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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est Seoul

LIFESTYLE

내가 숨 쉬고 사는 공간, 가까이 있고 익숙하기 때문에 서울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가 아는 서울은 어디까지일까? 날마다 새로워지는 서울의 재발견. 이방인이 되어 일상과는 다른 호흡으로 이 도시의 새로움을 즐긴다.

Part 1. NEW ARCHITECTURE
보존과 개발의 정서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서울. 도시 컨설턴트와 에디터가 함께 서울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나눈 지금 서울 건축 이야기.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낮고 반듯한 정육면체 형태로 뻥 뚫린 외관 디자인이 돋보인다.

랜드마크를 꿈꾸는 신상 건축
요즘 新용산시대라는 말이 있다. 2013년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의 좌초로 침체된 용산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각지에서 한강대교로 이어지는 한강대로 주변에 초고층 아파트와 오피스, 호텔 등이 새로 들어서면서 도시의 인상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다. 오픈 전부터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해 화제를 모은 건물. 수직으로 높이 뻗은 건물들 사이에서 무심한 듯 우아한 정육면체 형태가 돋보인다. “기하학적인 면이 어디서 보나 똑같이 구현되는 것을 플라토닉 입방체라고 합니다. 그중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형태가 정육면체예요. 사람들이 시각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제일 쉽고 빠르게 인지할 수 있죠.” 도시 컨설턴트 전상현의 설명이다.

서울드래곤시티와 용산역을 연결하는 공공 보행 통로.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이전 작업을 찾아보면 정육면체 건축은 거의 없다. 그가 새로운 시도를 한 이유는 마천루가 주를 이루는 서울에서 낮지만 반듯한 형태가 오히려 존재감을 드러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높이를 줄이는 대신 덩어리감에 집중한 새하얀 정육면체가 회색 도시를 밝힌다. 외관의 묘미 중 또 하나는 건물을 뻥 뚫었다는 사실이다. 건물의 한 군데가 아닌 세 군데가 뚫려 있고, 그것들이 서로 엇갈리면서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다채로운 공간감이 느껴진다. “좋은 건축을 가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친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좋은 친구는 자신의 것만 챙기지 않고 남에게 내 것을 내주잖아요. 건축도이런 맥락에서 보면 좋은 건축인지 아닌지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그런 의미에서 좋은 건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건축은 그 자체로 보면 사유재산이지만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공공재의 성격을 띤다.

2개의 타워를 잇는 스카이브리지는 서울드래곤시티의 명물로 등극했다.

보통 건물은 정문과 후문으로 입구가 나뉘는데, 이곳은 4면에 전부 출입문을 두어 어디서든 내통할 수 있다. 계단, 엘리베이터, 화장실 같은 코어는 전부 바깥 모서리로 밀면서 네 군데로 분리했다. 일반 오피스 빌딩의 코어가 정중앙에 위치한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구조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중앙에 놓인 코어를 맞닥뜨리면 남의 빌딩에 들어온 기분이 들죠. 코어를 구석에 둠으로써 오피스 사용자뿐 아니라 편하게 오가는 대중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과 달리 근방에 위치한 서울드래곤시티는 하늘로 치솟은 3개의 타워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2개의 타워를 잇는 스카이브리지는 명물로 등극하기도 했다. “스카이브리지 자체의 멋보다 그 구조에서 파생된 결과가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대형 건축물이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길을 막고 땅 위에 우뚝 서는 것입니다. 이 스카이브리지는 아래쪽에 놓일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자신의 몸뚱이를 위로 올려 보행을 막지 않고 길이 이어지도록 공간을 내주었죠.” 서울드래곤시티의 건축적 가치는 지금보다 미래에 빛을 발할 것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가 개발되면 용산전자상가와 역세권을 이어주는 하나의 커다란 게이트 역할을 하게 될 전망. 구지역과 신지역이 단절되지 않고 상징적으로 연결되는 분위기를 조성해준다는 의미에서 상업적 건물이지만 긍정적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남산까지 이어지는 1km에 달하는 보행 덱을 만들고 있는 세운상가.

옛 이야기를 품은 도시 재생 건축
문지영(이하 문)최근 새롭게 탈바꿈한 세운상가 보행 덱이 화제입니다. 그런데 아직 보행 덱이 전부 연결된 상태가 아니라 그런지 미완의 느낌이 강하네요. 전상현(이하 전) 지금 그렇게 느끼는 건 당연해요. 지금은 이곳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고 판단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미래 시제로 생각했을 때는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죠. 어떤 면에서 그런가요? 세운상가의 재생 프로젝트는 하드웨어만 봐서는 안 됩니다. 물론 세운상가 보행 덱이 전부 연결되면 1km에 달하는 메가스트럭처가 되죠. 세계 어디에도 이런 사례는 흔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길을 지켜내는 일, 그 안에는 사양산업으로 치닫는 산업구조 자체를 되살리겠다는 의도가 한 축을 차지하고 있어요. 만물 공장인 세운상가의 산업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 젊은이들이 이곳에 자리 잡을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죠. 아직은 이르지만 보행 덱이 전부 연결되면 감각 있는 젊은이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 겁니다. 장기적으로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지금은 그렇게 변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둔 수준이죠.

세운상가 내부에 위치한 중정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보행 덱은 단순한 연결을 넘어 많은 변화를 상징합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세운상가에 왔을 때만 해도 길 자체가 삭막했거든요. 한쪽으론 전자상가가 쭉 이어지고, 반대편엔 아무것도 없는 콘크리트 벽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보행 덱을 따라 양옆으로 상가와 점포가 늘어섰어요. 쭉 뻗은 길은 단순 보행로가 되는 순간 흡입력이 확 떨어집니다. 서울로7017이 그렇죠. 서울로는 교량이라 상점이 들어설 수 있는 구조물이 아니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공원으로 조성했죠. 하지만 세운상가 보행 덱은 양쪽으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부합니다. 길을 걷다 카페에 들어가 차 한잔 마시거나 레코드 숍에 들러 음악을 들을 수도 있어요. 사람들이 계속 찾을 수밖에 없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접근성도 좋아요. 종묘를 둘러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세운상가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죠. 마치 하나의 루트처럼. 2009년에 세운상가와 종묘 사이에 있던 현대상가를 철거했어요. 그리고 그 자리에 손바닥만 한 공원을 만들었죠. 이번에 레노베이션을 하면서 그 공원을 없애고 종묘와 연결되는 횡단보도부터 세운상가 2층까지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광장으로 바꿨습니다. 건축적으로 보면 정말 칭찬할 만한 일이에요.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오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만나면 흐름이 끊겨버리니까요. 보행 덱이 완성되면 종묘부터 남산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석유비축기지가 레노베이션을 통해 문화비축기지로 거듭났다. 탱크 내부에서 하늘을 올려다본 모습.

세운상가를 보면 우리나라 건축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는 반세기 넘게 철거의 문화가 강했잖아요. 부수고 새로 지어야 좋다는 주의가 팽배했죠. 지금은 유럽처럼 우리가 지키고 보존해야 할 유산을 가꾸는 일에 에너지를 쏟고 있어요. 하지만 그 대상을 정의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기본적으로 산업 유산, 냉전시대 유산, 토목 유산이 해당됩니다. 세운상가가 산업 유산이라면 마포의 문화비축기지는 냉전시대 유산으로 볼 수 있어요. 1970년대에 두 차례 오일쇼크가 터지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석유를 비축하기 위해 만들었죠. 그 거대한 5개의 탱크가 문화 공간으로 바뀔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주변 상암동 일대가 미디어시티로 바뀌고, 쓰레기 매립지는 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어도 이곳만은 폐쇄된 채 꿋꿋하게 남아 있었잖아요. 지금 서울은 과거 산업 유산과 버려진 유휴 공간을 새로운 자연 쉼터나 문화 공간으로 재생하는 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요. 마포 문화비축기지도 그중 하나죠. 그런데 이곳은 레노베이션 과정이 꽤 독특합니다. 석유비축기지는 돌산인 매봉산에 만들었죠. 돌산에 작은 진입로를 내고 공사를 시작했을 겁니다. 그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 발파한 뒤 큰 구덩이를 내 탱크를 만들어 넣고, 콘크리트 옹벽을 주변에 세우고 흙으로 덮으면서 다시 진입로를 빠져나왔을 테고요. 그 공사 과정을 유추해 과거의 진입로를 찾아냈고 현재의 출입구로 만들었어요.

1번 탱크와 2번 탱크를 일부 걷어내 새로 만든 6번 탱크. 녹슨 철판을 그대로 살려 멋스럽다.

거의 유적을 발굴하는 수준이었겠네요. 그런데 석유비축기지에는 탱크가 5개였는데, 이곳엔 6개의 탱크가 있어요. 1번 탱크와 2번 탱크를 일부 걷어내 6번 탱크를 새로 만들었죠. 1번 탱크를 걷어낸 자리에 유리 탱크를 만들어 전시장으로 쓰고, 2번 탱크는 야외 공연장으로 만들었어요. 3번 탱크는 원형 그대로 보존했고, 4번과 5번 탱크는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 전시장으로 사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 지은 6번 탱크는 커뮤니티센터로 운영하고요. 녹슨 철판을 그대로 살려 정말 멋스러워요. 새로 지은 6번 탱크도 1번과 2번에서 해체된 철판을 가져다 써서 그런지 원래 있던 탱크 같고요. 이곳에는 보존의 그러데이션이 있습니다. 원형을 그대로 보존한 것도 있고, 원형을 레노베이션한 것도 있고, 원형의 자재를 가져다 재구성한 것도 있고. 옛 기억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보는 묘미가 더 살아 있어요.

서울 건축은 현재진행형
요즘 서울의 건축을 보면 서울이라는 도시를 어떤 방향으로 바꾸려는지 그 힌트가 보인다. 서울로7017, 세운상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개발은 모두 같은 이야기다. 교집합은 보행권. “선진국과 후진국은 보행권이 얼마나 보장되느냐에 따라 나뉩니다. 표면적 이유는 인권 보장이에요. 도시에서는 인권을 무엇보다 우선시해야 하고, 걸을 때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죠. 실리적 이유를 들자면 보행이 활성화되면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요. 실제로 보행권이 보장되면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행복지수가 상승합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행복이라면 경제 활성화, 자산 가치 증대, 행복이라는 가치를 만족시키는 보행권을 보장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건축이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아닐 테지만, 서울은 점점 더 걷기 좋은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Part 2. WALK DOWN THE DESIGN ROAD
자유롭고 열정적이며 실용적인 서울의 디자인. 이를 이끌어가는 젊은 감성과 에너지 가득한 디자인 스폿.

Sungsu
낡은 공장 지대로 여기던 성수동은 이제 카페 투어를 떠날 정도로 힙한 동네가 됐다. 젊은 아티스트와 소셜 벤처기업이 평범한 주택을 개조해 둥지를 틀었고, 골목길을 따라 몇 걸음만 걸어도 개성 넘치는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성수동에 창조적 디자인의 씨앗을 심은 스튜디오 자그마치는 리빙 편집매장 WxDxH에 이어 얼마 전 오르에르 카페 3층에 오르에르 아카이브의 문을 열었다. 영국에서 만든 밸런스 토이, 몇 대째 가업으로 제작하는 일본산 대나무 바구니,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토기 등 방대한 수집품을 진열한 곳이다. 용도를 가늠할 수 있는 물건도 있지만 여행을 다니며 수집한 광물 컬렉션과 다양한 질감의 종이, 깨진 도자기 조각, 유리 오브제 등 쓰임새가 딱히 없는 물건도 많다. 각각의 물건이 간직한 아름다움에 주목해 그 자체로 가치가 있음을 말한다. 그릇 가게 폴라앳홈은 매일 차려내는 식탁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집밥과 어울리면서도 소장 가치가 있는 예쁜 그릇을 선보인다. 자체 제작한 은은한 컬러의 도자 식기 림 시리즈를 비롯해 일본식 화로, 빈티지 접시와 캔들홀더, 화병 등 소품을 판매한다. 일상에 가까운 공예를 이야기하는 공예 편집매장 장소. 젊은 공예가가 만든 단정하고 소박한 물건을 만날 수 있는데, 식기와 목가구 등 실생활에 유용한 것을 골라 소개한다. 장수홍 작가의 목가구로 꾸민 휴식 공간에서는 도예 수업을 진행할 예정. 가죽 액세서리 브랜드 페넥의 쇼룸은 다채로운 컬러를 탐구하는 브랜드 철학이 투영된 곳이다. 계절마다 새로운 컬러를 지정해 관련 아이템을 전시하는데, 현재 매장은 핑크 컬러를 입은 슈즈와 트레이, 양초와 비누 등을 진열해 온통 핑크로 물들어 있다.

1 디엣지에 위치한 레코드 숍 클리크레코드의 LP.   2 챕터원 에디트

Euljiro
공구, 인쇄 장비, 타일, 종이 냄새가 진동하는 허름한 을지로 골목에는 여전히 인쇄소와 철공소에서 큰 소리를 내며 작업하고 짐을 나르는 사람과 오토바이, 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간다. 하지만 임차료가 저렴한 건물 꼭대기층 세운상가에 젊은 예술가의 공방이 들어서면서 두 이질적인 세계가 자연스레 녹아들고 있다. 좁고 높은 계단을 따라 빌딩 꼭대기층에 자리한 소쇼룸은 간판 하나 없이 운영 중인 참여형 갤러리다.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미술 작품을 쇼룸 형식으로 선보여 집 안에 미술 작품을 어떻게 배치하면 좋을지, 어떻게 나의 취향에 맞춰 배치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새로운 전시가 열릴 때마다 노란 벽의 따스한 집처럼 꾸미기도,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이나 우아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연출하기도 했다. 인쇄소 골목의 막다른 길에 위치한 디엣지는 카페 겸 바, 레코드 숍 클리크레코드, 서점, 온실이 있는 루프톱으로 이루어져 있다. 희귀한 LP와 카세트테이프, 디자인 소품을 판매하고 턴테이블로 음악을 감상할 수도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131Watt에서 운영하는 을지로의 유일한 독립 서점 노말에이는 디자인 서적과 그림책, 일러스트집 등 아트 북을 중심으로 사진집, 매거진, 에세이 등 다채로운 취향의 책을 선보인다. 비정기적으로 영화 상영회를 열고 맥주 만들기 같은 다양한 워크숍도 진행한다.

Sinsa & Jamwon
가로수를 따라 늘어선 조그마한 가게와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는, 핫 플레이스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가로수길.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거리를 떠난 이들이 몇 걸음 벗어난 세로수길과 나로수길로 옮겨갔고, 길 건너 잠원까지 일대에 새로운 문화지대를 형성 중이다. 일무 갤러리는 문평 작가의 달항아리, 김익영 작가의 도자 작품 등을 상설 전시하며 한국의 백자를 요리와 연계해 강습을 진행하고 자기의 담음새와 용도를 알리는 공간이다. 라이프스타일 리빙 숍 챕터원이 성북동 챕터원 콜렉트에 이어 잠원동에 문을 연 챕터원 에디트는 디자인 가구와 공예품이 있는 복합 문화 공간. 수공의 미학을 지향하는 철학을 기반으로 자연 재료 특유의 물성을 품은 동시에 섬세한 디테일과 장인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가구와 소품을 선보인다. 1층에는 파운드 로컬이라는 카페와 비스트로를 운영하며 2·3층은 매장, 마지막 4층은 갤러리도큐먼트라는 전시 공간이 함께한다.

Hannam
경리단길, 소월길, 독서당길, 우사단길 등 거리마다 활기가 넘치는 한남. 이태원의 자유분방함을 품은 개성 넘치는 숍과 현대미술 갤러리가 곳곳에 자리해 언덕배기 골목의 가파름도 잊는다. 인적이 드문 골목을 지나 조용한 주택가 안쪽에 자리한 페르마타는 디자이너 부인과 패턴 디자이너 남편이 의류를 제작하고 해외에서 바잉한 소품과 가구 등을 판매하는 공방 겸 편집매장. 주택 한 채를 개조해 사용하는데 페르마타의 옷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부부의 취향이 곳곳에 가득하다. 흙으로 빚은 토기와 줄기를 엮어 만든 바구니, 프랑스 핸드블론 유리 브랜드 라 수플레리의 화병과 유리잔이 각자의 이야기를 머금고 그림같이 놓여 있다. 2층에는 플라워 아틀리에 아보리스타도 자리하는데 플로리스트와 요리 연구가, 공예가와 함께 클래스도 준비 중이다. 경리단길 자락에 문을 연 리치우드는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타치니, 핀란드 가구 브랜드 아데아를 비롯해 프랑스, 영국, 일본 등에서 공수한 프리미엄 빈티지 가구가 한데 어우러진 공간. 양정모, 이예지, 이혜주 등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협업을 통해 다른 곳에서 만날 수 없는 리미티드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Yeonnam
발 디딜 틈 없이 번잡한 홍대 앞 번화가를 벗어나 감각적인 카페와 한적한 숍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연남동. 폐기찻길이 숲길로 바뀐 뒤로 더욱 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새로운 문화 군락을 이뤘다. 예술가의 작은 공방이 모여 골목을 완성하고 공연장과 소극장, 책방 등의 문화 공간이 주택가 구석구석으로 뻗어가며 경계를 확장하는 중이다. 갤러리 안은 공예가 안승태의 작업실을 품은 전시 공간. 관람객과 공예를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공예가에게는 창작의 기쁨을 이어갈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며 공예와 일상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현재 안대훈, 강희성, 전유민 등 젊은 공예 작가가 참여한 테이블웨어를 전시 중이며 커피 드리퍼, 커틀러리, 접시, 샐러드 서버, 쿨러 등 다양한 작품을 보고 직접 사용해보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지도 앱을 켜고 가도 찾기 쉽지 않은 연남동의 후미진 골목에 숨어 있는 피팅룸은 핏플레이스라는 건축 브랜딩 회사의 작업실이자 공유 공간. 모자 디자이너와 플로리스트의 무인 쇼룸, 음악 스튜디오, 녹음실, 카페 등 5개의 방에 다섯 가게가 모여 있다. 방마다 자리를 마련해 커피나 티와 함께 편하게 둘러보며 그 안에 스며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다.

Part 3. URBAN HIDEOUT
서울의 문화를 각자의 영역에서 만들어가는 문화 전도사들이 발견한 서울의 새로운 매력. 그들이 추천하는 뉴 아지트.

더 레퍼런스
더 레퍼런스는 작가와 디자이너의 정성이 완성도 있게 담긴 소수의 큐레이션 사진집, 오리지널 프린트와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귀한 공간이다. 예술사진 잡지와 아트 북을 발간해온 이안북스에서 출판과 뉴미디어 사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자 오픈했다. 가급적 한 사람과 책 한 권의 가까운 만남이 방해받지 않도록 공간을 구성한 점이 반갑다. 부지런하고 노련한 편집장 김정은의 기획으로 젊은 사진작가와 국내외 전문가가 만나는 시간 등 심도 있는 프로그램을 알차게 꾸려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액정이 아니라 종이 책장을 넘기며 손에 전해지는 촉감을 통해 최근의 사진 예술, 아트 북을 밀도 있게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도쿄 에비스의 오랜 명소 나디프(NADiff)에 견줄 만한 서울의 빛나는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_천경우(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사무실이 합정에 있어 홍대 앞을 자주 찾는 편이다. 요즘 옛 서교 호텔 자리에 문을 연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 푹 빠져 있다. 홍대 특유의 유스 컬처를 반영한 새로운 컨셉의 호텔로 지금 가장 힙한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스트리트 패션 편집숍 웍스아웃이 호텔에 입점한 것부터 심상치 않다. 아라리오갤러리에서는 신진 작가들의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전시가 열린다. 샌프란시스코의 베이커리 카페 타르틴 2호점도 입점했는데, 한남점과 달리 이곳은 아직 붐비지 않는다는 사실. 르 챔버와 협업한 루프톱 바, 데이비드 톰슨의 타이 레스토랑 롱침은 캐주얼한 미팅 장소로 애용하고 있다. 종전과는 다른 호텔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새로운 취향과 감성을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 _차인철(아트 디렉터)

바 올 댓 재즈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뒤에 유명한 재즈 바, 올 댓 재즈가 있다. 일주일 내내 공연이 열리고 규모가 큰, 이미 대중에게는 아주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바 올 댓 재즈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는 사람만 아는, 나만 알고 싶은, 유명한 무명의 작은 바다. 올 댓 재즈에서 만든 바지만, 전혀 광고를 하지 않는 진정한 아지트 같은 곳. 매주 금요일 오후 9시에는 듀오 또는 트리오의 라이브 공연을 펼친다. 서울, 아니 국내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재즈 공연을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뮤지션과 뒤섞여 라이브를 감상하는 경험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다. 올 댓 재즈에 비해 아주 작은 규모이만 작고 확실한 ‘소확행’의 공간이랄까. _켈리 박(아티스트)

아뻬 서울
혜화동의 아뻬 서울은 서울에서 꿀벌을 키우는 도시 양봉가 그룹 어반비즈서울이 운영하는 카페다. 도시 양봉을 통해 꿀벌의 가치를 알리며 사람과 벌이 공존하는 푸른 서울을 만들어가는 그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하는 양봉도 재미있지만, 그렇게 생산한 꿀을 바로 쓴 메뉴를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참신하다. 서울 허니 카페라테나 천연벌집꿀 아포카토, 러시아식 벌꿀 케이크 메도빅을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볼 가치가 충분하다. 잊고 살아온 혜화동의 멋을 새삼 깨닫게 되는 건 꽤 풍요로운 덤이다. _박태일(비주얼 디렉터)

빠라바라밤
청담동 골목에 꼭꼭 숨어 있는 시크릿 바. 아무도 없는 지하 벙커로 내려가는 듯한 계단을 지나 문을 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데, 이 극명한 대비가 공간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이곳을 진정 즐기는 열쇠는 음악이다. 트렌디하고 힙한 선곡으로 유명한데, 한쪽 벽면에 뮤직비디오를 재생해 술과 음악을 오감으로 즐기도록 권유한다. 이런 음악적 코드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이곳에 모인다. 세련된 공간과 분위기, 음악 그리고 그곳을 즐기는 사람의 취향까지, 빠라바라밤은 침체된 청담동 바 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고유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_최중호(디자이너)

조희숙의 한식공방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가서 식사하는 곳이 있다. 조희숙 셰프가 후배 셰프를 위해 삼성동에 낸 한식공방이다. 우리 음식을 좋아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방으로, 사계절이 담긴 식자재를 찾아 메뉴를 만들고 장인의 손길이 밴 전통 음식으로 제품을 개발한다. 셰프나 전문가를 위한 쿠킹 클래스나 시연을 위한 용도로 만들었지만 한 달에 몇 번은 일반인에게 공개한다. 친한 셰프 몇 명과 함께 계절별로 달라지는 한식 코스 요리를 맛보러 가곤 하는데 마치 집밥을 먹는 것처럼 편안하면서도 조리 과정 하나하나를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 _유현수(셰프)

도시산장
60년 된 기와지붕을 얹은 목조 주택을 워크숍, 파티, 모임, 전시 등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프라이빗 키친 도시산장. 빨간 벽돌을 쌓은 벽이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며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은은한 소나무 향을 맡으며 공간에 들어서면 왜 산장이라 이름 붙였는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음식과 음료를 준비할 수 있는 오픈 키친과 소중한 사람이 자리를 채울 16인석의 커다란 테이블에는 갖가지 모임과 돌잔치, 동창회, 회식 등 수많은 사연이 담길 것이다. 모여서 밥 한번 먹자고 하기에 서울에서 이보다 신선한 곳이 있을까? 산장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 _정치호(디자이너) 

 

 

에디터 문지영(jymoon@noblesse.com)
사진 선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