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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휘자와 함께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길로 나아갈 준비를 마친 패션 브랜드.
조너선 선더스
부크라 자라르
알레산드로 사르토리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
라프 시몬스
요즘 패션 산업은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시스템을 개편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한다. 브랜드를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교체 역시 빈번하다. 브리오니는 최근 저스틴 오시어를 하우스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임명했다. 과거 온라인 편집매장 패션 디렉터였던 그는 컬러풀한 스타일과 셀 수 없는 타투, 텁수룩한 수염으로 스트리트 패션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다. 그러니 1945년부터 점잖고 정중한 이미지를 고수해온 브리오니로서는 파격적인 선택인 셈. 지난 7월 선보인 저스틴의 데뷔 쇼에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모피 코트, 현란한 패턴의 실크 셔츠, 큼직한 타이가 연이어 나왔다. 이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브리오니의 훌륭한 소재와 재단 기술같은 것은 언급하지 않은 행보였다. 프란시스코 코스타와 이탈로 추켈리의 사퇴를 발표한 후 숱한 루머를 양산한 캘빈 클라인의 왕좌는 라프 시몬스가 차지했다. 매년 6개의 컬렉션을 준비하는 것에 지쳤다는 과거의 인터뷰가 무색하게, 이제 그는 캘빈 클라인 컬렉션, 플래티넘, 진, 언더웨어와 홈 컬렉션까지 진두지휘하게 됐다. 그의 시각으로 모든 라인을 아우르는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합치거나 라인의 성격을 바꾸는 등의 움직임이 일 것으로 예측된다. 라프가 홀연히 떠난 디올엔 발렌티노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자리한다. 이는 디올 하우스의 첫 번째 여성 디렉터라는 상징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마리아에겐 패션뿐 아니라 가족이 있고 자신만의 삶이 있습니다. 누구보다 여성을 잘 이해할 수 있죠.” 디올의 CEO 시드니 톨레다노의 말에 패션계의 기대감은 더욱 상승 중. 생 로랑은 에디 슬리먼의 사퇴 이후 인스타그램에서 그와 관련된 모든 이미지를 삭제해 놀라움을 안겼다. 이어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칼레로를 영입한 후 순수한 느낌의 흑백 캠페인 이미지를 공개하며 또 다른 출발을 앞둔 상황. 날렵한 커팅과 블랙 컬러, 레이스업과 가죽 소재로 대변되는 안토니의 스타일을 메가 하우스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런가 하면 컨템퍼러리 패션 디자이너 조너선 선더스는 10년 넘게 운영한 자신의 브랜드를 접고 DVF의 수장으로 변화를 꾀했다. 워낙 컬러와 프린트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그이기에 브랜드와 궁합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고, 런던 출신의 남성 디자이너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의 아카이브를 어떻게 요리할지 주목된다. 한편 랑방은 굳건한 알버 엘바즈의 시대를 지나 이제 부크라 자라르와 함께하게 되었다. 알버의 우아하고 재치 있는 스타일과는 정반대로 선보인 그녀의 랑방 2017년 리조트 컬렉션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편으론 브랜드의 새로운 궤도를 짐작하게 한다. 2017년 F/W 시즌부터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모든 라인을 이끌어갈 알레산드로 사르토리 역시 반갑다. 벨루티에 몸담기 전 이미 지 제냐에서 8년간 아티스틱 디렉터로 일한 그답게, 더욱 영리하게 브랜드의 변화를 주도할 준비를 마친 눈치다. “사람들은 필요한 것보다 좋아하는 것에 눈길을 둡니다.” 어려운 스타일링과 기능성을 내세우는 대신 친밀한 스토리텔링으로 브랜드를 이끌 계획이라고. 이처럼 브랜드의 방향성을 송두리째 바꾸는 이들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즐거운 변화를 만끽하는건 순전히 우리 몫일 테다.
에디터 | 한상은 (hanse@noblesse.com)