸 풀어내고 있죠.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즐겁고 행복해요.

늘 유수의 패션 하우스에서 선택을 받았어요. 물론 재능도 탁월하지만 아버지와 오빠가 이탈리아의 유명 뮤지션이잖아요. 아티스트 집안에서 자란 후광이나 이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우리 가족은 매우 가깝지만 반면에 매우 독립적이에요. 서로의 일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아요. 하지만 모두 무엇을 할 때 열정, 최선을 다한다는 점은 닮았죠.

2월 말, 벌써 두 번째 컬렉션을 앞두고 있어요. 패션 위크는 실제 시즌보다 두 시즌을 앞서가니 2014년 F/W 컬렉션이네요. 혹시 계획하고 있는 디자인이 있나요? 여성성과 남성성을 이상적으로 조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소재 역시 마찬가지고요. 기본 요소를 사용해 간결하지만 핵심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디자인에 대해서 말이죠.

조금 어려운데요. 하지만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하하. 고마워요. 올봄 밀라노에 와서 확인해보세요.

비록 1시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나니 토즈가 왜 그녀를 낙점했는지 그 이유에 대한 의문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액세서리 위주로 운영하던 하우스에 실력파 디자이너가 들어와 시그너처 룩을 창조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건 이제 일반적인 일인데 솔직하게 감정을 내보이는 따뜻한 애티튜드가 토즈의 내추럴 엘리건트 이미지와 무척 닮은 것. 또 사람의 취향은 그 사람의 물건이 대변하기 마련, 그녀가 보여준 첫 시즌의 드레스, 셔츠, 풀스커트, 슈트는 사무실은 물론 캐주얼한 모임에 입으면 딱 좋을 만큼 편안하지만 과하지 않은 세련미를 담고 있지 않나! 특유의 기품을 유지하면서 대중적이고 동시대적 이미지로 혁신을 원하는 이탈리아 가죽 하우스 토즈 그리고 이제 막 첫 시즌을 마치고 비상을 준비하는 그녀. 이 둘의 조합이 앞으로 얼마나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지 아직 미지수지만 깊게 움츠린 새가 더 높이 도약하는 것처럼 부디 화려한 날개짓을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에디터 서재희 (jay@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